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0주년 개정증보판)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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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몇 년 전인가부터 긴 호흡의 책은 집중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용이 재미 없어서라면 당연히 그럴 수 있지만 내용이 충분히 재밌는데도 이상하게 2,30분이 지나면 집중이 안되고 어느샌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궁금하지도 않는 인터넷 기사들을 서칭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꼭 독서가 아니라 다른 활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인터넷에서 서론이 긴 글들은 제대로 읽지도 않고 스크롤을 내려 결론만 확인하고 꺼버린다던가 티비를 보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핸드폰으로 또 손이 옮겨가곤 했다. 그러다 보니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게 돼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집중력 저하 외에도 핸드폰 번호 같은 단순한 번호나, 노래 가사 같은 것들도 잘 생각나지 않는 기억력 저하도 자주 겪곤 하는데 이런 증상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닌지 친구나 회사 동료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결론은 세월탓, 나이탓(?)이려니 했다.

( 예전엔 노래방 가사 없어도 노래 잘 부르고, 네비 없어도 길을 잘 찾아다녔었는데, 어떻게 그랬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으로 항상 끝이 난다.ㅎㅎ)

그런데 이 책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는 그 원인이 바로 ‘인터넷’에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편리함과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인간을 더 똑똑하게 만들거라고 기대했던 인터넷은 우리의 기대와 달리 인간을 더 똑똑하게 만들지도,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인내심과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기억력을 더 나쁘게하며, 충동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이런 저자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인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등)을 몸소 느끼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나는 저자의 이런 주장에 적극 동의하는 바이다.

책에는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다양한 논문결과와 사례, 그리고 의학적이고 역사적인 사실들을 소개함으로써 주장에 신뢰를 더 하고 있다.

책은 크게 1,2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뇌의 특징과 문자와 책의 기원, 깊이 읽는다는게 어떤 것인지 등 인터넷 탄생 이전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의 탄생, 그리고 인터넷이 글쓰기와 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또 인터넷이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부보다 오히려 1부가 더 흥미롭게 느껴졌는데 ‘뇌의 가소성’과 ‘책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장이 기억에 남았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뇌는 성인이 된 이후에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리처럼 여겨졌으나 마이클 머제니치의 실험에 의해 영장류의 뇌는 광범위한 가소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소성’이란 ‘뇌가 변하는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뇌세포가 발달하고, 완전한 성인이 된 이후부터는 뇌세포가 파괴되며, 늙어가기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며 공부도 어릴 때 해야 된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여러가지 연구와 실험에 의해 뇌가 완전히 형성된 성인의 뇌도 나이가 들수록 가소성이 감소하긴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 새롭게 정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는 그 때 그 때 상황을 봐가며 과거 방식을 바꿔 스스로를 새롭게 정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p59)

인간의 뇌세포는 경험과 환경, 그리고 필요에 의해 유연하게 변화하는데 책에서는 사람이 실명을 하거나, 사고로 팔 다리를 잃은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실명할 경우 시각적 자극을 처리하던 뇌의 부분, 즉 시각 피질이 그냥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즉각 청각 처리를 위한 회로로 채워진다.

사고로 팔이나 다리를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검사 역시 뇌가 얼마나 집중적으로 스스로를 재정비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사고 당사자들의 뇌 속에서 잃어버린 사지의 감각을 접수하던 부분들은 신속하게 다른 신체 부분이 느끼는 감각을 접수하는 회로로 교체된다. (p62~63)

이렇게 뇌의 특정회로는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데, 신체의 기능 일부가 손상되는 극단적인 경우 외에도 어떤 육체적, 혹은 정신적 행동의 반복을 통해서도 변화될 수 있다. 그래서 아무리 낡은 뇌라 하더라도 새로운 회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는 일단 회로가 만들어진 뒤에는 반복적으로 수행되는 활동들은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행되고, 그에 반해 사용되지 않는 회로들은 가지치기 당해 그 기능이 쇠퇴한다.

