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 - 뉴 루비코믹스 6
시미즈 유키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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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를 딱 본 순간 등장 인물의 연령대가 팍 하고 낮아질거란 생각은 했다. 그래도 고등학생이려니 생각했는데.. 아뿔사, 중학생!?
옆에 있는 청년은 잘 생긴데다가 모델 출신이다. 즉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게다가 요리도 잘 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변태!?

<레시피>는 설정이 하도 재미있어서 많이 웃었다.
사실 레시피의 뜻이 조리법이란 건데, 여기선 꼬마 코우를 잘 조리해서 나중에 맛있게 잡아 먹으려는 조리법이란 의미였다. 어찌나 웃었던지... 사실 대놓고 에로한 장면은 없지만, 또 은근하게 사람의 시각을 자극하는 장면이 많다고 했다고 할까.

게다가 반항기의 청소년답게 자신의 의사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코우를 들었다 놨다 쥐락 펴락하는 카이야에겐 내 두 손 다 들었다. 하지만 카이야는 변태과라도 앗.. 징그러워... 가 아니라 은근히 귀엽네... 란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캐릭터인 듯 하다.

<죽어도 좋아>는 왠지 영화 제목을 연상시켰는데, 레시피에 나온 코우의 삼촌 유우진과 그의 연인의 이야기이다. 성욕 과잉의 연인 준이치를 위해 몸을 혹사하는 유우진. 사실 레시피에 나온 유우진의 이미지가 별로 였기에 그놈 좀 더 당해라. 넌 그래도 싸...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크서클까지 생기고 결국 쓰러져서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 모습을 보니.... 좀 안됐다란 생각도 든다.

총 3커플의 단편이 실린 이 책에서 유일한 성인 커플이라 에로함의 수위가 좀 높았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난 성인 커플 쪽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아저씨>와 <내가 아주 좋아하는 아저씨>는 2편인 <죽어도 좋아>에 잠시 등장하는 의사 샘 스기하라의 이야기이다. 거리에서 당돌하게 '아저씨 날 주워줄래요?'라고 말하는 소년의 등장. 무슨 길고양이도 아니고, 아이를 줍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BL물에서 은근히 많이 등장하는 설정이다. 나도 요런 설정을 좋아하고...

스기하라의 모습을 보니 은근슬쩍 이 아저씨 숨겨진 쇼타콘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 소년의 정체가 드러났을 땐 사실 깜짝 놀랐다. 약간의 짐작은 있었지만... 
하지만 스기하라의 의외의 모습 -스기하라가 산부인과 의사가 될 결심을 한 장면 - 에선 좀 뭉클했다.

이 단편에서는 조연들의 역할이 무척이나 크다. 특히 스기하라의 두 형님이 나왔을 때, 난 웃음이 마구 터져버렸다. 병원내 사무실도 그렇고 두 형님과 함께 있는 스기하라는 야쿠자 조직의 우두머리들이라고 해도 완벽히 믿을만한 포스를 내뿜었기 때무이다.  

세 커플 모두 뭐랄까, 그다지 이상적(?)인 커플의 모습은 아니지만 아무 생각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미즈 유키의 다른 책인 러브 모드나 ZE도 재미있지만 요런 감각적인 단편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시미즈 유키의 남자들은 멋지니까. 섹시하니까, 시각적인 즐거움도 배가 된다. 울적할 때 한번씩 들춰 보면 왠지 내게 웃음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그런 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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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을 말할 생각은 없어 - 러쉬노벨 로맨스 137
아이다 사키 글, 키타하타 아케노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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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다 사키의 <안녕을 말할 생각은 없어>는 재작년 드라마 CD를 들으면서 접하게 되었다. 요즘도 그렇지만 그때도 좋아하는 성우분 목소리 삼매경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원작 소설은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당시엔 이 소설의 번역본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게 또 그 이유이기도 하다. 검색만 해봐도 되었겠지만, 이상하게 라이트 노벨 쪽은 손이 잘 안나갔었다. 지금은 라이트 노벨을 읽는 재미에 푹 빠졌지만...

그때 이 시리즈가 너무 재미있어서 서 너번은 들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성우분이 아마미 역으로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원래 야쿠자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유머스러우면서도 따뜻함이 흘러 넘치고, 스토리도 괜찮아서 너무나도 좋아했다.
책 역시 만족! 물론 드라마 CD를 들은지라 줄거리는 다 알고 있지만 내가 100% 알아 듣는 건 무리였기에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놓쳐버린 부분을 찾아 내는 재미도 쏠쏠했다.

