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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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희 작가의 소설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는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인간의 힘으로 이룰 수 없는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얼굴을 훔쳐가는 소리나무를 불러오는 놀이의 존재는 오컬트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었지만 소리나무의 비밀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이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요소가 느껴졌다.

정확히 어떤 장르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흡입력과 가독성이 좋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택시 운전사의 미스터리한 실종으로 시작된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그것'으로부터 무차별적인 공격을 당한 택시운전사는 혀가 뽑히고 목뼈가 부러진 채 어디론가 끌려간다. 도입부부터 알 수 없는 존재에게 위협을 받는 택시 운전사와 그에게 가해지는 무차별적이고 잔혹한 폭행은 독자로 하여금 첫 장을 피자마자 이야기에 빨려들게 만든다. 
 
이후 택시 운전사의 미스터리한 실종 사건을 맡게된 '차강효' 형사와 장난감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 억울하게 잘못을 뒤집어쓰고 퇴사하게 된 주인공 '박태이' 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실종된 택시 운전사는 박태이의 어린시절 친구인데 이 사건을 계기로 박태이는 15년만에 고향을 방문하게 된다. 택시 운전사의 실종 이후 박태이의 또 다른 고향 친구인 연극 배우가 연이어 실종되고 차강효 형사는 계속되는 실종사건과 박태이의 연관성을 의심한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소리나무의 비밀을 찾아가는 현재와 소리나무를 불러내는 놀이를 벌였던 어린시절의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며 진행된다. 주인공이 왜 소리나무를 불러내는 놀이를 하게된 것인지, 그리고 소리나무를 불러내는 놀이라는게 과연 어떤 것인지 비밀을 하나 하나씩 풀어놓는데 알고 보면 이 놀이를 주인공만 했던 것이 아니라 훨씬 이전 세대에서부터 내려오던 놀이이며, 그 놀이의 대가를 어떤 식으로 치러야만 하는지를 보여준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들이 자신의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인 '그것' 이 방문할 때 느끼는 공포와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나, 둘씩 사라져 갈 때는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문장에서도 전해져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리고 이 저주와 같은 놀이를 끝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갈 때는 그 비밀이 과연 무엇일지 예상해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그래서 일단 읽기 시작하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 중간에 책을 놓을 수가 없다.
 
다만 약간의 아쉬운 점은 소리나무와 얽힌 비밀을 주인공이 여러가지 단서들을 통해 어렵게 밝혀낸다기 보다는 남들의 입을 통해 혹은 기록된 정보를 통해 찾아낸다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엄청나 보였던 비밀이 약간은 싱겁게 해소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소리나무의 비밀을 알고 있던 주인공의 할아버지가 일기장에 관련된 내용을 기록해 놓았고 그 일기장을 주인공이 보게 된다거나 오래 전부터 소리나무를 연구하던 교수로부터 놀이가 시작된 유래에 대해 듣게 된다거나 하는 식이다.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이렇게 비밀을 알고 있던 사람으로부터 툭 치면 나오는 식이라 일이 해결되는 과정이 스릴 넘친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반 이후 소리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되는 그림이 등장하는데 그 그림에 대한 묘사만으로는 정확히 어떤 그림인지 머리속으로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또 첫 번째부터 아홉번째 나무까지 각각의 나무에 해당하는 비밀과 주인공 이전 세대와 얽힌 사연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또 결말에 이르러서 주인공의 태도가 바뀌는데 주인공의 이런 일관성 없는 캐릭터와 열린 결말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독자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은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현실에 존재하는 박태이도, '그것'도 아닌 중간계의 존재가 되버린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캐릭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면 개운하기는 했겠지만 소설 전반의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박태이의 동창생인 '종목'을 찾으러 온다고 경고한 또 다른 친구와 자신을 찾아온다는 간만의 동창생에게 오히려 반가움을 느꼈다는, 살짝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은 종목의 이야기까지. 2편이 나올 것만 같은 뉘앙스와 뭔가 끝이 끝이 아닌 것만 같은 찜찜한(?) 분위기가 꽤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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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론도 스토리콜렉터 70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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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와 함께 독일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작가,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네 번째 슈나이더 시리즈이다.
앞선 세 작품들 모두 유럽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도 역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전의 작품들은 인연이 닿지 않아 읽지 못하고 이번 작품을 처음으로 접하게 됐는데 네 번째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는데 무리없이 재밌게 읽었다.
물론 중간중간 이전 시리즈에서 슈나이더와 자비네 간에 얽힌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사건에 큰 지장을 주지않고 맥락상 충분히 이해 가능한 수준이었다.

