누구에게도 사랑 받을 수 없어 - 뉴 루비코믹스 451
야마다 유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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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다 유기를 처음 만난 건 해적판 동인지를 통해서였지만, 제대로 시작한 건 마지막 문 시리즈였다. 선이 굵은 남자들이 대거 출연하고 내가 좋아하는 리맨물이라 그런지, 난 곧 야마다 유기가 그려낸 만화속에 푹 빠져 들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어> 역시 내가 사랑하는 리맨물.
이 속에는 두 커플이 나오는데 하나는 대학 동기 사이인 쿠사카와 이이지마이다. 쿠사카는 고서점 주인이자, 체코 문학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이이지마는 출판사 영업직원이다. 대학 다닐때 부터 갈등이 많았던 두 사람. 두사람은 성격이나 취향조차 확연히 달랐다.

마이 페이스에 지독하게 쿨한 모습이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정작 본인은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을 뿐더러 여자에게는 아예 관심이 없는 쿠사카 카즈히로.

열혈 청년이지만 세심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쿠사카와 재회하기 전까지는 노말로 살아왔던 이이지마 마사후미.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둘 다 남자란 것과 감정 표현에 서투르다는 것 정도일까.

그런 두 사람은 체코 작가의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일을 계기로 조금씩 가까워져 간다. 대학 시절과 좀 달라진 게 있다면, 대학시절 쿠사카와 갈등을 빚던 이이지마는 주먹이 앞섰지만, 이번엔 입술이 앞섰다????

사실, 이이지마가 쿠사카와 일으켰던 갈등은 자신의 취향이 어떤 것인지를 몰랐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그렇게 두 사람의 연인으로서의 역사는 이루어졌다. 다른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쿠사카는 이이지마에게 예전부터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중간에, 쿠사카의 옛남자(?)가 나타는 설정도 있지만, 쿠사카의 성격 자체가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는 갈대같은 성격이 아니라, 딱 잘라 거절하고 넘어가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어찌보면 쿠사카는 츤데레쪽이고, 이이지마는 데레데레 경향이 있는데, 의외로 그게 죽이 잘맞아 둘이서 연애하는 것을 보면 참 알콩달콩 귀엽고 예쁘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쿠사카가 보여준 행동력에 박수를~~~~~

내가 쿠사카 X 이이지마 이야기를 주욱 했지만, 사실 내가 더 좋아한 커플은 우에노 진야 X 하세가와 테츠시 커플이었다. 둘다 장신에 어찌나 잘생겼는지... 보는 내내 흐뭇했다. 작가님은 하세가와를 공으로 할지 수로 할지 엄청 고민했다고 하지만, 일단 작화상으로는 한눈에 딱 봐도 하세가와는 공 타입이다.

극구 노말임을 강조하던 하세가와였으나, 자신의 마음 속에 꽁꽁 싸매고 봉인해 둔 기억의 파편을 찾아 낸 우에노 진야에게 결국 마음을 허락하는 하세가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좀 적은 분량이라 안타까웠지만, 그래서 급진전되는 관계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맨 마치막 페이지의 우에노 진야의 마음 속 비밀을 보고는 오호라..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고 크게 끄떡끄떡 했다나 뭐래나.

멋진 남자들의 멋진 사랑이야기.
리맨물은 역시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어>
주인공들의 갈등 양상의 모습은 거의 없고, 순조롭게 흘러가는 면은 있지만, 분량에 비해서 절대로 지루하지 않았다. 리맨물 취향이신 분들께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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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홀리데이
오츠이치 지음, 가요하라 히로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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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실종 HOLIDAY.
처음에 이 제목을 봤을 때 고개가 갸웃거렸다. 실종에서 받을 수 있는 어감과 HOLIDAY라는 말에서 받을수 있는 느낌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실종이란 말 속에 들어 있는 어둡고 두려운 감정과 밝고 여유로운 느낌의 HOLIDAY의 뜻인 휴가나 휴일과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오츠이치의 다크계일까, 아니면 퓨어계일까 하는 호기심도 동시에 발생했다. 내가 이제껏 읽은 오츠이치의 작품 중 너밖에 들리지 않아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전부 다크계였기 때문이다. 실종이란 말이 들어 있으니 다크계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는데, 첫장에서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인 즉슨, 작화가 너무 귀엽고 발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토리 또한 귀엽고 발랄하다.
즉, 이 작품은 오츠이치의 퓨어계 이야기라고 보면 될 듯 하다. 물론 만화이지만, 원작이 오츠이치의 작품이기 때문에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이다.

