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워터는 요시다 슈이치의 데뷔작인 최후의 아들(원제: 最後の息子)에 함께 실렸던 작품으로, 고등학교 수영부를 소재로 한 중편 소설이다.
일단 책을 펴서 작가 약력을 보고 원제를 살피는 것이 내가 번역본 책을 읽는 순서인데, 영어로 씌어진 제목을 보고 의아했다. 그 이유는, 제목이 번역본과 완전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저런 검색을 해보니, 일본에서는 최후의 아들과 함께 출판되어 나왔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최후의 아들과 워터가 따로따로 출간된 것이었다. 
이왕이면 일본에서 출간된 것과 마찬가지로 함께 묶여져서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좀 든다. (워터는 양장본이지만, 지나치게 얇다)

각설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이제껏 읽은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일요일들, 요노스케 이야기, 동경만경, 악인의 네편으로 아직 네 편밖에 되지 않고, 워터가 다섯번째이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책을 읽을때마다 받는 느낌이 모두 달랐다는 것이다.

연작 소설인 일요일들은 잔잔한 감동을, 요노스케 이야기는 코믹함과 감동을, 동경만경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고, 악인의 경우 섬뜩함과 동시에 세상에 진짜 악인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하는가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다.
워터는 책 표지부터 짙은 푸른 색이 주는 시원함과 모자이크로 만들어진 동글동글한 제목이 책의 분위기를 짐작케 해준다.

고교 수영부 멤버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소설은 열혈 청춘 소설이다. 풀로 뛰어드는 순간, 모든 것을 잊고, 오직 수영에만 매달리는 주인공들. 그러나 그들에게는 각자 여러가지 사정이 있다.

료운은 반년전 형이 사고로 죽은 후 어머니마저 그 충격으로 정신적 공황 상태를 겪고 있고, 게이치로의 여자친구 후지모리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 게이치로는 여자 친구가 있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고스케는 게이치로가 자신을 좋아하는 듯 해서 고민중이다.

하지만, 그것은 수영장 밖에서 벌어지는 고민. 그들은 수영장에서만은 모든 것을 잊고 열심히 팔다리를 저어 앞으로 나간다. 수영 대회에서는 물론 라이벌과의 경쟁도 있지만, 어차피 모든 스포츠란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 아니겠는가. 조금이라도 기록을 단축하고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자신을 단련해 나가는 십대 소년들.

이들을 보면서 난 이들처럼 무언가를 위해 자신의 정열을 온전히 쏟아 부은 적이 있나하는 고민을 해본다. 특히 수영의 수자도 모르던 쇼고가 수영을 시작하고 마의 100m완주를 한 순간 나는 쇼고에게 마음속으로 열렬한 응원과 박수를 보냈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두려움, 그 앞에서 우리는 겁쟁이가 된다. 그리고 실패를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더욱 더 겁쟁이가 된다. 그러나 그 실패를 딛고 다시 한발 나설 때 느끼는 희열이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겠지.

이 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용기,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열정, 그것이 비록 더이상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 될지라도 끝까지 완수하는 모습은 눈이 부셨다. 창문 넘어로 들어오는 햇살의 눈부심이 푸른 수영장물에 비쳐 더욱 빛이 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소년 소녀들 모두 그렇게 빛나는 존재다.

가볍고 발랄한 필체로 서술되면서도 삶의 묵직한 일깨움을 주는 워터는 마지막 장의 짜릿한 흥분과 더불어 우리가 잊어 버리고 살았던 청춘 시절의 꿈과 희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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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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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제목에 확 끌려서 구입한 책이다. 뭔가 으스스하고 비밀이 가득 숨겨져 있을 것 만 같은 제목인 <뼈 모으는 소녀>. 책에 대한 정보도 보지 않고, 주문부터 한 책이라 나중에서야 10개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란 것을 알았다.

기담고딕총서는 이걸로 네 번째인데, 전부 만족스럽게 읽었던지라 이 책도 기대가 컸다. 그리고 역시나 만족스럽게 읽었다. 

이 단편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우리 주위에 있을 법한 사람들같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평범함이란 것 자체를 거부한다.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무서운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또 기괴한 일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 주인공들 하나같이 엉뚱하다.
<지하실의 보트>는 은퇴 후 할 일이 없어진 노인장이 지하실에서 배를 만들어 놓고 강에서 배를 탈 꿈을 꾸지만,다 만들고 나니 배가 너무 커서 지하실 문으로 나갈 수 없다. 이런이런! 결국 지하실에 터널을 파고 홍수가 나길 기다린다나 뭐라나.. 근데, 그런 노인들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거다... 첫 작품부터 허를 찌르고 들어오는 통에 어찌나 웃었던지....

