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를 하고싶어 - 뉴 루비코믹스 770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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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는 지금껏 읽었던 야마시타 토모코의 작품 중(그래봤자 이제 네권째이지만) 젤로 마음에 들었다. 물론 다른 작품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단편집에는 총 4편이 실려 있는데, 그 느낌이 사뭇 달라 더욱더 즐겁게 읽었다.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는 우연히 고백했다가 그 사랑이 이루어진 이야기이다. 거절당할 걸 알면서도, 아니 오히려 거절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좋아한다는 고백을 한 남자, 미나리. 그는 이제껏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했고, 연애를 한다손 쳐도 상처를 받아 진지한 관계가 되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노말인 신카와가 의외로 미나리의 고백을 순순히 받아 들인다.
그렇게 되니 오히려 당황스러운 건 미나리. 미나리는 신카와의 적극적인 대시에 움츠러 들지만, 신카와는 꿋꿋하다.

보통 게이였던 남자쪽이 적극성을 가지고 노말인 남자를 그쪽 세계로 끌어들이기 마련이지만, 이 경우엔 노말이라 생각한 남자쪽이 더 적극적이다. 색다른 전개 방식에 오호라, 이거 흥미로운데... 라는 생각이 이 단편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이 둘을 보면서, 고백에서 시작해 연애를 시작하고, 연애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면서 덩달아 내 마음도 이 둘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뭐랄까, 난 보통 BL물을 보면서도 주인공에게 반한다거나, 그들의 사랑을 동경해 본 적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 둘의 모습을 보면서 문득 연애가 하고 싶어졌다. 그만큼 순수하고 알콩달콩 귀엽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래서 서로 좋아하게 되면 같이 있고 싶고, 만지고 싶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진다. 그러한 과정을 코믹한 요소를 섞어 달콤하게 잘 표현했다. 특히나, 미나리의 감정적 변화가 눈에 많이 눈에 띈다. 불안해하지만 그래서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열심히 사랑하고 싶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그들.

그러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서로 사랑하는 것을 공개하기 힘든 건 당연한 일이고, 어쩌면 언젠가는 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아픈 기억이 언젠가 생겨날지도 모르겠지만, 사랑이란 건 원래 그런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헤어짐이 아파 사랑을 못한다면 그건 바보다. 사랑은 함께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까, 어차피.

두번째 작품인 <RE : hello>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여고생인 조카의 눈으로 본 삼촌의 이야기인데, 애절한 느낌이 강한 단편이었다.

식기도 두 벌씩, 핸드폰도 두 개, 삼촌이 피는 담배와 그 누군가가 피웠을 담배.
삼촌의 집엔 모든 것이 두 개씩이다. 그리고 초인종이 울릴 때마다 삼촌은 어차피 택배일거야라고 하면서도 급하게 뛰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삼촌의 낡은 핸드폰속에서 발견한 건, 차마 보내지 못한 문자들.. 그건 벌써 4년분이나 쌓여 있었다.

굉장히 애절한 단편이었는데, 미송신된 문자를 보고 나도 조카와 함께 울컥했다.. 조카는 엉엉 울었지만, 난 가슴이 아리고 코끝이 찡해졌다. 이제는 더이상 오지 않을 사람을 여전히 그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기다리는 한 남자. 그의 시간을 공유할 누군가가 얼른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February messanger>는 두 번째 단편을 읽고, 한껏 감정이 고조되어 있던 나를  갑자기 자지러지게 웃게 만들었다.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쉽사리 고백하지 못하는 친구 사이의 이야기인데, 어찌나 귀엽던지... 읽는 내내 큭큭댔다.

