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중은 1637년에 태어나 1692년에 56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본관은 광산, 자는 중숙이고, 아호는 서포이며, 시호는 문효이다.
조선 후기 숙종조의 문신이자 우리 고전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적 문장가이다.
김만중은 우리말 문학의 독자성과 의의를 선구적으로 주장하여, 중국 문학을 절대시하고 무분별하게 한문학을 모방하는 풍조를 비판하였다. 우리
노래를 한시로 바꾸면 그 말씨의 아름다움을 알 수 없으며, 비록 무지한 백성들이라 해도 제 나라말로 노래할 때 절로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하여
한문학을 숭상하는 중국 문화 사대주의를 배격하였다.
이와 같이 성리학과 한문학이 지배하던 시대에 민족 문화와 국어 문학의 독자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직접 [구운몽]과 [사씨남정기] 같은
국문 소설을 지어 온 나라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단테가 중세 라틴어 종교문학을 거부하고 제 나라말로 [신곡]을 지어
르네상스를 이끈 것과 같은 근대적인 각성을 보여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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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고대 설화에서 비롯하였다. 설화는 신화, 전설, 민담을 말하는데, 신화는 시조의 탄생과 나라의 건국 과정에서 영웅적 신성미가 후대
소설에 전승되기도 하고, 전설은 비현실적인 내용과 함께 교훈적 의미가 소설에 반영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설의 형성에 기여하게 되는
것은 민중의 다양한 상상력이 모여 형성된 민담인데, 여러 인물들이 펼치는 흥미진진한 줄거리는 소설에 필요한 허구적 요소를 잘 갖추고 있어서 소설
형성의 밑거름이 되었다.
조선 후기 들어 사대부들 사이에 소설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본격적인 양반 소설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대표작이 바로
[구운몽]이다. 실학자 가운데 박지원은 [허생전] [양반전]처럼 지배층을 비판하는 한문 소설을 지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선 시대 평민들은
서로하를 [춘향가] [수긍가] [심청가]와 같이 독특한 판소리 양식으로 전승시켜왔는데, [홍길동전] [구운몽] 같은 양반들의 한글 소설이
보급되자, 전기수(직업적으로 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 세책가(소설을 빌려 주는 업소)가 등장하고, 방각본 소설(상업적인 소설 출판)이
성행하면서 양반 소설을 모방하기도 하고, 판소리 사설을 변용한 판소리계 소설을 탄생시키면서 19세기를 소설의 시대로 만들어 낸다.
[구운몽]은 장편의 국문 · 양반 소설로서, 한몽 구조를 가진 몽자 소설의 효시요, [금오신화]를 계승하여 신선계와 귀신을 넘나드는 전기
소설이고, [홍길동전]을 계승하여 양소유가 영웅적 일대기를 보여 주므로 영웅 소설이며, 토번과의 전쟁담이 펼쳐져 전쟁 소설이라고 할 수 있고,
양소유와 여덟 처첩간의 애정이 중요한 골격을 이루므로 애정 소설임이 분명하고, 나아가 사상적으로 불교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 장르적
성격이 다양한데, 그 작품성 또한 주체적인 문학 의식을 바탕으로 비교할데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 우리 고전 소설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구운몽]은 현실과 꿈을 오가는 환몽 구조를 채택하였다. 이 환몽 구조의 특징은 현실 속의 주인공이 갈등을 겪다가 꿈속에서 다른 성격의
인물로 환생하여 일생을 살지만, 다시 깨어나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는 구조를 말한다.
[구운몽]이 재미있는 이유 중 하나는 환몽 구조가 이중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현실의 주인공 성진이 꿈속에 양소유로 환생하는데,
꿈속에서 다시 꿈을 꾸어 성진의 현실 속 무대인 용궁과 연화봉을 다녀오는 장면이 들어 있다. 또 하나, 인간이 꿈속에 신선 세계를 경험하는 다른
몽유 구조와는 반대로, 꿈의 세계로 되어 있는 양소유의 일생은 오히려 현실적이고, 현실 세계로 되어 있는 천상계는 오히려 신비롭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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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의 [소설변증설]에 의하면, 만중은 큰 아들이 먼저 세상을 뜨고 만중조차 유배를 당하자 무척 상심했을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유배지에서 [구운몽]을 지었다고 한다. 또 만중은 화려한 벼슬길에도 불구하고 멀리 절해고도에 귀양을 가서는, 부귀영화가 모두
부질없는 것이며 현세의 고통도 잠시일 뿐이란 뜻을 자신도 되새기고, 어머니에게도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김만중은 [구운몽]의 대부분을 조선 시대 사대부로서의 이상적 가치관을 양소유를 통해 드러내는 데 할애한다. 입신양명으로 충절과 효행을
충실히 실천하는 양소유의 일대기는 조선 시대 사대부들의 유교적 이상주의와 부합된다. 꿈은 인간의 보편적 갈망이므로 성진의 꿈을 통해 보여 주는
세계가 곧 작가의 주제 의식을 설명한다고 보는 관점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고전 소설이 그렇듯이 [구운몽]도 중국을 무대로 삼았다. 고전 소설의 작가들이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것은 주제 의식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문학적 방편이다. 사회적 정치적 비판 의식을 드러내는 데 조선을 직접 배경으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중국 중심 문학관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하였고, 국문 소설을 지어 우리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사람이다.
[구운몽]은 후대의 문학과 예술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성진과 양소유, 팔선녀와 여덟 부인을 소재로 하여 시조와 가사가 지어지고, 후대의
다른 소설 작품에서 미인의 상징으로 팔선녀가 거론되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사랑의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음미되었다. 또 주요 대목들은 민화로
그려지기도 하였는데, 이런 민화들은 십장생 민화와 같이 부귀영화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았다.
사람들은 [구운몽]에서 차용한 예술적 이미지와 소재를 활용하여 다양한 예술적 양식으로 재창조하였던 것이다. 누구나 양소유처럼 극진한
부귀와 공명을 누려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구운몽]의 변용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과거에 비해 훨씬 진지한
문제의식과 개성적인 연출로 소설, 영화, 연극, 만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용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