<피어스 자매>는 어떻게 보면 무시무시한 작품이다. 사람을 훈제해서 같이 살다니...그러나 그녀들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거릴수도?!

<외계인 납치사건>은 엉뚱한 생각에서 비롯된 아이들의 집단 행동때문에 무척이나 즐거웠고, <강 건너기>는 그 장면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니 미친듯이 웃음이 터졌다.... 게다가 관이 물에 빠진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더더욱!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는 은근한 슬픔이 느껴지는 단편이었다. 어느 날 집을 나와 숲속에서 살아가는 아이. 그러나 결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숲에 머무르게 되는데,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던 작품이었다.

마지막 단편인 <단추도둑>은 단추도둑인 말과 소녀의 기싸움에 한참을 웃었던 작품이다. 특히 말의 표정을 묘사한 장면에서는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기묘하면서도 엉뚱하고, 무서우면서도 안타깝고, 한번에 여러가지 감정을 맛보게 해준 <뼈 모으는 소녀>. 역자가 쓴 <작가에 대하여>에서도 나왔듯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유쾌한 이야기가 우리를 새롭고 기묘한 다른 세상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또한 데이비드 로버츠의 삽화는 이 책에 나오는 단편들의 내용을 한번에 보여주는 듯한 점이 일품이다. 삽화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도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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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밤거리를 헤엄치다 - 뉴 루비코믹스 807
사쿠라가와 소노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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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딱 이 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제목이 넘 예뻐서 그리고 기모노가 등장해서 엄청 기대를 했다.

사실 난 기모노를 입은 남자 주인공에게 모에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국연애상열지사를 본 후 시작된 것 같은데, 하여간 공이든 수든 기모노를 입은 미남자만 보면 정신줄 놓기 일쑤다. 역시 이 책 표지에도 기모노를 입은 수가 등장해 내 시선을 확 빼앗아 버렸고, 난 별 생각없이 주문을 했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제목에 못미친다.
이 책에는 총 세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메마른~>은 근대물, <꽃의 번뇌~, >는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대물이다.
<카리스마~>만이 유일한 현대물로, 한 권에서 중세, 근대,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어찌보면 행운일 수도 있지만, 어찌보면 시대가 너무 동떨어져 집중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게다가, 보통 단편들은 스토리 전개가 빠른 편이란 것은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그러나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다.

<메마른~>의 경우 구 화족과 그 집에서 일하던 하녀의 아들이 어른이 되어서는 유곽의 포주와 유곽의 상품이 되어 만나는 경우인데, 너무 뻔한 스토리라 고개가 절레절레. 구 화족의 아들인 키쿄같은 경우 전형적인 오코짜마에다가 봇짱 캐릭이다. 으악!! 정말 내가 젤 싫어하는 타입이랄까. 유곽의 포주인 테루마사의 경우 S성향이 캐릭이 약간 보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하다. 서로 좋아했는데, 이 도련님이 쑥스러워서 테루마사를 거부했다던가 뭐라나.. 하여간 너무 식상해서 질렸다.

<꽃의 번뇌, 사랑의 연희>는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주인공들이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여, 내 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이들도 마찬가지. 서로 좋아하게 되는 과정보다는 씬에 집중되어 있다. 즉, 이들의 사랑에도 공감이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카리스마를 사랑하여> 같은 경우,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바로 프로 핸들러라는 것인데, 예전에 내가 일하던 분야와 연계되는 분야라 흥미롭게 봤다. 하지만, 이것도 스토리는 빈약하다. 왜 갑자기 서로 삐리리 좋아하게 되냐구.....

전체적으로 스토리보다는 H씬에 집중된 느낌이다. 기모노 같은 의상에서 받는 아름다움이 유일한 볼거리랄까... 사실 난 지나친 H씬은 질색이다. 그것도 빠르게 진행되는.... 게다가 어울리지 않게 촉수 씬까지... 
하여간, 난 이 책에 그다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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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끽연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8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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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단편집은 츠츠이 야스타카가 직접 선택한 자신의 단편 모음집이다.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그 단편들은 장르도 다양하며, 츠츠이 야스타카 특유의 블랙 유머와 그 감각들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이 책에는 SF를 기반으로 씌어진 작품도 있고, 자신을 모델로 삼아 쓴 작품도 있고,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도 있는 등 츠츠이 야스타카의 여러가지 작품 성향을 만끽할 수도 있는 단편집이다. 그러면서도 유머와 풍자를 빼놓지 않는다.