특히나, 산타 모자를 쓰고 있다가 아이들에게 봉변당하는 순간, 나타는 친구..
헬멧을 내밀고 얼른 타라고 했는데....
밑의 그림을 보니 자전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플정도였다. 정말이지 귀엽고 발랄한 단편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Spank Swank!>는 게이이지만 취향은 노말인 남자와 헤테로 섹슈얼이지만 취향은 M인 남자의 이야기이다. 서로 자신의 성벽이나 취향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두 사람이야기인데, 코믹하면서도 세상의 편견때문에 상처받았던 남자의 이야기이다. 은근히 웃겨주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네 편 모두, 소재가 하나도 겹치지 않는다.
두근거림을 주는 작품도 있었고, 애절한 작품도 있다. 귀엽고 발랄하면서 웃음 폭탄을 안겨주기도 했고, 은근한 웃음을 준 작품도 있다.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 없을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야마시타 토모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정말 좋아할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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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제1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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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제목부터 눈길을 확 잡아 끈다.
나를 파괴할 권리.
나를 스스로 죽일 권리.
내 목숨을 스스로 끊을 권리.
즉 자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내용은 음울하고 어둡고 차갑다.

책장을 넘기면 우리는 세장의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과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디트 1>, 마지막은 들라크루아의 <사르다나팔의 죽음>이다. 이 세 가지 그림은 모두 죽음과 관련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 누군가를 죽인 사람, 학살의 현장 등 모든 그림은 죽음과 관련되어 섬뜩하고 기묘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워 보인다. 특히 클림트의 <유디트 1>의 경우에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른 후 그 머리를 손에 든 유디트의 표정이 황홀하기까지 하다.
내가 그림에 대해 먼저 언급한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소제목들이 이 그림들의 제목을 그대로 따왔거나 등장인물의 별명처럼 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등장 인물은 많은 편은 아니다.
일단 책 해설에서 언급된 명칭인 '자살안내자' 혹은 '자살 청부업자'라 일컬어지는 나와 형제인 K와 C, 형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던 여자 유디트(세연), 그리고 형인 C와 미묘한 접점을 가졌던 여자 미미, 그리고 자살 안내자인 <나>다 유럽에서 만난 홍콩 여자가 전부다.

그리고 이 소설은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바로 소설 속에 또다른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것은 자살 안내인인 <나>가 <나>의 앞에서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처럼 작성한 것으로 이런 것은 액자형 소설의 전형적인 모습이나, 구조는 단 이중 구조일뿐이라 복잡하지는 않다. 오히려, 본 이야기와 본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소설이 교차되어 나오는 것이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마라의 죽음>은 소설의 화자인 <나>란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다. 고객을 찾는 방법, 그리고 그 고객을 완전한 자살로 이끄는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유디트>의 경우 형제인 K와 C 사이에 머물던 여자 유디트(세연)에 대한 이야기로, 그녀는 원래 동생K의 여자였지만, 결국 C를 택한다. 그녀가 C를 선택한 이유는 그녀 자신만이 알겠지만, 그녀는 C에게 구원을 원했다. 하지만, 철저하게 이기주의자인 C는 그녀의 눈빛을 외면한다.

<에비앙>에서는 유디트(세연)의 이야기와 홍콩여자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면서 반복된다. 여기에서는 유디트(세연)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 있는데, 그녀는 결국 스스로를 파괴할 권리를 누렸다. 

<미미>의 경우 행위예술가로 이름을 날리는 한 여자와 C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C에게 어떤 구원을 바랐다. 그러나 C는 미미 역시 외면하고, 자신이 작업한 화면속의 미미에게만 푹 빠져있다. 그에게 있어서 실체보다 그런 영상속의 존재가 훨씬 더 가치가 있었을런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이기적이며 나르시시스트인 C. 그에게 구원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을지도 모르겠다. 

<사르다나팔의 죽음>은 미미의 마지막을 기록하고 있는 부분이다. 결국 그녀도 아무런 구원을 받지 못한채 스스로를 파괴해 버렸다. 그것만이 자신이 마지막으로 누릴수 있는 권리인양.

자살을 도와주는 사람과 자살하는 사람.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타인들에게 자살에 대한 환상을 주고 부추김을 하며, 자살의 길로 이끄는 사람이다. 하지만, C는 결국 세연과 미미라는 두 여자가 자살을 마음 먹게끔 만든 장본인이다. 물론, 그가 그녀들에게 자살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것은 아니다. 그는 어떻게 보면 방관자이지만, 그 방관이 그녀들의 자살에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였다.

