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 뉴 루비코믹스 607
아키라 노리카즈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아키라 노리카즈의 작품은 요걸로 세 번째인데, 전작들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그림체라든지 설정이라든지 코믹한 요소라든지 등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지라, 트리거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골랐다.

사실, 표지만 봐도 확 땡긴다.
표지만을 봤을 때는 혹시 형사 X 야쿠자 커플링을 생각했지만, 왠걸.. 둘다 야쿠자다.
뭐든 좋다. 형사 X 야쿠자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설정이지만, 야쿠자 X 야쿠자도 좋아좋아. 그러고 보니, 이 작가분 야쿠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걸 엄청 좋아하시는 듯?
뭐, 내 취향도 멋진 야쿠자라면 언제나 OK이기 때문데 나쁠 건 없지. 

사실 책 구매하기 전에는 이 책이 장편 하나일 줄 알았다.
그러나, 책 표지를 넘기자 내 눈앞에 등장한 것은!!
헉!!!!
표제작 이외에 다른 작품도 수록되어 있구나를 떠올리지도 못한 채, 그림에만 신경이 쓰일 정도로 멋진 일러스트. 요번엔 그 유명한 에쎔 플레이도 들어가는 겁니까!!라고 작가님께 묻고 싶을 만큼 섹시한 일러스트가 날 반겼다.
 
상하가 붙은 딱 붙는 가죽옷에 목줄, 수갑, 발목끈... 책 뒷표지 그림이 한 장 짜리 일러스트로 들어가 있다. 이건 설명으로는 부족하고 진짜 직접 봐야 공감할 듯. 솔직히 말해 에쎔 플레이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림상으로는 너무 잘 나와서 만족 또 만족했다.

이 단편집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는지만, 소재가 무척이나 다양하다.
<트리거>는 야쿠자 X 야쿠자, <스틸 미>는 정보를 훔쳐 내는 도둑이 등장하고, <risky bet>는 마작을 소재로 하고 있다. <손바닥 위의 나>는 리맨물이고, <안경의 힘>은 메가네 오덕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마이 페어 프린스>는 말 그대로 왕자님이 등장한다. <그대 뜻대로>에서의 공은 코스프레 마니아로 등장한다.

작은 책 한 권에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이야기가 무척이나 빨리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감정의 교류 이런 것 보다는 금방 반해서 베드인~~~ 이런 식으로 흘러 가기 일쑤다. 그리고 이야기가 짧다 보니 좀 감질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트리거의 경우 야쿠자 조직을 배반하고 도망친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보니 장편으로 그려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긴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자면 BL물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황 설정을 책 한 권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또 새끈하고 섹시한 남자들을 미술관에서 관람하듯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아키라 노리카즈 특유의 코믹함이 더해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트리거>
가볍지만 즐겁고, 화끈한 게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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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나비 기담 - B애+코믹스 114
혼죠 리에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혼죠 리에의 만화는 그러고 보니 <화학실로 오세요> 외에는 읽은 게 없다. 워낙 BL계도 작가층이 두텁다보니, 좋아하는 작가 몇 몇을 제외하고는 겹치는 작가가 거의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은빛나비기담>은 책 표지에 끌려서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난 기모노를 입은 미남자들에게 확 끌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뭐 사람 취향이겠지만, 난 수트보다는 이런 기모노 차림의 남자들에게 눈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다.

<은빛나비기담>은 2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표제작인 <은빛나비기담>은  미래의 유곽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같은 작품이고, <좋아서 다니면>은 학원물이다. 물론 다 읽고 나서 역시 내 머릿속에 더 강렬하게 남아 있는 작품은 단연코 <은빛나비기담>이란 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은빛나비는 銀蝶(긴쵸우)를 우리말 식으로 풀이한 것으로,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을 뜻하기도 한다. 2067년의 도쿄를 배경으로 제 3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남창들이 일하는 유곽의 이야기인데, 난 소우이치 X 긴쵸우 보다는 중간에 어이없이 죽어버린 야쿠자 두목 쿠로키쪽이 더욱 마음에 든게 사실이다.

소우이치와 긴쵸우는 조금 무난하다 싶을 정도이지만, 역시 야쿠자 보스인 쿠로키는 화끈한 면이 있기 때문일까. 어쨌거나, 그가 남기고 간 회중 시계, 그리고 그의 사체가 발견된 강가에서 자신의 곰방대를 던지는 긴쵸우의 모습은 참 애달픈 느낌을 주었다.

유곽안의 삶과 유곽밖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구분짓고, 유곽안에 있을 때만큼은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긴쵸우의 이야기는 언뜻 서글픈 느낌이 든다.

