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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속성 - 당신이 투자로 돈을 못 버는 이유
오에 히데키 지음, 오시연 옮김 / 지상사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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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와 관련된 서적들이 넘쳐나는 요즘 같은 때, 굳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건 이 책이 그 동안의 상식과 상반되는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주식 투자의 상식, 혹은 원칙이라고 부를만한 것들, 예를 들자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이라던가 '장기투자를 하면 리스크가 줄어든다' 혹은 '분산투자가 안전하다', '주식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아야 한다' ,'주식보다 채권이 안전하다' 등등 그 동안 마치 정답처럼 여겨졌던 것들에 대해 그것은 모두 착각일 뿐이라며 본질은 그게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책은 총 6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어느 장을 먼저 읽든 크게 상관은 없다. 또 각 장은 5개~7개 정도의 소단원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없더라도 원하는 소단원 몇 개 정도를 골라 읽어볼 수 있다.
여러 개의 소단원 중 눈길을 확 끄는 제목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손해를 입었다는 착각
보통의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전문가들을 직접 만나게 되면 백이면 백 모두가 하는 말이 있다. "앞으로 오를 종목 하나만 찍어주세요." 이다.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조차도 프로그램에 주식 전문가들이 출연하면 우스갯소리로 (혹은 반 진심으로?) 마지막으로 오를 종목 하나만 알려주고 가시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아마도 확실하게 대박나는 주식이 있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 무조건 오를 주식 같은 건 알지도 못하지만 만일 백프로 오를 주식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걸 혼자 독차지하지 왜 굳이 남에게 알려주겠냐는 것이다. 아주 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앞으로 대박 날 주식을 알려달라'는 의미없는 말을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것이 미래를 알 수 없는 것, 결과가 어떻게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것에 불안을 느끼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의 연속인데다가 보통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것이 실시간으로 바로 드러나다 보니 감정의 진폭이 더 커 무엇에라도 의지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와 평생 함께 하는 것이 투자인데, 이런 불안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투자를 안하는 것이 나으며 투자를 한다면 적어도 자신이 직접 리스크를 견뎌낼 각오를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2. 장기투자를 해도 리스크가 적어지지 않는다고?
보통 장기투자를 하면 리스크가 적어진다고들 생각하는데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여기서 리스크의 의미를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리스크란 '손해를 본다'는 뜻이 아니라 '투자한 결과가 변동하는 것'을 말한다. 즉 리스크가 적어진다는 것은 투자한 결과의 변동성이 줄어든다는 것이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주가의 변동폭이 평균에 수렴한다는 것을 손해보지 않는다로 곡해하는 것이다. 만일 리스크를 손해라고 해석한다면 장기투자는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만든다. 리스크의 크기는 '투자금액x투자 기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큰 금액을 투입했을 때 주가가 상승하면 이익은 더 크게, 주가가 하락할 때 손해 또한 더 크게 된다. 그리고 투자 기간 또한 길어질수록 주가가 몇 배로 뛰거나 몇 배로 떨어질 가능성 또한 높기 때문에 내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겪을 확률 또한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장기보유 할수록 수익을 낼 확률과 비슷하게 손해를 볼 확률 또한 커지게 된다.
3. 적립식 투자를 최고의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적립식 투자는 매월 일정한 금액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기법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립식 투자가 나쁘진 않지만 최고의 방법은 아니며 '다소 낫다'는 정도라는 것이다. 일정 금액으로 매수함으로써 당시 주가가 싸든 비싸든 자동적으로 매수 수량이 조정이 되기 때문에 시장이 하락하는 국면이라면 비싼 값에 한 번에 사는 것보다 평균 매수가가 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장이 상승국면일 때다.
아래는 같은 금액으로 투자했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하다가 상승한 경우와 반대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다가 하락한 경우 시가가 어떻게 바뀌는지 시뮬레이션한 도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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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70
결국 이렇게 시장 상황에 따라 적립식 투자가 더 나을 때도 있고, 더 안 좋을 때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매수 방법과 상관없이 매수 이후의 리스크와 리턴은 같은 투자 대상에 투자하는 이상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적립식 투자의 진짜 장점은 매수 원칙을 정함으로써 주가등락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가등락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한 의사결정이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인간의 마음을 투자에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적립식 투자는 좋은 매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일반적으로 적립식 투자는 같은 대상에 계속 투자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집중되므로 인덱스 펀드와 같이 투자대상이 분산되어 있는 곳에 적용하는 것이 좋다.
4.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라는 말은 틀렸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라는 것은 굳이 주식투자에 적용하지 않더라도 논리적으로 전혀 흠잡을 데가 없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 무슨 오류가 있는 것일까?
저자는 이 말을 '저평가일 때 가서 고평가일 때 파는 것'으로 바꿔야 정확한 뜻이라고 말한다. '싼 것'과 '저평가'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뜻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업의 실체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저평가 상태일 때 매수를 하는 것이지 그저 단순히 싸기만 한 주식을 사면 안된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인간의 '참조 의존성'인데, 참조 의존성이란 사람들은 어떤 것을 평가할 때 절대값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하나의 값을 기준으로하여 변화율로 판단하는 심리적 경향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처음 산 값을 참조점으로 설정해 버리는 바람에 이후의 매수, 매도의 기준이 자신이 처음 매매한 가격이 되버리는 것이다. 만일 처음 매수 판단을 잘못해 비싸게 사버렸다면 내가 산 가격보다 떨어졌을 때 가격이 싸다고 판단해 물타기를 한다거나, 내가 산 가격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버티기를 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그래서 주식투자로 성공한 사람들이 종종 자신의 매수가를 잊어버리라고 조언하기도 하는 것이다.
5. 물타기는 대부분 실패한다.
사람들이 물타기를 좋아하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손실회피 심리로 자신이 산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는 손실을 뒤로 미루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위에서도 말했던 자신의 매수가를 기준으로 정해버리는 참조 의존성 때문이다. 이성적 매매판단은 현 시점에서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싼지, 비싼지를 기준으로 해야하는데 자신이 산 가격을 절대시하다보니 자신의 매수가보다 떨어지면 저평가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마지막 셋째는 인지부조화 때문인데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추매로 평균매수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안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물타기란 무엇일까?
제대로된 물타기란 내가 과거에 산 가격과는 상관없이 신규로 산다고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그 주식을 사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사야한다고 판단되면 사는 것이 맞지만 계좌의 마이너스가 보기 싫다는 이유라면 절대로 물타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보통 물타기를 할 때 싼 가격으로 희석돼 평균 매수 단가가 낮아지면 주가가 조금만 올라가도 수익이 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데 그것은 처음에 산 주식의 비용이 낮아질 뿐이지 나중에 산 비용은 새로 발생하게 된다. 결국 판돈만 늘어날 뿐이고 주가가 회복될 때까지 늘어난 판돈이 묶이게 되므로 정말로 매수하고 싶은 주식이 나타났을 때 정작 현금이 없어서 투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역시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아무리 이런 책들을 읽더라도 막상 실시간 차트를 보다보면 여전히 생각없이 물타기를 시도하곤 한다. 이것은 인간의 심리적 경향이며,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아도 잠시만 방심하면 내가 매매한 가격에 앵커링 돼버려서 나도 모르게 매수, 매도에 손이 나가니 인간의 본성을 거스리기란 참 쉽지 않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모든 과정을 자신이 직접 겪어내지 않는 이상 시장의 작은 파도에도 휘청거릴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경험하며 약간의 실패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주식 시장은 결국 스스로 공부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며 인간의 본능을 이겨낸 사람이 승리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