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스 라비린스 - B애+코믹스 92
아키라 노리카즈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아키라 노리카즈를 접한건 하트 스트링스 드라마 CD를 들었을 때이다. 호스트와 야쿠자의 사랑을 그린 작품인데,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아직도 그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그래서 요번에 선택한 것은 트윈스 라비린스.

제목 자체에 트윈스, 즉 쌍둥이란 말이 있고, 표지상으로도 멋진 두 남자가 있어, 책을 펼치기도 전에 나의 망상은 폭주하기 시작했다. 첫장을 넘기자, 허어억!! 이렇게 멋진 남자들이 다 있나~~하는 감탄을 하며 쉽사리 그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그 이유인 즉슨, 컬러 일러스트인데다, 왠지 유혹하는 듯한 눈빛의 두 남자가 너무나도 멋졌기 때문이다.

일단 이 쌍둥이 시리즈는 두 커플이 나온다.
첫번째 커플은 전직 호스트 출신이자, 현재 호스트 바를 경영하는 쿨하면서도 이지적인 형 린과 린에게 주워져 묘한 동거 생활을 시작하게 된 아유무이다.

두번째 커플은 와일드하며, 여자 유혹하기에 일가견이 있고, 색기가 풀풀 넘치는 현직 호스트 렌(동생)과 렌이 일하는 호스트바에 들어 오게 된 남자 공포증을 가진 시온이다.

원래 메가네(안경) 캐릭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트윈스 라비린스에 나온 린의 모습에 그만 헬렐레... 하는 지경까지 가버렸다. 린은 늘 쿨해 보이지만, 호시탐탐 아유무를 노리는 렌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하는 등 가끔은 남자다움이 철철 넘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아유무는 자그마한 체격에 이쁘장한 얼굴, 즉 전형적인 수 타입인데, 나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고, 렌의 접근에 선을 긋는 당찬 모습도 보여 준다. 나중엔 린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고향으로 가려 하지만, 렌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어 진심으로 사귀게 된다.

렌과 시온 커플같은 경우, 렌이 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인데, 건들건들해 보이지만, 위급한 순간에는 멋진 남자로 변신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고나 할까.

TWIN'S BIRTHDAY ♡ 는 이 쌍둥이 시리즈의 번외편으로 쌍둥이의 생일에 벌어진 일이다. 아유무와 시온이 준비한 린과 렌의 선물은????
나 여기서 완전히 뒤집어지게 웃었다. 아유무도 그렇지만, 시온마저도!!!?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길...)

그외 두 편의 단편이 더 실려 있는데, 두편 다 유쾌하며 가볍게 읽기 좋다.
 
아키라 노리카즈의 작품은 딱 두편을 접해 보았지만, 둘다 호스트가 등장한다. 그래서 혹시 이 작가님은 호스트 취향 이려나?? 하는 망상을 잠시 해 보기도.

심각하지 않아서 좋다. 유쾌해서 좋다. 멋진 남자들이 가득 나와서 좋다. 
즐겁게 읽을 수 있다면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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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2 - 완결
나츠메 이사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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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럼에도 불구하고> 2권은 하야토 X 아키히로편 이야기 이외에도 전자 상가에서 생긴에서 잠시 등장한 카메라맨 어시스턴트와 범생 커플, 그리고 봄이라도 시리즈에 나온 케이타 X 다이스케 커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럼 일단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하야토 아키히로편 부터.
1권 마지막에 10년전 두사람의 모습이 나왔고, 2권에서는 하야토가 아키히로가 누구였는지를 드디어 눈치채게 된다. 그러나 과거의 추억속에서 한껏 미화되어 있던 아키히로의 모습은 현재 온데 간데 없고 고릴라만이????
어쨌거나, 추억은 추억일뿐. 현재가 더 중요한 것이겠지.

2권에서는 하야토와 아키히로 사이에 좀 더 큰 위기가 닥친다. 그건 바로 하야토가 맞선을 봐야 했던 것. 사장의 아들이란 신분을 가진 하야토는 맞선 자리를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고, 하야토를 좋아하지만 회사의 장래도 생각해야하는 아키히로는 하야토를 말릴 수 만도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그 맞선녀는 하야토의 고등학교 후배. 끈질기게 구애하는 그녀에게서 도망가고 싶지만, 일은 묘하게만 돌아간다. 술에 약한 하야토가 맞선녀에 의해 납치 감금되는 일이 발생!?
하야토의 운명은???

