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곽재식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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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특이한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독특하고 기발한 구성방식과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문제편, 풀이편, 해답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의 결말은 마지막 해답편에 가서야 속시원히 해결된다.


이 기묘한 이야기는 기나긴 백수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던 주인공 '한규동' 이 수상하기 짝이 없는 차세대 인터넷 미디어 벤처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회사의 면접시험은 세 가지 이야기 중에 골라서 한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사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는 '이인선' 사장이라는 자가 제시한 주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내가 아는 이야기 중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

2. 남들 돈 번 이야기 중에 가장 기막힌 이야기

3. 누구 바람난 이야기 중에 최대한 길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


도대체 이런 이야기로 무슨 평가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디라도 '합격'이라는 걸 해보고 싶었던 마음에 규동은 자신이 아는 " 가장 무서운 이야기 " 를 하기로 한다.

 

약 400페이지 가량의 분량으로 구성된 책에서 규동이 자신이 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130페이지 가량이 "문제편"에 해당하고, 이후에 이인선 사장과 규동이 이야기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200페이지에 걸쳐 "풀이편" 으로 진행된다.

전체 분량 중 4/1 이상이 무서운 이야기를 묘사하는데 할애되어 있는 만큼 규동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규동이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1940년대 옷 공장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일제시대 '임만섭'이라는 자가 일본인들에게 온갖 아부와 로비를 하면서 공장을 성장시켜가는 과정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여공들에게 각성제를 주사하면서까지 무리한 노동을 시키고 결국엔 집단 자살인지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무서운 이야기라는 주제로 스토리가 진행 되는데, 사실 가장 무서운 이야기라고 부를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물론 강제로 각성제를 주입당하다 결국엔 거기에 중독돼버린 여공들의 광기와 집단자살로 추정되는 의문스러운 죽음이 섬칫하긴 하지만 그게 가장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규동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면접관인 이인선 사장은 시종일관 논리적이고 사실적 근거를 따져가며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실제에 가까운지 검증해보려고 하기 때문에 독자들 또한 규동의 이야기를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문제편이 끝나면 풀이편을 통해서 규동이 들려준 이야기가 단순히 괴담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옷 공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거기선 아직도 죽은 여공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이야기 속 임만섭의 공장으로 추정되는 곳을 방문했다가 직접 귀신을 목격하고 그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사실 문제편에서 규동이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보다는 풀이편에서 진실을 추적해 가는 과정이 더 공포스럽다. 여기선 진짜로 귀신이 등장한다. ㅎㄷㄷ

​이 과정에서 '이인선' 이라는 인물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자출신 특유의 예리한 감과 비상한 머리로 귀신의 존재를 파헤친다.

 


마지막 해답편에서는 무서운 이야기의 실체와 귀신이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 밝혀지는데 비교적 길었던 문제편과 풀이편에 비해 해답편은 너무 짧게 끝나 아쉬웠다. 차라리 문제편을 축약하고 해답편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원래 10부작 정도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반해 그들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특히 이인선 사장에게는 숨겨진 스토리가 더 많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아주 일부분만 밝혀져 있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매력적이라 추후에 시리즈로 나올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만일 앞으로 시리즈물로 계속해서 작품이 이어진다면 이 책에서는 알 수 없었던 등장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지길 기대해본다.


혹시 제목 때문에 엄청나게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문제편'까지만 읽고 약간은 실망할 수 있지만 '풀이편'과 '해답편'에서는 그런 실망이 사라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가 이어지니 혹여 문제편이 무섭지 않다고 책장을 덮으려 한다면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니 꼭 풀이편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은 "가장 무서운 이야기" 보다는 "사건" 에 방점이 찍혀 있는 소설이다. 귀신이 등장하는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현상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추리해가는 이야기이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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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성보다 작은 회사가 좋다 -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하려면 작은 기업에서 시작하라
김인옥 지음 / 라온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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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당신이 선택한대로 취직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길 원하는가?

대답은 들어보지 않아도 열  명중에 아홉 명은 대기업일 것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알법한 대기업에 다닌다고 하면 남들 앞에서 폼도 날 뿐더러 일반적으로 연봉 또한 많다. ( 물론 대기업이라고 전부 연봉이 센 것은 아니다. ) 

하지만 이름도 한 번 들어본 적 없는 중소기업이라고 하면 남들에게 말하기 꺼려지고 어딘지 모르게 위축되기도 한다. 이유는 우리가 흔히 중소기업이라는 단어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 즉 복지도 안 좋고, 일은 고되고, 급여는 낮고, 근무 시간도 길다는 그런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런 고정관념은 중소기업이 가진 장점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들어 중소기업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고 말한다.