<급류>의 경우는 인간의 문명의 발달 과정에 따른 시간의 흐름을 묘사한 단편인데, 인류 발생 이후 느릿하게 발달해 온 인류 문명이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하여 눈부시게 성장해 왔기때문에 시간도 그에 맞춰 빠르게 가속화되지만, 인류 문명 발달은 어느 시점에서 다시 느리게 흘러가는 반면, 시간은 여전히 가속화되어 인간들이 그 시간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이 단편의 줄거리이다.

인간은 앞만 보고 과학 기술 문명의 발달에만 집착한 나머지,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을 잊어 버렸다. 하루가 멀다하고 세워지는 고층 빌딩, 그리고 이제는 우주까지 발을 넓혀가고 있는 인간들에 맞춰진 자연의 시간은 더이상 인간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마지막 시간이 폭포처럼 떨어진다는 마지막 문장에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지만, 결국 쓴웃음이 지어졌다. 인간은 지금도 이 세상의 시계를 미친듯이 돌려대고 있지만, 의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최후의 끽연자>는 금연합시다라는 취지에서 씌어진 글이 아니다. 이 단편은 헤비 스모커이기도 한 작가 자신을 모델로 하고 있다. 금연 파시즘으로 인해 흡연자들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지만 이 단편의 주인공은 꿋꿋이 흡연을 하고 있다. 그러나 흡연자들에 대한 비정상적인 탄압으로 결국 마지막 끽연자가 된 주인공에게 남겨진 선택은!?

이 소설은 다수의 횡포에 억압당하는 소수를 그리고 있다. 물론 흡연이 권장할 것은 아니고, 나도 흡연자를 싫어 한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정도 선을 지켜주고 예의를 지켜준다면, 남들이 담배를 피든 말든, 페암으로 일찍 죽든 말든 상관은 없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든 안 피우는 사람이든 어느 쪽이 다수가 되건 간에, 단지 다수란 이유로 소수를 폭력으로 억누르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이 단편을 보고 금연을 결심해야 겠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 소설이 말하는 바와는 좀 다를지도 모르겠다. 

<노경의 타잔>은 읽으면서 진짜 많이 웃었다. 나이 든 타잔이 이 단편의 주인공인데, 이젠 늙어서 변변치 못한 생활을 하는 타잔이 착한 타잔에서 나쁜 타잔으로 변신, 인생의 활력을 되찾는다는 소리다. 정글의 영웅처럼 지냈던 타잔의 변모한 모습이라..... 사람이 늙으면 심술맞아지는 사람도 있는데, 노경의 타잔은 그런 타입이 아니었을런지...

<혹천재>는 등에 벌레를 부착하고 아이큐를 두 배이상 높이는 사람들 이야기이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똑똑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법이라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양산된 천재가 넘쳐나다 보니 천재도 더이상 천재가 아니다.

게다가 자신의 자식의 바람 따윈 무시하고 자식을 엘리트로 만들고 하는 부모의 모습. 현대 사회의 문제를 비스듬하게 찔러 대고 있는 작품이다.   

<야마자키>와 <망엔 원년의 럭비>는 시대물이다. <야마자키>같은 경우 전국시대 무장인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오다 노부나가의 죽음이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어떤 처세술을 썼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처음엔 역사물처럼 시작하다가 갑자기 전화가 등장하고 신칸센이 등장하는등 갑자기 기묘한 이야기의 사무라이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아마도 그때 등장한 것은 휴대 전화였던 것 같은데... 하여간,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문명의 이기가 기묘하게 조합되어 있었다.

<망엔 원년의 럭비>는 사무라이 픽션이 생각났다. <야마자키>같은 경우는 확실히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작품인 것은 알겠는데, 이건 좀 애매하다. 하여간, 닌자들도 등장하고, 생뚱맞게 럭비도 등장한다. 알고 보니, 1940년대 파리 상공에서 휑하니 사라진 비행기가 이 시대의 일본에 왔다나 뭐라나. 그리고 그 비행기에는 럭비 선수들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상실의 날>같은 경우는 와라이라는 남자를 중심으로 그의 망상 폭주를 그린 작품이다. 24세까지 동정으로 살아온 그가 동정을 상실하는 날에 벌어진 이야기들로 혹시 모든 남자들이 이런 거 아니야~~라는 의심을 품게 한 작품이었는데, 난 와라이에게 와라이(笑い, 비웃음)를 날려줬다. (와라이라는 성과 비웃음 혹은 웃음이란 뜻의 와라이가 발음이 같다. 일종의 말장난이니 그냥 넘기시길...)

<평행세계>같은 경우는 일본의 3대  SF작가에 손꼽히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SF적 성향이 가장 짙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평행으로 이루어져 버렸는데, 그 평행 세계에서 나는 여러 명의 나와 만난다.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평행 세계에서 미묘하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묘사한 작품이다.