2권은 새로운 등장인물이 나옴으로써 더욱 흥미 진진해졌다. 맞선녀라는 인물의 등장은 크나큰 사건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맞선녀에게 덮쳐지기 전 아키히로에게 구출된 하야토. 다행히 맞선녀가 하야토의 집에 이 사실을 고해바치는 일은 없었지만, 그녀가 아직 하야토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더불어 아키히로의 일이 바빠져 하야토와 아키히로는 얼굴 보기도 바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하야토의 생일. 우연히 하야토의 맞선녀와 만난 아키히로는 하야토의 생일이 오늘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데...

다행이 아키히로는 시간을 맞췄고, 하야토에게 생일 선물을 준다. 그런 두사람의 모습이 어찌나 이쁜지... 아키히로 전력질주하느라 고생이 많았소. 게다가 하야토를 위해 이사까지 하는 아키히로는 역시 하야토를 자신의 삶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게 맞다.
음.. 정말 근사한 커플이야... 

하야토도 쿨한 성격답게 아키히로에게 보채거나 조르거나 성질 내는 것도 없고, 맞선녀도 그럭저럭 괜찮은 캐릭터. 게다가 아키히로의 전처역시 두 사람을 도와 주는 입장. 보통 BL물에 나오는 여자 캐릭들은 찌질이 타입이 많은데, 그런 캐릭이 없어서 더욱 만족스러웠다고나 할까. 

이들의 이야기 본편은 여기에서 끝나지만 책 뒤에 수록된 황금 금요일 3에 나오는 사원 여행편은 아찔함 그자체..
오호.. 하야토의 유카타 입은 모습이 이렇게 색기가 넘칠줄이야... (흐뭇)

전자상가에서 생긴 일은 사원 여행 사진 출력하러 갔을 때의 일인데, 그곳에 잠시 등장하는 카메라맨 어시스턴트와 범생이 커플도 귀여웠다나...

그리고 2권에서 완전 소중한 중편 하나.
<봄이라서>는 중학교 동창인 케이타와 다이스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중학교때 부터 유난히 케이타에게 시비를 걸었던 다이스케의 진짜 속마음은???? 
꽃집 청년 꽃보다 케이타와 단순하지만 순수한 다이스케가 엮어 가는 알콩달콩 귀여운 사랑이야기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내게 미소를 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제 완전히 나츠메 이사쿠의 팬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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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1
나츠메 이사쿠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츠메 이사쿠는 <타이트 로프>로 시작했는데, 그 책 맨뒤에 나오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외편이었다. 타이트 로프는 훈훈한 야쿠자물(??)이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리맨물!
당연히 앞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이 근질거렸고, 그 며칠후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내 손에 들어와 있었다.  

외모, 집안, 두뇌란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진 시마노 하야토. 그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스물 여섯해를 살아 오면서 모든 것을 자신의 뜻대로 했지만, 유일하게 그것에 태클을 거는 상대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상사 쿠로카와 아키히로.

둘 다 우수한 사원이지만, 일에서 종종 부딪히기 일쑤. 그러나 그 와중에 하야토는 아키히로의 솔직하고 담백한 모습에 점차 마음이 흔들린다. 아키히로 역시 하야토에게 살짝 마음이 있는 눈치인데...

일단 작화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리고 스토리가 넘 알콩달콩 귀엽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리맨물이다. 작화, 스토리, 장르란 삼박자를 골고루 갖춰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재미가 있다.

수의 하야토의 경우 예쁘장하고 여리여리하다기 보다는 남자답다. 공인 아키히로가 더욱더 남자답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하야토가 약간 까칠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 까칠함은 오히려 귀엽게 보일 정도이며, 그를 더욱더 사랑스럽게 보이게 한다.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는 데에 있어 큰 걸림돌이나 충돌은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진행되는 과정이랄까. 보통 노말인 두사람이 만나면 역사가 이루어지기 까지 충돌이 빈번한데 ㅡ 솔직히 그런 건 질렸다 ㅡ 이 둘에게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흐른다.

1권에서 하야토가 유일하게 위기감을 느낀 건, 아키히로의 전처 사에코가 등장했을 때이다. 자신이 모르는 시간을 함께 공유했던 두 사람을 보면서 하야토의 마음은 어수선해지지만, 워낙 쿨한 사에코덕분에 하야토는 무사히 그 시간을 넘긴다.