물론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는 여러가지 복지나 급여 면에서 부족할 수는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조직문화가 경직된 대기업에서는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직무들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대기업은 많은 사람이 근무하는만큼 생각보다 이직이 잦은 편이기 때문에 어떤 자리에 공백이 생겨 언제 누가 그 자리에 와도 대신할 수 있도록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런 시스템의 힘은 생각보다 강해 업무 역량이 좀 모자라는 사람이 그 자리에 오더라도 크게 지장이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개인의 역량이 돋보이기 쉽지 않고, 한 분야에 관련된 업무만 전담하게되어 다른 일들에 대해서는 경험해볼 기회가 적다.

그에 반해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조직이 작다보니 한정된 부서에서 다양한 업무들을 모두 처리해 내야한다. 그러다보면 한 가지 업무 외에 다른 제반 업무들도 병행해서 하게 되기도 하고 내 업무 외에 다른 부서 일을 도와주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 그만큼 이것저것 귀동냥으로 듣는것도 많아지고 이 사람, 저사람으로부터 어깨너머 배우는 것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 인생을 부분으로 만족하며 살래, 전체를 경험해보면서 살래? "


 

그 밖에도 저자는 여러가지 중소기업의 장점에 대해 언급해 놓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 빠르고 확실하게 온다는 것이다.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어딜가든 남들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눈에 띄게 마련이다. 대기업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인원이 적기 때문에 그런 인재에 대한 소문은 대기업보다 훨씬 빨리 사장님의 레이더망(?)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우수한 인재는 놓치고 싶지 않아 보상을 빠르게 지급하려고 하고, 그에 대한 결과물은 일반적으로 연봉상승이나 승진으로 나타나게 된다.

" 노력한 만큼 보상과 초고속 승진이 보장되는 중소기업 " 



 

그리고 중소기업 중에서도 성장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 오랫동안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중소기업을 고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첫 째는 회사의 업력을 볼 것. 기본적으로 한 업계에서 최소 1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기업이라야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둘 째로는 회사의 아이템(기술력)을 볼 것.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지,  미래 유망 산업과 관련된 제품인지 등 그 회사의 생산 품목에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셋 째로는 출퇴근 시간.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출퇴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위치에 있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한다.


 ​" 사회 첫발을 어디에 내딛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불안하고 답답하다고 아무 곳에나 들어가선 안되고, 또 대기업만 찾으며 허송세월을 보내서도 안 된다.

아이템이 좋은 회사가 있으면 기본적인 정보를 찾아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제대로 고민해보고 입사지원을 해야한다. "

 


저자는 연매출 20억원의 작은 중소기업을 200억 원의 회사로 성장하는데 기여한 직장인이다. 작은 중소기업이 성장해가는 걸 바로 눈 앞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이 많고, 경험과 지식이 또한 풍부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중소기업의 여러가지 장점과 모범 사례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장점을 강조하려다보니 오히려 중소기업의 단점은 지나치게 간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은 여러가지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지만 반대로 보면 오히려 깊이가 부족해 반드시 전문적인 소양을 필요로 하는 직군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여러가지를 두루두루 아는게 좋은 것이냐, 아니면 한가지를 깊이 아는게 좋은 것이냐는 직무의 특성과 관련이 있지 어느 한 쪽이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대기업에서는 끊임없는 경쟁과 재교육을 통해 업무 스킬을 향상시킬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당장 코 앞에 닥친 시급한 일을 처리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따로 공부하지 않는 이상은 별도로 교육을 받기가 어려운 편이다. 물론 이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항상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대기업은 업무와 관련하여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월등히 잘 구축되어 있다. 이렇게 원활히 잘 작동되는 시스템 속에서 일해본 것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직장인들에게는 돈 주고도 못살 귀중한 경험이 된다. 처음에 어떤 방법으로 일을 배우냐가 나중에 은퇴할 때까지 일하는 방식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어떤 곳이 더 좋다, 나쁘다 말할 수는 없다. 사실 사람마다 성향과 업무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면 된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대기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남들의 시선만 의식해 대기업을 선택했다가는 치열한 그들의 리그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자신이 종사하고자 하는 업무와, 그 업무에 맞는 기업의 형태를 고민하고 그리고 자신의 성격이 어느 쪽에 더 적합한가를 정확히 따져보고 그 후에 결정해야 어느 곳을 가든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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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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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출간되는 대부분의 책에는 띠지가 둘러져 있다. 띠지의 용도는 어디까지나 홍보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눈에 띄거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문구를 쓰는게 대부분이라 지금까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띠지에 적힌 문구가 절실히 와 닿았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이야기는 시작된다!"

