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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영혼의 부딪힘 - 명화로 배우는 감정의 인문학
김민성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관에 혼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어떤 작품에 한번
눈길을 주게 되면,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때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왜 미술관에 가있냐고, 무엇을 하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참
답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면 그럼 왜 가느냐고 반문하고나 영 미심쩍다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더 많아서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그런데 이번에 명화로 배우는 감정의 인문학이라는 <그림 영혼의
부딪힘>을 읽다 보니, 내가 미술관에서 느끼는 것들이
찰나의 순간일지 몰라도 그런 부딪힘이 아닐까 싶었다.
화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삶을 녹여내고, 그래서 그들의 영혼이
그 그림 속에서 숨쉬고 있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24명의 거장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의 단편을 성격, 사랑,
비밀, 광기, 운명이라는 테마로 담아내고 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작품에 녹여냈던 샤갈이나 ‘빛은 곧 색채이다’라는 자신의 말을 캔버스로 옮겨내기 위해 자신만의 정원을 가꾸었던 클로드 모네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작품이 또 다르게 다가오기도 했다. 얼마 전에도 샤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참 낭만적인 사람이었구나 했던 적이 있는데, 그의 영원한 안식처였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도 참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전에는 그저 ‘색채의 마술사’라고만 생각해왔는데, 점점 더 따듯한 그의 마음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거 같다.
또한, 조각가의 길만을 걷길 원했지만 ‘천지창조’라는 벽화를 그릴 수 밖에 없었던 미켈란젤로와 그의 옆방에서
‘아테네 학당’을 그렸던 라파엘로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외골수적인 면모를 보였던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의지를 그림 속의 암호로 풀어낸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너무나 조화로운 그림을 그려낸 라파엘로 역시 그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을 보면, 권력자의 명령에 이끌려 그림을 그리더라도 그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것이 참 놀라웠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과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해주는 것이 더욱 마음에
잘 와 닿는 면도 많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만종 [L'Angélus] - 장 프랑수아 밀레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나 역시 ‘만종’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밀레의 그림이 있다. 그런데 그 작품은 ‘감자의
수호가을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는 원제에서 ‘삼종기도’로 제목이 바뀐 이력이 있다고 한다. 또한 달리가 비어있는 감자바구니에
죽은 아이가 있다고 하여 투시를 했다가 관 같은 형상이 있음이 알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
당신의 가난한 농부의 삶을 떠올려보면, 따듯한 연민을 갖고 그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했던 밀레의
작품에 내가 그 동안 갖고 있던 이미지가 아니라, 책 속의 해석을 따르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세상은 가난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와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게 되는 거 같다. 그리고
요즘 시대에도 가난한 자가 아니라, 가난과 싸우는 모습을 관심과 사랑을 갖고 그려주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