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가 끝나면 만납시다 - 뉴 루비코믹스 553
에스도 에무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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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엔 그림체가 예쁜 만화가 좋았다.
그리고 무조건 하드한 만화가 좋았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런게 싫어졌다.
그림체보다는 스토리가 좋은 만화가 좋아졌다.

에스트 엠은 우연히 골랐다가 굉장히 마음에 든 작가다.
과한 느낌은 없다. 오히려 애잔한 부분이 더 컸다.
그런 느낌은 마음속에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다.

이 단편집은 춤, 영화, 음악, 그림 등 예술적인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 <커튼 콜>과 <쇼가 끝나면 만납시다>는 러시아 출신 댄서와 헐리웃 영화배우의 이야기를, <caf'e et cigarette>은 화가와 갤러리를 운영하는 남자의 이야기이고, <Rockin'in my head>는 한때 유명했던 락그룹의 기타리스트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 기타리스트 청년의 이야기이다. <nero>와 <모노크롬>의 경우, 두 사람의 정체를 보고 깜짝 놀랐지만, 가슴 한구석이 너무나도 따스해졌다. <쓰르라미, 무더운 날의 골목길>은 교토의 기온 마츠리에서 피리를 연주하던 두 사람의 이야기인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커튼 콜>, 그리고 <쇼가 끝나면 만납시다>의 테오와 댄 커플링을 제외하고는 자극적이거나 에로틱한 장면은 전혀 없다. 이 두 사람의 경우도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오히려 애틋하게만 느껴졌다. 특히 카르멘과 호세의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의 모습은 쉬이 잊혀지지 않을듯 하다.

개인적으로 <nero>와 <모노크롬>에서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둘이 기대고 있는 장면이 너무나도 예뻐서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의 정체는 둘째치고 말이다.

<쓰르라미, 무더운 날의 골목길>은 과거의 추억과 결부되어 애절한 느낌이 가득했다. 서로를 마음에만 품고 살아야 했던 그들을 생각하면 요즘 사랑은 너무 순간적지 않은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가진 각각의 사연은 내 가슴에 촉촉히 스며드는 봄비같았다.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작가를 만났다고, 난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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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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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한강에서 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보다 앞선 2008년 2월 한 아이가 실종되었다.

죽은 자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살아 남은 자는 아무런 기억이 없었다.
남겨진 자들은 진실에서 눈을 돌렸다. 

얼핏 보기엔 무관할 것 같은 두 개의 사건.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은 아주 나중에야 알려진다.

정이현 작가의 <너는 모른다>의 책 표지를 보면 참 예쁘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한편으로는 섬뜩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 온다. 따뜻한 붉은 색조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여 주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푸른빛이 도는 스타킹과 회색 벽은 차가움을 느끼게 한다. 그것도 섬뜩할 정도의 차가움을..

책 띠지와 책 표지, 그리고 작가 소개와 작가의 말을 주욱 읽고, 목차를 훑었다. 이건 내가 늘 책을 읽을 때 나오는 습관중의 하나이다. 그러면서 먼저 책의 내용에 대한 상상을 해 본다. 그리고 난 책을 펼쳤다. 

이 책은 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총 다섯명의.
그러나 이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 부유하고 행복한 것 처럼 보여도 무엇인가 크게 어긋나 있다.
전처와 이혼 후 대만 여성과 결혼해 다시 딸 하나를 둔 부부. 그리고 이복 형제.
물론 이런 집이 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평범한 가정에서도 언제든지 문제는 있을수 있고, 솔직히 말해 문제없는 집은 없으니까.

그러나, 이런 평범함과 행복함으로 가장된 집이 무너진 건 한 순간이었다.
그것은 바로 딸 유지의 실종으로 인해 장마 때 둑이 터지듯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중국과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 김 상호.
대만 출신 화교인 어머니, 진 옥영.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그에 대한 애정 결핍을 가진 큰 딸 은성.
겉으론 조용하고 무덤덤하며, 세상에 초월한 듯한 눈빛을 가진 아들 혜성.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막내딸 유지.

겉으로 보기엔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은 아이들 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던 것 같았다.
유지가 실종되기 전까지는.