진나이 타쿠로. 서른 일곱의 전직 형사. 현재는 별볼일 없는 탐정. 고집스럽고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면이 있는 사나이다운 사나이지만 왠지 아마미 앞에서는 한 수 접어주는 듯하지만 사실 아마미를 이기지 못하는 걸지도.

아마미 타이가. 스물 아홉. 동일본 최고의 야쿠자 조직인 홍룡회의 하부 조직 스도우파의 간부이자 자신의 조직원을 따로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잘 나가는(?) 야쿠자이다. 잘생긴 외모와는 달리 독설가에다가 툭하면 진나이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까칠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아픈 과거의 상처를 독설과 폭력으로 감추려고 하는 여린 마음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12년전 고교생이었던 아마미와 당시 경찰에 몸담고 있었던 진나이의 인연은 우연한 것을 계기로 시작한다. 말수도 없고 늘 자신의 감정을 묻고 살아 가던 소년 아마미는 차츰 진나이에게 마음을 열어가지만, 결국 아버지의 폭행으로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되어 엄마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살해하고 만다. 그후 소년원을 거쳐 아쿠자 조직에 들어가게 되고, 지금은 야쿠자 조직의 간부로 자신의 위치를 잡기까지 얼마나 고된 세월을 살아 왔을까.

물론 난 폭력이란 건 질색이다. 하지만, 소설이나 만화에 등장하는 야쿠자들은 왠지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건 그들이 지독한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거의 배제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거칠지만 남자다운 성격이 돋보인다. 아마미도 독설에 툭하면 진나이에 폭력을 휘두르지만, 사실상 폭력보다는 좋은 머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편이다.

아마미는 진나이에게 늘 이런 저런 의뢰를 해오지만, 늘 골치아픈 것들이지만 아마미의 협박과 회유에 못이겨 늘 그것을 받아 들인다. 그렇다 보니 야쿠자 일에 휘말리는 건 일상다반사. 입으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그걸 받아들이는 진나이나, 매일 독설을 내뱉으면서도 진나이 곁에 늘 머무는 아마미나 왜 이렇게 아이들 같은지.... 둘이서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보면 무슨 만담쇼를 보는 기분도 든다.

과거와 현재가 얽히고, 야쿠자와 일반인란 사회적 위치에서 오는 문제도 물론 존재한다. 사실 야쿠자와 얽히고 싶은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는가.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살아왔던 십이년. 참 미련도 하지. 하지만 서로에게 서로의 사정이 있듯이 서로에 대한 마음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고, 상대를 위한 마음도 틀림없이 있었을 터이다.

특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에도 진나이의 곁에 머물지 않을 것처럼 말을 하는 아마미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자신이 야쿠자이기에 진나이가 자신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잘 알고 있을테니까.

웃다가 가슴 뭉클하다가 때로는 애틋하다가 때로는 너무 바보같은 두 사람이 안타깝다가...
이런 저런 감정이 들지만, 겨우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게 된 두 사람, 부디 앞으로 행복했으면 하고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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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열린책들 세계문학 26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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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고교 시절 첨으로 접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후로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 지금은 대략적인 줄거리만이 생각난다. 당시엔 베르테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슬픔이란 것에만 신경이 쓰였다. 하긴 그 나이에선 그런게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시 손에 잡게 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사랑 이야기로는 최고의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이 작품은 한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라고만 하기엔 아쉬움이 컸다.

베르테르가 약 1년 반에 걸쳐 친구 빌헬름에게 보낸 편지를 가상의 역자가 엮어서 펴낸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총 3파트로 나뉘어 진다.

제1부는 베르테르가 로테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진 순간의 환희와 기쁨을 그리고 있다. 그 표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하다. 사실 사랑이란 것에 빠지면 온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비단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싼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시쳇말로 눈에 콩깍지가 씌였으니까. 하지만 사랑이란 것은 늘 아름다운 순간만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 또한 사랑이란 나와 상대에게 언제나 똑같은 무게로 다가 오지도 않는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사랑하지만 로테에게는 약혼자가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베르테르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가 없지만, 알베르트가 돌아오면서 베르테르의 사랑은 안타까움과 절망으로 변해간다.

