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암기법 - 쉽게 외우고 오래 기억하는
정계원 지음 / 유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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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은데다가 억지로 뭔가를 외우길 싫어해 시험을 봐야하는 경우가 생기면 무작정 여러번 읽는 방법으로 공부를 하곤 했었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머리속에 들어올 때까지 아주 많이 반복해서 읽어야하기 때문에 뭔가를 외울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었다.

학생 때야 그나마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는게 어렵지 않았지만 직장에 다니게 된 이후에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무작정 여러번 읽는 방법으로 공부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암기법에 관한 책들이 많이 출간돼 있어 혹시나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 이 책을 읽게 됐다.

암기법에 관한 책이라고 했지만 정확히는 여러가지 기억술 중에서 '기억의 궁전' 이라는 연상법을 활용한 방법으로 기억력과 관련된 대회에서 수상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유명세를 탄 기억법이다. 기억의 궁전에 대해 설명하는 대표적인 책으로는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가 있는데 <기적의 암기법>은 그 책에 이어 두 번째로 읽게 됐다.

책의 저자는 세계 기억력 대회에 국가 대표 선수로 출전해 한국인 최초 국제 기억력 마스터를 획득했는데 몇 년 전 SBS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다고 한다. 당시 나도 그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어 그 때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법을 알게 됐는데 이번에는 책으로 접하게 됐다.

그렇다면 몇 년 전에 영상으로도 봤고, 책을 통해서도 이미 이 암기법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여전히 내가 기억력이 천재가 아닌 기억력 바보로 살고 있는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도 밝히고 있는데, 기억의 궁전은 개인의 상상력과 이미지에 의존한 기억법이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그 방법을 활자나 말로 들어도 개인별로 다르게 상상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 방법이 맞는 것인지 알기 어렵고, 아무리 상상을 하려고 해도 머리속이 하얗기만할 뿐 구체적으로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평소에 내가 익숙한 장소나 사물이라고 하더라도 아무 것도 없이 머리속에 떠올리기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가 머리속에서 상상하고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그림으로 구현해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까진 아니더라도 저자가 떠올리는 이미지와 그 이미지 간의 연결방법을 그림으로 보여주니 한결 이해하기가 쉬웠다.

책은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 1단계에서는 암기법의 원리를, 2단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암기법을, 3단계에서는 실제로 암기가 가장 절실한 시험공부에서의 암기법을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3단계에서 설명하고 있는 시험공부에서 도움이 될 암기 공부법이 궁금할 것이다.

시험은 과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어 단어나 시대순 암기와 같은 비교적 짧은 정보를 암기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긴 문장이나 의미를 외워야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단어 같은 경우는 내가 알고 있는 친숙하고 쉬운 정보로 '변환'하여 저장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되지만, 서술형 시험이나 정확하고 복잡한 의미를 외워야할 경우에는 '다중 변환'이 필요하다.

'다중변환'이란 변환 기억법을 응용한 것으로 '하나의 정보를 외울 때 발음, 의미, 형태 등 여러가지 변환을 동시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말로만 할 때는 정확히 어떤 식으로 변환된다는건지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책에서 나온 예 중 한가지를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교우투분'의 의미는 '벗을 사귈 때는 서로가 분에 맞는 사람을 사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 때 교우투분이라는 단어만 외울 때는 의미가 정확히 떠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교우투분의 의미를 먼저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그 후에 교우투분 → 유튜브 로 발음을 변환한다. 이후에 의미변환에 발음변환을 더해 어깨동무한 친구가 유튜브를 함께 시청하는 장면으로 떠올린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예가 그림으로 나와 있어 저자가 어떤 식으로 변환해 암기하는지 알 수 있고, 독자들 스스로가 시험해볼 수 있도록 예제와 해답도 별도로 실어놓았다.

