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사냥 上
와타세 유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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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타세 유우는 애니메이션『ふしぎ遊戯(후시기 유우기 : 우리나라에서는 환상 게임이란 제목으로 방송)』,『妖しのセレス(아야시노 세레스 : 우리나라에서는 선녀 전설 세레스란 제목으로 방송)』의 원작자이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판타지 작품을 그려온 그녀가 내놓은 BL물이라..... 

솔직히 말해 전혀 다른 분야의 장르다 보니 기대도 높았지만, 사실 의혹도 컸다. 그러나 책을 배송받고 읽어 내려 가면서 내 의혹은 눈녹듯 사그라져 버렸다. 
그리고 이 만화가 가지는 BL이란 장르보다는 그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동성애란 것은 일종의 배경일 뿐이랄까.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귀족 집안의 자제와 그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애증과 비극적 사건들을 신비로운 분위기로 잘 풀어 놓은 벚꽃 사냥의 두 주인공은 올해 열일곱살이 되는 소년 타가미 마사타카와 귀족의 자제이자 후계자인 사이키 소마이다.

타가미 마사타카는 원래 가난한 집 자손이지만, 다른 집에 수양아들로 가게 되어 그곳에서 쭉 자랐다. 다행히 수양아들로 간 집에서는 교육을 제대로 시켜주고는 있지만, 실제 아들이 태어난 후 마사타카는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도쿄로 상경하여 독립을 할 결심을 하게 되었다.

사이키 소마는 일본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엄밀히 말하면 사이키가의 적자가 아닌 서자이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사람들 사이에선 편견아닌 편견이 생겨나게 되고, 또한 소마를 둘러싼 여러 가지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

게다가 소마의 경우 남자든 여자든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상대와 육체적 관계를 갖고 있지만, 그의 영혼은 텅빈듯 공허하기만 하다.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곁을 허락하지만, 그들은 소마를 송두리째 갖길 원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그런 소마와 마사타카가 만나 서로 끌리게 되지만, 그것이 더욱더 큰 아픔과 상처를 갖고 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두 주인공 외 소마의 여동생이자 9년전 병사한 것으로 생각된 사쿠라코가 창고집에서 저택으로 나오게 되면서 소마를 둘러싼 환경은 급격히 변해간다.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사쿠라코.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름다운 얼굴에서 비치는 야릇한 미소는 앞으로의 파란을 암시하는 듯 하다. 

동성애, 근친상간 등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그것보다는 그 자체의 스토리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와타세 유우 스토리텔링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제 묻혀졌던 비밀이 햇빛속으로 걸어 나왔고, 마사타카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어딘지 모를 곳으로 미친듯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전체적인 흐름이 비극적 내용으로 펼쳐질 것이란 암시를 강하게 주는 1권을 보며, 총 3권으로 이루어진 이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자못 기대된다. 오히려 결말보다는 그 전개 방식이 더 기대되는 작품이랄까.

어서 2권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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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의 지름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3
나가시마 유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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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가시마 유의 소설은 에로망가 섬의 세 사람으로 처음 접했다. 제목도 독특했지만, 다양한 소재들, 다양한 장르로 이루어진 그 단편집의 경우 작가의 실험성이라든지 이런 면이 돋보였다면, 유코의 지름길은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진행된다. 우리 주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총 7편이 연작형식으로 수록된 유코의 지름길은 앤티크 가게 후라코코를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처음 이 책을 몇 장 읽었을 때는 유키야 쇼지의「도쿄밴드왜건」이나 가와카미 히로미의「나카노네 古 만물상」이 생각났다. 두 편 모두 옛물건(헌책이나 고서, 혹은 사람들이 쓰던 물건)과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작품과 좀 달랐던 점을 보자면 유코의 지름길은 좀더 조용하고 차분하다고 해야할까. 도쿄밴드왜건은 시끌벅적 왁자지끌 가족 중심의 이야기에 헌책과 관련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카노네 古 만물상은 고물상에 진열된 여러가지 물건들에 대한 사람들의 추억과 나카노씨를 비롯한 등장 인물들의 이런 저런 사랑 이야기로 분위기는 유코의 지름길 보다 더 발랄한 편이었다.

유코의 지름길의 목차를 보면 각 등장인물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중심 인물이 그 사람일 뿐이지, 그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차피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겹쳐지게 마련이고, 그게 여러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언뜻 모두 평범해 보이지만, 각기 다른 인생을 짊어 지고 사는 그들. 사실은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이란 것 자체가 없는 게 아닐까. 개개인의 인생이 따로 있고,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행동이 다 다르기에 세상엔 똑같은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작품의 화자인 <나> 역시 후라코코에서 일하면서 그곳 2층에 얹혀 사는 인물로, 긴 인생의 어느 부분에서 잠시 그곳에 머무른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것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단지 잠시 쉬어가는 곳이랄까.