진짜로 그랬던 건지, 기분 탓이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책을 연속해서 몇 일에 걸쳐 읽었을 때 첫 날에는 집중하기 어려웠다면,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짧은 시간 내에 책에 몰입되고 집중력이 유지됐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너무 오바일까 ㅎ.

2부에서는 인터넷의 사용이 우리의 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인터넷의 확산에 기여한 대표적인 장점인 쌍방향성, 하이퍼링크와 알람 기능, 검색 가능성, 멀티미디어 등은 필연적으로 산만함과 정보의 분절화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책에서는 모르는 정보가 나올 경우 바로 그 정보에 대해 찾아보기 보다는 문맥이나 흐름으로 그 의미를 유추해보곤 한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하이퍼링크를 타고 바로 그 정보에 대해 넘어갈 수 있다. 그럼 그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읽어보다가 다시 원래 읽던 곳으로 넘어오게 되는데 이렇게 여러가지 링크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집중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책만 쭉 읽던 사람보다 인터넷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은 사람이 사실은 그 정보에 대한 이해력과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여러가지 실험으로도 입증된 바 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어떤 활동을 할 때 시도때도 없이 알람이 울리면서 방해를 받고, SNS 나 메신저 등을 통해 다른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시도하면서 집중력에 끊임없는 브레이크가 걸린다.

이렇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산만함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알면 그만두면 될텐데, 계속해서 손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인터넷의 중독성 때문이다. 인터넷은 시각과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충족시켜주는 멀티미디어로 스크롤과 드래그, 클릭 등의 신체적 반복을 권장하고 클릭할 때마다 새롭고, 빠르고, 흥미로운 정보를 전달하면서 중독성을 불러일으키는데, 인터넷이 얼마나 빨리 우리의 뇌에 영향을 미치고,중독성을 일으키는지 2008년 진행된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뇌의 변화에 관한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는 초보자와 숙달된 검색자로 나눠 구글을 검색하는 동안 뇌를 스캔하는 실험이었는데, 인터넷 초보자가 하루에 한 시간 씩 5일 동안 인터넷 검색을 한 후 다시 뇌를 스캔했더니 실험 전의 뇌와 다르게 인터넷 숙달자들의 뇌 활동과 동일해진 것이다.

 

단지 6일간의 실험으로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던 이들의 뇌 앞쪽 부분에 완전히 똑같은 신경 회로가 활동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뇌가 하루 단 한 시간 컴퓨터에 노출되는 것에 그렇게 민감하다면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어떻게 되겠는가? (p202)

이렇게 인터넷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뇌에 산만함을 가져온다. 물론 인터넷이 우리의 뇌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웹 서핑은 아주 다양한 뇌 활동을 수반하기 때문의 노인의 경우 사고의 예리함을 유지시켜준다. 정보를 검색하고 훑어보는 것은 십자말풀이를 하는 것처럼 뇌를 훈련시키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중력에 있어서는 단연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없이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도 집필기간 동안은 스마트폰없이 생활했지만 그 이후에는 역시나 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도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종속돼 바보가 돼 가는 것을 느꼈다면 최소한 그 흐름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해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은 2010년에 처음 출간됐는데, 10년이 지난 지금은 출간 당시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영향이 훨씬 커진 상태이다. 그래서 2010년보다 개정보증판이 출간된 2020년 현재에 의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집중력과 기억력이 저하된 것 같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이나, 집중력을 높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바보가 되어 가는게 아닐까 의심이 들었던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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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미국 주식에 투자하라 - 해외 주식투자로 부를 축적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조용준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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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주식시장 열풍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해외 주식,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 주식 투자는 가히 붐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주식 투자는 대부분 국내 주식에 대한 투자였는데 유투브, 블로그, 서적 등 다양한 경로로 해외 주식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도 쉬워지고, 미국 주식시장의 꾸준한 상승을 오랜시간 지켜만 봐왔던 투자자들이 코로나로 인한 바겐세일이 시작되자 대거 뛰어들었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는 주식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닌지라 한국보다는 미국, 그리고 미국 중에서도 1등주들이 하락기에도 덜 떨어지고, 상승기에도 더 오를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그래서 주식 관련 전문가들도 미국의 1등 우량주를 매수할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해외 주식투자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미국 주식 중에서도 전통주보다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업들이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IT기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던 워런버핏의 변심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기존에 워런버핏은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회사는 투자하기에 너무 위험하다며 IT주는 실체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 매겨졌다는 의견이었으나 2017년 이후에는 구글, 아마존, 애플과 같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오판이었다고 이야기하며, 애플의 주식을 매수하기도 했다.