그 동안 다른 암기법 책에서 잘 이해되지 않았던 답답한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암기법을 이해했더라도 자신만의 변환방법을 만들어보고 이미지를 떠올리려는 연습을 꾸준히 하지 않으면 이 책만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기억력 천재가 되기는 힘드니 꾸준한 이미지 트레이닝이 필수라는 점은 염두해두고 읽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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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보다 쪼끔 더 법니다 - 돈이 붙는 여자의 돈 센스
시부이 마호 지음, 동소현 옮김 / 넥스트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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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한 동안 어떤 일을 해도 잘 되지 않던 시기, 남편과 함께 돈에 관한 수업을 하고 일어났던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전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저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화 형식으로 전개함으로써 최대한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부제에는 '돈이 붙는 여자의 돈 센스' 라고 되어 있지만 주식, 부동산, 채권 등 투자를 잘하는 방법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경영자로서의 시각을 키워 평범한 직장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방법에 대해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결혼과 동시에 은행에서 퇴사한 후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재취업을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자 남편에게 푸념을 늘어놓으며 시작된다. 남편은 은행에서 일하면서 기업의 CEO 들을 만나고, 그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일을 하는데 그가 만나 본 대부분의 CEO 들은 공통적으로 '돈 버는 센스'가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은 남편에게 돈 버는 센스에 관해 배우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남편이 말한 '돈 버는 센스'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아온 재능이나 스킬, 사람들, 물건, 자금, 정보, 노하우, 아이디어, 발상 등을 재화나 서비스의 형태로 바꾸어서 세상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얻는 힘말한다.

돈 버는 센스는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돈 버는 센스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른다.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는 먼저 '경영자형 인재'가 되어야하고, 경영자형 인재는 4가지 시각에 따라 사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4가지 시각 중 첫 번째는 '장기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 이다. 보통은 눈 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하는데 급급해 일의 본질과 목적을 잊기 쉬운데, 경영자형 인재는 10년 후, 20년 후 이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지, 그리고 그 때도 여전히 동일한 업무 처리방식이 도움이 될지 등등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현재를 바라본다. 책에서는 커피 심부름이나 복사 같은 단순 업무를 예로 들고 있는데, 단순해 보이는 업무라도 어떻게 하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전체적이고 거시적인 시각' 인데,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과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앞으로 하려는 일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넓은 안목으로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작게는 회사에서 자신의 업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넓게는 자신의 회사가 사회에 어떤 이익을 제공하고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지 생각하면서 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세 번째는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시각' 이다 경영자형 인재가 지녀야할 4가지 시각이 모두 중요하긴 하지만 이 4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1가지를 고르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본직적이고 근본적인 시각' 이지 않나싶다. 저자 역시도 네 가지 시각 중에서도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설명하고 있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시각이란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태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이유와 원인을 파악하려는 시각으로, 권위에 복종하고 받아들이는 인간이 아니라 항상 '생각하고 질문하는 인간'이 되어야 이런 시각을 갖출 수 있다.

권위자의 의견에 무조건 동조하기만하면 책임질 필요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편하겠지만 사고하는 능력 자체는 퇴화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결국 자신의 생각이나 신념없이 누군가에게 의존하게 되고, 그 의존 대상이 없을 때는 자신의 일이라도 제대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생각하는 인간'에게 '착취당하고 사기 당하는 인간'에 속하게 될 수 도 있기 때문에 항상 "왜?", "정말로 이게 진실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는 습관을 가져야한다. 그러다보면 근본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키워지게 되고, 문제의 본질을 발견하는 능력이 발전하게 된다.

네 번째는 '다각적이고 다면적인 시각'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태도를 말한다. 생각의 중심축을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옮길 수 있다면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신선한 아이디어나 해결방법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위에서 지시하는 일을 충실히 이행하는 직원을 성실하고 책임감 있다고 생각했지만 거기에만 얽매여 있는 사람은 난관이 닥쳤을 때 돌파하기가 어렵다. 이 때는 다각적이고 다면적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상식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했던 일들이 몇 십년이 지난 후에는 당연하지 않고 비상식적인 일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세상의 변화에 맞춰 다각적으로 시각을 바꿀 수 있는 인재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단순히 투자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더 근본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어떤 사고 방식과 가치관을 지녀야 하는지 본질적인 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 생활을 막 시작한 초년생이나 자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 등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저자에게 성 고정관념이 뿌리깊게 자리잡은 탓인지 전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게 배우는 입장, 혹은 여성이 남성보다 다면적으로 사고 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그 밖에도 굳이 많은 비유를 두고 여자를 꽃이나 딸기로 비유한다던가, 혹은 여성성이 높은 남성을 아수라 백작으로 표현한다던가하는 점은 이 책이 과연 2020년에 출간된 것이 맞나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아무리 책 내용이 좋다하더라도 독자들에게 거부감이 들어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저자의 생각이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마인드라 할지라도 일단 한국에서 출간되었고, 여성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최근 한국 사회의 젠더 감성에 맞게 각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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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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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야> 1,2 권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최근 작품은 아니다. 2006년에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한 차례 출간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재출간되었다. 보통 외국 소설의 경우 동일한 작품이라도 누가 번역했느냐에 따라 작품의 흡입력이나 퀄리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다시 출간된 환야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작품을 많이 번역했던 김난주 번역가의 손을 거쳐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

