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 2 - 완결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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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을 읽은지 열흘 정도가 지나 2권이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1권에서 시작된 추격전 진행 양상을 볼 때 2권은 숨 가쁘게 펼쳐지리란 예상이 들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도대체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도 판단되지 않았다. 로버트 랭던도 그랬겠지만, 읽고 있는 나 역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수시로 판단이 바뀌곤 했다. 

2권에서는 이제껏 등장한 등장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적 변화와 행동의 변화, 그리고 읽고 있는 나 자신이 느끼는 등장 인물들에 대한 느낌의 변화도 있었고, 작가가 전해주는 그들에 대한 추가 정보 등도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CIA의 사토 같은 경우 1권에서의 느낌과 2권의 느낌이 아주 달라진 경우다. 사실 1권에서의 느낌은 별로였기 때문이다. 무슨 국가 안보 운운하며 관료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보였는데, 2권에서는 그런 느낌이 좀 완화되었다고나 할까.

말라크의 과거가 2권에서는 완전히 드러난다. 1권에 나온 과거보다 좀더 현재에 가까운 과거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 그리고 그의 야망,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들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사실 어떻게 보면 사이코같기도 하고 정신병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가 감추고 있는 최고의 비밀이 드러났을 때는 난 완전히 경악을 해버렸다.

로스트 심벌은 랭던의 역할 뿐만 아니라 캐서린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메이슨의 피라미드에 감춰진 비밀을 밝히는데 있어 캐서린이 가진 지식과 또한 추격자들을 따돌리는데에서도 캐서린의 비상한 두뇌가 한몫을 한다. 보통 이런 식의 소설은 남자가 주가 되고 여자는 종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오히려 캐서린쪽이 더 멋졌던 경우였다.

따라서 랭던의 역할은 오히려 다른 책들보다 축소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랭던은 고대 신비주의나 고대의 수수께끼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많이 보인다. 그리고 랭던의 기호학에 관한 지식이나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과정도 다른 책에 비해서 좀 약하단 생각이 들었다. 대신 캐서린이란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기에, 이런 랭던을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CIA를 따돌렸지만 말라크에게 잡힌 랭던과 캐서린의 운명의 기로에서 난 내 심장이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으로 어쩔줄 몰라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물론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이므로 내용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겠으나, 하여간 랭던뿐만 아니라 읽고 있는 나도 십년감수했다고나 할까.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그곳에 감춰진 진실과 고대 신비주의, 종교, 과학등이 어우러져 커다란 틀을 만들어낸 로스트 심벌. 너무 많은 학문과 그에 대한 견해때문에 좀 산만한 느낌이 있을 수도 있으나, 책을 찬찬히 읽다 보면 모든 것은 한뿌리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과 문명의 발달로 인간들이 잊어버리고 사는 진리에 대한 탐구와 추구. 로스트 심벌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러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댄 브라운의 소설은 전개는 무척이나 흥미롭지만 마무리가 약하다는 평이 많다. 그러나 내가 읽은 로스트 심벌은 마무리가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완전히 마음에 들게 끝난 것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원래 수수께끼나 비밀의 신비는 공개되지 않을때 유지되는 것이다. 마치 마술의 원리를 알고 나면 시시해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본다면 이 책을 결코 시시하다고는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로스트 심벌에 등장하는 다양한 등장 인물의 관계, 그리고 메이슨의 피라미드를 둘러싼 진실과 그것에 감춰진 비밀, 그리고 그것을 이용하려는 음모는 한순간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들 만큼 흥미로웠다. 그리고 후반부에 등장하는 반전은 충격을 넘어 경악에 가까운 감정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 반전에 대한 다른 등장인물들의 반응이 좀 신통찮았다는 점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종교와 믿음, 그리고 과학적 토대에 근거한 사실과 신비주의에 근거한 현상들을 교묘히 융합해 내는 글솜씨에는 탄복했지만 결국 미국 중심의 사고방식, 그리고 성경 중심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생기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다른 종교나 학문 등은 왠지 그 나머지를 수식하는 배경 정도로 보이기도 한 건 사실이다.

세상에는 완벽한 책이란 없다. 비록 몇 가지 부분이 눈에 거슬리긴 했어도 전체적으로 아주 잘 짜여진 구성, 그리고 다양한 학문과 역사적 지식의 방대함, 빠른 전개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술 방식과 묘사는 댄 브라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워낙 섬세한 묘사가 많아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한장면 한장면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실제로 영화로 제작된다면 어떤 식으로 묘사될까 하는 궁금함도 함께 생긴다.