대재벌의 외동딸, 스가와라 나오는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줄곧 두려움을 느껴왔다. 그 이유는 스가와라 가문과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때문이다. 여기에 젊은 새어머니의 등장으로 나오는 더욱더 침울해진다.

새어머니 쿄코와의 말다툼에서 아버지가 쿄코의 편을 든 것에 격분해 가출을 한 나오는 친구집에서 이틀을 머물다가, 집으로 몰래 숨어 들어가지만, 왠지 집안 분위기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듯하다. 더욱더 불안함을 느낀 나오는 스가와라家에서 일하는 쿠스노키 쿠니코의 방에 숨어 지내면서 엄청난 계획을 세운다.

즉, 스스로를 유괴해 아버지의 마음을 자신에게 다시 돌리고, 쿄코를 내쫓겠다는 계획을....
처음엔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점점 더 거짓말은 커지고,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일은 돌아간다.

이 작품은 피 한방을 섞이지 않았을지라도, 함께 지낸 가족의 유대가 얼마나 강하고 큰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빠, 그리고 자신을 진짜 딸로 받아준 아빠. 쿄코 역시 나오와 툭닥거리긴 했지만, 나오를 걱정하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가족 이야기와 더불어 이 책은 나오의 마음의 성장을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고, 자신만을 동정했던 나오가 자신이 얼마나 철부지였던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엉뚱한 유괴 소동으로 시작해 가족간의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 지어졌지만, 여기엔 하나의 반전이 있다. 중간중간 복선이 깔려 있어 찾으려면 쉽게 찾을 수도 있지만, 자칫하다간 놓칠 수도 있다. 그러나, 반전의 묘미는 막판에 있는 게 아니겠는가.

오츠이치가 20대 초반에 쓴  발랄하고 경쾌한 유괴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반전이 주는 재미까지. 오츠이치의 퓨어계 작품을 거의 접해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의외의 수확이랄까....

참. 이것은 만화책이므로 작화를 담당한 기요와라 히로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으면 안되겠지.
밝고 명랑한 책의 분위기에 맞게 작화도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럽다. 특히 나오의 표정은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나오의 감정 변화에 따른 표정들도 주목해 볼 점이다.

더불어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기요와라 히로는 오츠이치의 다른 퓨어계 작품인 너밖에 들리지 않아의 작화를 담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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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책 (포켓북) - , Books of Blood Best Collection 1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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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포만 한 즐거움도 없다.
그것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련된 것이라면. (309P)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 포켓북은 예전에 나왔던 피의 책(2008)을 분권하여 재발행된 것이다. 2008년에는 피의 책과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의 합본이었다.
하여간, 자그마한 포켓 사이즈이지만 총 5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은 사이즈다 보니 책 자체는 무게감이 없지만, 그 내용은 묵직하고 충격적이다.

클라이브 바커.
그의 책은 요번에 처음 읽는다.
하지만, 그의 약력과 저자 서문을 보면서, 그가 쓴 책이 원작이 된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헬레이져와 캔디맨.
호러 영화계에서도 유명한 두 편의 영화는 이미 오래전에 봤었다.

헬레이져 같은 경우에는 원작 소설 제목은 헬 바운드 더 하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악령의 상자란 제목으로 개봉되기도 했다. 여전히 난 헬레이져에 나왔던 핀헤드를 잊지 못하고 있는데, 이 영화의 원작자가 클라이브 바커란 것을 알고 환호성을 질렀다. (물론 속으로)

캔디맨 역시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이며, 스티븐 킹이 추천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이 책은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다.

피의 책은 표지부터 섬뜩하다.
그 제목 그대로 <피의 책>이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유령들의 기억인데, 살아 있는 사람에게 유령들의 메세지가 쓰여졌다. 표제작이자 이 책에 실린 단편의 하나인 피의 책을 읽으면서, 난 지난 여름에 본 영화 메디엄을 떠올렸다. 비록 그 메세지가 다른 용도로 쓰인 것이지만 - 메디엄의 경우 시체에 주술을 기록하고 집을 지키는 용도로 했다 - 사람의 몸에 글씨가 새겨진 장면을 떠올리며, 소름이 쫘악 끼치는 기분이었다. 온몸 구석구석 한군데도 남기지 않고 쓰여진 메세지. 상상만으로도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다.