새로운 작품이 출간될 때마다 매번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이 책도 역시나 엄청난 흡입력과 가독성을 보인다. 1,2권 합쳐 총 1,0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임에도 중간에 느슨해진다던가 지루해지는 부분없이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표지의 띠지에서도 이미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인 <백야행>과 비슷한 면이 많다. 뛰어난 미모의 여주인공과 그런 여주인공을 위해 어둠을 자처하는 남주인공, 그들 주변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형사 등 플롯이나 컨셉이 백야행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다보니 백야행의 후속작처럼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다. 작가도 역시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백야행의 후속작으로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하는데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야행과 비교할 수 밖에 없다.

어쨌거나 두 작품 모두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백야행은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영화로 제작됐고, 환야는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으니 재미와 대중성은 역시나 보장된 작품이다.

이야기는 1995년 한신 대지진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거품 경제가 무너진 후 일본의 제조업은 큰 타격을 받았고 주인공 마사야 또한 그런 거품경제 붕괴의 피해자였다. 빚을 갚지 못한 아버지가 공장에서 목을 매 자살하고 발인을 앞둔 날, 갑자기 발생한 한신 대지진으로 마사야의 집이 붕괴된다. 그 사건으로 아버지의 보험금을 요구하던 고모부가 잔해에 깔리게 되고, 마사야는 외삼촌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채자 본능적으로 기왓장으로 머리를 내려친다. 그리고 마침 그 곳을 지나가던 미후유가 그 장면을 목격하는데 어떤 이유인지 미후유는 마사야를 신고하지 않았고, 위험에 처한 미후유를 마사야가 구해주면서 둘은 가까워진다. 그 후 미후유 또한 마사야의 살해 증거가 담긴 영상을 없애줌으로써 둘은 도쿄로 가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도쿄에서 미후유는 자신의 외모와 재능을 무기로 승승장구 하지만 자꾸만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들이 나타나고 그 때마다 마사야는 미후유의 성공에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처리해준다.

마사야는 미후유와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사는 것을 꿈꾸지만 성공을 꿈꿨던 미후유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마사야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을 선택하게 되고 마사야는 미후유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게된다.

하나둘 씩 의심이 피어나자 마사야는 미후유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그 동안 미후유에 대해 알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가짜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과정에서 미후유의 정체를 의심하던 다른 한 사람, 가토라는 형사가 등장하는데 계속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모두 미후유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속해서 그녀의 뒤를 캐고 다닌다. 가토가 자신의 정체에 접근하자 미후유는 또 다른 계획을 세우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매년 끊임없이 신작을 발표하며 공장장(?)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최근 작품보다 2000년대 초반 작품들의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지금도 여전히 추리소설을 쓰고 있지만 최근 작품들은 약간 가볍고 따뜻한 분위기라면 2000년대 작품들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로 당시 시대 상황이 반영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의 느낌도 있다.

실제 1995년에 발생한 고베 대지진이라던가 거품경제로 인한 서민들의 몰락이라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했다는 점과 성공을 위해 신분세탁을 했다는 설정에서, 줄거리는 다르지만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모인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떠올리게도 한다.

이미 기존에 출간되었던 작품이라 인터넷에 찾아보면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독자들도 있는데 나 역시도 약간 고구마 먹은 듯한 결말에 쉽사리 책장을 덮을 수 없었다. 특히 이번에는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작가나 번역가의 말도 없어서 결말에 대한 약간의 궁금증과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미후유가 인생의 빛이자 전부라 믿었던 마사야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그것이 그나마 자신의 상실감과 배신감을 덜어낼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환야는 살인, 실종과 같은 범죄가 벌어지는 추리소설이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보면 벼랑 끝에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줬던 한 여자에 대한 한 남자의 지극한 순애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하다. 그 순애보의 대상이 하필이면 희대의 악녀였고, 자신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조리 없애버리는 잔인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범죄에 이르게 되지만 만일 미후유가 평범한 인생을 원했다면 결국 둘은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해피엔딩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손에 잡히지 않는 환상만을 심어주고 끝까지 마사야를 이용하기만 했던 미후유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그녀를 향한 사랑을 놓지 않았던 마사야의 마음이 안타깝고 슬펐던 소설, 환야였다. ( 근데 아니 그 형사는 뭔 죄냐고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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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는 잘될 거예요 - 나를 성장시키는 인생의 전환점에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권수호 지음 / 카멜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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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매년 나이를 먹지만 모든 나이가 다 똑같은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어떤 나이는 특별한 애칭(?)까지 부르며 의미를 부여하곤 하는데 불혹 이나 환갑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39살과 40살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튼 마흔은 불혹이라고 부르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공자 왈 불혹이 되면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는데 역시 그건 공자님이라 가능하신 거였고, 현실의 마흔들은 미혹되지 않기는커녕 매일 이리저리 휘둘리기 바쁘다.

