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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반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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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암기하게 되는 ‘피타고라스의 법칙’때문에 우리는 철학자이자 수학자, 미학자, 음악가로 자신의 이론을 펼쳐내었던 피타고라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나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학자들은 학문을 통합적으로 수용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연구대상과 연구방식이 세분화되면서 개별과학들이 하나하나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학자들과 달리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통합적인 시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통섭, 융합 같은 개념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라는 방법론에 대해 읽어보게 되었다.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부제처럼 에디톨로지는 편집에 대한 방법론을 이야기한다. 편집의 단위, 편집의 차원, 또 편집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에는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이 곧 권력이었고, 심지어 그 권력을 중심으로 위계구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더 많이 알고 있든지, 더 많이 암기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권력이 넘어가곤 했는데, 그런 시대의 종언을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황우석사건’과 ‘미네르바사건’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건은 황우석의 이론을 갖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인터넷 공간에서 문제제기를 시작했고, 놀라울 정도의 예측력을 보여주었던 미네르바는 인터넷에 떠돌던 잡다한 지식을 짜깁기 해서 그런 결과를 냈으니 말이다.
지식의 대중화 사회, 정보가 정말 넘쳐흐르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현대사회에는 그 정보들을 어떻게 ‘남들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엮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편집의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가장 관심이 간 것은 바로 ‘카드’이다. 우리는 노트에 필기를 하고 그것을 통째로 암기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해왔다. 하지만 김정운이 독일에서 공부를 할 때, 학생들은 카드를 사용해 공부를 했다고 한다. 카드는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편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편집 가능한 자료여야만, 나만의 ‘데이터베이스’가 될 수 있다.
심지어 요즘은 ‘검색’도 하나의 능력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냥 ‘검색엔진’에서 멈추지 않고 ‘발견엔진’으로 진화해나가야 한다. 검색 그 자체만으로는 지식의 ‘데이터베이스’나 ‘네트워크’를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어떻게 내 것을 정리하고 연결시킬 수 있느냐를 고민하던 상황에서 김정운의 ‘에디톨로지’는 아주 쉽고 즐거운 방법론이 되어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