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비명 킴 스톤 시리즈 1
앤절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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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여성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킴스톤 시리즈는 영국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누적으로 1,300만권이나 팔렸을 정도로 인기있는 시리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출간된 적이 있었지만 23년 여름에 개정되어 3편이 연달아 나오고 최근 4편도 출간되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개정판을 번역한 작가가 10년이나 공을 들인 끝에 출간하게 됐다고 하니 기본적인 재미와 완성도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작품이 2015년에 첫 출간됐기 때문에 현재도 여전히 매력적일까하는 의구심이 약간 있었지만 역시는 역시, 18권이 넘게 이어져오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1권을 놓고 보자면 사건이나 소재 자체가 특이하고 눈길을 끈다기 보다는 캐릭터들의 매력이 강했다. 컨셉 자체는 전형적인 형사물, 혹은 수사물의 느낌이었는데 주인공인 킴 스톤이 워낙 매력적인 인물이라 주인공이 하드캐리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여러 매체의 트랜드는 소시오패스처럼 뭔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혹은 냉철을 넘어선 냉혈한인 인물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았는데 킴 스톤은 강한 자들에게는 강하지만 또 약자들에게는 한 없이 따뜻한 겉바속촉의 캐릭터다. 본인도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어렵게 자랐지만 짧은 기간 따뜻하게 자신을 품어줬던 가족들 때문에 삐뚤어지지 않고 형사가 되어 정의를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가지 난관들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권력욕이나 출세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언니, 킴 스톤은 직장 상사고 뭐고 아니다 싶으면 들이받고 피해자들을 위한 수사에만 집중한다.


1편 「소리없는 비명」에서 발생하는 사건은 크게 2개로 나눌 수 있다. 한 학교의 교장이 욕실에서 살해된 사건을 시작으로 과거 교장과 같은 보육원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줄줄이 살해 당하는 사건과 지금은 사라진 그 보육원의 부지에서 발견된 유골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게 됐는지 추적해 나가는 사건으로 나뉜다.


1편에서는 킴 스톤의 동료 형사들+살해당한 인물들+유골로 발견된 인물들+ 증인들 등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보니 인물들의 이름을 파악하는 것이 약간 어려웠다. 게다가 외국 명칭과 이름들이라 익숙치 않아서 눈에 익질 않았지만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굳이 외우지 않아도 대충 이게 누구겠구나라고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건 자체는 크게 반전이 있다거나 의외다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전형적인 의외의(?) 범인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간만에 이렇게 열정적으로 피해자들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주인공을 보니 뭔가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고 애정이 가는 인물이었다.


자신들만의 안위와 탐욕을 위해 어린 아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희생시키고 또 그런 범죄에 동조하는 어른들 속에서 킴 스톤 같은 진짜 어른이 현실에서도 많아지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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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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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은 연쇄 살인마인 아버지와 아버지가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 하던 딸과의 추격을 그린 이야기이다. 어린 딸에게 지독한 가정폭력과 학대를 가하던 아버지는 급기야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딸에게 시키고 결국 딸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를 죽이고 만다. 이후 성인이 되어 이름도 바꾸고 성형도 한 후 법의관이라는 새로운 삶을 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세현(딸)은 어딘가 낯익은 시체의 검시를 맡게 된다.

아버지의 과거 법행 수법처럼 장기를 적출하고 다시 꿰매놓은 시체를 보자마자 세현은 아버지가 죽지 않았고 다시 범행을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어린 시절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나약한 소녀가 아니라 어엿한 법의관으로써 이제 자신이 먼저 아버지를 찾아 없애 버리기로 결심한 세현은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메스를 든 사냥꾼이란 제목은 말 그대로 메스로 사건을 추적하는 법의관을 직업으로 한 세현을 뜻하기도 하고 살인 후 메스로 사람들을 난도질하는 연쇄 살인마인 아버지를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소재 자체가 워낙 파격적이라 처음에는 외국 소설이 아닌가 했는데 예상 외로 한국소설이라 놀라웠다. 게다가 웹툰이나 웹소설을 드라마, 영화화 하는 요즘 트랜드에 맞게 OTT에서 혹할만한 내용이라 그런지 벌써 영상화가 결정됐다고 한다. 몇 달 전 기사이긴 하지만 배우 '강훈'이 소설에 등장하는 열혈 형사 '정훈' 역에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걸 보면 조만간 드라마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줄거리만 들어보면 영화 '추격자'처럼 긴박하고 스릴넘치는 추격전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지만 사건은 의외로 심리 스릴러에 더 가까웠다. 주인공이 뛰어난 법의관이자 소시오패스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읽다보면 소시오패스 라기보다는 과거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학대와 한정적인 인간 관계로 타인과의 감정 교류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커리어와 평탄한 생활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내 없애버리겠다는 목적만 있었다면 이후에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감정적 동요를 보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함과 스릴은 좀 부족했지만 언제 나를 찾아낼지 모르는 살인마를 기다려야 하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연쇄 살인마의 딸이라는 정체가 탄로날지도 모른다는 주인공의 불안이 잘 느껴졌다.