이렇게 워런버핏조차도 4차산업 혁명의 한 가운데 있는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보면 4차 산업 혁명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4차 산업 미국 주식에 투자하라』 에서는 4차 산업과 관련된 기업들, 그 중에서도 특히 미국의 기업들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로 더 가속화되는 4차 산업혁명의 전반적인 이야기와 한국과 미국, 그리고 중국의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4차 산업 중에서도 가장 근접한 미래에 상용화되어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소개하고, 이런 기술을 실현하는데 필수적인 반도체에 대한 수요와 기술의 현주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4차 산업을 이끄는 미국의 1등 주식인 아마존, 구글(알파벳), 페이스북, 넷플릭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세일즈포스닷컴의 기업정보와 실적, 미래 전망 등에 대해 소개한다.

주식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누구나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이지만 현재의 주가가 고평가는 아닌지, 적절한 주가인지 검증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과거 매출 실적과 앞으로의 예상실적, 그리고 각 기업의 매출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져있는지 등 다양한 정보들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기업이 커나갈 수록 오너리스크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창업자들이 어떤 마인드로 기업을 경영하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소개도 포함하고 있다.

사실 과거 실적이야 조금만 손품을 팔면 알 수 있는 정보들이지만 앞으로의 예상 매출 전망에 대한 정보가 나와있다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소개하고 있는데 중국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잠재력이 큰 나라로 앞으로 미국을 대체할만한 큰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투자하지 않더라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일본은 현재는 경기가 침체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과거 경제 대국으로 영광을 누렸던 나라기 때문에 대표 기업을 알아두는 것은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기업으로는 알리바바, 텐센트홀딩스, 바이두를, 일본 기업으로는 소프트뱅크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부록으로는 저자가 강력추천하는 차세대 글로벌 4차 산업 1등주 30선의 리스트가 나와있는데 미국 기업인 우버, 페이팔, 바이오젠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 카카오, 네이버, LG 디스플레이 등이 선정되었다.

앞으로는 더 이상 국내에만 투자해서는 원하는 수익률을 얻기 힘들 수 있다. 코로나로 실물 경기가 더 위축되면 아무리 유동성이 받쳐주더라도 주식시장의 열기도 결국엔 사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적절히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한데 해외 기업에 대해 어떤 정보를 파악하고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막막한 투자자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이미 충분히 너무나 유명한 기업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해외 주식에 대해 투자하고 있던 사람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일 가능성이 높고, 4차 산업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들도 널리 알려져있는 것들이라 새롭지는 않았다. 초보 투자자들이라면 일일이 기업 리포트를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한 눈에 보기 쉽겠지만 숨겨진 보물같은 기업이 있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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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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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집보다는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만큼 학교는 익숙한 장소인데 이상하게도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학생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밤 시간은 더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웬만한 학교에는 대부분 으시시한 소문이 한 두가지씩은 떠돌아다닌다. 밤 12시만 되면 동상이 움직인다던가, 맨날 2등만 하던 학생이 질투심에 1등을 창가에서 밀어버려 죽은 1등이 밤만되면 교실을 돌아다닌다던가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이렇게 학교는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공포의 대상이되기 때문인지 공포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한다. 너무나 유명한 여고괴담 시리즈나 경성학교, 최근에 개봉한 대만영화 반교까지 학교를 무대로 한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제작되었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도 역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이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정확히는 학교보다는 기숙사가 주요 무대이고, 귀신이나 유령보다는 살인범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100년이 넘은 명문 구드 학교로 애쉬라는 한 소녀가 전학을 오면서 시작된다. 180 센티미터의 키에 늘씬한 몸매, 아름다운 외모. 뛰어난 피아노 실력에 영특한 머리까지 뭐하나 빠질 것 없는 소녀지만 자신의 진짜 정체를 숨기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는 한참 뒤에 나오지만 작가는 첫 등장부터 주인공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걸 대놓고 드러낸다.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은 독자들의 뒷통수를 때리기 위해(?) 극 초반 인물의 비밀을 숨기는데 비해 착한 소녀의 거짓말에서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주인공이 비밀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철저히 숨기려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독자들은 과연 이 인물이 무엇을, 왜 숨기고 있는지 이어지는 다음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나 역시도 이런 작가의 꾐에 넘어가서 언제 그 비밀이 나오나 계속 다음, 그 다음 장을 넘겼으나 비밀은 중반 이후, 책장이 꽤 넘어간 뒤에나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전에 어느 정도 단서들을 흘려놓기는 하지만 명백한 답은 한참 뒤에나 알 수 있다.