댄 브라운의 또다른 소설은 언제쯤 다시 볼 수 있게 될까를 기대하며 서평을 마친다. 



덧> 2권을 읽으면서도 오자로 추정되는 것이라든지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6페이지 13~14번째 줄 :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멜랑콜리 I>를 고대의 수수께끼를 알아내기 위해 싸우는 인류의 노력을 묘사한 작품이에요.

→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멜랑콜리 I>는 고대의 수수께끼를 알아내기 위해 싸우는 인류의 노력을 묘사한 작품이에요.

22페이지 밑에서 두번째줄 : 이 변신이 시작된 얼음처럼 차가운 강물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  문장의 의미가 애매모호합니다.

244페이지 7~ 10번째줄 : "나로서는 역사를 통틀어 서로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인류의 모든 철학이 하나같이 똑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실로 놀라웠다. 거대한 계몽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거지요."

→ 문장의 앞뒤 관계를 따져보면 연결 구조가 어색합니다. 둘다 높임말로 서술되는게 매끄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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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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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 코끼리는 어느 싱글맘 가정 이야기이다.
보통 싱글맘 이야기라고 하면 왠지 안되었다 혹은 감상적인 이야기로 흘러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편모 가정이란 것의 이미지가 이제까지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그 생각은 저 멀리 날아 가버린다. 노란 색이 주는 이미지와 귀엽고 톡톡 튀는 그림, 그리고 기발한 표현 방법까지, 이 책은 아주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
  
요즘은 싱글맘, 싱글 대디가 많다. 물론 사별같은 이유로 혼자 남는 경우도 많겠지만, 이혼율이 높은 지금은 이혼으로 인한 싱글맘, 싱글 대디, 혹은 미혼모나 미혼부 가정도 많아졌다.

이 책에 나오는 가정은 아버지의 바람으로 인해 부모가 이혼하게 되었고, 엄마는 싱글맘으로 두 자녀를 키우며 살아간다. 엄마는 프리랜서 작가이며, 아이는 아들과 딸 두명이다.

엄마는 덜렁대는 성격에다 어찌보면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 요군은 오히려 그런 엄마에 비한다면 애어른이다. 요군의 동생 나나는 아직 어려서 부모의 이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

이 책의 화자는 초등학교 5년생인 요군이며,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엄마를 챙기고 동생을 돌보는 건 요군의 몫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2학년때 자신들을 버리고 간 아버지의 몫을 하려고 하는 기특한 소년이다.

너무 빨리 철이든 어린 소년 요군, 그리고 부모의 이혼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나나와 두 아이를 억척스럽게 키워내는 엄마의 이야기는 눈물샘을 억지로 자극하는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유쾌한 이야기는 웃음을 준다.

그러면서도 가끔은 너무 어른스러운 요군의 모습이, 혹은 엄마를 생각하는 요군과 나나의 모습이 짠하게 다가온다. 특히 요군의 생일날 온 아빠가 비가 오는데도 우산을 만류하고 떠나버릴때, 아빠가 남긴 말은 특히나 가슴 아프게 들렸다. 우산을 빌려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하니까 필요없다는 그말이. 아직 어린 나나는 이혼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하는 나이인데 말이다.

책의 제목이자 엄마가 구입한 노란색 꼬마 자동차는 희망을 상징하고 있다. 빛깔 자체도 태양을 상징하는 노란색이지만 엄마가 운전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아빠가 해야할 일이었던 일을 엄마가 하게 되었다는 엄마의 아빠로부터의 독립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를 유쾌한 내용으로 그려낸 노란 코끼리.
정효찬씨의 톡톡 튀는 일러스트는 이 책의 재미를 배가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야기도 그림도 예쁜 노란 코끼리.
청소년이 읽어도 어른이 읽어도 좋을 책.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곁에 있는 가족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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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아 - 세계는 지금처럼 부유한 적도 없었지만 지금처럼 가난한 적도 없었다
크리스티앙 트루베 지음, 김성희 옮김 / 알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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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은 기아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다면, 부끄럽지만 난 몇 마디 대답밖에 할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에는 이미 기아라는 말과는 상관없는 곳이 되어 버렸고, 나 역시 어린 시절부터 풍족하게 먹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이다.