게다가 정말 귀중한 에피소드!
10년전 하야토와 아키히로의 첫만남편이 나오는데, 그당시에는 하야토의 도련님 성향이 좀 강했다. (笑) 아키히로 역시 지금과는 달리 꽃미남(?)이었다나~~~?
그 두사람의 첫만남 이야기도 굉장히 즐겁게 읽었다.

부록 만화인 황금 금요일 1~2는 하야토의 색다른 모습이 나온다. 이름하야, 술에 취한 하야토의 약간 흐트러진 모습으로 아키히로 유혹하기랄까? 어찌나 귀여운지..... 한참을 웃었다.

자칫 진부한 스토리로 흘러갈 수도 있지만, 등장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이 잘 드러나는 그림들, 그리고 까칠한 것같으면서도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런 하야토의 모습, 남자답고 성실하며 하야토에겐 꼼짝 못하는 아키히로의 모습까지 정말 즐겁게 읽은 리맨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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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 고스
오츠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GOTH란 단어는 사전적인 의미로는 고트족, 그리고 거기에서 나아가 야만인이라는 뜻을 가진다. 요즘은 고스룩이라는 표현이 있어 창백한 얼굴에 검정색 눈화장과 검정색 입술, 그리고 해골이나 십자가가 달린 액세서리에 검정색의 옷을 입는 패션을 의미하기도 한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고스룩의 원조는 저승사자, 서양 고스룩의 원조는 드라큘라가 아닐까 하는..... (汗)

요지에서 빗나간 이야기는 그만두고,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이 만화에 나오는 GOTH는 살인 사건이나 사람을 고문하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카미야마 이츠키)는 남들과 다른 면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어둠을 쫓는다. 그가 주목하는 건 같은 반의 모리노 요루라는 여학생이다. 언제나 혼자인 그녀는 나와 함께 이상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조금씩 친해지게 된다.

이 책에는 총 4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원작 소설에는 총 6편이 실려 있다고 한다. (아직 원작 소설을 못읽었지만, 이 만화를 읽고 난 후 원작소설을 너무나도 읽고 싶어졌다)

<리스트 컷 사건>은 한글 제목만 보고는 뭘까.. 하고 궁금했는데, 영어 표기를 보고 그제서야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wrist cut, 즉 손목 절단 사건이다. 사람, 동물 그리고 인형까지 모든 손에 집착하는 한 교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나와 모리노는 친구가 된다.

<암흑계>같은 경우에는 이 단편집 에피소드 중 가장 충격적이었다. 범인이 왜 그러한 사건을 벌이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다만, 자신의 범행을 일일이 꼼꼼하게 기록하며 가장 이상적인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나올뿐이다.

특히 여성의 사체를 묘사한 장면은 너무나도 리얼하고 잔인했지만, 오히려 그러한 것이 이 만화가 가진 매력이 아닐까 한다.

<흙>은 사람을 산 채로 매장하는 것을 즐기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몇 년전 자신이 아끼던 옆집 아이를 매장하여 죽음으로 내몬 이후 다시 그가 범행을 시작했다. 단지 사람을 묻고 싶어서 그러한 범행을 지르는 그 남자.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이 압권이었다. 주인공인 <나>가 왜 그 남자에게 한 달을 기다렸다가 자수를 하라고 권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때는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기억>은 모리노의 과거와 연결된 이야기이다. 쌍둥이였던 요루와 유우. 유우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보여주는 동시에, 주인공인 <나>의 어둠이 극한으로 표출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이 모든 사건과 관련한 범인들은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다. 리스트 컷 사건 같은 경우 다른 혐의로 학교를 떠나게 되고, 암흑계는 스스로 그 거리를 떠나는 범인의 모습이 나온다. 흙의 경우는 주인공이 자수를 만류했으니, 그 후에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기억의 경우 모리노를 노린 남학생은 주인공에 의해 처단되고 유기된다. 그리고 주인공 역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

범죄 행각과 범인.
그것 모두 명확한 사실이지만, 어느 누구도 처벌 받지 않는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주인공인 <나>를 통해 묘사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선은 차갑다 못해 냉혹하다.