사랑의 시작으로 시작해 사랑하는 마음의 절정, 그리고 좌절감과 슬픔을 겪는 다양한 감정의 변화는 1인칭이자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절절하게 드러난다. 사실 사람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으로는 1인칭이 가장 좋지만, 편지라는 다소 비밀스러운 형식은 그 사람의 감정을 더욱더 잘 드러내 보여주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한 구절 한 구절,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찬미와 행복으로 충만한 감정을 표현하는 베르테르를 보면서 참으로 낭만적이고 감수성 풍부한 젊은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랑의 열병에 들떴다가 알베르트의 등장으로 급속하게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베르테르의 모습을 보면서 나약한 면이 많은 젊은이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나의 사람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을 때의 베르테르의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그러한 희비의 쌍곡선이 너무나도 애절하고 절절하게 잘 표현이 되어 있다.

제2부는 로테를 사랑하지만 이미 알베르트의 여인이 된 로테에 대한 마음과 아픔, 그리고 당시 신분 계급제와 관료주의에서 나오는 사회와 개인의 갈등, 이상과 현실의 갈등 등이 담겨 있다.

평민의 신분이었던 베르테르와 귀족간의 반목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 분위기로 충분히 드러난다. 마음속의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나 신분제와 관료주의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는 젊은이의 모습과 더불어 로테에 대한 사랑이 확실한 절망과 아픔으로 변해가는 시기는 공교롭게도 맞물려있다. 만약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었더라면 베르테르는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지 않았을까.

베르테르의 사랑과 이상은 모두 벽에 가로 막혀버렸다. 베르테르가 감상적이며 나약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1부에서도 많이 드러난다. 열렬한 사랑을 하면서도 언제나 죽음이란 걸 염두에 둔 표현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꽤 많은 횟수로 반복되고 있다.

베르테로도 베르테르지만 난 로테의 행동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약혼자가 있으면서도 베르테르의 마음을 허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는 베르테르에게 사랑의 달콤함과 환희와 함께 지옥과도 같은 절망과 슬픔을 함께 가져다준 인물이다. 언뜻언뜻 보이는 로테의 유혹의 말과 몸짓은 나만이 느낀 것일까. 그녀가 처음부터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베르테르의 마음을 확실하게 거절했다면 베르테르는 어쩌면 자살에까지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거절당한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한 거절과 애매한 거절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눈에는 로테가 끝까지 곱게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부분인 엮은이가 독자에게란 부분은 베르테르의 자살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나온다. 비록 이승에서는 엮어지지 못한 인연이지만 저 세상에서는 꼭 이루어지길 바라면서 자살을 선택한 베르테르가 완전한 사랑을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죽음이었다. 하지만 로테도 베르테르 처럼 생각했을까. 그녀는 베르테르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낄지는 몰라도 과연 베르테르를 사랑했을까. 

사실 로테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그건 그녀만이 알 것이다. 편지에서 드러난 베르테르의 감정만으로는 로테의 감정에 대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상대의 행동을 자신에게 이로운 쪽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역자가 쓴 부분도 짐작일 뿐이지 로테의 감정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부분은 없다. 

언뜻 보기엔 사랑으로 인한 슬픔과 좌절, 그리고 절망이 베르테르의 자살의 한가지 이유가 되겠지만 - 물론 그런 사람도 존재하지만 - 결국 베르테르가 자살을 하게 된 동기는 자신을 가로막고 있던 사회적 벽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상과 꿈은 언제나 눈부시고 아름답지만 한계를 돌파하지 못하는 이상 손에 넣을 수 없다. 젊은 베르테르가 진정으로 슬퍼했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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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가득히 Plein Soleil 만화로 다시 보는 세기의 명화 1
장윤식.윤영주 지음, Zoo Zoo Ping 그림 / 새롬미디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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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태양은 가득히는 알랭 드롱이 주연한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만화로 각색한 책이다. 작열하는 태양을 배경으로 제목이 주는 눈부심과는 달리 그 내용은 젊은이들의 사랑과 배신, 욕망과 음모등을 그린 영화였다. 
태양은 가득히의 리메이크작인 쥬드 로, 맷 데이먼의 리플리 역시 무척이나 재미있게 봤던 영화인지라 난 서슴없이 이 책을 골랐다. 