나도 역시나 마흔을 코앞에 두고 보니 스물, 서른에 막연히 생각했던 마흔과는 전혀 다른 찌질한(?) 인생을 살고있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진로가 고민스럽고 경제적으로도 온전히 자립하지 못했고 인격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채 마흔을 맞이할 예정이다.

그럼 이렇게 여전히 서른 아홉살에서 나아진게 1도 없이 마흔을 맞이하고만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처럼 여전히 미성숙한 마흔을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길을 찾아보자.

저자는 특별히 성공한 투자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플루언서도 아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수도권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결심과 포기를 밥먹듯하고 회사와 집을 반복하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보석같은 순간 순간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이웃이다.

프롤로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누구나 그렇듯 저자도 역시 마흔이 되면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고 한다. 사회적 명성과 지위, 경제적인 여유, 화목한 가정. 그런데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는 마흔 한살이 되지 않아도 금방 깨닫게 된다.

누구나 특별하고 대단한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저자는 대단한 성취를 이루는 것보다는 남들과 맞춰가는게 더 어렵고 중요하며,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 보다는 삶을 아름답게 보려는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행복한 인생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인생에 필수적 요소인 건강, 돈, 가족, 인간관계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해나가는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 생활을 그리고 있는데 그 특별하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누구나 공감할만한 요소들로 채워져있다.

책은 총 3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지만 어디를 먼저 읽든 관계없다. 2~3페이지의 짧은 에세이이기 때문에 제목을 보고 끌리는대로, 그날의 기분대로 읽고 싶은 글을 읽으면 된다.

저자의 글은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위로를 얻게 되는 면이 있다.

특히 "직장인으로 사는 게 뭐가 어때서" 편에서는 직장인으로써 누릴 수 있는 안정적인 생활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월급을 받기 위해 억지로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으로써의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거나 남이 아닌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저자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직업이 행복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며, 직장인이라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 사업이 아니니 주말이나 야간에 편하게 쉴 수 있고, 꼭 열심히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매달 들어오는 규칙적인 수입 덕에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마음 맞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반대로 최악의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나도 언젠가는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 가슴이 뛰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정년퇴직을 하든 아니든 간에 그것이 자발적이길 바라는 마음 뿐이다.

그렇다고 직장인의 삶을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명함 속 직함이 삶의 여러 가지 모습 중 일부이듯, 직장생활도 그저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다.

물론 일까지 즐겁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말자.

너무 집착하지 말자. 그게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 말이다.

p202~203

어쨌거나 당연히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보다는 가슴이 뛰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실패한 인생이라거나 불행한 것은 아니니 너무 집착하지는 말자는 저자의 말이 많은 위로가 되었다.

돌이켜보니 남을 위해 일하는 직장인으로써의 삶이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성공한 삶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인데 현실은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삶을 살지 않고 있으니 막연히 불행하다라고 느꼈던것 같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렵게 첫 직장에 입사하게 됐을 때, 그리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뿌듯하고 기뻤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인정받아 승진했을 때도, 마음 맞는 직장 동료들과 퇴근 후 나누는 술자리도 즐거웠다. 지금이야 매일 아침 회사가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사실은 회사생활이 만족스럽고 즐거웠던 적도 있었던 것이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1,3,6,9 라고 1년차, 3년차, 6년차, 9년차마다 퇴사하고픈 욕구가 치솟아 위험한 시기들이 있다고 한다. 이 때마다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묵묵히 버텨내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는 이들에게 용기없다 말하지만 저자는 현재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버텨내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모험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는 사람들이 있기에 현재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현재 직장 생활에 불만이 있음에도 안주하고 있는 자신이 용기 없고 한심하다고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지겨워마지 않는 직장도 누군가는 들어오기 위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현재 자신의 위치를 좀 더 소중히 하라는 따뜻한 격려를 받을 수 있었다.