물론 소우이치와 긴쵸우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도 참 좋았다. 특히 긴쵸우에게 쥬방을 걸쳐주면서 미묘하게 떨리던 소우이치의 손이라든지 시선의 흐름은 소우이치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준 부분이라 그런게 난 참 좋았다.

하라사키와 토우엔 사이의 미요한 - 사실은 토우엔의 일방적인 감정에 가깝지만 - 감정의 교류도 참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뭔가 감질나게 간만 보여준 듯한 느낌이 아쉬웠고, 야가라스와 후미아키의 이야기를 담은 번외편인 어둠과 외설은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고 할까. 물론 그 내용만으로도 대충 짐작은 가지만, 좀더 이야기가 더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좋아서 다니면>은 학원물로 고교생들 이야기인데, 풋풋한 풋사랑같은 느낌이랄까. 고백하는 입장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입장도 조심스럽고 과하지 않은 표현이 좋았다. 역시 학원물은 과하지 않은 표현이 더 좋다고나 할까.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 다른 두 편의 작품을 만나 참 좋은 느낌을 받았던 <은빛나비기담>.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전체적으로 물 흐르는 듯한 잔잔한 느낌이 좋았던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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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클럽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3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그 세번째 이야기.
처음에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를 접했을 때 제일 걱정했던 것은 이 소설이 작가의 몽상을 그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작인 <어두워지면 일어나라>, <댈러스의 살아있는 시체들>을 읽으면서 나의 그런 걱정은 어느새 싸그리 날아가 버렸다.

왠지 뱀파이어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미국 남부 지방을 배경으로, 미스테리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낸 이 소설들은 한겨울에 읽는 뱀파이어 소설의 재미를 한껏 끌어 올려 주었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뱀파이어들도 말뚝이 박히면 죽고, 햇볕을 보면 타서 죽는 등 고전적 뱀파이어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관에서 자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여타의 뱀파이어물과 다른 것은, 뱀파이어들은 공인된 시체란 것이다. 즉, 합법적으로 죽었지만 산자들로 취급되어 인간과 두루 섞여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은 인공 혈액인 트루 블러드를 마시며, 가끔은 뱀파이어 추종자들에게 피를 제공받기도 한다.

그러나 고전적 뱀파이어와 좀 다르다면,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가게를 경영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돈을 벌고, 세금을 납부한다는 것과 변신 능력이나 안개나 동물을 부리는 능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래 나이를 많이 먹은 뱀파이어들은 안개를 부리고 동물을 조종하고, 여타의 동물 모습으로 변하지만, 인간들 사회에서 합법적으로 살아가려면 그정도는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합법적인 비사망자로 살아가는 뱀파이어들과 늑대 인간 및 변신 인간, 수키같은 텔레파시 능력자가 뒤죽박죽 섞여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세상, 그것이 바로 이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이다.

3편인 죽은자 클럽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벌어진다.
빌이 속한 뱀파이어 조직의 여왕에게 명령받은 일을 하다가 실종된 빌. 그러나 그것보다 더 끔찍한 일은 빌이 다른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늘 징글징글할 정도로 수키에게 애정 공세를 퍼붓던 빌이 배신했다?!

수키는 빌의 행방을 좇아 늑대인간 알시드와 미시시피로 향한다. 알시드와 함께 하면서 수키도 알시드에게 마음이 조금씩 기울어 간다. 미시미피의 <죽은 자 클럽>에서 텔레파시 능력을 이용해 빌의 정보를 캐내던 수키는 늑대인간들의 공격으로 상처를 입게 되지만 이건 서막에 불과하다.

죽은자 클럽에서는 수키가 이제껏 당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의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어깨를 다친건 약소한 정도, 2편에 나왔던 태양공동체의 리더가 죽은 자 클럽을 습격했을 때 수키는 뱀파이어를 구하려다가 옆구리에 말뚝이 박히는 상처를 입는다. 다행히 에릭이 근처에 있어 에릭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빌은 빌대로 찾기 힘들고, 일은 여러가지로 꼬여간다.

게다가 어찌어찌 찾아낸 빌은 거의 빈사상태고, 빌이 사랑에 빠졌던 뱀파이어까지 등장하는 등 수키 스택하우스가 가는 곳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일주일 가량 굶주렸던 빌은 수키에게 죽을 듯이 덤벼 들어 피를 빨지 않나...