말 그대로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오히려 이야기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만일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맨 앞 장부터 다시 읽게 된다면 분명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보게 될 것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 갈래이며, 시대 또한 2010년대와 1960년대로 나뉘어 있다.

2010년대의 주인공인 나의 이름은 '이재영'이다. 스릴러 작가로 네 편 정도 책을 냈지만 첫 작품이 흥행한 이후로 계속해서 부진했다.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내 책의 문제는 사건만 있을 뿐 인물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으러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우연히 들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뺨부터 귀까지 엉겨 붙은 화상에 귀가 있어야 할 자리에 공터만 남아있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이 사람의 사연이라면 내 작품의 소재가 되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다는 생각에 남자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남자의 이름은 '김정인'으로 직업은 사회복지사였다. 3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을 약속받고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남자는 갑자기 돌변해 테이블에 내 머리를 쳐박고는 떠나버린다. 그 후 나는 그에 대한 복수심과 알 수 없는 호기심에 뒤를 캐기 시작하고, 드디어 한 복지관에서 일하는 그를 찾아낸다. 하지만 다시 만난 그는 그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노인들에게 다정하고 책임감 강한 복지사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저 성실해 보이는 복지사의 얼굴 뒤에 그 때 내가 봤던 폭력적이고 잔인한 모습을 숨기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의 뒤를 집요하게 쫓기 시작한다.

1960년대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탄광촌에 '서희연'이라는 여자 아이가 살고 있었다. 엄마를 닮아 유난히 희고 예뻤던 아이는 만취해 엄마를 때리는 아빠와 사람들을 피해 집에서만 지내는 엄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외지로 나와 간호대를 다니며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사채놀이를 하는 어머니 덕에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그 남자와 미래를 꿈꾸지만 고향인 도계로 돌아간 어느 밤, 그녀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후 그녀는 남자와 예정된 결혼을 해 아들을 낳고 평온하게 사는 듯 보이지만 씻을 수 없는 그 날의 상처는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며 망령처럼 주위를 맴돈다.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다던 그녀는 결국 누구보다 엄마를 이해하는 삶을 살 수 밖에 없게 된다.

처음에는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은 수상한 남자와 그 남자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펼쳐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사건보다는 인물의 세밀한 감정 묘사에 충실한 소설이었다. 그래서 초반 도입부에 풍겼던 위험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와는 달리 개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어찌보면 기대보다 밍숭맹숭하게 흘러가는 편이다. 하지만 특별히 드라마틱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고해서 절대 이야기가 재미없거나 심심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는 이야기를 이렇게 흥미롭게 묘사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밍숭맹숭하다고 한 것은 이 소설에서 어떤 이야기를 예상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일 나처럼 범죄에 얽힌 사건 위주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그것과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야기는 두 시대를 걸쳐 진행된다. 2010년대 이재영이란 인물의 이야기에서는 미스터리한 복지사 김정인의 실체를 추적하는데 대부분의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지만 1960년대 이야기에서는 서희연이란 소녀의 일대기를 그려내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야기는 희연의 유년시절을 거쳐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이 소녀가 다른 이야기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사실 아무 관련 없는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긴 페이지를 할애할 리는 없지만 어떤 연결관계가 있는지는 중반이 훨씬 지나서야 슬슬 가닥이 잡힌다. 희연이란 인물에 대한 이런 구체적인 묘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소녀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곧 그녀와 관련된 어떤 인물에 대한 이해로 번진다.

결정적으로 소녀의 이야기에 몰입해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독자들이 머리속으로 예상하는 결말이 떠오르는데, 실제 결말이 그런 독자들의 예상을 완전히 깨부수기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는 한동안 멍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두 주인공 중 이재영이란 작가의 이야기보다는 희연의 사연이 더 몰입감 있게 읽혔다. 희연의 일대기를 마치 영화처럼 상세히 묘사해 놓은 이유도 있지만 그녀의 삶이 그 시대를 살아왔던 여성의 아픔과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이재영의 이야기는 쉽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김정인에 대한 취재가 복수나 호기심이라는 감정으로 설명하기에에는 지나치게 집요해 오히려 김정인이라는 인물보다는 이재영이란 인물이 더 수상해 보였고 한편으로는 억지스럽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맨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재영이 왜 그렇게 김정인에게 집착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책은 맨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쉽사리 결말을 예측하기 힘들지만 사실 알고보면 작가는 친절하게 처음부터 힌트를 주고 있다.