책에 둘러진 띠지에도 나와있고 "구드 학교 살인 사건"이라는 부제에서도 보듯이 살인사건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살인사건 자체에 대한 비중이 높지는 않았다. 물론 주인공이 전학오자마자 담당 피아노 교수가 알러지로 쇼크사하고, 애쉬의 룸메이트였던 한 학생이 학교 종탑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 모를 이유로 죽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살해방식이나 사건 그 자체에 대한 묘사보다는 사건 이후 학생들간의 미묘한 신경전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그들만의 은밀한 모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더 주를 이루고 있다.

아무래도 학교 자체가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만 모인 앨리트 집단에다가 모두 기숙사 생활을해서 그런지 서로 간의 유대감을 중요시 여기고 소위 잘나간다는 무리에 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들에 대한 묘사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애쉬가 전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구드 학교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이비바운드라는 비밀 클럽에 간택(?)되자 이를 시기, 질투한 다른 학생들이 애쉬의 비밀을 캐내 폭로하기도 하고, 결속을 다진다는 이유로 폭력적인 행태들이 자행되기도 한다. 소설에서는 이런 여학생들의 얽히고 설킨 심리묘사를 기반으로 살인사건이라는 이벤트를 끼워넣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주인공이 애쉬가 전학온 뒤 애쉬와 관련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독자들은 이들을 죽인 범인이 애쉬는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고 애쉬를 질투한 친구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혹을 펼쳐나간다.

아, 물론 가장 먼저 죽은 피아노 교수는 애쉬가 알러지가 있는 교수에게 실수로 알러지 유발 물질이 든 초콜릿을 주고 그 때문에 사망한 것이라고 확실히 알려주지만 교수가 죽은 이후 애쉬의 행동들이 과연 애쉬가 진짜 실수로 그랬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어쨌거나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만큼 경찰들이 등장해 수사를 펼치지만 좀처럼 단서를 찾기 힘들던 중 우연한 계기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린다. 이후 범인을 향한 경찰과 주변인물들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는데, 아무래도 앞서 말한 것처럼 살인사건보다는 기숙학교 내 소녀들의 대립관계와 시기, 질투 등에 대한 심리 묘사가 주를 이뤄서 그런지 주인공이 느끼는 생생한 심리묘사와는 달리 경찰들의 수사 과정은 다소 밋밋하고 매력없이 느껴졌다.

그리고 매번 뭔가 숨겨진 비밀이 있는 것처럼 그려지던 10년 전 살인사건과 그에 얽인 인물들, 학교에 전해져 내려오던 소문들은 이야기가 진행되던 내내 풍기던 수상한 분위기와는 달리 별다른 설명없이 싱겁게 끝났다. 그리고 주인공만큼 비중이 높고 매력적이었던 웨스트 헤이븐 학장의 비하인드 또한 특별한 내막없이 끝나 초반에 벌려놓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 550 페이지 정도의 짧지 않은 분량에 사건 위주의 흐름보다는 심리 묘사가 주를 이뤄 다소 루즈할 수 있지만 뒷 이야기를 읽을 수밖에 없도록 독자들을 끌고 가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다만 후반부에 다가갈수록 주인공의 서술에만 의존해 급하게 결말을 맺으려는 느낌이었고, 중반 이후부터는 다소 예측 가능한 반전이었다는게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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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경영 수업 - 34개국 엘리트가 열광한 기적의 비주얼 MBA
제이슨 배런 지음, 문직섭 옮김 / 앵글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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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드라마들을 보면 대기업 자녀들은 대부분 유학을 갔는데 거기서 공부 좀 한다하면 십중팔구 MBA를 전공하는 설정이었다. 도대체 MBA가 뭐길래 대기업 후계자들은 그렇게 MBA 코스를 밟았던 것일까.