6개의 챕터로 구성된 대장정의 이야기는 역주행하며 무섭게 질주하는 차를 막아내기 위해 도로를 막아선 트럭 기사들의 긴박한 상황에서부터 시작한다. 헤드라이트까지 끄고 역주행으로 맹렬하게 돌진한 사람은 슈나이더의 전 동료이자 범죄 수사국 소속의 로어벡 경정.  사랑하는 어린 아들을 홀로 두고 어째서 역주행까지 하며 자살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의 핸드폰에는 사망 직전 슈나이더에게 보낸 문자가 남아 있었다.  

" 당신 말이 맞았소.
과거가 우리의 발목을 잡을 거라는.
6월 1일은 우리 모두를 파멸시킬 거요.
잘 지내시오! "

 

이 때부터 독자들은 과연 로어벡의 문자에 등장한 6월 1일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우리 모두를 파멸시킬 거라는 것인지, 그리고 왜 하필 슈나이더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 것인지 궁금증에 휩싸인다.
책의 제목에 나오는 '론도'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주제가 같은 상태로 여러번 되풀이되는 음악의 형식'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여기서는 제목 그대로 로어벡을 시작으로 사망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로어벡 자살사건을 맡게된 슈나이더의 옛 제자 티나는 슈나이더를 찾아가 문자의 의미를 물었지만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경고만 듣게 되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슈나이더의 동료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며 죽음의 론도가 이어진다.

책은 총 553페이지로 장편 중에서도 꽤나 긴 편에 속한다. 아무래도 분량이 길어지다 보면 중간 중간 이야기가 늘어져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을 법도 한데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화자를 변경하고 챕터별로 사건을 번갈아가며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었다. 그렇다고 사건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지루해질 수 있을 만한 때 적절히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정도로 알맞게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이전 시리즈에 계속해서 등장했던 슈나이더와 자비네, 그리고 이번 편에 새롭게 등장한 인물인 하디, 이렇게 세 사람의 시점에서 주로 진행된다. "하디"는 과거와 현재의 사건을 이어주면서 동시에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인물로 이번 편에서만큼은 슈나이더를 제치고 주인공이라도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의 분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래서 이야기 속 과거의 대부분은 하디의 시점을 통해 보여진다.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은 과연 범인이 누구인가, 그리고 왜 그런일을 저질렀는가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이야기가 절정에 다다른 후반부에나 가야 범인의 윤곽이 드러난다. 만일 범인이 중반부부터 등장할 경우 십중팔구는 실제 범인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역시 범인은 마지막에나 드러날 거라고 예상했지만 작가는 예상을 뛰어넘어 중반부에서부터 일찌감치 범인의 정체를 밝힌다. 하지만 이야기의 진짜 묘미는 범인이 드러난 이후라고 볼 수 있다. 과연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범인이 그토록 끔찍한 일을 벌이게 된 것인지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지만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하드코어한(?) 묘사에 거부감이 없지만 잔인한 살인사건이 나오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들도 있다. 아무래도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살인사건없이 이야기가 진행되기는 어려운만큼 범죄현장과 혈흔이 낭자한 사건에 대한 묘사가 빠지기 어렵지만 이 책에서는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얼마나 처참하게 죽었는지, 범인이 얼마나 잔인하게 살인을 했는지 묘사하는데 치중하기 보다는 철저히 객관적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조사해가는 과정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나 묘사가 없었다. 그래서 잔인한 장면이 꺼려저 미스터리 소설을 읽지 않는 독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이 좋았다. 