기아(飢餓)의 사전적 의미는 굶주림이다.
누구나에게 물어도 기아의 의미는 알고 있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가 아닌 기아의 실태와 대처 방안에 대해서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기아라고 하면 아프리카의 몇몇 나라의 어린 아이들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소말리아, 에티오피아의 어린 아이들.
팔다리는 기형적으로 말랐고, 배만 불룩한 아이들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아프리카는 대부분 후진국이고, 1차 산업으로 연명하는 나라이기에 자연 재해만으로도 커다란 타격을 받는다. 그러나, 이 책 <새로운 기아>는 자연 재해에서 기인하는 기아 문제 외에도 민족이나 종교로 인한 분쟁, 고도 자본주의 사회의 발달로 인한 부의 불균형 등등 인간으로 인한 기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아의 발생 원인, 기아의 현주소, 그리고 기아 퇴치를 위한 여러 가지 활동들에 관한 이야기로 꽉 차있는 이 책은 솔직히 말해서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빼곡하게 적혀 있는 수치는 눈을 빙빙 돌게 한다.
그러나 수치로 환산하지 않고 다만 기아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서술했다면 썩 와닿을 것 같진 않았기에, 수치에 대한 부분은 반드시 들어가야 했을 거란 생각은 든다.

세계 각국의 기아 실태를 서술한 장을 보면 기아의 원인이 굉장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수 있다. 비단 환경문제 뿐만이 아니라, 민족간의 분쟁, 종교 분쟁, 그리고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삶의 방식의 급격한 변화와 도시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기아까지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한 모습을 보여준다.

기아는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커다란 영향을 준다.
어른이야 한두끼 굶어도 목숨에는 지장이 없지만, 한창 자라야할 영유아의 경우 기아 사망율이 높다. 세상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굶어 죽어간다는 현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사실이 가슴을 짓눌렀다. 하루 2만 5천명이 기아로 사망하고, 그중 어린이가 1만 8천명이란 글을 보았을 때,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은 영양소이다. 그리고 그 영양소는 음식으로 공급된다. 옷을 못입는다고 집이 없다고 당장 목숨에 영향이 있지는 않겠지만,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게 되면 그건 바로 목숨과 직결된다. 굶주림으로 사망한다는 것.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겠는가.

세상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현상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세계 인구의 단 몇퍼센트가 세상의 부를 소유하는 이런 세상. 이런 세상에서 기아는 생기지 않으려야 생기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한쪽에서는 고도 비만 환자가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고, 세상의 한쪽에서는 영양실조, 그리고 기아로 죽음을 기다리는 생명들이 존재한다.
앞으로 자본주의 사회는 더욱더 발달할 것이고, 부의 불균형 문제는 갈수록 심화되어 갈 것이다.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도시 인구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늘어나는 기아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상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
가진 자만을 위한 세상에서 가진 것 없이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삶의 터전까지 잃어버리고 있다. 사실 지구의 식량의 생산량은 지구에 존재하는 60억 인구를 다 먹일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아 문제는 근절되지 않는다.

기아 대책에 있어 식량 지원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기아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기아 문제는 점점 확산되어 갈 것이다. 기아 문제는 심각한데 비해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기아에 대한 더 큰 관심과 기아 문제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세상에는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이 줄어 들지 않을 것이다.

몇몇 단체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기아 문제가 조금씩 세상에 드러나고,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는 하지만 아직 그걸로는 부족한 느낌이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현존하는 기아 문제와 실태, 그리고 개선 방안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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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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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책과 함께 만난 그림들 ……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좀 길긴 하지만 책 제목에서 우린 책 내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상상일뿐.
이 책의 진가는 첫장을 펼쳤을 때부터 드러난다.

총 네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첫번째 장에서는 한국문학 작품을 통한 한국인의 정서를, 두번째 장에서는 사랑의 다양한 양상을, 세번째 장에서는 인간의 고뇌를, 마지막 네번째 장은 동화나 동화적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수는 30종에 이른다.

이중에는 내가 읽어본 책도 있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감상했던 그림도 있고, 처음으로 접하는 그림도 많았다.

내가 읽어보았던 책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그녀가 설명해주는 그림 이야기에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했다. 그리고 읽지 않았던 책에 대해서는 약간의 상식을 가질 수 있게 되고, 책을 선택하는 길라잡이 역할까지 더불어 해준다.

