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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뇌 - 더 좋은 삶을 위한 심리 뇌과학
아나이스 루 지음, 뤼시 알브레히트 그림, 이세진 옮김 / 윌북 / 2024년 4월
평점 :
책을 읽다보면 어느 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다른 분야로 이어질 때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뇌과학이 그랬다. 처음에는 인간의 심리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으로 시작했다가 이런 마음의 변화도 결국엔 다 뇌 때문이겠다라는 생각에 뇌과학으로 관심이 확장되어 읽게 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뇌과학은 말 그대로 '과학'이다보니 뇌의 구조와 인간의 진화, 호르몬의 작용 등 생물학적인 내용을 비롯해 신경과학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내용을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예상보다 어려운 내용들에 종종 좌절할 때도 있었는데 이 책은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어려움 없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뇌의 경이로움에 매료돼 신경과학을 연구하게 됐다는 저자의 이력 때문인지 책에서는 주로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뇌의 작용을 다루고 있는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나는 도대체 왜이럴까?라고 스스로도 의문을 가지면서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해 쉽게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나는 왜 이렇게 집중력이 떨어질까,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걸까, 나는 왜 헤어진 전 연인을 잊지 못하는 걸까와 같이 누구나 생각해보거나 겪어봤을 법한 일에서부터 머릿 속에 어떤 노래가 계속 반복적으로 들린다거나 어디선가 경험하거나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데자뷔 현상까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소재들을 다룬다.
23가지의 다양한 주제들 중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두 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그 중에 첫 번째는 영어에 한 맺힌 한국인 중 특히 자녀에게 영어 조기교육을 시켜야할지 말지 고민 중인 부모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한 내용이다.
바로 " 아기에게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게 하면 언어 발달에 지장이 있는가? " 라는 주제인데 이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어린 시절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를 사용하게 되면 모국어가 서투르게 되서 이도저도 아니게 된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언어는 언어가 충분히 발달하기 이전인 어린 시절에 외국어를 배워야 체화돼 자연스럽게 2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저자가 어떤 게 맞는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거나 환경에 따라 다르다거나 중립적인 의견을 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에서는 과학적으로 확실한 답을 내려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 아기에게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좋다. 이중언어 사용자는 단일언어 사용자보다 메타언어 능력과 논리적인 능력, 창의성, 추상 능력도 더 뛰어나게 만든다" 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은 읽기과 쓰기를 더 빨리 배우고 단어와 의미의 관계에 대한 이해력도 더 높을 뿐만 아니라 두 개의 언어를 혼동하지도 않았으며, 두 언어 간의 차이를 통해 개념을 뒤섞어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창의하는 능력 또한 뛰어났다고 한다. 이런 이중언어의 긍정적 영향은 성인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특히 기억력에 중요한 신경 네트워크가 강화돼 알츠하이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렇다고 책에서 싫다거나 혹은 흥미가 없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외국어를 교육시키는 것도 좋다고 한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두 번째는 "뇌는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선의 결과를 원하는 게으름뱅이"라는 주제이다. 한 마디로 뒹굴뒹굴 소파에 누워서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며 가급적 힘을 안 쓰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과제에 집중하는 것보다 차라리 화상을 입는 것 같은 고통스럽고 불쾌한 느낌을 견디는 걸 더 선호할 정도라고 하니 뇌는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더 게으르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뉴스를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뇌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는 내용에 대해 자주 등장했었는데 실제로 우리의 뇌는 어떤 과제에 집중할 때 원하는 정보를 제외한 주변 정보는 모두 흘려버림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아낀다고 한다.
난 아닌데 tv 보면서 공부하거나 글을 쓰는 것도 잘하는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이건 뇌가 빠른 속도로 집중하는 대상을 옮겨가는 것이지 실제로 2가지를 모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왜 이렇게 운동은 하기 싫은 걸까?에 대한 답도 이 주제에서 밝혀지는데 뇌는 노력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몸을 쓰는 일에서도 역시 에너지를 쓰지 않는 방향으로 쉽게 기운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앉아서 하는 활동을 자동적으로 선호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운동이라는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은 뇌의 자동성과 싸워서 이겨내야 하는 엄청난 일이었던 것이다. (역시 운동을 하기 싫은 건 내가 의지박약이거나 게을러서가 아니고 뇌가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렇게 에너지 소모가 적고 편한 것이 우리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많기 때문에 뇌의 명령을 무시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작가는 조언한다.
저자가 뇌과학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인지 전반적인 책의 문체 또한 이야기하듯이 구어체로 편하게 쓰여져 있고 평소 뇌과학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라도 쉽게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게 흥미로운 주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뇌과학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가벼운 교양서적으로 편하게 접근한다면 나도 모르는새 우리의 마음과 뇌의 작용에 대해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