작품을 읽으며 내내 우울했던 건, 왜 그녀들이 하필이면 C와 같은 사람에게서 구원받기를 원했냐는 것이다. 그녀들이 좀더 다른 선택을 했다면, 그녀들은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아닌 자신을 지킬 권리를 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중 화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환상속에서 속삭이는 악마인지 분간이 잘 안간다. 실제로 여행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집에 머물렀던 흔적을 지우고, 사람들이 자신을 파괴하는 순간을 지켜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실존하는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하나는 - 그가 인간이든 악마의 하수인이든-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밝은 희망의 빛이라곤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스로 구원하지 않고, 남에게 기대서 구원을 바라는 마음 속에서 이미 그 희망의 빛은 싸그리 사라져 버린 게 아닐까. 그리고 그는 그러한 사람들을 찾아 죽음의 길로 종용하는 것이다. 마치 사냥감을 찾아 헤매는 사냥꾼처럼. 그리고 사냥꾼이 한번 점찍은 사냥감은 결코 그 손아귀를 빠져 나가지 못하리라.

그러나 사냥꾼이 아무리 눈빛을 번득이고 있다 해도,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그의 화려한 언변도 우리들이 품고 있는 한가닥 희망의 불씨마저는 꺼뜨리지 못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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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2 - 두 번째 방문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0
이종호 외 8인 지음 / 황금가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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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포문학 단편선 2권은 1권에 비해 편수는 한 편이 적지만 분량은 더 많다. 1권은 짤막짤막한 단편이 몇 편 실려 있었고, 대부분 스플래터였다면, 2권은 좀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권은 현대의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공포물이 다수를 차지한다.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어떤 초자연적인 공포와 관련된 작품도 몇 작품 있지만, 결국 그것도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간 내면 심리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첫번째 작품인 <벽>의 경우 층간소음을 소재로 삼고 있다. 요즘은 단독 주택보다는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같은 공동 생활 공간에서 사는 가구가 늘다 보니, 층간 소음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 단편에서는 층간 소음과 관련해 초자연적 현상까지 끌여 들여 그 공포의 폭을 확대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캠코더>는 병원을 배경으로하고 있는 단편으로, 늘 죽음의 공포가 지배하는 병원의 음울한 분위기를 담아 낸다.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캠코더에만 보이는 어떤 존재, 그것은 저승사자인가, 아니면 인간의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만들어낸 환상인가.

<길 위의 여자>는 공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할 법한 이야기이다. 우연히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 타게 된 남자가 납치 감금되어 무서운 일을 겪는다. 어떤 기이한 생명체의 장난감으로 농락을 당하고 죽음의 위기에까지 몰리는 남자. 그에게 남은 선택은 어떤 것이 있을까.

<드림머신>의 경우 연인이나 친구인 두사람이 서로의 꿈을 공유하는 기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꿈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만큼, 이 이야기는 현실성보다 허구성이 짙은 작품이다.

<통증>은 아내의 실종 후 신체적 변화를 겪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날 자신의입속에 새로운 치아들이 돋아 나고, 손가락이 더 생겨나는 등 기묘한 일들이 생겨 난다. 결국 자신이 죽인 아내의 몸이 남편의 몸에서 되살아난다는 줄거리인데, 과연 이것은 과연 이 남자의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아내의 원한 때문인 것일까. 그러나 더이상의 언급은 없으며, 전적으로 독자에게 판단을 맡기고 있다.

<레드 크리스마스>는 빈부 격차에 따른 갈등을 소재로 그려진 단편이다. 요즘 한국 사회는 분양 받는 아파트냐 임대 아파트냐에 따라 일종의 계급이 나뉘어진다. 바로 그런 문제를 소재로 삼고 있는데, 가해자들이 피해자에게 주는 고통은 처절했고, 결국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벌을 내리는 방식은 처참했다. 부의 유무만으로 인격이 판단되고 대접받는 이 세상. 그러나,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한 이런 일은 지속되리라.