<야터링과 잭>은 인간인 잭과 하급 악마 야터링의 기싸움을 보여주는 단편인데, 요거 꽤 재미있다. 잔인하고 잔혹하기 보다는, 꽤나 유머스러웠다고나 할까. 솔직히 말해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일도 없겠지만, 나는 소설을 읽는 입장이다 보니 사람과 하급 악마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싸움이 참으로 즐거웠다.

<스케이프고트>는 잔혹한 면도 있지만, 왠지 안타까움이 더 컸다. 바다에서 죽은 자들이 떠밀려 오는 섬이란 독특한 소재를 사용했는데, 그들은 그곳에 버려진채 아무에게도 찾아지지 않는다. 비명횡사한 것도 속에서 천불이 날 지경이건만, 그들은 그대로 사람들에게 잊혀진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섹스, 죽음 그리고 별빛>은 잔혹하다거나 무섭다기 보다는 독특하다. 죽어서도 이승을 배회하는 유령들과 극단 배우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유령들은 이승에 미련이 많아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는 지박령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유령들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여행은 왠지 내게 슬며시 웃음을 주었다. 죽어서도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 열망과 열정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이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드레드>는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무자비한 심리 실험을 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피실험자의 마음 속 공포를 끌어내는 실험은, 인간이 얼마나 악랄해질 수 있는가를 그리고 그러한 일로 인해 인간이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느냐를 극명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호러 장르에서도 슬래셔나 스플래터에 속하는 클라이브 바커의 작품은 난도질로 피가 튀고 살이 튀는 장면을 아주 세세하게 묘사해 놓았다. 하지만, 잔혹한 장면의 이면에 담긴 인간의 어두운 심리 묘사, 그리고 다양한 소재와 결합시켜 다양한 공포를 만들어 내는 그의 필력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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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목소리 궤담 이토 준지 스페셜 호러 3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사(만화)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이토 준지의 만화는 표지부터 눈을 끌어 당긴다.
신 어둠의 목소리 궤담 표지의 여자 모습에서 그 눈은 이미 빛을 잃었다. 공포로 크게 뜬 눈과 그녀를 잡으려고 하는 손, 가슴쪽에 보이는 입까지 섬뜩함을 더해 준다.

이 단편집 속에는 총 7개의 단편이 실려 있다.
<소이치 전선>과 <소이치의 애완동물>은 어둠의 목소리에 실려 있던 <도깨비 집의 비밀>의 연작 단편으로 소이치의 어릴적 모습을 보여 준다. 조금은 어이없게도 도깨비 집의 비밀이 소이치의 꿈이었지만, 소이치 자체는 악의를 가득 품고 있는 아이이다. 그러니 꿈도 그런 꿈을 꾸는 게 아닐까.

온 세상에 악의를 품고 있고, 그 악의를 발산하며, 언젠가 그렇게 될 자신을 꿈꾸는 소이치. 누나가 데려온 고양이를 길들이며, 자신의 주변에 저주를 내린다. 고양이도 그런 소이치의 영향을 받는지 점점 더 기묘하게 모습이 변해가는데, 솔직히 말해서 귀여웠던 고양이가 그렇게 변해가는 모습에는 거부감이 좀 생길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고양이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 고양이가 요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여튼간에, 저주는 되돌아 온다고 했던가. 말에는 힘이 있고, 그 말에 악의가 담기면 담길 수록 자신에게 돌아오는 고통은 커진다고 했다. 그것을 언령(言靈)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선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결국 소이치가 걸었던(?) 저주의 악담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지만, 반성할 기미가 전혀 없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악인이란 타고 나는 것인가하는 의문도 생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을 마음에 품고 산다는 것. 타인을 불행하게 하는 동시에 자신 역시 불행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마주 보는 거울의 계곡>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가진 증오심이 얼마나 큰 파멸을 가져오는가를 보여준 작품이었고, <유렁이 되고 싶지 않아>같은 경우 자신이 죽기만을 기다리는 한 여자를 보면서 공포에 떠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장서환영>은 조금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어머니의 추억으로 가득한 책과 관련한 이야기에 집을 나간 어머니에 대한 분노를 아들에게 표출한 아버지의 환영으로 고통받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 남자는 결국 모든 장서를 암기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 받은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장서 암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남자. 결국 빈껍데기만 남은 그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어둠의 절창>은 스토커였던 남자의 자살 후 한 여자에게 벌어진 이야기이다. 그 남자가 그녀를 향해 불렀던 노래는 주위 사람을 공포로 몰아간다. 사랑에 대한 집착이 커다란 비극을 나았다는 것도 그렇지만, 인간을 실험 대상으로 보는 인간같지 않은 인간이 등장함으로써 약간의 반전 효과를 준 작품이라고 할까.