유지의 실종과 더불어 비밀에 싸여있던 가족사가 파헤쳐진다.
아버지가 실제로 하는 일, 엄마와 대만 남자 밍의 관계, 은성의 자기 파괴적 연애와 사랑, 혜성의 방화 충동, 그리고 늘 얌전하기만 했던 유지가 자신의 엄마가 중국계란 것에 대해 받은 상처와 음악에 대해 갖고 있었던 고민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고, 인물 하나 하나를 중심 인물로 교차 부각시킴으로서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준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지레 복잡한 흐름을 가질 거야라고 편견을 갖기 쉽지만, 오히려 각 인물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소설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서술되며, 화자는 아무런 감정없이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그렇다 보니,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분명한 편이고, 또한 굉장히 자세하다. 즉 이 소설엔 주인공들만 존재하지, 조연 캐릭터는 하나도 없을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작가가 섬세하게 설정한 복선들, 그것이 점차 아귀를 맞춰가면서 우리는 큰 당혹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평범한 게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깨달아 간다.

가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적어도 가족 사이에는 비밀따위는 존재하지 않은다고 당신은 자만하고 있지 않은가.
또한 가족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고 당신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난 책을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그저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알려고 하지도 않았으며,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던 게 아닌가 하고.
왠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눈을 돌렸던 게 아닌가 하고.

이 소설은 한 가족이 가진 끔찍하고 두려운 비밀을 파헤치는 동시에,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장기 밀매 브로커 조직, 소아성애자, 차량 방화, 사체 유기, 불륜, 가족의 해체, 그리고 자신의 일이 아니면 눈을 돌려 버리는 무책임한 사람들의 모습까지. 또한 실제로 있었던 아동 유괴 살해 사건이나 무차별적 살해 사건들도 간간히 언급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부풀려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정이란 것은 사회의 가장 기초가 되는 단위이기 때문에 이것이 망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외형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사회 문제까지 심도 있게 다루는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고 느꼈다.

읽는 내내 착잡한 기분이었다.
물론 내 가족이 이런 비밀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족이라고 해서 24시간 365일 행동을 같이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어느 정도 성장하면 부모에게서 독립을 하고,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 보다는 친구, 연인, 사회의 동료들과 더 많은 시간을 공유하게 된다. 따라서 자연히 모르게 되는 게 더 많아진다.  
내가 모르는 부모님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또한 부모님께서 모르는 나의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는 가족이기에 만만하게 생각하고, 가족이기에 그냥 믿어 버리고,가족이기에 모르는 척 하면서 살아가는 동안 소중한 것을 잃어 버리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는 건 아닌지.

현대적 가족의 새로운 해석과 그 속에 담긴 비밀을 이야기 한 <너는 모른다>.
이 소설은 한동안 내 가슴속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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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지가 알고 있다 - 뉴 루비코믹스 879
우메타로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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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미히라 X 치즈카 세번째 이야기.

<약지가 알고 있다>의 전개는 내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갔다. 책 뒷표지를 보고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뭐 이런 취향이 좋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난 이런 취향이 아니라서, 보면서도 내내 투덜거렸다.

사실, 사내 연애란게 간단한게 아니다. 게다가 치즈카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면 더욱 그러할테지. 그런데 나미히라는 치즈카와 사귀기 시작하면서, 그런 정도의 각오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사내 연애란 남남 커플은 말할 필요도 없이, 남녀 커플도 쉬쉬하는 면이 많다. 물론 요즘은 사내 커플도 인정 받는 추세이지만, 만약 헤어질 경우(난 극단적인 걸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지라) 누군가 하나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입장에 처해질지도 모른다. 그건 보통 약자 ㅡ 내 말로 이런 이야기 하기 싫지만, 남녀 커플의 경우 여자, 남남 커플의 경우 수가 되려나 ㅡ 가 그만 두는 게 보통의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미히라는 치즈카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길 바랐다. 남자 커플을 인정해달라니, 너 바보아냐? 라고 나미히라를 질책하고 싶었다. 평소에는 일 잘하던 녀석이 그런 일에 휘둘려서 이래저래 방황하는 꼴을 보자니, 속에서 욱하는게 치밀어 올랐다.

그러더니, 고작 그런 것에 상처받아서 ㅡ 물론 나미히라 입장에서는 고작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남남 커플에 사내 연애라면 어느 정도는 각오했어야지 ㅡ 술에 취해 동료와 함께 밤을 보내다니... 내가 만약 그자리에 있었다면 나미히라를 한 대 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완전히 뻗어서 기절한 것도 아닌데, 넌 사랑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을 구분도 못하냐? 그건 술을 얼마나 먹었든 당연히 구분해야 할 거라 생각한다. 바보 나미히라.