소설이 시작되기 전 맨 앞 장에 있는 이 한 문장이 500 페이지 전체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메세지이자 결말에 대한 실마리이다. 

 


" 소설의 소임은 거짓의 거미줄 사이에서 진실을 찾는 것이다. "

_ 스티븐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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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이니
배영익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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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두 주인공을 따라가며 교대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기담" 이라는 인물로 은행에서 퇴직한 후 현재는 다 망해가는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이다. 두 번째는 다큐멘터리 피디이자 전직 프로파일러 "류피디" 로 그는 현재 살인마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듯 보이지만 기담을 노리는 자와 류피디가 쫓는 자가 동일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두 인물 간의 접점이 서서히 드러난다.


기담에게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한 가지는 귀신이 보인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도깨비 감투"라는 사람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물건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도깨비 감투의 존재를 믿지 않았지만 기담은 이내 감투의 능력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알 수 없는 인물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고 감투를 이용해 자신을 쫓는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반격을 시작한다.


류피디는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현재는 다큐멘터리 피디로 일하면서 우연히 탈북주민을 태운 배가 난파되는 사건을 취재하게 된다. 그러나 난파선을 취재하러간 곳에서 뜻밖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 4구가 발견되고 이 사건이 한 인물에 의한 연쇄살인일 것이라고 직감한다. 

류피디는 남들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범인에게 일반적인 범죄자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살인마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범인은 기담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담과 류피디는 만나게 된다.



이 작품이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가독성과 흡입력이 엄청나다. 이야기는 마치 류피디가 촬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일부인 것처럼 전문가나 주변인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사실감을 높여준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이 이야기가 허구의 소설이 아니라 실제 범죄현장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된다.

이런 전개방식은 도깨비 감투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허무맹랑하게 들리지 않도록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도깨비 감투는 사람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신비한 아이템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끌어당기는 블랙홀 같은 존재가 되어 모든 사건과 인물들을 한 곳에 모이게 만든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런 식으로 소재의 전형성을 파괴하는 방식을 많이 보여주는데 이는 범인에게도 적용된다. 일반적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은 피해자들을 죽이는 행위 그 자체에서 쾌감이나 희열을 느끼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여기에 등장하는 범인은 단순히 쾌락에 미쳐 날뛰는 사이코가 아니라 대단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살인의 목적이 살인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목표로 도달하는 길에 방해가 되는 모든 방해물들, 그게 사람이 됐건 돈이 됐건 뭐든지간에 걸리적거린다 싶으면 무조건 치워버리는 것이다그 방해물이 사람일 때는 죽여 없애기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것인데, 범인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상당히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죽이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살인이라는 방법은 흔적을 남길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에 더 철저하고 교묘하게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이 과정에서 범인은 자신이 지닌 지적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이처럼 범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부적응자에 학력이 낮은 전형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지성을 무기로 성공한 엘리트의 이미지로 포장한채 자신의 본능을 감추고 주변에 숨어지낸다. 만일 이런 인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과연 우리는 알아 차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범죄자가 단순히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아니라 기존에 본 적이 없는 독특한 형태의 범죄자라는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어린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전형적인 이야기를 덧붙임으로써 범인에 대한 독특한 설정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어차피 타고나기를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지닌 사람이었다면, 차라리 유복하고 정상적인 환경에서 자라났음에도 불구하고 연쇄살인범이 됐다는 설정이 더 설득력 있지 않나 싶다. ​

그리고 중간 중간 기담이 귀신을 보거나 장승이 등장하는 장면 등은 이야기의 흐름을 흐트러 뜨릴 뿐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바로 뒤도 예측하기 힘든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였을지도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한참 질주하는 이야기의 속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것처럼 느껴졌다. ​


어쨌거나 소재의 특이성이나 빠른 전개에 가독성이 좋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흡입력이 돋보이는 책이니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강력 추천할 만하다. 

