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보는 내 남편의 아찔한 일기장
김종태 지음 / 인서트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처음엔 왠 일기장 하면서 호기심에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용을 보면서 나와 공감가는 부분이 의외로 많아 재미도 있었다. 아마도 내가 40대에 입문한 중년이라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내용 중 저절로 웃음짓게 하는 부분도 있었고, 내 자신도 모르게 맞장구를 치는 부분도 있었다.

 

  이 책은 자신의 별명인 '늪'에 관해서 먼저 설명하고 있다. 늪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첫번째, 늪의 사전적 의미

- 땅바닥이 우묵하게 뭉떵 빠지고 늘 물이 괴어 있는 곳. 진흙 바닥이며 침수 식물이 많이 자란다. 빠져나오기 힘든 상태나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두번째, 늪의 국소적 의미

- 아랫배가 우직하게 불룩 나오고 매우 자주 술이 고픈 양띠 중년 남자. 적당히 즐기며 살자는 마음이라 실없는 생각이 많이 자란다. 빠져나가기 힘든 현재 상태와 사오항에 딱히 불만이 없는 이 인물을 직접적으로 이르는 별칭.

 

  이 책에서 쓰이는 '늪'은, 위의 두 가지 정의 중 후자에 해당한다.

 

  이 책의 성스러운 부부 생활편을 보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나는 어떤지 돌아보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내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누구나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자신을 한 번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 본문중에서 늪의 역사를 옮겨봤다. 혹시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을 마저 읽어보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시각]

20대 : 10미터 밖에 서 있는 강아지 낯짝만 봐도 그 녀석이 암캐인지 수캐인지 구별할 수 있었다.

현재 : 손에 들고 있는 강아지도 낯짝만 봐서는 구별을 못하겠다.

 

[청각]

20대 : 문 밖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 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의 몸무게를 대략 알아맞힐 수 있었다.

현재 : 남녀가 대화하면 신음 소리로만 들린다.

 

[후각]

20대 : 그 옛날 '코만도'란 영화에선, 바람에 실려오는 땀 냄새를 통해 사람이 있단 것을 알아챘다고 아놀드가 자랑스럽게 말했지만, 나의 20대에 비하면 그는 하수에 불과하다. 나는 바람에 실려 오는 냄새를 통해 인원, 성별까지 확인 가능하며 컨디션이 좋을 때는 연령대까지 맞췄으니 말이다.

현재 : 엘리베이터를 함께 탔던 사람들이 모두 코를 막고 내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누군가 방귀를 뀌었단 사실을 알게 된다.

 

[미각]

20대 : 군대 회식 때의 일이다.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몇 살 때 잡은 암수 돼지인가 내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현재 : 신맛과 상큼한 맛을 헷갈리기 시작했다. 상한 우유를 맛있게 먹고 있다. 먹고 난 다음 날, 화장실에 가서야 그게 상했던 건지 아닌 건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촉각]

20대 :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엔 조용히 부는 봄바람을 몸에 맞을 때면 남몰래 오르가즘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현재 : 와이프가 만져도 신체 변화가 없다. 머리도 안 밀었는데 무념무상 초탈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요즘 격하게 혼나고 있다.

 

[순발력]

20대 : 거짓말 같겠지만, 날아오는 총알도 피할 정도였다. 술 진탕 마신 다음날, 현관문을 열자마자 빛의 속도로 날아온 물건들도 여유롭게 피했으니 아마 그 정도 속도는 되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현재 : 떨어지는 낙엽 한 장도 못 피한다.

 

[기억력]

20대 : 군대에서 외우는 군가를 포함한 암기 사항을 3일 만에 모두 외웠다. 물론 일과가 모두 끝난 뒤 휴식 시간에 외웠다.

현재 : 나랑 동갑인 와이프이 나이도 잊는다. 어머니 나이는 잊은지 오래다.

 

  개인적으로 위의 어떤 부분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내 자신을 보면서 나도 이제는 중년이 되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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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종태 [저]

- 가정을 버린 남자가 아닌, 가정이 버린 남자!
집안에서 왕따를 당하면서도 그것을 모르는 눈치가 불감증인 남자!
아내와 두 딸 사이 청일점으로 꿋꿋하게 버티는 이 시대의 가장!
알코올이 들어가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외치는 저렴한 주량을 가진 남자!
그나마도 새로운 세상과 자주 만나면 바로 병원에 수감되는 코스모스 같은 남자!
현재는 중소기업(동영테크)에 이사로 조용히 재직 중이며,
다음 카페 ‘양들의 모임(양띠 모임 카페)’에서 화려한 글발로
게시판의 배꼽까지 쏙 빼 버린 고수 유부남 이야기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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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을 건너야 서른이 온다 - 청춘의 오해와 착각을 깨는 질문과 답
윤성식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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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때로 사람들은 실패 그 자체에 대해 근거 없이 엉뚱한 해석을 내리곤 한다. 작은 실패를 전체의 실패처럼 심각하게 여겨 좌절하는가 하면,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