사장인 마키오씨도 늘 느긋하며 서두르는 법이 없고, 그 덕분에 앤티크점 후라코코는 그곳을 스쳐 지나가는 여러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과 숨 돌릴 틈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외 유코의 지름길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 대분분이 그렇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감을 주는 인물이지만, 그들의 인생은 나름대로 복잡하고 오묘하다. 다들 각자의 삶을 꾸려 가지만, 왠지 그들에게선 날카로운 긴장감을 느낄수는 없다. 어쩌면 작가가 의도했던 것도 그런 부분인지 모르겠다. 눈이 핑핑 돌아가는 것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느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어디 한군데 쯤은 편안함과 여유로움을 제공하는 공간의 존재에 대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사람들과의 관계도 인스턴트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요즘, 후라코코의 손때 묻고 사연있는 그 물건들 사이에서 우리는 여유로움을 슬쩍 훔쳐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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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러브 - 뉴 루비코믹스 778
니시다 히가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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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시다 히가시는 처음으로 접해 본 작가다. (내공 부족)
게다가 작화도 그닥 내 타입이 아니라 구매할까 어쩔까를 생각하던 중, 일단 어떤지 한 번 시험해 보자하는 기분에 주문을 했다.

일단 책 앞뒤표지를 훑어보던 중,
내 눈에 꽂힌 이 한마디.
마피아 X 정치가의 비서.
오호라.. 이거 흥미진진하겠는데....

이제껏 야쿠자물은 많이 접했지만(마피아도 몇 번 접했다), 그 상대가 정치기의 비서는 처음이다. 그래서 일단 상상을 해봤다. 마피아라면 어떤 마피아일까하는.
보통 야쿠자물이나 마피아물을 보면 간부급이나 보스 후계자들이 주로 등장했으므로, 요번 것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보기 좋게 땡!!!

마피아 주인공인 잭은 말단중에서도 제일 말단이다.
하지만, 또 그런 잭에게도 아픈 사연이 있었으니... 어린 엄마에게 버림받고 살던 잭이 의지할 곳이라곤 이런 폭력단밖에 없었다는 거다. 사실 배경없고 돈 없는 어린 잭이 사회의 틈바구니에서 살아 남기 위해 마피아가 되었고, 지금은 말단으로 푸대접을 고스란히 참아낸다.

그에 비하면 정치가의 비서인 신카이 타카히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경우다. 사실 지금 아버지는 양부로 타카히로를 이용하고 있지만...

하여간, 타카히로의 양부를 납치하려던 마피아가 실수로 타카히로를 납치하고, 잭이 그를 감시하면서 벌어지는 일들과 타카히로의 양부가 타카히로의 몸값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목숨이 왔다갔다할 지경에 이른다.
그런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잭과 타카히로는 미묘한 분위기로 들어가게 된다.

일단 1권은 보스를 배신하고 잭은 타카히로와 함께 도망치는 것으로 끝난다. 타카히로는 잭에게 일본으로 같이 갈 것을 권하는데.....

앞으로가 더 흥미진진해질 것 같다. 일단 봐서는 일본으로 건너갈 것 같고, 잭은 보스를 배신했으니 아마도 계속 쫓기게 되지 않을까. 게다가 양부에게 배신당한 타카히로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래저래 아직 풀어가야 할 이야기가 많아 보이고, 이 둘의 마믐의 행방이 어떻게 될지도 궁금하다. 타카히로에게 일본은 자신의 고향이지만, 이날 이때까지 슬럼가에서 자란 잭이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좀 된다. (개인적으로 두 주인공 중 잭이 더 마음에 든다)

아, 그리고 이 책에서 둘의 탈출을 도와준 보스의 애인.
첨엔 엉덩이 가벼운 여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멋지게 둘의 탈출을 도운다.
그러나 둘의 탈출은 성공했는데, 이 여자 무사할까?

어쨌든, 아직 1권이라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2권이 나올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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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속/우리 밖 박스세트 - 전2권 - 위니북스-X001
코노하라 나리세 지음, 안효진 옮김 / 위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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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코노하라 나리세의 이름만으로 주문한 책이다.
사실 책 정보도 다른 사람들의 리뷰도 하나도 보지 않았을 정도로, 신뢰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상자속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진다.
첫번째는 도우노와 키타가와의 만남과 형무소 수감생활, 두번째는 도우노의 출소이후 키타가와가 그의 행방를 찾기까지의 내용이다.

등장 인물은 여러 명이지만, 중심 인물은 도우노 타카후미와 키타가와 케이라는 남자다. 도우노는 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만원 전철에서 치한 혐의를 받는다.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그는 끝까지 항소하지만, 결국 패배하고 형무소에 수감된다.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때문에 억울하게 갇힌 도우노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부정적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미츠하시란 감방 동료와 친해지게 되고, 미츠하시를 전적으로 믿게 되지만, 미츠하시 출소후 그는 그의 부모가 미츠하시에게 사기를 당하게 되었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족마저도 벼랑끝으로 몰아가는 사태에 그는 죽고 싶은 심정뿐....

