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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평점 :
노벨 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는 재미교포 소설가 이창래, 처음
읽은 그의 글은 바로 <Coming Home Again>이라는 장편 수필이었다. 어머니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음식을 택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엄마가 해주었던 그 음식의 맛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음식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그때는 아니 어쩌면 지금도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
함께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에 읽은 <영원한 이방인>은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이창래 작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하여 출간되면서,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이 더해졌다. “단지 나를 태우고 있었던 불, 적어도 그런 식으로는 나를 다시 태울 것 같지는 않은 불로 활활 타오르는 대목”이라는 표현과 먼저 읽어보았던 그의 에세이 사이에 분명한 접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작가의 예민한 감각이 드러나는 섬세한 언어 표현의 향연은 변함없지만 말이다.
대체로 둔감한 편이라, 처음에는 조금은 서걱거리는 느낌도 솔직히 있었다. 시력이 애매해서 안경을 꼈다 안 꼈다 하는 편인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디까지나 둔탁한 나의 기준으로 볼 때 이렇게 섬세하게 세상을 느끼는 것은 조금은 피곤할
수도 있겠다라는 것이 첫인상이랄까? 심지어 말을 할 때, 상대가
나의 영어를 어떻게 듣느냐 까지 그렇게까지 예민해야 했나 싶기도 했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인 ‘헨리 파크’나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그를 떠나간 부인이 가진 직업의
특수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였고, 그의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처음부터 달랐으니까 라는 이유로 넘겼던 시간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가장 잘 써먹는 핑계가 떠올랐다. 바로 ‘나는
외국인이잖아’라는 쉬운 핑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정체성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성장하여 원제처럼 ‘Native speaker’이지만
미국인 여성과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한국어판 제목처럼 ‘영원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그 상황이 말이다.
미국 사회의 언저리를 맴도는 아웃사이더 헨리 파크와 차기 시장 후보에 출마하려는 한국계 시의원으로 차기 시장
후보에 출마하려는 존 강의 관계가 마치 추리소설처럼 풀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들의 이름 표기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할까? 그 작은 차이가 그들이 지향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거 같기도 했다. 존 강과 헨리 파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를 더욱 빛나게 하는 부분이면서도, 다르게 느껴지는 그들의 공톰점 역시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의 미묘함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