프로파일러 슈나이더 시리즈는 벌써 네 번째 편을 맞이했을 정도로 잘 구축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정의감 넘치는 젊고 유능한 형사 자비네와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형사 티나, 그리고 천재이지만 까칠하고 냉소적인 프로파일러 슈나이더가 투닥 거리며 보여주는 케미가 좋았다. 또 인간미라곤 눈꼽만큼도 없을 것 같은 슈나이더가 보여준 의외의 따뜻한(?) 면모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연방 범죄수사국에서 쫓겨났던 슈나이더가 새로운 수사팀을 꾸려 복귀할 것이라는 여운을 남기고 끝을 맺어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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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들이 알려주지 않는 마음의 비밀
대니얼 리처드슨 지음, 박선령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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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쓴 저자 대니얼 리처드슨은 런던대 실험심리학과 교수이다. 저자의 직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보통의 심리학 서적들과 달리 실험을 통해 인간의 심리를 설명해주는데 책장을 몇 장 넘기다보면 이게 심리학책인지 뇌과학책인지 모를 정도로 철저히 과학적인 사고에 근거하여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이야기는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들마다 우리가 상식적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사실들을 하나씩 격파(?)해 나간다.

'제1장 생각은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 편에서 재밌었던 부분은 우리는 뇌의 10%밖에 사용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뇌의 우수성과 그 능력의 끝을 알 수 없는 우수한 뇌를 일부분밖에 사용하고 있지 못한 인간의 무능함(?), 그리고 10%를 넘어 사용하고 있는 천재들에 대한 경외심 등 뇌에 대해 가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말인데 사실 이 말은 거짓이다.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이유는 뭘까? 이 말은 천재의 대명사인 아인슈타인이 한 이야기인데 정확하게는 사람들은 자기가 지닌 잠재력의 10%만 달성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아인슈타인은 인간의 잠재력에 대해 이야기한 것인데 이 말이 후대를 거치면서 아인슈타인의 천재성과 연관지어지며 잠재력=뇌가 된 것이다.
실제로 뇌의 크기는 얼마 되지 않지만 평소 신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일 평소 알던 상식대로 우리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데도 신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면 뇌를 50%정도 사용했을 때에는 에너지의 100% 를 사용해 다른 장기들에게는 에너지를 공급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흥미로웠던 챕터인 ' 제 3장 당신의 마음을 바꾸는 간단한 말' 에서는 내용들이 재밌기도 했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많은 정보들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답이 진짜고, 자신의 의견은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나 믿음과 상충될 때는 객관적인 사실도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도록 왜곡되게 해석을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 사실이 숫자와 같은 계산 가능한 데이터이고 수학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더라도 숫자들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고 데이터의 의미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자신의 '직감'에 따라 판단한다. 이런 문제는 자신의 의견이 사실에 근거한다고 굳게 믿을 때 주로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을 "소박실재론" 이라고 한다고 한다.
소박실재론을 다시 설명하면 나는 사실에 근거하여 있는 그대로 현상을 파악하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 다른 의견을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여기며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절대적 사실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아주 편협한 일부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한 심리학과 교수의 실험에서도 알 수 있다. 교수가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소박실재론의 정의를 물어보면서 동시에 어떤 사람들이 이런 오류를 저지르냐고 질문하자 대부분의 학생들이 "남들은 대부분 그렇지만, 나는 아니다" 라고 답했다고 한다. 남들은 이렇게 편견에 사로잡힌 판단을 해도 나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것은 사실은 누구나 그렇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음, 사실 내가 이런 질문을 받았대도 똑같이 대답했을 것 같기는 하다^^;) 여하튼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조차도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보면 이론을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 것과는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것 같다. 

그 다음으로 등장하는 이론은 "인지 부조화"에 관한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은 의식하지 못한채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욕구' 가 있고 이런 욕구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이치에 맞지 않고 모순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인지부조화가 발생했을 때는 불쾌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런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스스로의 모순된 행동을 합리화,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예가 바로 사이비 종교이다.
여기 종말론을 주장하는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는 교주가 세상의 종말이 올꺼라고 한 예언을 철석같이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사이비 종교에 바쳤지만 실제로 교주가 예언한 심판의 날이 되어도 세상이 끝나지 않은 것을 직접 목격한다. 이럴 때 보통의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을 속였다고 교주를 비난하고 고소하겠다고 난리를 쳐도 모자라겠지만  실제로는 교주를 비판하고 의심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 종교에 대한 믿음과 헌신이 더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선택하고, 조금이라도 더 득이 되는 것을 선택한다는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자신에게 계속 마이너스만 되는 상황을 선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인지부조화를 피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성향 때문인데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자신은 틀리지 않았고 기존의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이 옳았다고 정당화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런 고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눈에 뻔히 보이더라도 말이다.