만약 정말 평행 세계가 존재하고, 그 평행 세계가 맞닿아 겹쳐지면 어떤 일들이 생길까.
문득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들긴 하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결국 내가 발딛고 사는 세상이 가장 좋은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츠츠이 야스타카의 책은 읽을 때마다 놀라게 된다. 수없이 많은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넘나들며, 표현되는 그만의 유머 감각은 가끔은 간담을 서늘하게도 하고, 가끔은 폭소와 폭주를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이 대부분 1970년대에 씌어진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2000년대와 동시대성을 이룬다. 보통 몇 십년 전에 씌어진 작품들은 어느 정도 시대성이 떨어지게 마련이지만, 츠츠이 야스타카의 책은 항상 동시대성이란 것과 시대성 초월이란 부분을 함게 가진다. 즉 그말은 몇 십년전의 소설이지만, 현재 읽어도 재미있고, 또 몇 십년이 더 지나 읽어도 재미있을 거란 말이다. 물론 이는 개인적인 취향과 판단일 수 있겠지만, 시대를 아우른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독자가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츠츠이 야스타카라고 하면 제일 먼저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파프리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그외의 작품 특히 단편집이나 쇼트쇼트도 꼭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그만의 표현으로 풀어내는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는 블랙 유머와 풍자로 세상을 조롱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독자에게 자신과 같은 시선을 가지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책을 읽는 순간 만큼은 유쾌하고 즐겁게 츠츠이 월드에 푹 빠지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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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8
이종호 외 9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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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공포소설을 참 좋아한다. 마니아 층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많은 종류의 공포 소설을 읽었다. 한때는 인터넷 공포 소설에 푹 빠져서 밤이면 밤바다 웹사이트를 헤매고 다닌 기억도 많다.

요즘은 공포 소설보다는 추리 소설 쪽등 다른 장르에 푹 빠져 살다 보니 공포 소설을 접할 기회가 드물지만, 그래도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고딕 소설류나 외국 공포 단편들이 실린 소설은 여전히 내 책장에서 적지 않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난 우리 나라 공포물에 대해서는 그다지 기대가 없었다. 영화도 소설도 무조건 잔인하기만 하지 내용이 별로 없었다고 할까. 그래서 그런지 한국 공포물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지만, 요번에 좋은 기회가 있어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1권과 2권을 구입했고, 일단 1권을 다 읽었다.

총 10명의 작가, 10편의 단편이 실린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1권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귀신이나 유령이 나오는 공포물이 아닌 현실에 기반을 둔 공포이다. 

실제로 사회 문제가 되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를 다룬 은둔, 과학기술, 특히 유전 공학  발달로 인한 인간 실험을 다룬 깊고 푸른 공허함이나 SF적인 모티브를 끌어 넣은 하등인간, 싸이코패스를 다룬 들개 등등이 각 소설의 소재가 되고 있다.
 
그외에도 해리성 인격 장애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아내의 남자, 현대인들의 조급함이 만들어낸 교통 지옥에서의 양보없는 싸움을 다룬 일방통행, 일회성 만남을 가지는 남녀와 몰래 카메라가 등장하는 모텔 탈출기등 이 단편집 10편에 나오는 모든 단편의 소재는 겹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젊은 신세대 작가들 뿐만 아니라 한국 공포 소설계에서 단단한 입지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까지 여러 작가들의 다양한 소재가 그려내는 다양한 재미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소설은 너무나도 욕으로 일관되어 있어 눈쌀이 저절로 찌푸려졌고, 스토리 전개 방식이나 그 전개 방식의 억지스러움이 눈에 띈 작품도 있었다.
또한 신체 절단을 통해 살인을 은폐하려는 수법이 많이 등장해 좀 지겨운 감도 있었다.
그리고 또하나, 작품의 짜임새는 참 좋은데, 중반부부터 결말이 빤히 보이는 작품도 있었다.

그런 것을 제외하고 본다면, 전체적으로 볼 때나름대로 잘 씌어진 단편들이다.
특히 감옥은 분량은 짧지만, 마지막 반전이 섬뜩했고, 모텔탈출기는 마지막 반전에서 웃음이 피식하고 나버렸다. (반전이 반전같지 않아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 반전이라서)

이 단편들은 슬래셔(혹은 스플래터) 무비 같은 느낌의 단편이 많다. 즉, 살육 장면이 눈에 띄는 게 많은데, 좀더 인간 심리에 접근해 공포감을 주는 단편들이 좀더 실렸으면 좋겠다는 그런 바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 이게 1권이다 보니 그 후에 출판된 책들에 대해서도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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