 

  어떤 실패건 실패 그 자체는 안 좋은 일이다. 이 때문에 더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은 게으른 위안일 뿐이다. 실패를 실패가 아닌 것으로 억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눈앞의 실패를 냉정히 분석하고 새로운 성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의지나 용기, 자신감 같은 단어를 너무 낭만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긍정이나 희망, 도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요소들임에는 틀림없지만 이 고귀한 덕목들을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현실적인 역량을 있는 그대로 본 다음, 그 위에서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또 다른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듣고 싶은 것만을 들으려고 한다. 그 욕망이 커지면 정말로 그 소리를 들은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내면의 소리는 절대 그런 식으로 들을 수 없다. 오랜 명상과 자기 관찰이 없는 상태에서 들려오는 건 마음속 욕망이 소리의 형태로 둔갑한 환청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란 그다지 신뢰할 만한 존재가 아니다. 자기로부터 해답을 찾다보면 자칫 자신의 욕망에 모든 것을 맡기는 도박이 되어버린다. 욕망은 번번이 의사 결정의 오류와 행동의 실수를 낳기 때문이다. 조심하라. 자기는 절대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자기로부터 해답을 구하지 말고 다만 스스로 제3자가 되어 냉정하게 자기 자신을 관찰해야 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변하는 것, 낯선 것,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해하며, 결국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어느 분야에서나 안주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그것은 곧 도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변화하고 변시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방향 설정 능력이다. 리더가 미래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달라진다. 마찬가지로 개인에게도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좋은 의사 결정과 현명한 선택을 하는 능력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며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비전과 전략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무작정 선택하지 않는다. 선택해야 할 대상만을 놓고 이해관계를 따지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시 말해 '좋으면 무조건 해야지'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전략을 세울 때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생의 밑그림에 따라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전략을 결정할 때는 세상의 흐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삶은 세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세상의 흐름과 동떨어지거나 있는 그대로 보지 않은 채 전략을 세울 수는 없다.

 

  이 책에는 성공에 대한 팁이나 요령은 적혀 있지 않다. 시련과 좌절에 빠진 이들의 등을 토닥거려주는 감상적인 위로도 최대한 자제했다. 대신에 다시는 쓰러지지 않는 구체적인 방법이 들어 있다. '괜찮아, 넌 할 수 있어'라는 말보다는 '괜찮아지려면 꼭 해야 할 게 있어'라는 실천 과제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소개]

 

윤성식 [저]

- 윤성식 교수는 고려대학교에서 행정학사, 오하이오 주립대학에서 경제학사, 일리노이 대학에서 회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버클리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한 뒤 텍사스 대학(오스틴) 경영대학원 교수와 공인회계사를 거쳐, 현재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성공적인 학자의 길을 걷던 그는 어느 날 '인생의 만족과 진정한 행복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많은 젊은이들처럼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후 위빠사나 불교 명상을 통해 행복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동국대 불교학과에 진학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부혁신지방분권 위원장으로서 공공부문 혁신을 담당하기도 했다. 행복이라는 추상적 세계와 욕망이라는 현실적 세계 사이를 오가며 긴 탐색의 여정을 걸었던 그는 이후 공인회계사준비반 지도교수, 행정고시 지도교수, 기숙사 사감 등의 역할을 통해 수없이 많은 젊은이들과 깊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윤성식교수의 인생수업
http://trustyoo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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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살리는 역설 건강법 - 금오 김홍경의
김홍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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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은 잃어버리고 난 후 고치려면 몇 배로 힘이 든다. 예방만이 최고다. 옛날 사람들은 이를 잘 알고 있었고, 질병이 발생하기 전 그 예방에 힘썼다. 질병의 뿌리가 자라날 틈을 주지 않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았다. 가공되지 않은 음식, 생활, 환경 등을 통해 순수하고 천역적이며 조화로운 생활을 즐겼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느긋하게 맡기니 욕심이 적었고, 여유가 많았다. 과로와 무리한 활동, 정신적 고민은 현대인에 비해 매우 적을 수밖에 없었다.

 

  음양오행은 단순한 신비주의적 미신일까?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세계를 그대로 직관한 결과다. 균형을 구축하는 동양의학에서 가리키는 그 '균형'이 바로 음양이다. 균형이라는 관점이 없으면 증상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건강이다.

 

  음양관이 음식과 향기와 생활에 제대로 맞을 때 비로소 인간은 건강해진다. 음양관을 인간에게 제대로 접목하려면 자신의 체질이 무엇인지 세밀하게 알고 접목해야 한다. 사람은 각각 다른 체질을 갖고 있다. 체질에 맞게 음양을 조화시켜야 한다.