이 밖에도 책에서는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사실적인 판단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사실은 아주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것을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설명해준다.
처음에는 심리학을 빙자한 뇌과학 책이 아닌가 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과학적 사실에 기초한 인간의 심리를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런 사실들을 알게 됨으로써 단순히 변덕스러운 사람의 마음이라고만 생각했던 것들이 이해가 되면서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또 사람이란 생각보다 더 비이성적인 존재라 이런 오류를 쉽게 저지르는 존재란 사실을 항상 자각하고 자신의 무의식적인 편견을 경계하려고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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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0만원으로 작은 식당 시작했습니다
김옥영.강필규 지음 / 에디터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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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경제불황과 저성장 등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갈수록 취업은 힘들고, 설사 취업을 하더라도 피 튀기는 경쟁속에 이리저리 치이다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창업을 생각하게 된다. 자영업 중에는 여러가지 분야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비교적 쉽게 창업하는 분야가 요식업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고 뛰어드는 만큼 폐업자의 수도 요식업이 가장 높다. 
TV에서 망해가는 골목상권을 살린다고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들의 컨설팅을 해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 요식업이 참 도전하기도 쉽지만 망하기도 쉬운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런 식당을 창업해서 10여 년이 넘게 성공적으로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는 부부가 쓴 책이 나왔다고해서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출판 편집자인 아내와 요리사인 남편의 식당 창업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편집자였던 아내의 내공이 있는지라 딱딱하지 않고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창업과 관련된 서적들은 시중에서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지만 막상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보다는 컨셉이나 마케팅, 혹은 성공 스토리에 치중된 내용으로 가득찬 책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가게 자리를 알아보는 것에서부터 가게 이름 짓기, 인테리어 시공, 손님접대 방법, 세금관련 문제까지 실제로 식당을 창업했을 때 겪을 수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음식 조리법과 관련된 내용은 빠져있는데 이는 식당을 운영하는 남편이 원래부터 요리사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식당을 창업하는 사람이라면 요리를 할 줄 알아야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밑바탕이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영업을 하면서도 남편의 요리사 시절 다양한 경험이 밑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음식을 조리해본 적이 없거나 혹은 요리사를 별도로 고용하고 카운터만 보겠다는 사람에게는 음식 조리법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밖에는 실제로 식당을 운영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수 있다.
예로 부부는 가게 오픈 전 이전 임차인이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병원에 입원해버리는 바람에 가게 오픈이 늦어질 뻔한 경험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점은 직접 당해보지 않고서는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리고 아래는 부부가 식당을 창업할 때 들었던 기간과 비용으로 각각 들었던 자본금과 지역별로 어떤 점들을 고려해 식당 위치와 메뉴를 구성하고, 어떤 층을 주고객층으로 정했는지가 나와있다.
그 동안의 물가상승률이나 지역적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이  비용을 토대로 내가 어느 정도의 규모에 얼마의 예산을 책정해야할지 대충이라도 감을 잡아볼 수 있다.

 

 

그리고 가게의 얼굴이기도 한 인테리어 부문에서는 부부가 모든 인테리어를 진행했을 때와 전문업체에 맡겼을 때 등 다양한 경험을 들려주기 때문에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리고 전문업체를 통해 진행했던 사례에서는 업체의 실명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가게를 운영할 때 고려해야할 것들이 나오는데 식당운영시간과 휴일 정하기, 홀서빙과 계산을 같이 해야할 경우 동선을  짜는 법, 알바생을 고용할 때 계약서를 쓰는 법, 예상보다 손님이 너무 많을 때 생기는 문제점 등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활자로 많은 이론과 정보들을 습득한다고 해도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저자가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들은 마치 내가 가게를 여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가게를 운영해보기 전에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자영업의 경우 회사에 종속된 몸이 아니라 마냥 자유로울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회사 생활을 할 때보다 훨씬 노동의 강도도 세고 신경쓸 사항도 많은 것에 비해 수입은 두사람이 회사 생활할 때 받던 급여보다 조금 더 많거나 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니 단순히 회사생활이 지겨워서 라거나 힘들어서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식당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정말로 이 일을 원하는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도 될 것 같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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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리더 -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자 스토리콜렉터 68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한정훈 옮김 / 북로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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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봤던 일본 드라마 중에 '사토라레'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10m 근방의 사람들에게 생각이 전달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을 사토라레라고 불렀는데, 주인공의 이런 능력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었다. 극 중에서 사토라레의 이웃 사람들은 주인공의 생각이 들리지 않는 척을 했는데 자신의 생각이 남에게 모두 들린다는 사실을 알면 얼마나 큰 충격을 받을지 알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나서서 배려한 행동이었다. 이처럼 속으로만 하는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들킨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 일이다.