MBA는 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의 줄임말로 번역하자면 경영학 석사 라고 한다. 그러니 회사를 경영할 후계자들은 다들 경영에 대해 배우기 위해 이 MBA 코스를 밟았던 것이다.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인사, 회계, 마케팅, 생산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두루 알아야하기 때문에 공부할 양이 아주 방대하다. 마케팅이나 회계와 관련된 전공책 하나만 해도 몇 백페이지는 될텐데 전 분야에 걸쳐 엑기스만 추려놓더라도 600페이지 이상의 벽돌(?)같은 책이 탄생하게 된다. 물론 한 페이지마다 아주 여백없이 빽빽하게 채워놓았을 때가 600페이지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MBA 서적들은 한 번 보고 나면 두 번은 읽기 싫어지는, 누구나 기피하고 싶은 책이 돼버리는데 저자는 이걸 한 눈에 보기쉽게 그림으로 요약 정리해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원래 출판할 목적으로 만든게 아니라 저자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할 당시 자신이 보기위해 만든 노트 필기이다. MBA 책의 설명이 워낙 구구절절 길다보니 요점만 추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림으로 노트 필기를 했었고, 그 노트가 친구들 뿐만 아니라 교수님들까지 돌려볼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후 이 노트 필기에 도움을 받은 많은 주변인들이 당장 책으로 출간하라고 추천을 했는데, 문제는 돈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출간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게 됐는데 세계 40개 국의 사람들이 펀딩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만큼 단순하게 정리된 MBA 책에 대한 니즈가 많았던 것이다.

책은 총 2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펀딩을 받는 것까지 기업 경영과 관련된 내용을 총망라하고 있다.

회사 경영과 관련된 내용 중 대표적인 분야로 회계와 마케팅을 들 수 있는데 그 중 기업의 경영실적을 가장 잘 나타내는 대차대조표(재무상태표)는레모네이드 가판대의 CEO를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레모네이드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해 일단 50달러를 대출을 받아 가판대를 20달러에 구매하고 영업 90달러의 매출이 발생했을 때 자산, 부채, 자본을 숫자가 아니라 아래와 같이 그림으로 단순화해 표시하고 있다.

 

 

그리고 STP 전략의 경우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이론이지만 시장세분화(segment), 포지션(position), 목표시장(taget) 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그림으로 표현해놓고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엄청난 양의 책을 300페이지도 되지 않는 한 권의 책에 모두 다 실어놓았을 뿐만 아니라 최대한 어려운 설명을 배제하고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경영학 전공자라면 이 한권의 책으로도 그 동안 배웠던 많은 내용들을 상기시켜 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존에 경영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자 독자이다. 비전공자인 나의 경우 사전 지식이 없기 때문에 함축적인 그림만으로는 내용을 100프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을텐데 과정은 생략하고 결론만 함축적으로 보여주다보니 이해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시각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쉽도록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그 그림이 이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기 보다는 복잡한 내용을 단순화시키는 용도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해보다는 암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저자 역시도 이미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이런 노트 필기가 나왔을 것이고, 전공자들에게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르게 상기시켜주는 요약집의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게도 과연 도움이 될지는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전공자이거나 이미 경영학과 관련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기억을 환기시키거나 암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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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 - 하루 30분 투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을 얻는 법
곽병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요즘같이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때는 평소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며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나 같은 무지랭이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다. 워렌 버핏이 주식으로 몇 백 억을 번 건 부럽지 않지만 옆 자리 동료가 주식으로 몇 백 만원 벌었다는 소리에는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ㅎㅎ.