그때 다가온 한 남자, 키타가와 케이. 그는 표정도 없고, 말도 없다. 그러나 키타가와는 도우노를 여러모로 잘 보살펴 준다. 단지 고마워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키타가와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으며 자랐고, 그후 이모의 집에 가서도 짐승만도 못한 생활을 해왔다. 커서는 어머니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들어 왔다.

당연히 정이라고는 모르는 그가 도우노를 만나면서 사람의 정이란 걸 조금씩 배워간다. 바깥세상보다 형무소 안이 더 따뜻하고 좋은 곳이라 느끼는 키타가와를 보면서 정말이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오죽하면 바깥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할까. 오죽하면 바깥 세상보다 감옥안이 더 편하다고 할까.

무죄를 주장해도 피해자의 말만 듣고 가해자를 급조해내는 경찰과 감옥에서 만나 신뢰하게 된 사람에게 사기당한 부모. 타카후미는 평범한 인생을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런 두 사람은 처음에는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키타가와의 애정에 대한 갈구, 그리고 자신을 잘 돌봐주는 면에 점차 이끌리게 된다. 남자들만의 세상에서 어쩌면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은 육체적인 관계를 떠나 정신적으로도 교감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특히 난 키타가와가 도우노에게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사람의 온기라고는 이제껏 알지 못했지만, 도우노를 만난 후 사람의 온기가 얼마나 따뜻한지를 느끼게 된 키타가와는 도우노의 관계는 점차 친밀해지지만, 도우노의 출소일은 점점 가까워온다.

도우노의 출소후,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새 키타가와도 출소한 상태로 도우노의 행방을 찾고 있지만, 행방이 묘연하다. 탐정 사무소에 의뢰한 것도 수차례. 결국 키타가와는 오오에라는 탐정에게 도우노의 행방을 의뢰한다.

도우노를 찾고 싶다는 일념만으로 자신이 사기를 당하는지도 모른채, 오오에에게 돈을 매주 가져다 주는 키타가와의 모습을 보면서, 오오에란 남자에게 얼마나 구역질이 치밀어 오른던지.... 하지만 세상은 늘 따뜻하고 밝지만은 않다. 즉 동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은 별로 없다.
무죄였지만 1년이상 복역하게 된 도우노도,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정이라곤 모르던 키타가와에게도 세상의 벽은 높고 차가웠다.

오오에에게 줄 의뢰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겨울옷을 팔고, 공장에서 일하는 것 뿐만 아니라, 막노동을 하고, 밥먹을 돈이 없어 곰팡이 핀 식빵을 먹어야 했던 키타가와를 보면서 너무나도 속상하고 애가 탔다.

생각같아서는 책속으로 들어가 오오에의 멱살이라도 잡고 먹은 돈 다 토해 놔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다행이 같은 감방 동료였던 시바덕분에 오오에가 도우노를 결국 찾게 되지만 말이다. 결국 도우노의 행방을 찾았을 때, 키타가와도 기뻤겠지만 나도 정말이지 기뻤다.


우리밖은 상자속의 속편으로 도우노와 키타가와의 재회, 그리고 두 사람의 생활이라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6년만에 만난 두사람. 키타가와는 변함없는 마음을 보여주고 같이 살자는 제안을 하지만 이미 도우노는 결혼을 해서 아이까지 있다. 그러나 키타가와는 도우노의 집근처에 이사를 오고, 그후 도우노 가족과 함께 식사를 같이 한다든지, 도우노의 딸 호노카와 놀아주면서 도우노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도 잠시, 호노카가 유괴 살해되면서 이들을 둘러싼 삶은 크게 바뀐다. 호노카는 죽음과 더불어 아내 마리코의 불륜사실도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도우노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닌 마리코와 이혼하고 키타가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된다. 

아이의 죽음, 아내의 외도로 크게 상처받은 도우노는 키타가와의 사랑으로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
키타가와는 자신이 일하는 공사장 주변에 떠돌아 다니는 개를 데리고 와서 키우며, 자신이 꿈꿔왔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우리밖에서는 힘들게 살아왔던 두 사람이 드디어 맺어진다.
변함없는 사랑과 믿음을 보여준 키타가와의 우직한 마음은 책을 읽는 내내 나 가슴을 따뜻함으로 채웠다.

힘든 시간을 보냈던 만큼, 아낌없이 사랑하는 두 사람. 물론 두 사람의 관계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좋은 친구사이이다.