<압박>은 왠지 어디서 읽었다거나 본 느낌이 강한 소설이었다. 전신마비의 남자의 집의 벽이 점차 안으로 밀려 들어와 그 공포로 남자가 서서히 죽어간다는 내용인데, 대충 스토리는 짐작이 가능할 정도로 심플하다. 하지만, 스플래터가 아닌 심리적 공포를 그리고 있다는데 점수를 조금 주고 싶다. 
이 벽이 움직이는 현상은 인간의 공포를 자극하는 실험극인데, 왜 이런 실험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유가 언급되지 않았다는게 좀 실망스러웠다.

<벽곰팡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간 한국인들이 백인들에게 받는 인종차별문제를 그리고 있다. 소재는 좋았으나 마무리가 약한 것이 좀 아쉬웠다.

<폭설>은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속의 한 산장에서 벌어진 참극을 다루고 있다. 서로 죽고 죽이는 그 참극은 과연 그 산장에서 죽은 원귀의 소행일까, 인간들의 어두운 그늘에서 나온 집단 학살일까. 

1편에 비해서는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었다는 점과 스플래터만이 아닌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춰진 욕망과 어두움이 만들어 낸 공포, 그리고 현대 사회의 문제등을 다루었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그러나, 여전히 단편 속에 나오는 주인공중 남자들은 가부장적 남성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젊은 작가들이 다수인데도), 불필요하게 욕설을 남용하는 건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호러 소설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이렇듯 다양한 소재의 소설들이 나왔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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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다카나가 히나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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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레이치로 편~은 레이치로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이다. 전편이 동생 츠카사와 자신의 친구 하루 커플링이었다면, 레이치로 편은 레이치로와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후지노야에서 일하는 진나이와의 사랑 이야기이다. (즉,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

레이치로 편의 흥미로운 점은 전편과 연계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전편에서 왜 그런 내용이 나왔는지, 부가 설명도 되면서, 레이치로 입장에서 하루를 생각하는 모습이나, 레이치로 자신의 사랑을 찾게 되는 이야기로 진행된다.

레이치로는 전편에서 잠깐 잠깐 등장했을 때는  굉장히 쿨한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는데, 레이치로 편에서 그 감상들이 와장창하고 다 무너졌다. 쿨해 보이는데, 사실은 알고 보니 세상물정 모르고, 순진하기 그지 없다. 워낙 부유하게 살아 왔고, 궁도의 천재라고 불렸던 만큼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넣으면서 성장한 캐릭터다 보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툴렀던 거다.

진나이 카즈키는 레이치로보다 10살정도 연상인데, 늘 레이치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들어 주고 하다 보니, 레이치로에게 점점 이끌린다는 설정이다.

전편의 하루와 츠카사의 사랑 이야기는 덜 익은 풋내나는 사랑이라면, 레이치로와 카즈키의 경우 확실한 단계적 성장 과정을 보여 준다. 그래서 오히려 이쪽이 더 설득력 있는 스토리다.  (그치만 레이치로의 순진함은 너무 지나친건 아닌지..... )

서서히 물들듯 서로에게 물들어 가는 사랑이 레이치로와 카즈키 편인데, 레이치로의 반응이 어찌나 재미있는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궁도를 할 때 손이 떨리고 집중을 못하는 모습은 너무도 귀엽다고 해야 할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랑이란 걸 해보지 못했던 레이치로이기에 자신이 겪는 감정의 변화에 대해 낯설어 하고, 어색해한다.

한편, 진나이는 조금 서두르는 감이 있어 레이치로에게 원성을 사기도 하지만, 진나이가 적극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면, 레이치로는 결국 항상 그대로였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은 든다.

레이치로는 전편에서 봤을 때는 공타입이라 생각했는데, 후편인 레이치로 편에서는 완전히 수타입으로 보인다. 하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 덩어리이니, 수타입일 수 밖에... 그러고 보면 고고생인 츠카사가 형인 레이치로보다 그쪽으로는 더욱 성숙했단 이야기?! (막말로 하자면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린 놈이 사랑 타령에 형 친구를 덮치는 설정이지만...)

