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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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를 읽고 나니, 얼마 전에 봤던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떠오른다. 은근히 황당무계한데,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좋고, 특유의 속도감 때문에 시선을 돌리기 쉽지 않다고 할까? 거기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너무나 재미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영화에서는 온갖 화려한 눈요기로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지만, 소설은 그게 쉽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왠지 귓가에서 우당탕탕이라는 효과음이 들려오는 거 같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묘하게 설득되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한다. 심지어 그들의 말이 툭 마음을 건드리는 기분도 들고 말이다. 정말 독특한 감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이혼으로 해체되는 어느 가정의 이야기를 오히려 유쾌하게(?) 그려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남편에게 마치 랜덤데이트 신청 같은 문자가 오는데, 그 문자를 보낸 사람들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사기 및 공갈협박을 심지어 수주해서(?) 살아가는 미조구치와 그의 보조 오카다가 바로 그들이다.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이 아닌 기뻐하는 일을 해볼까 해서 일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오카다에게 미조구치는 황당한 제안을 하고, 그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인 이혼을 앞둔 가족이 만나게 된다. 사실 글을 쓰면서 ‘(?)’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이 어색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다. 어떻게 설명해도 딱 그 느낌이 아니고 이면에 다른 감정들이 흐르고 있어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많기 때문이다. 도리어 리뷰를 쓰면 쓸수록 작품의 매력을 해치고 있는 기분마저 들어서 조금 답답하다.

내가 쓴 리뷰를 쭉 읽다 보니 이 소설이 마치 킬링타임용으로만 느껴질까봐 조금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물론 그런 면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나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세상을 꼭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설득되는 기분도 든다. 심지어 때로는 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사는 듯, 그들이 너무나 즉흥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막상 나를 돌아보면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서 웃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이따금 하고,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는 것이 중요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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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으로 떠나는 서양 미술 기행 - 세계 최고 명화 컬렉션을 만나다
노유니아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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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만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 중에서 서양미술에 초점을 두고 일본 여행 일정을 짜볼 수 있는 좋은 책이 하나 나왔다. 바로 <일본으로 떠나는 서양미술기행>. 혹자는 왜 서양미술을 보러 일본을 가야 하나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짧은 일정으로도 서양 미술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을 생각해보면 일본이 바로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거품경제 때 넘쳐나는 부를 가지고 세계 명화를 거의 싹쓸이 했던 적도 있다. 또한, 일본 기업들이 사회 환원을 위한 사업으로 미술관에 많은 투자를 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야마나시 현립 미술관이었다. 문화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현지사가 직접 펀드를 만들어서 설립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같은 것도 좋지만, 이렇게 문화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기도 했다.

하코네의 폴라미술관은 나 역시 참 좋아하는 곳이다. 정말 미술관 자체도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공간이다. 그래서 나리타 공항 근처에 있다는 ‘DIC가와무라기념미술관도 꼭 가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아름다운 호수와 정원이 어우러지는 미술관이라 생각만해도 행복해진다. 그러고보면 미술관이 어디에 있느냐, 또 내부를 어떻게 꾸몄느냐에 따라서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도 참 달라진다. ‘하코네 조각의 숲 미술관이 대표적인데, 폴라미술관 역시 클로드 모네의 <수련 연못>은 이 곳에서 봐야 더욱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그런 면에서 주목해봐야 할 미술관은 바로 나고야에 있는 아먀자키마작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에는 프랑스 로코코미술의 거장 프랑수와 부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 전시실을 그 당시의 살롱 분위기로 만들어놓아서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왠지 그 그림을 소장하고 있었던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거실 같은 느낌이랄까? 또한 근대 미술관은 회색톤이 느껴지는 하늘색으로 단장하여 시대별 느낌을 잘 살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미술관에서 어떤 작품을 만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겠지만, 이렇게 미술관 안팎의 모습이나 그 미술관의 역사 같은 것도 가볍게 스케치해주어서 보는 재미가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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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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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계림문고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선물 받았을 때, 셜록 홈즈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그때 사은품의 개념으로 추리소설 단편 시리즈를 주었었는데, 거기에 셜록 홈즈가 있었는데,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그의 뛰어난 추리실력뿐 아니라 독특한 매력4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었다. 런던에 가서도 일단 셜록 홈즈 박물관부터 갔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홈즈이다보니, ‘코난 도일 재단이 인정하는 새로운 셜록 홈즈 이야기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셜록 홈즈 : 실크하우스의 비밀>과 이번에 나온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을 집필한 앤터니 호로비츠는 여러모로 참 뛰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작품에서는 노년의 왓슨을 등장시켜서 왓슨과 함께 홈즈와의 추억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두번째 작품에서는 셜록 홈즈의 죽음이지만 사람들의 애도와 청원에 떠밀려 실종으로 수습한 시간을 다룬다. 예전에 읽은 글에서 보면 코난 도일이 셜록의 죽음을 알린 작품을 내놓자, 더욱 사람들이 그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탄의 어조로 어머니에게 편지를 썼는데, 위로의 글을 쓰시던 어머니 역시 결국 말미에는 왜 죽인 거냐는 질문을 했다는 일화도 있을 정도로 그 때 당시의 열기는 뜨거웠고,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 후의 이야기가 더 있다는 것을 알면서 읽었던 나조차 엄청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라이엔바흐 폭포가 있는 마이링겐, 셜록 홈즈의 죽음이 아니었다면 사람들 사이에서 알려지지 않았을 그 작은 마을에 미국 핑커턴 탐정 사무소에서 일하는 프레데릭 체이스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셜록 홈즈에게 많은 것을 물려받은 애설니 존스 경감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런던 경시청에서 파견되면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마치 홈즈와 왓슨을 오마쥬한 듯한 두 사람이 축이 되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게 된다. 처음에는 언제 홈즈가 나올까, 거기다 핑커턴 탐정 사무소가 언급되면서 심지어 누가 변장한 홈즈일까 고민하면서 읽다 보니 사실 책에 빠져들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금새 새로운 콤비의 활약에 빠져들게 되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고 싶은 반전까지,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다시 퍼즐을 맞추어보기 위해 처음부터 읽어보게 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다.