상자속에서는 키타가와가 28살, 도우노가 서른이지만, 우리밖에서는 이 두사람이 점점 나이 들어 가면서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사람의 정이란 걸 몰랐던 키타가와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대하는지의 그 과정을 보여준다.
함께 보낸 세월이 20여년쯤 지나 결국 키타가와는 도우노보다 먼저 세상을 뜨게 된다. 솔직히 이 장면에서 얼마나 울컥하고 코가 찡해져 왔는지..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사실, 우리밖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돌았던 장면은 너무도 많다. 죽어서 다시 태어나 도우노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키타가와의 말이나, 자신이 먼저 죽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 키타가와를 자신의 양자로 입적시켜 가족무덤에 같이 묻힐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는 도우노의 모습에....

이 둘의 마음의 교류를 단지 사랑이란 단 한마디말로 정의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무한한 애정과 신뢰, 변치않는 마음등이 한데 뭉쳐진 것이 이들의 관계가 아닐까.

그외, 마리코의 아들 나오가 찾아왔을 때 도우노와 키타가와 그리고 나오가 보냈던 몇 년간의 여름방학 이야기도 무척 즐겁게 읽었다. 사실 이 부분은 내 입가에서 미소가 끊임없이 배어나왔던 파트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구성도 스토리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키타가와라는 사람의 인생극장을 본 느낌이라고 할까. 변함없이 우직하면서도 애틋한 키타가와의 사랑을 보며 세상에는 과연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세상이 아무리 자신을 차갑게 냉대해도, 사랑하는 단 한사람으로 인해 따뜻해진다면 무얼 더 바라랴. 

왠지 지금도 두사람은 하늘에서도 나란히 앉아 정담을 나누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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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뗌므, 까페.느와르 - 뉴 루비코믹스 890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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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시타 토모코는 최근 들어 좋아하게 된 작가 중 한 사람이다. 아직 몇 작품 접해 보지 못했지만, 보통 자기 취향에 맞는 작가는 한 두작품만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엔 취향이 아닌 것 같아도 작품에 따라 좋고 싫음이 결정되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제껏 읽어 본 야마시타 토모코의 작품에 관한 느낌은 과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으면서, 가끔은 코믹하고, 또 가끔은 애절함을 준다는 것이다.
그건 독자에게 강요되는 감정이 아니다. 등장 인물의 감정은 자연스럽게 흐르면서도 신파 분위기는 하나도 없는데, 묘하게 슬프고 애달프다. 어떤 때는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에 더욱 슬퍼지고 가슴이 아파져 온다.

쥬템므 카페 느와르도 그런 작품이다.
이 단편집 속에는 표제작을 포함해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어느 것 하나 과하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여백이 주는 느낌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고, 그 대상들에게 감정 이입이 자연스럽게 된다고 할까.

총 6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자체도 그렇다. 누구나 돌아 볼만큼의 미모를 가졌다거나, 재벌이라든가, 독특한 직업을 가졌다거나 하는 사람은 없다. 어느 곳에나 존재할 것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엮어가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들은 현실에 발을 딛고 존재한다.

동성인 친구에게 고백을 받았을 때, 노말인 친구는 당황스러워 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마치 네 고백을 기다렸다는 분위기는 없다. 억지로 키스등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 네 덕분에 다른 세상을 알았어라고 쌍수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도 없다.

친구에게 고백을 하는 쪽이나, 그 고백을 받는 쪽이나 어느 쪽이나 조심스럽다. 사실 남녀 사이에서도 고백이란 건 큰 사건인데, 동성 사이에서는 오죽 할까. 여기에는 친구에게 커밍 아웃을 한 등장 인물도 있다. 또한 친구가 좋아한다는 말을 우정의 표현이라 받아들이는 등장 인물도 있다. 그러나 단지 고백을 받았다고 해서 과장스럽게 상대방을 멀리하거나 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조심스럽게 서로를 대한다.

여러 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라면 어떤 건 마음에 들고 어떤 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난 여섯편의 단편이 전부 마음에 들었다. 표제작인 쥬템므 카페 느와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서로의 마음이 다른 두사람(한 사람은 사랑, 한 사람은 우정), 떠나버린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 옛날 일이 여전히 가슴속에 상처가 되어 남아 있는 사람 등등 그 등장 인물을 둘러 싸고 있는 배경들도 각각이다.

그러나, 그 속을 질러 가는 큰 흐름은 사랑이란 이야기이다. 사랑이란 것은 그 자체가 묘한 점이 많아 행복과 기쁨을 주기고 하고 상처와 고통을 주기도 하는 양면의 칼과 같다. 그런 사랑의 여러 가지 모습을 다양한 소재로 풀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하드한 BL물을 접하는 사람이나, 극적인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약간 지루할 수도 있지만, 소프트 BL물이나 BL을 처음 접하는 사람, 그리고 잔잔하면서 가슴에 찡하게 여운을 주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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