영화를 책이 아닌 만화로 다시 펴낸다는 것. 어쩌면 영화란 장르는 영상화된 것이므로, 글로 씌어진 영화보다는 그림으로 그려진 만화쪽이 표현력부분에서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만화라는 것의 특징상 세세한 장면까지 다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담고 있지만, 필립의 사망후 톰 리플리가 필립의 행세를 하면서 살아가는 장면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들어가 있는 (필립 목소리로)란 지문은 아무래도 웃음이 나오게 되어 버렸다. 하긴 영화는 영상과 소리가 함께 들어가지만 만화는 그림은 들어가도 소리는 들어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은 든다. 

영화는 톰의 심리 묘사 부분이 아주 탁월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아쉽게도 만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많이 생략되어 있어 안타까웠다.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톰을 그저그런 악당 캐릭터로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왜 톰이 그런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도 많이 생략되어 있고, 필립의 애인과 톰 사이에서 그려지는 미묘한 감정의 교차도 다 담아내기엔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영화란 장르를 만화로 다시 각색해 낸 시도를 했다는 점과 원작을 다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충실하게 재현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영화의 내용을 좀더 많이 담아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본편에 들어가기전 줄거리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너무 축소시켜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모두 본 나도 살짝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 눈에 띄었으니까.

이 책과 더불어 애수와 로마의 휴일도 함께 구매했는데, 그 책들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모두 내가 너무나도 좋아해던 영화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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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리는 여관 - 위니북스-A003
미즈하라 토오루 지음, 박정현 옮김 / 위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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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비가 내리는 여관이라는 다소 시적인 제목과 카라꽃을 들고 있는 슬픈 표정의 남자. 그리고 비 내리는 하늘을 배경으로 옆모습만을 보이는 안타까운 표정의 남자. 일단 이 책은 표지에 반해 구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즈하라 토오루의 작품은 아직 <슬픈 눈물은 필요없어>란 책만을 읽어 보았기에 이 작가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요번엔 어떤 이야기일까라는 궁금증과 설렘으로 책 뒷표지를 보면서 이번 작품의 주인공도 슬픈 사연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연인이었던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받고 1년이 지난 후, 연인의 남동생이 찾아 왔다.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충격적인 사실.
연인이었던 유우지는 뇌종양으로 사망했고, 그걸 알고 이별을 고한 것이 아니냐는 유우지의 동생 슈지의 말에 요시후미는 당혹감과 슬픔을 감추지 못한다. 거기에다 슈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요시후미를 일방적으로 몰아 부친다.

슈지가 요시후미에게 육체관게를 요구해 들어오는 장면에서 난 어이없게도 "형사취수(兄死取嫂)"란 단어를 떠올렸다. 설정 자체가 그렇다보니 이런 말이 떠오른 것도 무리는 아닌 듯하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좀더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었지만 말이다.

일방적이며 다분히 폭력성이 있는 관게를 요구당하면서도 슈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요시후미를 보면서 '이런 바보, 사실대로 말하면 좋잖아'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 유우지의 죽음에 대한 속죄의 의미 혹은 죄책감이 깊어 슈지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나 하는 마음에 안타까움이 컸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져 버리는 것일까. 처음엔 슈지를 보면서 유우지를 떠올렸던 요시후미도 어느새 슈지를 받아 들이게 된다. 요시후미는 처음부터 슈지를 벗어날 방법이 없었던 것일까.

사실 사회 생활을 하는 어른의 입장에서는 직장을 그만두고 이사를 해버리는 등의 방법으로 자신에게 닥쳐온 일을 피할 수는 없다. 물론 요시후미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슈지에게서 도망치고자 했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시후미의 성격상 그렇게 하기도 어려웠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슈지의 모습에서 죽은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일방적으로 몰아 부쳐진 관계일지라도 육체 관계를 맺는데서 오는 두려움과 죄책감은 얼마나 컸을까. 어쩌면 죽고 싶을 만큼 괴롭고 죽은 연인에게 미안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슈지를 통해 죽은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는 일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그런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요시후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럴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이 문득 들 뿐.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
비록 영원의 맹세를 했더라도.
난 사랑도 역시 영원한 것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요시후미의 감정 변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것이 사회적인 입장으로 보기엔 눈살이 찌푸려질 일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죄는 아니니까. 

겨울비처럼 무겁고 울적해지는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애틋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겨울비가 내리는 여관. 힘든 관계이지만 차가운 겨울비 속에서도 맞잡은 손의 온기를 잊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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