그리고 겨우 두 번째 작품에서 이 정도 필력이라면 앞으로 나올 세번째, 네 번째 작품은 보지 않아도 무조건 위시리스트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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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써야 할 때 감정을 쓰지 마라 - 인생 쿨하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차이웨이 지음, 정유희 옮김 / 유노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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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머리를 써야할 때 감정을 쓰지 마라』 라는 제목만 놓고보면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사람은 일을 그르칠 수 있다고 비판하는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자 또한 슬픔과 고통, 절망 등 누구보다 다양한 감정에 휘둘려 봤기 때문에 현실과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고, 그래서 감정에 휘둘려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집필하게 됐다. 


책 표지에 "중국 자기 계발 1위" 라는 타이틀이 보이는데 중국이나 한국이나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보니 굳이 중국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유효한 조언들이었다. 그리고 저자가 여성이라 그런지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공감을 얻을 만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크게 6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번째는 자기혐오, 두 번째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성들의 착각, 그리고 세 번째는 이야기의 제목이기도 한 감정통제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최선을 다하는 삶에 대해, 다섯 번째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나다운 삶, 마지막 여섯번 째는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episode 1.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은 자기 자신이 싫어지는 것이다."

episode 2  "백마 탄 왕자는 별 볼일 없는 당신을 찾아오지 않는다."

episode 3  "머리를 써야할 때 감정을 쓰지 마라."

episode "최선을 다한 다음에야 운이 없었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

episode 5  "세상은 처음부터 당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episode 6  "모든 성공은 눈물이 아니라 오직 노력으로 이룰 수 있다."


 

각 에피소드 별로 저자가 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세부적인 조언 또는 지침(?)들이 나와있는데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 같은 무한긍정과 희망의 메세지 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들이 가득했다.


그 중에서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자들이 생각해보면 좋을 이야기가 있었다. 

시중에 나와있는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였다면 나부터 공주급(?) 존재가 되어야만 백마탄 왕자를 만날 기회가 주어지니 왕자를 만나고 싶으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도대체 그 백마탄 왕자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라고 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백마탄 왕자는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왕이라 그 밑에서 편하게 성장해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크며, 선이 고운 외모에 마음씨까지 비단결같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현실에선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을 뿐더러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내 손이 닿을 수 없는 존재이니 얼른 꿈깨고 아버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해서노력하는 현실속 나만의 왕자를 찾으라고 조언한다. 물론 그 현실 속의 왕자님은 나이가 들면 배나온 아저씨가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예언도 덧붙여준다.

그저 왕자를 만나고 싶으면 노력하라가 아니라 동화 속 왕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니 빨리 꿈에서 벗어나 성실하고 착한 남자를 찾아봐라. 이것이 작가의 이야기였다.

물론 저자 또한 여자들이 사랑 앞에서 쿨해지기 위해서는 남자에게 헌신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투자하면서 본인 스스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굳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혼자서도 독립된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기 위함이다.

​더불어 작가는 현명한 여자는 남자의 양심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랑할 때야 세상 모든 것을 다 내어줄 것 같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스스로에게 잔인해져야 한다. 남자의 마음이 변치 않을 것이라고, 평생 나를 책임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희망은 버려야 한다. 그렇다고해서 항상 상대방의 사랑을 의심하고 확인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은 예측할 수는 없는 것이니 유일하게 스스로 컨트롤 가능한 자신의 마음을 통제함으로써 혹시모를 위험에 항상 대비해야한다.

"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를 위해 몸과 마음을 던지려 한다면 장래에 그에게 버림받을 위험도 감당해야 한다. 어쩌면 여러분의 사랑이 어리석은 선택일 수도 있고, 그를 위해 쏟은 모든 노력이 오히려 비난의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듀엣으로 불렀던 사랑의 맹세는 여러분만의 독창이 될 수도 있다.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는 남자를 위해 너무나 많은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은 괜한 헛수고다."  (p150)

지금 이 순간에도 성공과 사랑, 직업에 대한 수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출간되고 있다. 이런 주제들이 예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출간되는 것은 이런 주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또한 그런 독자들을 타겟으로 출간된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듣기좋은 달콤한 말이나 대책없이 긍정적인 이야기로 위안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언제 덤벼들지 모르는 불행과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스스로 더 냉정하고 단단해질 것을 조언한다.

흔히 상처받지 않는 쿨한 인생, 쿨한 연애를 지향하는 요즘이다. 누구보다도 쿨하고 싶지만 현실은 미련투성이로 감정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당신에게 앞으로 닥쳐올 인생의 풍랑에 대한 보험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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