그리고 아무리 알뜰살뜰 모아 예적금을 부어도 1%대 이율로는 사실상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어딘가에라도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주식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뛰어들기에 겁나고 그렇다고 계속 예적금만 할 수도 없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배당주다.

배당주는 가격의 변동이 있는 주식이긴 하지만 주식이 올라 이익을 실현하는 것 외에도 분기별 혹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배당금을 지급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설사 주식이 떨어져도 배당금은 꼬박꼬박 나올 뿐만 아니라 3% 이상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0.1%라도 이율이 높은 은행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무조건 백프로 매년 배당이 나온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물가상승시 배당률 또한 비례적으로 커지고, 이미 오른 배당금 수준은 쉽게 줄어들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주식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즉 배당을 하지 않는 주식보다는 중위험, 중수익에 가까운 투자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장점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배당과 관련된 전문서적이 많지 않은 편인데 이 책에서는 배당 투자를 해 본 적 없는 초보자들도 접근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1,2 챕터에서는 배당 투자의 장점과 배당 투자의 종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당 투자에도 펀드, ETF, 우선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세 번째 챕터에서는 과연 어떤 기업이 진짜 좋은 배당주인지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준다. 저자가 말하는 알짜 배당주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3가지를 보면 되는데 배당정책이 지속적인지, 배당수익률이 높은지, 기업의 이익이 충분한지 검토해보는 것이다. 이 3가지를 확인하고 들어간다면 최소한 갑자기 내가 들어가자마자 배당을 하지 않는 뒷통수(?)를 맞는 확률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참고로 책에서 50년 이상 배당금을 증가시킨 해외 기업과 국내 코스닥, 코스피 배당챔피언 기업 리스트도 나와있으니 시작이 불안한 초보자라면 해당 리스트 중에 투자할 기업을 골라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네 번째 챕터에서는 저자가 직접 고안안 배당진단키트로 알짜 배당주를 고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의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쉽고 편하게 체크해볼 수 있다. 배당진단키트의 기준은 연속배당, 배당성장률, 당기순이익으로 아래와 같은 배점 기준에 따라 채점해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아마 배당주에 투자해볼 계획을 가졌다면 배당진단키트로 점수를 매겨본 결과 어떤 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받았는지가 가장 궁금할텐데 국내 배당주 중에서는 고려아연, LG 생활건강, 현대글로비스,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이 선정되었고, 해외 배당주 중에서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시스코, 존슨앤존슨, 코카콜라, P&G, 3M 등이 줄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 고려아연이 유일한 만점이기도 하고 현재 주가가 약간 빠진 상태라 지금 진입하기에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현재 주가에서 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잘 판단해서 매수 시점을 선택해야 겠지만 말이다.

그 밖에도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는만큼 집을 꾸미는 것에 대한 니즈가 커지는 것 같아 한샘도 눈여겨 보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다보니 이사 수요가 줄어들어 수익이 저하될 것 같기도 하고 알 수가 없다 ㅎㅎ.

어쨌거나 투자에 대한 결과는 개인의 몫이니 무조건 저자의 추천을 신뢰하기 보다는 배당진단키트를 참고해 스스로 판단하는게 중요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는 거지만.

 

여섯 번째 챕터에서는 미국 배당주 중에 배당왕 종목 리스트를 토대로 배당진단키트를 적용해 추천할만한 16개 기업을 선정해 놓았다.

배당왕이란 50년 이상 배당금을 증가시킨 기업으로, 한국보다는 미국 주식시장의 역사가 길기 때문에 꽤 많은 기업들이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지금 주식 투자가 광풍이라고 할 정도로 모두들 뛰어들고 있지만 결국 누군가는 얻고 누군가는 잃는 시장이다. 문제는 잃는 사람이 내가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두 배, 세 배의 차익을 목표로 하기 보다는 예적금보다 좀 더 높은 정도의 안정적인 수익을 목표로 배당 투자를 한다면 초심자일지라도 맘 편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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