난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시리즈 중 단연코 레이치로 편이 더 마음에 든다. 
하루 X 츠카사는 사랑이란 감정으로 확 떨어지는(堕ちる) 그런 커플이라면, 레이치로 X 진나이는 사랑에 서서히 물들어 그 사랑에 중독되어(溺れる) 가는 느낌을 주는 커플이다. 난 레이치로 편을 읽고 레이치로에게 중독되어 버렸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섬세하고, 쿨한 것 같으면서도 순진한 그의 표정, 말투.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특히 궁도복을 입은 레이치로의 모습. 그리고 활을 쏘는 옆모습에 모에모에해버렸다.
게다가 가게에서 일할때는 레이치로가 늘 기모노를 입는데, 정말 멋지다.
역시 난 와후쿠( 和服)을 입은 미남자들을 보면 정신줄 놓아버리는 그런 캐릭인지도? 

근데, 시리즈 두 편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든 생각.
슈도 집안의 두 아들인 레이치로와 츠카사는 둘 다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나중에 슈도 집안의 대는 누가 잇게 되는 거지!? (爆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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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타카나가 히나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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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도 참 예쁘고, 작화도 참 예쁘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는 제목이나 작회에 비해 너무 상투적이다.
그다지 나쁘지는 않지만, 썩 재미있지는 않았다는 게 내 감상평의 주 내용이다.

모치즈키 하루는 임시교사로 한 고등학교에 부임하게 된다. 그곳에서 재회하게 된 건 자신이 고교 시절 좋아해던 슈도 레이치로의 동생 츠카사였다. 형과 같은 궁도를 하고 있는 츠카사를 만나게 된 하루는 새롭게 떠오르는 옛감정에 어쩔줄  몰라 한다.
그런 하루에게 츠카사는 좋아한다는 고백을 해 오는데...

일단 하루와 츠카사는 교사와 학생이다. 그러나 하루는 츠카사의 형 레이치로의 친구였으며, 레이치로를 좋아하고 있다. 츠카사는 하루를 좋아했지만, 그땐 어려서 고백조차 하지 못한채 4년이란 세월을 흘러 보냈다. 고교 2년생의 츠카사가 그럼 도대체 언제부터 하루를 좋아한거야? 음... 4년이면 중학교때부터 좋아했군.

하여간, 츠카사는 레이치로에 대한 하루의 마음을 다 알고 있었다. 문제는 형인 레이치로가 그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 츠카사의 저돌적인 고백에 하루는 움츠러 들지만, 서서히 츠카사에게로 마음이 기운다.

그러나 궁도 대회에서 레이치로와 만난 하루. 그 모습을 본 츠카사는 하루를 빼앗길까 전전긍긍. 그후, 레이치로는 하루의 학교에 찾아 오게 되고, 하루와 레이치로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에 츠카사는 불같이 화를 내는데...

형제간의 사랑 싸움이라....
그러나 잘만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형제의 성격도, 츠카사가 다혈질에 아이같은 (물론 애다. 고교 2년생이니) 면이 많다면, 레이치로는 쿨하고 감정의 동요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해, 난 하루가 츠카사보다는 레이치로와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실 컸지만, 일단 작품 줄거리상 하루와 츠카사 커플링이다. 게다가 레이치로가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하루에게 고백을!? 점점 더 식상한 줄거리로 흘러 간다.

게다가 츠카사의 성격도 그렇지만 - 심한 떼쟁이??- 하루의 우유부단함이라든지, 자신의 감정보다는 츠카사의 감정에 질질 끌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탁 깨놓고 말해서 두 주인공이 그다지 마음에 안들었다는 이야기.

오히려 레이치로쪽이 훨씬 마음에 들었다.
궁도복을 입은 모습도 레이치로 쪽이 훨씬 멋있고, 그런 쿨한 성격도 마음에 든다.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레이치로 편~을 보고 레이치로에 대한 인상이 바뀌긴 했지만)

전체적인 스토리가 너무 맥없이 흘러가 조금 지겨운 것은 사실이나, 궁도를 하는 모습이나 궁도복을 입은 주인공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 (그러고 보면 난 참 이상한 부분에 모에하는지도???( (笑) 다만 형제간에서 갈등하는 하루의 모습이 좀더 많이 나왔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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