차라리, 헤어져!!! 널 놔두고 바람까지 핀 남자를 용서하지마, 수키!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빌의 상태는 엉망이고, 게다가 늑대 인간 알시드는 수키 마음을 흔들어 놓고, 에릭은 수키를 갖고 싶어 하고.... 이날 이때껏 남자들에게 인기없던 수키 스택하우스는 인간이 아닌 존재에 게 사랑받을 운명을 타고 났는지, 관심을 보이는 건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혹은 샘같은 변신인간뿐!?

3편은 빌이 납치 감금되는 바람에 빌의 등장은 거의 없다. 대신 늑대인간 알시드와 에릭이 주로 등장하는데, 차라리 수키가 빌을 버리고 에릭을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도 팍팍들었다. 에릭은 수키를 구하기 위해 (속마음은 잡아 먹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만) 몸을 사리지 않는데, 빌은 엉뚱하게 다른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지다니...

내가 생각해도 수키의 마지막 페이지의 초대 취소는 타당하고 정당한 듯 보인다.
그렇다고 에릭까지 초대 취소를 할 필요가 있었겠냐만은 뭐, 그건 수키 마음이니까.

뱀파이어의 피, 특히 에릭의 피를 점점 더 섭취함으로써 점점 더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지게 되는 수키. 이러다가 결국 그녀도 뱀파이어가 되는 거 아냐? 라는 생각이 든다.

참, 드디어 부바의 정체가 드러났다. 부바의 정체가 드러난 순간 난 뒤집어지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로큰롤의 제왕인 그가 맹한 뱀파이어로 변신할 줄 누가 알았으랴. 비록 엘.... 이라든지, 구렛나룻이라든지 밖에 안나왔지만, 그정도면 충분하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가 부바였을줄이야....

조금 아쉬웠던 점은 빌이 왜, 어떻게 그 뱀파이어와 사랑에 빠졌는지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혼자 상상으로 혹시 그녀가 빌을 뱀파이어로 만든 주인공이 아니었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수키의 말뚝에 꿰뚫려 너무 쉽게 죽어버렸기에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뱀파이어 엑스트라 3정도의 비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수키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친구를 구하는 일때문에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르겠다. 앞으로 빌과의 관계가 어떻게 풀려갈지는 모르겠지만, 쉽게 용서를 해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3권이 지난 11월에 나왔으니 4권은 언제쯤 나올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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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 스트링스 - 뉴 루비코믹스 619
아키라 노리카즈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원래 이 작품은 만화책이 아니라 드라마 CD로 먼저 접했다. 들으면서 어찌나 웃었던지, 꼭 원작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요것을 읽기 전에 우선 트윈스 라비린스를 읽었는데, 알고 보니 하트스트링스가 트윈스 라비린스의 속편이자, 새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앞세웠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뭐, 어찌되었든 순서에 맞게 읽어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笑)

트윈스 라비린스에 나왔던 린이 운영하는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호스트 유키와 야쿠자 사카키의 러브 스토리가 주된 이야기인데, 야쿠자 X 호스트, 이거 은근히 내가 좋아하는 설정이다.
사실상 호스트바는 야쿠자들이 관리하는 곳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설정이 결코 허황된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물론 야쿠자와 호스트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런 커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 자체는 간단하다. 다른 가게의 호스트끼리 싸움이 난 것에 끼어들었다가 우연히 사카키에게 도움받은 유키. 그후 사카키가 유키를 지명하면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유키는 사카키를 좋아하게 되지만, 그는 야쿠자 간부로 차기 회장으로 지목될 만큼 잘나가는(?) 야쿠자이다. 유키도 나름 잘나가는 호스트이지만, 사카키의 앞을 자신이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고 사카키를 피하지만, 사카키의 마음은 흔들림이 없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데, 내가 제일 뒤집어지게 웃었던 건 역시 유키의 여자 기모노 차림이었다. 드라마 CD를 들으면서도 유키의 기모노 입은 모습을 숱하게 망상을 해왔던지라, 실제로 만화를 통해 유키의 기모노 차림을 보고 무척이나 좋아했다.

아키라 노리카즈의 인물들은 대부분 키도 크고 근육질 남성들이 나오는지라, 사실 유키의 기모노 차림에 대해 적잖은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실제로 너무나 예쁘게 나와서 감탄을 했다는.....

특히 기모노를 차려입고, 사카키의 보스앞에서 둘 사이를 허락받는 장면은 심각한 장면인데도 불구하고 난 웃음이 터져버렸다. 오호라, 이렇게 공인된 야쿠자의 아내가 되는 거야? 이야기 전개도 빠르고 강렬한 긴장감을 주는 설정도 없지만, 은근슬쩍 숨겨놓은 웃음 폭탄이 많아서 참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하트 스트링스.