하지만 뛰어난 두뇌와 냉철한 성격으로 치밀하고 완벽한 계획하에 움직이던 주인공이 의외로 쉽게 아버지에게 역습을 당하거나 예상치 못한 신파같은 설정, 그리고 친절하지 않은 과거 배경에 대한 설명들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참신한 소재와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좋았기 때문에 작가의 두번째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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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도쿄 하우스
마리 유키코 지음, 김현화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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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도쿄 하우스」는 우리나라에서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으로도 유명한 마리 유키코의 최신작이다. 작가의 전작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작품도 역시나 읽고 나면 뒷맛이 씁쓸한, 인간의 나약하고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잘 드러내고 있다. 다크 미스터리라고 하지만 미스터리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숨기고 싶은 다크한 모습(?)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물론 사건의 진상을 드러내는 후반부에 가서는 미스터리가 폭발하지만 중반 이후 본격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인물들의 심리 묘사가 주로 이뤄진다. 그래서 살인사건의 발생과 해결 과정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본격적인 사건은 도대체 언제 시작하는거냐며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왜 발생했고, 등장 인물들은 왜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초중반 인물들의 감정선을 잘 따라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1961 도쿄 하우스」는 현대의 두 가족이 과거 1961년으로 돌아가 그 시절의 생활상을 3개월간 경험해보는 리얼리티 쇼의 이름이다. 한 방송국의 특별 기획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나는 솔로> 나 <나혼자 산다>와 같은 관찰예능 혹은 리얼리티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컨셉 자체는 60년 전 사람들의 생활을 체험해본다는 것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출연 가족들에게 500만엔, 한화로 약 5,000만원을 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출연 가족들이 어떻게 되는지 보면 역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진리만 깨닫게 될 것이다.)

그냥 60년 전의 집에서 그 당시의 생활도구들을 사용하는게 뭐가 어려울까 싶지만 막상 겪어보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현대 문명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알 수 있다. 당연히 에어컨도 없고, 가스레인지는 성냥으로 불을 붙여야 하고, 밥솥은 솥 바깥 쪽에 물을 부어야 하는 방식이다. 지금으로선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예전 밥솥은 그랬다고 한다. 어쨌거나 예상 외로 힘든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며 출연자들이 우왕좌왕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 아니었던가 어느새 1960년대의 생활에 출연자들이 적응해 버린다. 물론 이것이 실제라면 다행이라고 볼 수 있지만 방송국에서는 아무런 에피소드가 없는 이런 상황이 달가울리가 없다. 그래서 방송국 관계자들은 출연자들이 서로 모르게 역할을 부여하고 인위적으로 상황도 연출한다. 그 상황이란 두 부부가 서로 상대의 배우자와 맞바람을 피우는 것이었는데 말만 들어도 막장 드라마가 절로 떠오르는 자극적인 연출이다. 출연자들도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지만 이걸 거부했을 때는 당연히 방송이 중단되고 출연료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반강제로 연기하던 출연자들도 어느새 그 상황에 빠져들어 진심이 돼버리고 만다. 이런 와중에 현재 세트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60여 년 전 발생했던 살인사건과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현장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책을 읽다보면 연출자들이나 출연자들, 그리고 그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이 잘 이해가 안될 수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에서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출연자들의 단면만 보고 우르르 몰려가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혹은 저게 과연 실제 모습일까 의심스럽게 만드는 연출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그것이 연출인지 아닌지는 당사자들만 알겠지만 보는 사람들조차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실제로도 연출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어쨌거나 책 속에 등장하는 방송국 연출자, 출연자, 시청자들의 모습이 현실에서의 우리의 모습과도 많이 닯아있기 때문에 더 껄끄럽고 불쾌한 느낌을 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마지막 사건의 진실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독자들을 놀래켜주고 싶은 작가의 욕심이 살짝 과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반전의 반전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던 것은 역시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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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부 전에 일 공부 끝장내기 - 일의 언어를 알아야 돈과 운도 따른다
윤홍준.윤아현 지음 / 리더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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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보고서 작성이고 다른 하나가 사내 인간관계다.

이 책 「돈 공부 전에 일 공부 끝장내기」에서는 이 두 가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설명 방식으로 채택한 것이 바로 대화형 예시였다. bad case 와 good case 로 구분하고 두 사람이 서로 주고 받는 대화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회사에서 어떻게 적용해야하지?' 라며 머리 싸매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다만 각 주제별로 예시가 지나치게 많아 글을 읽다보면 약간의 피로감과 내용이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이건 개인별로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할 때는 좀 더 간결하고 뇌리에 깊게 박힐 수 있는 보고서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읽게 됐는데 막상 읽다보니 상대방을 잘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보고서 작성법 외에도 원활한 회사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대화법이나 처세법, 똑부러지는 업무 처리 방법 등 직장 생활과 관련해 상당히 폭넓게 다루고 있었다.