앤터니 호로비츠는 셜록 홈즈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정말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작품을 이끌어 나가면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내가 코난 도일이었다면 혹은 코난 도일이 다시 살아났다면 식의 접근이 아니라,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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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7-0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학교 다닐 때 동네 구와 계림문고를 경쟁적으로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문고에 셜록홈즈가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는군요...아마 당연히 있었겠죠

홈즈와는 별 관계도 없는 이야기지만 계림문고란 말에 문득 반가워서 댓글을 남깁니다.
계림문고가 아마 제가 기억하고 있는 독서의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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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 -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인의 책과 인생 이야기
윤승용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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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는 리더(leader)의 독서습관을 살펴본 <리더의 서재에서>의 표지에는 영문으로 ‘Reader’s Library’라는 제목이 겹쳐져 써있다. 문득 “Not all readers are leaders, but all leaders must be readers.”라고 했던 해리 트루먼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독서가가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도자는 반드시 독서가가 되어야 한다던 그의 말처럼,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던 대한민국 대표 리더 34인은 독서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엄청난 다독가로 알려져 있는 박원순 서울특별시장과 이모가 산본에 살고 있어서 익숙한 책 읽는 군포를 이끄는 김윤주 군포시장은 독서량이 지극히 부족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고안해내고 있었다. 사실 책에서 언급된 대로, 책을 읽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인데 이렇게 시책사업으로까지 나서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윤주 군포시장이 다양한 캠페인을 살펴보면, 책을 어린 시절부터 가깝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위드 북 스타트’, 또 책을 통해서 시민들이 더 많이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한 도시 한 책 읽기같은 것들이 있어서 충분히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길을 걸으면서도 책을 읽었다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 책을 읽으며 길을 걷다가 아빠한테 꾸중을 들은 적이 많다. 하지만, 요즘은 그 자리에 스마트폰이 있기 쉽다. 거기다 어린 시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환경에서 성장하지 않았다면, 나 역시 책과 많이 멀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 것을 강요할 필요는 없지만, 독서를 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은 선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한국이름으로는 이만열 교수가 이야기하는 한국의 대표 홍보브랜드, 로쟈라는 필명으로 잘 알려진 서평 블로거 이현우가 말하는 비평과 서평의 차이, ‘기승전돔으로 유명한 프로야구 해설위원 허구연의 이야기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책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나 그들이 직접 소개하는 책 이야기가 정말 좋았는데, 덕분에 읽고 싶은 책이 너무나 많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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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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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의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는 재미교포 소설가 이창래, 처음 읽은 그의 글은 바로 <Coming Home Again>이라는 장편 수필이었다. 어머니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음식을 택한다는 것, 그것은 정말이지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한다. 엄마가 해주었던 그 음식의 맛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단순한 음식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그때는 아니 어쩌면 지금도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 함께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에 읽은 <영원한 이방인>은 그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이창래 작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하여 출간되면서, 작가의 한국어판 서문이 더해졌다. “단지 나를 태우고 있었던 불, 적어도 그런 식으로는 나를 다시 태울 것 같지는 않은 불로 활활 타오르는 대목이라는 표현과 먼저 읽어보았던 그의 에세이 사이에 분명한 접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작가의 예민한 감각이 드러나는 섬세한 언어 표현의 향연은 변함없지만 말이다.

대체로 둔감한 편이라, 처음에는 조금은 서걱거리는 느낌도 솔직히 있었다. 시력이 애매해서 안경을 꼈다 안 꼈다 하는 편인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어디까지나 둔탁한 나의 기준으로 볼 때 이렇게 섬세하게 세상을 느끼는 것은 조금은 피곤할 수도 있겠다라는 것이 첫인상이랄까? 심지어 말을 할 때, 상대가 나의 영어를 어떻게 듣느냐 까지 그렇게까지 예민해야 했나 싶기도 했다. 물론 소설의 주인공인 헨리 파크나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그를 떠나간 부인이 가진 직업의 특수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였고, 그의 책을 읽으면서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처음부터 달랐으니까 라는 이유로 넘겼던 시간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그러다 문득 내가 가장 잘 써먹는 핑계가 떠올랐다. 바로 나는 외국인이잖아라는 쉬운 핑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정체성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성장하여 원제처럼 ‘Native speaker’이지만 미국인 여성과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한국어판 제목처럼 영원한 이방인일 수 밖에 없는 그 상황이 말이다.

미국 사회의 언저리를 맴도는 아웃사이더 헨리 파크와 차기 시장 후보에 출마하려는 한국계 시의원으로 차기 시장 후보에 출마하려는 존 강의 관계가 마치 추리소설처럼 풀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그들의 이름 표기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고 할까? 그 작은 차이가 그들이 지향하는 세상을 보여주는 거 같기도 했다. 존 강과 헨리 파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를 더욱 빛나게 하는 부분이면서도, 다르게 느껴지는 그들의 공톰점 역시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의 미묘함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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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6-30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 책이 새로운 번역본으로 나온다는 소개를 받은 적이 있는데 바로 이 책이군요!
위에 말씀하신 Coming home again은 처음 들어요. 단행본으로 나온 책인가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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