 

  서양의학에서는 심장이나 무릎처럼 우리 마음도 따로 떼어내 대한다. 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으며, 몸과 마음은 하나다.

 

  밖으로 나타나는 열과 식은땀 역시 마음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육체의 증상뿐 아니라 원인이 되는 내상까지 함께 봐야 한다. 이것이 동양의학이 강조하는 유심적 치료법이다.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서양이 자르고 분해하고 갈아 끼우는 유물론적 치료를 해 왔다면 동양은 끊임없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유심적 치료를 소구해 왔다.

 

  역은 모든 현상은 머무르지 않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제행무상, 즉 우리가 몸을 담은 우주 만물은 항상 돌고 변하여 어느 한 모습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이런 탁월한 관찰법이 전제되어야 진리의 각성이 이뤄진다. 또한 동양의학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동양의학 진단에서 말하는 8개 진단 패러다임인 '음양, 허실, 한열, 표리'라는 개념이 쉽지만은 않다. 어찌 보면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동양의학을 도술처럼 신비롭고 이해불가결한 미지의 영역으로 밀어 넣는 사람들이 많다.

 

  동양의학은 간명하다. 직관적이고 실천적이다. 동양의학은 결코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다. 똥과 오줌을 잘 누는 것만으로도 깨칠 수 있다. 돼지고기 찌개에 고춧가루를 넣는 이유를, 냉면에 겨자를 넣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지혜만 갖춰도 우리는 이미 빼어난 동양의학의 실천가들인 셈이다.

 

  음과 양, 허와 실의 균형을 맞추는 '중용' 그리고 '도'만 알면 된다. 뜨거운 것은 차가운 것보다 가볍다. 높은 곳의 것은 아래로 향한다. 어린 나무는 부드럽고, 다 자란 나무는 딱딱하다. '도'란 고작 이런 것이다.

 

  건강의 80퍼센트 이상은 자기 관리 책임이다.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생활습관 탓이다. 현대인의 생체리듬은 밤 없는 도시에 의해 불규칙하게 변하고, 폭식과 과식의 식사습관은 성인병을 유발하고 있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암, 심장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병들은 대개가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조그만 생활습관을 개선한다면 쉽게 예방할수도 있고, 치유도 좀 더 빠르게 될 수 없다. 그리고 치유의 주체는 의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돼야 한다.

 

 

[저자소개]

 

김홍경 [저]

- 1985년 102세의 나이로 입적한 수덕사 방장 혜암대선사의 문인으로 혜암대선사에게서 '금오(金烏)라는 이름을 받았다. 1973년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는 혜암 노사(老師)가 '신농백초(神農百草)'라고 명명해준 한의원을 운영하며 EBS에서 <김홍경이 말하는 동양의학>이라는 프로를 맡아 방송활동을 겸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양의학혁명], [동양의학혁명 각론], [동의에의 초대], [동의 한마당], [신고전 사랑방], [좋다! 싫다! 생각해보자!], [건강으로 가는 주역탐구], [한방불패], [금오 신화], [약성시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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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 이현수 장편소설
이현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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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그냥 소설이라고만 생각하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이 책은 한국전쟁 중에 벌어진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관한 이야기 였다. 또한 충북 영동 출신인 작가가 고향의 아픈 과거를 이야기 한다.

 

  이 책에 두 아이가 노근리 쌍굴에서 탈출하기 위해 깜깜한 밤에 알몸에 진흙을 바르고 탈출을 시도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불현듯 한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는 바로 노근리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은연못'이란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양민을 학살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아무리 전쟁중이고 미군들이 양민과 인문군을 구별하기 힘들었다고해도 양민과 인민군 할 것 없이 모두를 사살할 수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이들은 자신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영문도 모르고 죽어갔을 것이다. 이것은 전쟁에서 비롯된 비극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끔찍한 것 같다.

 

  이 책은 헝클어진 기억의 타래실을 함부로 잡아당신 여자 김진경과 내시가를 지키는 수문장 김태혁의 두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큐멘터리 작가 김진경은 어린시절 내시가문의 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과 괴롭힘을 당한다. 이런 어린시절이 싫어서 김진경은 고향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하게 된다. 하지만 노근리 사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라는 국장의 지시 때문에 어쩔수 없이 고향으로 가게 된다.

 

  고향에서 김진경은 다큐멘터리를 위한 취재와 인터뷰를 하던 중 자신의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된다. 김진경은 어머니가 자신을 낳다가 죽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노근리 쌍굴에서 목을 메어 죽었음을 알게 된다. 이런 어머니의 비밀을 알면 알수록 노근리 사건을 점점 파고들게 된다.