GOTH를 읽으면서 문득 든 생각은 오츠이치의 데뷔작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에 등장하는 켄이 고교생으로 성장하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사체를 숨기고 유기했던 켄은 그것을 즐거워했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평범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속 깊은 곳에 어둠을 숨기고 있는 나와 묘하게 사건에 말려 들어가는 모리노 요루와의 관계는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이다. 주인공이 요루에게 갖는 흥미란 그녀가 죽은 모습을 보는 것, 혹은 언젠가 그녀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어하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요루가 위험에 처하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나 요루를 구해주는 기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와 오이와 켄지의 그림이 너무나도 환상적으로 어울린 GOTH는 오츠이치의 다크계 작품으로, 오츠이치의 팬이라면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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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미트 트레인 (포켓북) - Books of Blood Best Collection 2
클라이브 바커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일단 피의 책으로 클라이브 바커의 소설에 입문한 나는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을 읽으면서 클라이브 바커의 세계로 한걸음 더 들어 갔다.
피의 책은 잔혹하고, 유머스럽기도 하고, 왠지 안타깝기도 한 작품들이 동시에 진행되었다면,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은 슬래셔 혹은 스플래터라는 장르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표제작인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은 표지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완전한 슬래셔다. 제목 자체도 한밤중의 살육 열차를 의미하니 더 이상 부연 설명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미드나이 미트트레인>은 한밤중 뉴욕을 달리는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 이야기이다. 깨끗하게 난자당해 거꾸로 매달려 있는 사체들. 과연 한밤중의 지하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이 단편의 주인공 카우프만은 우연히 지하철에서 잠이 들었다가, 그 살육의 현장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 살육이 왜 일어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지하철에서 살해당한 사람들은 모두 어둠속의 존재들에게 바쳐지는 공양물이었던 것이다.

그 작업은 마호가니란 인물이 수행을 하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도 세밀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영화를 보지 않아도 그 장면들이 눈에 선할 만큼 표현이 자세했다.

<피그 블러드 블루스>는 한 청소년 갱생원에서 발생하는 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곳에서 사라진 소년의 행방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만행들. 여기에서도 인간이 제물이 되어 바쳐진다.
그곳에서 가장 약자로 여겨지던 소년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난 그만 소름이 쫙 끼쳤다.

<언덕에, 두 도시>는 엄밀히 말하자면 난도질로 인해 피가 튀는 장면이나 그런 것은 거의 없다. 다만, 내가 이 단편을 읽으면서 느낀 건 지옥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서로를 밧줄로 묶어 거대한 조형물을 만든 인간 탑. 그것이 두 도시의 본 모습이다. 서로의 경쟁심으로 매년매년 조금씩 더 커지는 거인 탑.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밑에 있는 사람은 압사당하고 죽은 후에도 매달린 채, 행진을 해나간다. 물론 지옥의 형벌이라고 하기엔 가벼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늘 들어 왔던 불의 지옥 같은 것에 비하면 말이다. 사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의 형벌도 이보다는 더 극형이라 생각한다. 매일매일 재생되는 간을 매일매일 독수리에게 쪼아먹혔던 프로메테우스. 그에 비하면 서로의 몸을 묶고 죽을때 까지, 아니 죽은 후에도 매달려 있어야 하는 것은 조금 덜한 정도의 형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의 탐욕이 그들 자신을 지옥의 가장자리로 밀어 넣은 게 아닐까.

<로헤드 렉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자비한 살육이 이어진다. 땅속에 묻혀 있던 존재인 로헤드 렉스가 지상으로 나오면서 조용했던 시골 마을은 살육의 현장으로 바뀐다. 그곳에는 먹는 자와 먹히는 자가 있을 뿐이다.
로헤드 렉스의 살육은 단지 허기를 채우기 위한 것. 그것은 사냥이며, 일말의 동정심도 찾아볼 수 없다. 

난 단편을 읽으면서 이토 준지의 만화가 생각났다. 어둠의 목소리에 실린 단편인 <도깨비 집의 비밀>이란 단편에서 소이치의 아내로 나온 기골이 장대하며 입이 쩍 벌어지는 그런 여자의 모습이 왠지 로헤드 렉스와 싱크로되었다. 
그 이미지가 겹쳐지자 마자, 어디선가 먹히는 자의 단말마의 비명과 으드득 거리며 사람이 먹히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다. 

총 네편의 단편이 실린 미드나잇 미트트레인.
이들 단편 속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감정은 한조각도 없다. 냉정하게 그 사실을 서술할 뿐이다. 냉정함을 넘어 냉혹한 시선으로 이 모든 일을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또한 등장 인물들도 마찬가지로 살육을 하는 쪽의 경우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다. 먹히는 자들의 공포와 절망감의 비명이 있을 뿐이다.
사냥감에게는 일말의 동정을 가지지 않는게 사냥꾼들의 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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