<궤담> 은 한자로 潰談이라고 쓴다. 이 潰자는 흩어질 궤인데, 이 이야기를 읽어 보면 제목의 뜻을 확실히 알 수 있으리라. 인간의 욕망이 가져온 비극적이고 참담한 결말. 솔직히 말해 호러를 즐기는 나로서도 속에서 구역질이 밀려올 만큼 잔혹했다. 

총 7편의 단편은 각양각색의 소재를 가지고 있다. 증오, 절망, 비애, 분노 등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중심으로 그려낸 이 단편집은 이 추운 겨울날 읽어도 등줄기가 서늘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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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 아키라 - 뉴 루비코믹스 509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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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시타 토모코를 처음 접한 것은 터치 미 어게인이라는 작품이었다. 만화가 아닌 드라마 CD로 접했지만, 그곳에 수록된 세 편의 단편은 풋풋함이란 걸 내게 안겨 줬다. 코믹하면서도 뭔가 애틋함이 묻어 나오는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점 아키라는 선술집 아키라의 점장 아키라와 그 주변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30대 초반의 아키라는 이제껏 노말로 평범한 나날을 살아 왔지만, 갑자기 그의 인생에 끼어든 아르바이트생 - 건방지고 마이 페이스인 - 토리하라에게 갑작스런 고백을 받고, 당황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생각을 해보면 누구에게 고백을 받는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그게 남자이든 여자이든. 남녀사이에서도 고백이란 건 큰 사건인데, 남자가 남자에게 고백을 받는다는 것은, 특히 노말로 살아왔던 남자인 경우 그 충격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 마음을 섣불리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서른이 넘으면 연애란 당연히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성간의 연애도 그러할진대, 동성에게 고백받고 그 사람에게 마음이 조금씩 기우는 자신을 볼 때,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주점 아키라는 그런 아키라의 마음의 변화가 잘 묘사되어 있다.

또한 토리하라, 그리고 사장인 마키의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토리하라는 건방지고 마이 페이스대로 사는 20대 청년으로 보이지만, 그 역시 아키라에게 고백을 할 때는 무척이나 고민을 했고, 또 그와 정식으로 사귀게 되면서 닥치는 여러 상황들에 난감해 하기도 하고, 어려워 하기도 한다.

세 사람의 입을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는 굉장히 독특하고 좋았다. 특히 1인칭 시점은 화자의 심리를 가장 잘 표현해주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 속을 샅샅이 들여다본 느낌이라고 할까.

나도 서른이 넘은 나이라, 이젠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하는 설레임이나 기쁨 보다는 상처를 받게 될 것이 두렵다. 물론 아키라처럼 동성에게 고백받고 그런 것에 두려워할 입장은 아니지만, 이성에게 고백받는다 해도 그 고백을 순순히 받아들이기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 버린 것이다.

책 중간에 나오는 마키의 말이 내 마음에도 쏙 들어 왔다.

"조심해. 서른이 넘으면 잘 안낫는다구. 다치지 마."

라는 표현은 꼭 내 마음을 읽은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몸에 생기는 생채기가 낫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마음의 상처는 더 오래간다. 나이를 먹어 사랑을 하면 좀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살아온 시간이 쌓인 만큼 한 번에 받는 상처는 더욱더 깊어지게 마련이니까. 

처음 이 책을 펼쳤을때는 가느다란 펜선으로 그려진 작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애를 먹었으나, 난 곧 이 이야기에 풍덩 빠져서 작화는 신경도 쓰지 않게 되었다. 만화라는 장르인 이상 작화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건 스토리니까.

본편이 끝난 후 수록된 단편인 FOGGY SCENE은 동성의 남자 친구를 좋아하는 고교생의 이야기인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고백을 하지 못하고, 우연히 게이바에서 만났던 임시 교사와의 아슬아슬한 연애를 한다. 두번째도 이렇게 아픈데, 첫번째라면.... 이라는 대사가 몇 번 반복되면서 토오루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 모습을 보니 어찌나 마음이 아릿한지...

리버사이드 문라이트는 보면서 큭큭대고 웃었다. 어찌나 귀여운 망상을 하는지....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 수록된 주점 아키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인 점장일기까지 참으로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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