소개된 모든 책은 간략한 줄거리와 더불어 저자의 감상, 그리고 인상깊은 문장, 그리고 그 책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풍경의 느낌과 딱 떨어지게 어울리는 그림의 소개까지 있기에, 난 이 책을 읽으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넘기는 시간 할당량이 자꾸만 길어지게 되었다.

현직 기자이자 미술을 전공한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탐독가였던 것 같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임에도 불구하고 그 독서량의 풍부함, 그리고 책이나 그림의 이면에 감춰져 있던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그녀의 쫀득쫀득하면서도 재치있고, 지식이 풍부한 어휘 구사는 시종일관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책에 관한 추억담이나 처음 그 책을 만났을 때의 느낌과 나중에 그 책을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등등, 왠지 이런 부분을 읽을 때는 그녀의 사생활을 살짝 들여다 본 느낌도 들었다. 그것은 그마만큼 이 책이 저자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을 드러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물론, 책이나 그림은 읽는 사람, 혹은 감상하는 사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저자와 내가 공통적으로 읽은 책에 대해서 쓴 글을 보면서 오오, 난 이렇게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구나, 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구나 하는 감탄과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림에 대한 설명도 미술을 전공했던 저자인만큼 상세하다. 그림 속에는 우리가 그냥 눈으로 스쳐보았을 때는 알아채기 힘든 이야기들이 많다. 그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였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자기가 읽고 싶은 부분을 쏙쏙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리라.
30권의 책중 자신이 가장 흥미를 가진 책을 먼저 읽어도 좋고, 자신이 읽었던 책을 먼저 찾아내 저자의 감상과 생각을 자신의 그것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한권의 책과 그에 대한 감상, 그리고 그 책의 감상이 만들어낸 이미지가 투영된 그림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세 가지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자신이 읽었던 책의 느낌과 비교해 보고, 그림에 대해 저자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 그 즐거움의 수는 무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덧> 이 책을 읽다가 오자 하나를 발견했다.
<글머리에>에서 인용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에 나오는 내용 중 아오마메아모마메로 표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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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은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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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4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작가의 이름은 장은진.
책 제목은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이상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가진 기본 정보였다.
아무런 정보가 없다는 것은 아무런 선입관이 없다는 뜻이고, 그마만큼 이 책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리란 뜻이리라.

그 판단은 정확했다.
난 이 소설을 읽으면서 메마른 땅이 촉촉한 단비를 탐욕스럽게 흡수하듯 책에 몰두해 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왜 이 책을 진작에 읽지 않았을까 하고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다.

이 소설의 독특함

소설의 형식은 독특하다.
행간 띄움마다 번호가 붙어 있고 그것은 1에서 152번까지의 숫자이다.
그래서 난 소설을 읽는 내내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번호를 보면서 영화의 한 씬마다 붙어 있는 번호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난 자연히 두 사람과 한 마리를 따라 내내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문장에서도 독특한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그건 현재형의 문장과 과거형의 문장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형과 과거형이 뒤죽박죽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나(지훈)이 여행을 하다가 751을 만나면서 그들의 여정 자체가 모두 현재형으로 표기된다.
여행의 시작, 친구와의 일, 가족간에 있었던 일, 여행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모두 과거형으로 서술된다.
현재형 문장은 아직 우리에게 좀 낯설긴 하지만, 현실감이 있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생각을 해주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을 이야기하다

소설의 화자인 나(지훈)은 벌써 3년째 여행중이다.
여행 동지는 전직 안내견이자 지금은 맹인견이 된 와조.

나(지훈)와 와조는 3년간 여행을 다니며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사람들의 주소를 받아 그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매일매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지만 편지는 오지 않았다.

나(지훈)는 왜 집을 떠나 여행을 하게 되었을까.
집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요, 가장 따뜻한 곳이 되어야 함이 틀림없는 사실이나, 나(지훈)에게 집은 발작을 일으키는 장소이다.
그래서 나(지훈)는 나에게 편지가 도착하면 발작 증세도 없어질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여전히 편지는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만난 소설가 여자.
(본문에서는 여자 혹은 751이라고 나온다)
우연히 여행에 그녀와 동행하게 된 나(지훈).
나(지훈)는 여전히 편지를 쓰고, 751는 소설을 쓴다.