트윈스 라비린스에 나왔던 쌍둥이 형제 린과 렌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연인인 아유무와 시오 이야기가 나오는 소중한 단편도 수록되어 있다.

아키라 노리카즈의 작품은 심각하지 않다.

거기에다 적절하게 배치된 웃음을 주는 요소와 더불어, 섹시하고 멋진 남자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좋다.

쌍둥이 편에 나왔던 린 X 아유무 커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공수의 체격차이가 크지 않다. 솔직히 말해 190cm나 되는 사카키가 커도 너무 큰 것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기까지 하다. 특히 H씬 같은 경우에도 굉장히 강렬한 편인데, 너무 근육질 몸매들이다보니, 살짝 부담감은 있어도, 내가 원체 비쩍 마른 체형들을 좋아하지 않은데다가, BL물 전반이 여리여리 미소년 타입의 주인공이 많다 보니, 근육질의 이케맨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도 아키라 노리카즈 만화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는 아키라 노리카즈의 작품이 꽤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좀 더 많은 책들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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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디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2
레오폴도 가우트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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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호러 소설을 좋아하는지라, 이 책을 봤을 때 아무런 망설임없이 구매했다. 하지만, 책 띠지에 있는 내용이나 책 뒷표지에 있는 내용만큼의 자극과 두려움은 없었다.
초특급 호러란 말은 좀 어울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소설 자체로는 구성이 탄탄하고, 온갖 복선들이 깔려 있어 읽는 재미는 컸다. 다만 호러 소설이라고 하기엔 무섭지 않은게 흠이랄까. 무섭진 않은데, 생각해보면 섬뜩하다, 이것이 이 소설이 주는 최종적인 느낌이었다.

처음엔 책 뒷표지의 문구를 보고, 진짜 유령이 등장하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매일 밤 자정 이계로 통하는 문이 열리는 곳>이라는 설명을 보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왠지 낚였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테니, 불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계란 말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저승세계 혹은 사후 세계를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서는 평행 우주 개념으로서의 이계를 생각하는 게 무난하지 않은가 싶다.

주인공 호아킨은 십대에 부모님을 사고로 잃었다. 그 사고로 만난 건 충돌 차량의 유일한 생존자 가브리엘이었다. 동시에 부모를 잃고 혼자 생존하게 된 두 소년은 음악이란 공통된 취미로 서로 친구가 되지만, 불법 공연을 하다가 가브리엘은 감전 사고로 죽게 된다.

그 후 <고스트 라디오>라는 방송을 진행하게 된 호아킨은 조금씩 이상한 일들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그것은 예고되어 있던 것이다. 사고가 나기 전 라디오에서 들리던 목소리,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던 섬뜩한 음악들....

이 소설은 5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호흡은 짧은 편이다. 그러나 그만큼 장면 전환이나 사건의 흐름이 지루하지 않고 빨리 진행된다. 호아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끔찍한 이계와의 접촉, 그리고 고스트 라디오에 자신들이 겪은 기괴한 경험을 이야기해주는 청취자들의 이야기등 끊임없이 매시간 새로운 방송과 이야기를 내보내는 라디오처럼 이야기는 뺘르게 진행된다.

대부분 호아킨의 1인칭 서술이지만, 중간에 몇 번은 알론드라가 1인칭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이것도 작가가 마지막을 위해 미리 깔아둔 복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중후반부로 가면서는 알론드라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그녀는 누구일까. 그리고 호아킨에게 신호를 자꾸만 보내는 자는 누구일까.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도록 작가는 충분한 설명을 곁들여 놓았기에, 마지막이 결론이 놀랍지는 않았다. 물론,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반전보다도 그렇게 되어 가기 까지의 과정이 중요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 
그 모든 것이 진실이고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라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진실이 아니라면?
호아킨의 말처럼 꿈꾸던 자가 잠에서 깨어나면 꿈속의 인물들은 어떻게 될까?
과연 우리가 현재 발딛고 살아가는 이 공간이 꿈속의 공간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지?

이런 생각을 한 번쯤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지금의 삶이 몹시 힘들고 지칠때, 이게 꿈이었다면, 깨고나면 행복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텐데... 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그 경험을 떠올려 보자.
하지만, 꿈에서 깬 현실이 꿈보다 더한 악몽이라면?
바로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 이 소설이다.

마지막 부분이 왠지 우리나라 영화 <거울 속으로>를 떠올리게 했지만, 이승과 저승, 현실계와 이계라는 부분은 누구도 알 수 없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가 <고스트 라디오>를 읽으면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당신은 지금 꿈속에서 살고 있는가, 아니면 현실에서 살고 있는가.
그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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