 

  요즘 우리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관심조차 갖지 않고 산다. 하지만 이런 사건은 겪지는 않았어도 잊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기억하는 것이 최소한의 우리들의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이 분들의 아픔을 조금은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많은 독자들이 읽고 많은 사람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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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현수 [저]

-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1991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그 재난의 조짐은 손가락에서부터 시작되었다]가, 1997년 제1회 문학동네신인상에 단편소설 [마른 날들 사이에]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토란] [장미나무 식기장], 장편소설 [길갓집 여자] [신기생뎐]이 있다. 무영문학상과 한무숙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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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 낮의 이별과 밤의 사랑 혹은 그림이 숨겨둔 33개의 이야기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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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에세이라는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또한 그림으로 시작해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그래선지 이전에 보던 그림 작품도 다시보게 되었고, 그림을 볼수록 느낌도 다르게 느껴졌다.

 

  사실 개인적으로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서 별다른 감정이나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서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그림을 달리보는 눈을 뜬 것 같다. 그리고 화가들의 그림이 왜 명화라고 하는지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은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도움을 줄만한 책이다.

 

  이 책이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다른 그림 에세이들은 대부분 그림에 관한 역사나 화가들의 이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 책은 작가만의 상상력이 그림을 다시보게 만들고, 그림과 친숙해지게도 만드는 것 같다. 그러나 책장은 일반 책과는 다르게 느리게 넘어간다. 하지만 바쁘게만 살던 나에게 조금은 여유로움을 선물해준 것 같아 나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야기 - 이별

 

그리하여 나는 남은 숨을 뱉어내고

너의 가지에서 떨어진다

두고 온 후회가 없으니 저항도 없다

하루의 끝에서 고요히 눈을 감듯

순간만을 생각하는 마지막이다

 

운명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사랑은 깊었다

나의 긴 부재를 다 끌어안은 네 안에서

바랜 시간의 빛은 눈물보다 아름답다

달의 힘에 이끌려 밀려가는 바다와 같이

다시 돌아올 것만을 생각하는 마지막이다

 

흩어지고 부서져 온 세상을 뒤덮을 기다림이다

 

 

 

두 번째 이야기 - 슬픔

 

차오르는 것들은 홀로 타오르다가

별이 되어 저절로 떨어진다

밤의 인사를 건넬 때 우리 사이에는

긴 적막과 우물 같은 허공이 가로놓인다

나는 우물 밑바닥에서 안간힘으로 소리를 끌어모아보지만

너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없다

 

네가 있는 하늘은 이렇게 멀고

네가 그리는 그림은 내게 아무 말도 걸지 않고 흘러간다

그러나 하나뿐인 모든 것은 사랑이므로

나는 기어이 여기 갇혀 있다

 

 

 

세 번째 이야기 - 성장

 

그녀가 노래한 것은 언제나 희망이었지

반짝이는 것과 따뜻한 것이 그녀를 키웠으므로

푸른 가지마다 메달아놓을 것이 많았지

그러나 겨울은 한없이 깊어가고

가시처럼 융숭한 가지들이

문득 그 노래를 그치게 할 때

따뜻한 마음과 반짝이는 눈빛이 얼어붙을 때

무정한 눈과 바람이 모든 길을 감출 때

 

그녀는 알게 되었지

희망이란

까만 하늘에 박혀 있는 수억 개의 별이 아님을

가장 깊고 어두운 우물 속에 감추어진

단 하나의 사람

단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을

지상의 모든 노래가 사라질 때

비로소 불러야 할 이름이라는 것을

 

 

 

마지막 이야기 - 사랑

 

즐거워라, 당신의 움직임에

마음이 바스락거린다

온 세상을 돌아 몇 겁의 시간을 빌려

꽁꽁 싸매어둔 퇴화된 감정들

아름다워라, 당신의 목소리에

기어이 몸을 뒤튼다

이상해라, 당신이 버려둔 날들 속에서

자꾸자꾸 따뜻한 눈이 내리고

무엇을 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당신의 시선, 놀라워라

닿는 곳마다 축제가 온다

꽃이 오고 빛이 오고 무수한 봄이 쏟아진다

 

~~~~~~~~~~~~~~~~~~~~~~~~~~~~~~~~~~~~~~~~~~~

 

[저자소개]

 

황경신 [저]

- 부산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나는 하나의 레몬에서 시작되었다], [그림 같은 세상], [초콜릿 우체국], [슬프지만 안녕], [밀리언 달러 초콜릿], [세븐틴], [그림 같은 신화], [종이인형], [생각이 나서], [위로의 레시피] 등의 책을 펴냈다. [모두에게 해피엔딩]은 그녀의 다섯 번째 단행본이자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1995년 PAPER 편집장
딩굴스 키보디스트
이브 수석기자
1992 행복이가득한집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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