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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 - 처음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
서희석.호세 안토니오 팔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9월
평점 :
역사를 배우다보면, 홍익인간이나 고조선의 8조법보다는 마늘과 쑥으로 인간이 된 웅녀의 이야기가 더 기억에 오래 남을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읽은 <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은 매우 흥미로운 역사책이다.
‘처음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구성되고 사진자료도 꽤 많이 실려있고 거기다 스페인을 사랑한 한국인 서희석과 역사를 전공한 호세 안토니오 팔마가 함께 집필하여, 한국인이 스페인의 역사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을 잘 충족시켜준다. 다만, 무적함대로 대항해시대의 서곡을 알리며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던 스페인이 내리막길을 타기 시작하는 시기 정도만
다루고 있어서, 현대사 부분이 빠진 것이 조금은 아쉽다. 아무래도
헤라클레스의 12가지 과업중에 하나였던 에리테이아 섬이 세비야였다는 것부터 시작하다보니 분량의 문제가
고려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스페인에 대한 책을 보다보면, 다채로운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전략적 요충지인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스페인의 복잡다단한 역사가 있었다. 로마가 이베리아 반도를 통일하면서 로마의 깃발아래 뭉치게 된 이후 이슬람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자신들의 고유한
모습을 지켜왔던 스페인을 저자는 모히토라는 칵테일에 비유한다. 재료가 제대로 갖춰지고 섞여야 만들어질
수 있는 칵테일처럼 스페인도 그 곳을 거쳐간 모든 민족의 역사가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부터 아틀란티스의 모델이라는 학설을 갖고 있던 타르테소스 고대 왕국,
그리고 로마의 정치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 2차 포에니 전쟁을 거쳐 서고트족의 스페인 정착이
이어진다. 그 후 이슬마 시대와 가톨릭 왕국의 재정복을 거치면서 스페인은 모스크와 대성당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나라가 된다. 그리고 카스티야 내전속에서 소설보다 더욱 흥미로운 페트로왕의 삶과 흑사병으로 인한
유대인 학살이 이어지고, 그 후 스페인의 통일 그리고 대항해 시대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렇게 긴 역사를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전설과 일화를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세비야의 수호성인 후스타와 루피나 자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지역을 덮친 강도높은 두 번의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은 히랄다 탑을 그녀들이 지키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영감을 받은 그림들이 많다고 해서 찾아보다 고야의 작품까지 봐서 기억에 남지만, 그 탑이 무너지지 않은 설계상의 이유가 궁금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