혹시나 지금 직장에 얽매어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거나 여전히 불안한 마흔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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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돈이 되는 공부를 하라
이승준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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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회사생활을 가늘고 아주 길~게 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년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된다.

가늘게는 가능하지만 길게 간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 7~80년대의 고도 성장기때야 가늘어도 얼마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묻어서 길게 갈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가늘게 일해서는 절대 정년을 보장해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40대만 돼도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할 수 밖에 없고, 어떻게든 회사 내에 있을 때 회사 밖의 인생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준비 없이 무작정 자영업을 시작하기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뻔하기 때문에 소소하게라도 회사에 있을 때 시작해 볼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지 고민해보지만 막상 그런 일을 찾는것은 쉽지 않다.

평일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회사에 매어있고, 아직 퇴사한게 아니라 퇴직금같은 목돈도 없어서 크게 투자할 자본도 넉넉치 않다.

이런 상황에 저자는 회사생활을 하는 직장인들도 하루 2시간 정도 1년을 투자해 자동으로 돈을 벌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게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저자도 수 억원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매월 수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지금도 그 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저자가 하고 있다는 그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네이버 카페를 만들고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을 하고 있다. 12개의 플랫폼에 116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7년 동안 운영하면서 현재는 월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고 있다고 한다. 12개의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하면 혹자는 하루종일 거기에만 매달려 있을게 뻔한데 그럼 월 1억을 벌어봤자 쓸 시간이 없어 아무 의미 없는거 아니냐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12개의 플랫폼은 각 카페마다 별도의 운영자가 있고, 어느 정도 회원이 모인 뒤에는 회원들간의 활발한 정보 공유 글들로 카페가 채워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회원이 늘면 자연스레 광고 수익이 늘어나고, 그 광고 수익이 저자의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초반에 집중해서 시간을 들이고 나면 이후에는 저절로 알아서 굴러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책에서는 이런 카페 운영 사업의 몇 가지를 예로 들고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자영업자들 간의 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2017년 오픈해 현재 36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카페로 성장했다.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카페이다 보니 기업은행에서 카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카드를 발급해주고 카페에는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지불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수백만원의 광고비를 내야만 걸 수 있는 카페 배너까지 월 1억원 이상의 순소득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밖에도 15만 6천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키토제닉 다이어트 카페는 관련 다이어트식품의 공구들로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15만 6천명의 구매파워로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와 광고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카페 운영자가 일일이 물건을 사서 포장하고 배송하는 것이 아니라 배송대행 시스템을 통해 주문을 받아 서류를 넘기면 물건을 공급하는 회사에서 알아서 배송을 하고, 고객들의 문의사항까지 처리해주기 때문에 공구를 하더라도 추가로 사람을 뽑거나 물건을 쌓아두기 위한 공간이 필요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우리 생각보다 플랫폼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수익창출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반면, 임대료나 인건비 등의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순수익이 많이 남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저자는 <일인 기업가들의 공부방>이라는 카페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1인 기업가가 되어 월 1천만원 이상의 소득을 버는 것을 1차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수업과 커리큘럼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은 총 7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직장인으로 받는 고정수입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인생을 추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따박따박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만 살아서는 불가능하며 자고 있는 동안에서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계란을 한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유명한 투자 격언처럼 수익을 창출하는 파이프라인 또한 1개가 아니라 여러 개를 만들어둬야 한 곳이 막히더라도 다른 곳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 1명이라 다양한 사업을 하는게 힘들 것 같지만 카페와 같은 플랫폼이라면 여러 개가 아니라 수십, 수백개도 가능하다는 내용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까지 저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1인 기업도 좋고,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카페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어떤 주제의 플랫폼을 만들어야할지, 어떻게하면 가입자를 늘릴 수 있을지, 어떤 모델로 수익을 창출할지 등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

앞서 월급만 받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월급 외에 다른 수익창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 1인 기업, 사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커뮤니티 마케팅의 장점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가장 중요한 커뮤니티 마케팅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수업의 커리큘럼을 설명하고 그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다고 끝을 맺고 있었다.

물론 책 한권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을 얻고자 하는게 욕심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이 추천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 비법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수업을 통해 배우라고 한다면 앞서 저자가 이야기했던 것이 모두 자신의 수업을 광고하기 위한 걸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직장인으로만 안주하는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자각하고 있지 못한 독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이미 월급쟁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로, 저자가 제시하는 커뮤니티 마케팅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궁금해서 이 책을 선택했을텐데 구체적인 노하우는 제시하지 않은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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