나(지훈)와 여자의 공통점.
나(지훈)는 와조라는 개를 데리고 여행을 하고, mp3와 소설을 가방에 넣고 여행을 한다.
여자는 소설을 쓰는 직업을 가졌다.
그렇다.
둘 다 사람들과의 소통을 어려워 한다.

나(지훈)는 어릴적 말 더듬는 버릇때문에 남들 앞에 나서는 것에 극도의 두려움을 가졌고, 여자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에 거부감을 가진다. 그게 무엇이든. 시나리오 작가로도 잠시 활동했던 여자는 결국 공동작업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소설을 쓰게 된 것이다.

대인관계에 극히 서툴렀던 나(지훈)와 소설가 751.
둘은 여행을 함께 하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대인관계가 서툴고 특히 초등학교때는 발표 시간이 죽도록 싫었다.
그래서 문명이 발달한 지금 세상이 참 살기 편하다는 생각을 한다.
휴대전화로 메세지를 보내거나, 이메일을 주고 받고, 웹상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사귄다.
나 자신에 대해 많이 알릴 필요도 없다.
적당한 선의 나의 정보로 그리고 상대의 정보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앞에 앉아 있는 사람보다는 보이지 않는 인터넷선으로 연결된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해결한다. 물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지만 조만간 집에서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대체할 순간이 오겠지.

그런 시대에 편지라는 소재를 들고 나온 소설이 있다.
바로 이 책.
편지, 특히 손으로 쓴 편지는 이제 보기 드물다.
우편함에 꽂혀 있는 건 대부분 세금 고지서일 뿐.
고등학교 아니 대학시절까지도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 받았던 기억이 나지만 지금은 휴대 전화 문자 메세지나 이메일로 대체되었다.
오히려 말보다 글씨가 더 편안함을 주지만, 정성을 기울이는 편지의 존재는 어느새 퇴물이 되어 버렸다.

현대인들의 고독은 더 깊어진다.
고도로 발달된 문명 세계에서 인간들은 북적이는 대도시에 살아도 다른 사람을 쳐다보지 않는다.
오직 자신을 향해 있고, 자신만을 쳐다 본다.

소설의 주인공 나(지훈) 역시 책을 읽고, mp3들 듣는다.
완벽히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나(지훈)는 편지를 쓴다.
편지는 상대가 있어야 쓸 수 있는 것이다.
딱 하나 나(지훈)가 사람들과 소통의 길을 열어 놓은 것, 그것이 바로 편지인 것이다.
그러나 편지는 오지 않았다.

행복한 눈물

나(지훈)이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이 외로운 사람들이다.
불륜을 저지르는 엄마를 둔 여고생, 자살 시도를 하려던 남자, 남이 버린 껌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20년전 사고로 친구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남자, 고시원에서 사는 남자, 편의점을 좋아하는 남자 등등은 어떻게 보면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이다.

본문의 내용처럼 사람이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이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중에서 자신이 혼자 동떨어진 존재라고 느끼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러한 외로움은 현대 사회의 풍요로움이 만들어낸 결락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듯 하다.

왠지 고독하고 외롭고 슬픈 사람들 이야기만 나오는 것 같은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하지만. 이 소설은 마지막에 가서 큰 반전을 가져온다.

나는 주인공 나(지훈)가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발작의 원인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며 크게 숨을 들이 쉬어야 했다. 그제서야 왜 나(지훈)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행을 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또한 그 부분에서야 나(지훈)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그 편지는 나(지훈)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소통하지 못했던 마음이었던 것이었다.

와조의 죽음에서는 눈물이 방울져 떨어져 내렸다.
나(지훈)의 완벽한 여행의 동지이자 동반자였던 와조의 역할은 나(지훈)을 집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끝을 맺었기 때문이다. 와조가 없었더라면 나(지훈)은 여행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을까. 와조를 정원에 묻고, 나(지훈)이 와조를 보내는 장면에서 끝내 나는 펑펑 울고 말았다.

그리고, 난 그 다음에 연이은 눈물 폭탄 세례에 또다시 펑펑 울어 버렸다.
옆집 아줌마가 가져다 준 택배 박스.
그 내용물의 정체를 알게 되고 난 나 자신이 주인공 지훈이 된 것처럼 기뻤고, 행복했다.
행복한 눈물을 펑펑 쏟아내게 되었다.

외로운 사람들의 슬프지만 따뜻하고 행복한 이야기.
추운 겨울 바람이 부는 저녁, 내 가슴속은 따뜻한 봄바람으로 넘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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