마인드 리더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전직 CIA 요원 출신인 존 스미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리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모두 들리기 때문에 주변에 사람들이 있는한 한시도 조용할 틈이 없다. 주인공의 이런 능력 때문에 부모에게서도 버림받고 사회에서도 환영받지 못했지만 사실 이런 능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았다. 소위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일을 처리하기를 원할 때 의뢰를 받아 일을 해결해 줌으로써 나름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에버렛 슬로언 또한 그런 인물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거대 소프트기업의 회장이면서 억만장자이기도 한 그에게 존은 한 가지 의뢰를 받는다. 현재 자신의 부를 이루게 해준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훔쳐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프레스턴의 기억을 지워달라는 것.
프레스턴은 슬로언의 회사 직원이었으나 퇴사 후 회사를 만들어 제2의 저커버그로 불릴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만일 프레스턴이 알고리즘을 훔쳐갔다는 사실이 명백하다면 소송을 하면 될게 아닌가 하지만 그는 단순히 파일로 복사해간 것이 아니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모두 외웠갔던 것이다. 그래서 슬로언이 만든 알고리즘은 모두 프레스턴의 머리속에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것만으로 끝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존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지우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슬로언은 존이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자신의 소유인 외딴섬을 존이 죽을 때까지 대여해 주겠다는 것인데 사람들의 온갖 생각들에 시달리던 존으로써는 결국 그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프리스턴을 만나기 위해 슬로언의 직원인 켈시와 함께 떠나고, 쉽게 업무가 끝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프레스턴을 마나자마나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마인드 리더의 스토리를 봤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은 영화화하면 딱이겠다는 것이었다. 책이지만 마치 영화처럼 장면이 생생히 구현되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나 캐릭터들 또한 대중적으로 흥행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갖췄다.
초능력자급의 능력에 매력적인 외모와 비밀을 가지고 있는 듯한 전직 CIA 요원과 아름다운 외모와 몸매에 뛰어난 재원이기도한 여성, 백만장자 의뢰인과 천재적인 프로그래머의 등장. 쫓고 쫓기는 스릴과 액션까지 마치 본 시리즈나 미션 임파서블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해도 좋을 정도로 흥미로운 스토리지만 타인의 마음을 듣는 주인공의 고뇌와 인간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등 이야기의 깊이가 표면적인 것에서 끝난다는 점이 아쉽다. 원치않게 타인의 생각을 읽음으로써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어긋나 상처받고 그로인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보다는 단순히 쓸데없이 시끄러운 소리들을 듣게 되어 만성 두통과 소음에 시달리는 정도로 약간은 가볍게 치부되고 있다. 실제로 이런 상황이라면 미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정도의 저주받은 능력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그리고 주인공과 러브라인을 펼치는 켈시 또한 또한 뭔가 대단한 역할을 할 것 같이 등장하지만 스파이물에 나오는 흔하디 흔한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로 소비되는데 그친다. 딱 한 번의 활약을 제외하고는 주인공이 프레스턴을 응징하게 되는 동기부여 정도의 역할만을 한다. 
또 악당인 프레스턴 또한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로 슬로언이 개발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모두 외워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한 천재적인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등장하고 나서 자신의 그런 뛰어난 두뇌를 이용한 대결을 보여주기 보다는 단순히 킬러를 고용해 주인공을 살해하려는, 천재답지 않은 다소 평이한(?) 계획을 세운다. 천재라는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그런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허세와 물질적인 욕심에 찌든 중2병 찌질이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와 캐릭터들은 깊이는 없을지언정 대중적으로 불호가 없을 만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대박이 날만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대중적이란 얘기는 가독성이 좋다는 말과도 비슷한 의미이다. 책 자체가 얇지 않은 두께지만 읽어나가는데 막힘이 없을 정도로 재밌고 속도감 또한 뛰어나다.
흥미로운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 속도감 있는 문체, 그리고 이해하기 쉬운 전개와 명확한 선악의 구분. 두고두고 곱씹으며 생각할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가볍게 즐기기에는 손색없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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