그래 놓고, 속으로 전전긍긍. 치즈카에게 숨길 궁리나 하고, 정말 최악이잖아. 솔직히 연애를 할 때 혹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은 항상 약자의 입장이라고, 나미히라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치즈카를 더 사랑하기때문에 약자라는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근데, 그건 치즈카 입장도 마찬가지 아닐까. 사랑의 무게를 잴 수 있는 것도 아니요, 사랑의 정도를 잴 척도 또한 없는 게 사실인데...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을 사랑할 때만이 약자가 되는 게 아닌가?

하여간, 나미히라, 어려도 너무 어리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어느 정도는 각오가 필요하고, 또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도 필요하다. 혼자서 오해하고, 상처받고. 진작 치즈카에게 물어 봤더라면, 치즈카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해 봤더라면 이런 일은 없을테지만, 나미히라의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이니 이제 따지는 건 그만 둬야지 않을까 싶다. 

중간에 어설픈 복수를 하고자 등장한 인물의 효과는 별로 강하지 못했다. 그래서 좀 밋밋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 사연을 들어보니, 사람은 정말 자기 좋을대로만 생각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할까.

참, 나미히라에 대해 나쁜 말을 그만하자고 했는데, 딱 한마디만 더.
은근히 나미히라 M 경향이구나. 심각한 정면인데 웃음이 나올뻔 했다. 난 사실 M 성향을 가진 수는 별로 안좋아한다. 물론 나미히라가 늘 그런 건 아닌 것 같지만 (두 권을 읽고 낸 결론) 치즈카에게 용서받고 싶다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한 벌을 받고 싶은 마음이 섞여서 이렇게 드러난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난 S 경향이나 좀더 심한 귀축 성향의 공은 참 좋아하는데, M 경향 수는 좋아하지 않는다니, 이거 참....

이젠 제발 좀 정신차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믿으라구, 나미히라.
서로 사랑을 할 때 일방적인 상처를 받는 커플은 이 세상에 절대 없으니까.  

참, 제목인 <약지가 알고 있다>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직접 읽고 확인하시길... 솔직히 좀 과격한 치즈카의 모습에 놀랐지만, 독점욕 강한 성격이다 보니, 이정도로 끝난 게 다행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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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 없는 세상 - 제6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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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고개가 갸웃거렸다.
동정 없는 세상이라..
우리말도 동음이의어가 많기 때문에, 이 동정이 同精인지 童貞인지 한참을 생각해 봤다. 그러다가 책 표지에 그려진 그림을 본 순간 후자란 걸 알고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책 표지를 넘기고 본문을 펼친 순간 난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ㅡ 한번 하자.
ㅡ 싫어.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위의 동정 없는 세상이 무슨 뜻인지 대충 알아채셨으리라.

이 소설의 전체적인 느낌은 가볍고 발랄하면서 발칙하다.
동정을 떼고 싶은 고교 졸업반 준호를 중심으로 그의 여자 친구 서영을 비롯해, 준호의 친구 경식, 영석과 준호의 엄마인 숙경씨, 외삼촌 명호씨가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캐릭터들의 포스 또한 만만치 않다.

준호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을 포기했다. 잘 생긴 얼굴이지만, 공부는 별로 잘 하지 못하는 데다가, 그 또래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얼른 동정을 떼고 어른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 놓고 싶어하는 인물이 바로 준호이다.

서영은 이 책의 표현상으로는 그 집 아이, 요즘말로는 엄친아에 속하는 부류로 수시 입학 합격을 할 정도로 수재이다. 영석은 집안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 그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경식은 얼굴도 못났고, 공부도 못하는 그저그런 평범한 아이이지만, 가출을 비롯해 여러가지 아르바이트 경험도 있고, 또 유일하게 동정을 뗀 친구이기도 하다.

준호의 엄마 숙경씨는 미용실을 운영하는데, 굉장히 밝고 긍정적인 캐릭터이며, 명호씨는 준호의 외삼촌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으나 아직도 장가도 안가고 취직도 안한 상태로 준호의 집에 얹혀 살고 있다.

이런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하자로 일관하는 준호의 말을 보면 영화 몽정기가 떠오를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동정 없는 세상은 그정도로 가볍지는 않다. 물론 이야기 자체가 고교생들의 성에 관한 문제를 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조금 다른 의미가 들어가 있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동정을 뗀다. 여기에선 비유적 의미로 쓰이지만, 그것은 바로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열 아홉과 스물의 간극은 사실 엄청나게 크다. 고교 졸업 전까지는 언제나 부모의 품안에서 보호받으며 살다가 고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자유를 보장받는 대신 어른의 책임을 지게 될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수능이 끝난 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고민하는 친구도 있고, 대학을 포기하고 자신의 적성을 찾아 혹은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밥벌이를 하기 위해 직업 훈련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다를 나름대로의 방향성이 갖춰져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혼란스러운 나이가 바로 이때이다. 그리고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자만하고 우쭐해지기 시작하는 나이도 바로 이때 즈음이기도 하다. 