물론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었지만 애매한 표현보다는 구체적인 수치로 기재할 것, 결론부터 두괄식으로, 처음부터 요점을 보고할 것, 중복이나 누락이 없도록 MECE 방법을 사용할 것 등등 다른 책에서도 흔히 다루고 있는 보고서 작성법들이라 약간 아쉬웠다. 하지만 반면에 회사에서 상사 혹은 후배와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용들은 좀 특별했다.

예를 들어 직장 내 상사와의 소통 방법 중 "충분히 말하지 못하면 화가 난다." 편에서는 팀장이 화가 많이 났다면 화가 난 상대가 마음 껏 폭발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를 지적하며 달려드는 상대에게 괜히 변명을 했다가는 오히려 더 화만 돋굴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상대방이 원하는 만큼 울분을 토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낫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논리적 변명보다는 단순한 사과를 택하라."에서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논리적 변명을 할 경우 상대방은 나를 합리적으로 설득을 해야하기 때문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내 잘못일 경우에는 차라리 구구절절한 이유와 변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속시원한 사과를 하고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책에 골몰하다 보면 현재의 잘못보다는 미래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책의 저자를 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을 알 수 있을텐데 공동 저자인 두 명의 이름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동 저자는 아버지와 딸로 각자 MZ세대와 꼰대세대(?)의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의 예시에 등장하는 실감나는 세대별 말투와 입장도 각기 다른 나이의 저자 2명이기에 가능했다. 최근에는 직장 내에서도 세대 간의 갈등이 큰 이슈인데 이 책에서 제시하는 말의 원칙과 소통 방법을 제대로 익힌다면 서로 다른 세대가 이해하고 화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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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지도 -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강재영 외 지음 / 샘터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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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물의 지도」는 2023년 청주공예비엔날레와 동일한 제목으로,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앉아서 전시된 작품들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책으로 보는 것이 직접 현장에서 눈으로 보는 것만 하겠느냐만은 그래도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에 갈까말까 고민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방문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국제적인 공예 비엔날레로 1999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수도권에서 다소 멀지만 매번 전시 때마다 수십만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 전시마다 다른 주제와 테마로 진행되는데 올해는 "사물의 지도"라는 제목처럼 공예의 과거, 현재, 미래와 공예와 인간, 그리고 자연이 하나로 연결되어 새롭게 탄생하는 창의성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 중 4번째 챕터 "기록문화와 공예, 자연과 협업한 문명의 연금술사들" 편은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전시된 작품과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록문화 유산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에 대한 챕터이다.

이 챕터를 통해 전통 기술을 이어가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인 장인들의 노력과 역사에 대해 알 수 있고, 기록에 필수적인 한지를 만드는 한지장, 붓을 만드는 필장, 벼루를 만드는 자석벼루장 등 각 분야의 최고 장인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나머지 챕터에서는 각 주제별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는데 전시에서 작품만 봤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을 법한 부분들과 작가의 의도, 생각들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작품을 실물로 보기 전에 사전 지식을 미리 알고 간다면 작품에 대해 느끼는 바가 더 크게 다가올 것 같다.


공예의 여러가지 분야 중 개인적으로 도자 쪽에 관심이 많아서 도자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살펴 봤는데 그 중 전동적인 수공예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사람의 손으로 만들기 어려운 작품들을 창조해 낸 마이클 이든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25년 이상 영국 전통 기술에 기반한 작품들을 만들다가 3D 프린팅과 같은 혁신적인 도구를 이용해 점토와 물레만으로는 불가능한 창의적인 디자인들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위의 왼쪽 사진에 있는 오렌지색 로마네스코 꽃병은 영국 왕실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웨지우드와 영국 도자의 서사를 담은 작품으로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초기 웨지우드의 로코코풍 꽃병에서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무타요카의 작품으로 색감이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다보니 저절로 눈에 띄었다. 채도 높은 선명한 색채와 화려한 무늬로 일본색이 짙다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작품 자체가 일본 이시카와현의 전통적인 공예인 구타니야기를 기반한 것으로 구타니야기란 빨간색, 녹색, 노란색, 보라색, 감청색의 다섯 가지 색을 사용해 흰색 도자기에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전통공예를 말한다.

무타 요카는 단순히 전통기술의 전승 뿐만 아니라 일본 예술의 폭넓은 현대적 재현을 목표로 작품의 종류나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현대미술, 공예, 디자인,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여전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바이오플라스틱 공예라던가 업사이클링 공예 등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공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공예와 미술,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직접 방문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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