가벼운 어조에 실어 묵직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 동정 없는 세상.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의식과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당황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을 잘 묘사해 즐겁게 읽었던 반면, 아쉬웠던 것은 엄마 숙경씨와 삼촌 명호씨의 너무 무른 태도라고나 할까.

세상은 가혹하다란 사실을 부러 느끼게 해 줄 필요는 없지만, 아직 어린애나 다름없는 준호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는 건 여전히 준호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것으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런 엄마, 삼촌이 있기에 준호는 바르고 명랑하고 긍정적으로 자라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가벼워 보여도 가볍지 않고, 즐겁게 읽으면서도 한가지 화두를 던져주는 동정없는 세상은 이제껏 읽었던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중 가장 편안한 느낌으로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고교 시절, 수능이 끝난 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 책이기도 했다. 물론 난 준호와는 다른 성별이라 노는 방법은 좀 달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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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못하는 연인 - 뉴 루비코믹스 822
우메타로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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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들지 못하는 연인>은 치즈카 X  나미히라 커플의 두번째 이야기로구나.
책을 구매하면서 제대로 된 설명을 읽지도 않고 단편인줄 알고 덜컥 구매를 했는데, 이게 시리즈물이고, 지금 총 세 가지가 나와 있다는 걸 책을 구매한 후 알게 되었다. 
순서대로 보자면, <내일, 그의 침대에서> , < 잠들지 못하는 연인> , < 약지는 알고 있다>로 읽어야 하지만, 제일 첫권을 구매하지 않은 탓에, 궁금증을 가득 앉고 2권인 <잠들지 못하는 연인>을 읽기 시작했다.

앞이야기가 궁금하지만, 어쩔 수 없겠지.
라고 하면 거짓말.
사실, 정말 궁금해.
도대체 왜 치즈카가 잠자는 공주고 나미히라가 왕자님이 된 것이지?
실제로는 치즈카가 세메, 나미히라가 우케인데....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지금은 책이 없으니, <잠들지 못하는 연인>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야겠다.

잠들지 못하는 연인은 전반, 후반으로 나뉘어져 두 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겹치는 인물이 있기도 하지만, 중심 인물이 달라 진다.

치즈카 X 나미히라 커플의 경우 리맨물이라고 봐야 할텐데.... 사실 나미히라만 리맨이고, 치즈카는 상류층이라 좀 거슬리기는 한다. (난 평범한 리맨들이 좋단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미히라가 치즈카와 자신을 비교해 많이 움츠러 들고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원래 우물쭈물 우유부단한 우케를 싫어하는 편이라, 이런 캐릭 질색이야!!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워낙 차이가 많이 나다 보니, 나미히라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된다. 누군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랴. 돈 많고 잘생기고 잘나가는 사람에게 사랑받을 때 그것인 진실한 사랑인지 하룻밤 놀이 상대인지 고민 안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하여간, 이런 나미히라앞에 영국 귀족 리처드까지 등장. 안그래도 움츠러든 나미히라에게 더 큰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상류층들 아닌가. 근데 알고 보니, 치즈카와 리처드 사이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아니, 나미히라만 모르는 비밀이. (그건 직접 확인하시길..)

어쨌거나 급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좋아하니까 옆에 있고 싶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싶은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치즈카의 묘한 한마디가 좀 걸리기는 한다. 과연 그는 어떤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리처드에게 한 걸까. 

난 치즈카 X 나미히라 커플 보다는 카지와 사토시쪽이 더 마음에 든다. 왠지 어디나 있을 법한 캐릭터란 것도 좋다. 나미히라를 고등학교때 부터 줄곧 짝사랑해왔던 카지와 자신의 사촌이 그쪽 세계 사람이란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사토시.

카지는 과거를 떨쳐내지 못한 인물이 사토시라고 생각했으나, 결국 자기 자신이 나미히라에 대해 아직도 미련을 못버리고 마음의 팬텀 페인(환지통)을 앓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이야기인데, 이쪽이 훨씬 공감이 가고 좋았다.

일단은 시리즈 1권이 내게 없으므로, 이 다음은 <약지가 알고 있다>를 읽을 차례다. 치즈카와 나미히라의 아슬아슬하면서도 달달해서 몸이 오그라드는 애정 행각은 또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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