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쓴 후성유전학 - 21세기를 바꿀 새로운 유전학을 만나다
리처드 C. 프랜시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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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성유전이란 DNA 서열 자체를 바꾸지는 않으면서도 장기적으로 DNA에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후성유전학에서 일반적으로 화제가 되는 주제는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질병의 문제지만, 생물학자들은 그와는 다른 종류의 후성유전적 과정들을 더 근본적인 문제로 여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수정란이 성체로 자라는가하는 발생의 문제다. 발생의 문제는 몇 가지 하위 문제들로 더 나뉘는데, 그중 하나인 세포 분화의 문제에 관해서는 후성유전학이 이미 중요한 진전을 이루었다.

 

 '후성유전적'이라는 단어의 기원은 '후성설'이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유전적'이 아니다. 콘래드 워딩턴이 1940년대에 이 신조어를 만들었을 때, 그는 유전자가 두드러진 역할을 맡는 자연주의적 후성설을 마음에 그리고 있었다. 워딩턴이 생각했던 유전자의 역할은 유전자(게놈) 감독 시각보다는 세포 감독 시각에 훨씬 더 가까웠다. 그는 세포 환경이 유전자에게 반응하는 만큼 유전자도 세포 환경에 반응 한다고 생각했다.

 

 후성유전적 시각에서, 암은 무엇보다도 유전자 조절에 결함이 생긴 결과다. 유전자 조절의 결함은 돌연변이 때문에 생길 수도 있고, 후성돌연변이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후성돌연변이는 자칫 돌연변이로 착각되기 쉽다. 종양 유전자나 종양 억제 유전자에 발생하면 더욱 그렇다. 암세포는 종양 유전자와 종양 억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은 아닌데도 둘 중 한쪽이나 양쪽의 조절이 망가진 경우가 많다. 요즘 과학자들은 돌연변이가 아닌 이유 때문에 그 유전자들의 조절이 바뀐 상태를 후성유전적 변형으로 여긴다.

 

 후성유전적 시각에 따르면, 암이 시작되는 것은 후성유전적 손상 때문이다. 게다가 후성유전적 변화는 암의 진행에서도 중요하게 기여한다. 암의 진행 자체가 유전적 과정인 동시에 후성유전적 과정인 것이다.

 

 여러 형태의 후성유전적 시각들 중에서도 두드러진 한 형태는 암 역학 이론들 중에서 줄기세포 가설을 강력하게 권한다. 그러나 다른 형태의 시각들은 탈분화 가설과도 양립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후성유전적 시각에서 발암물질이란 후성유전적 조절을 바꿔놓는 무언가다.

 

 후성유전적 치료가 현재 쓰이는 암 치료법보다  더 나을 것 같은 점을 하나만 꼽자면, 건강한 세포를 더 적게 희생하면서 좀 더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은 후성유전학이라는 흥미진진한 신생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보통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며, 후성유전학은 유전자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대대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유전자란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하고, 특히 수정란에서 성체로의 발생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바꿔놓을 것이다.

 

 

[저자소개]

 

리처드 C. 프랜시스(Richard C. Francis) [저]

- 스토니브룩 대학에서 신경생물학과 행동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UC 버클리와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를 했으며, 신경과학, 진화, 과학철학을 다루는 여러 학술 저널들에 논문을 발표했다. [왜 남자는 길을 묻지 않는가: 사회생물학의 유혹]을 썼고, [생태 여행자를 위한 야생생물 가이드]에서 멕시코, 벨리즈, 브라질, 하와이, 오스트레일리아, 타이의 해양 환경을 소개하는 부분을 맡아 썼다. 이 책에서는 21세기 과학의 핵심 주제인 후성유전학을 보기 쉽고 알기 쉽게 정리해냈다.

 

 

김명남 [역]

-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전업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새로운 무의식], [신기한 수학 나라의 알렉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몸에 갇힌 사람들], [다중인격의 심리학], [지상 최대의 쇼], [시크릿 하우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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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볼 수 있다면 -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5
헬렌 켈러 지음, 신여명 옮김 / 두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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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책을 보면서 어디 아픈 곳 없이 건강한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건강한 몸 하나만으로 얼마나 행복하고 축복받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내가 헬렌 켈러 같은 입장이었다면 이처럼 생활하면서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결국 아니다가 먼저 나온다. 그래선지 이 책은 나와 아이들 모두에게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좋은 책이다.

 

 헬렌 켈러는 이 책의 제목처럼 사흘만 볼 수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것들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보면,,,

 

 만약 기적이 일어나 내게 볼 수 있는 시간을 사흘 주고, 이어서 다시 어둠이 시작된다면, 나는 이 소중한 시간을 셋으로 나누어 써 보고 싶습니다.

 

 첫째 날에, 나는 친절과 상냥함과 우정으로 나의 인생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으로 만들어 주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먼저, 나는 존경하는 선생님, 애니 설리번 메이시 선생님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슾습니다. 선생님은 어린 나에게 오셔서 외부 세계의 문을 열어 주셨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 윤곽을 기억 속에 담아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여 나를 교육하는 그 어려운 일을 이루어 내게 한 동정심 넘치는 상냥함과 인내심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그 생생한 증거를 찾아내고 싶습니다.

 

 이튿날, 그러니까 볼 수 있게 된 둘째 날, 나는 동트기 전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바뀌는 가슴 떨리는 기적을 바라보겠습니다. 태양이 곤히 잠든 대지를 일깨우면서 펼쳐 보이는 장엄한 빛의 파노라마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두 눈에 담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오고, 나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는 기대에 들떠 새벽을 맞이할 것입니다. 확신하건대, 진짜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새벽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비록 상상력이 만들어 낸 기적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이날은 셋째 날이자 내가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나에겐 무엇을 후회하거나 동경하면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봐야 할 것이 아직도 너무 많으니까요. 첫째 날에는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을 보았고, 둘째 날에는 인간과 자연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현재 사람들이 일하며 사는 세계, 사람들이 일 때문에 자주 다니는 곳을 찾아가려 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여러 모습을 보여 주는 곳으로 뉴욕만 한 데가 있을까요? 그러므로 이날엔 이 도시를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이렇듯 헬렌 켈러는 눈이 보이는 사흘 동안 하고 싶은 일은 적어 놨다. 이 책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우리의 신체 기능과 감각들을 무심하게 사용한다.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를 오직 귀머거리만이 알며,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장님만이 깨닫는다. 어른이 되고 나서 시력과 청각을 잃은 사람들이 특히 더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러나 시력과 청각의 장애를 겪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축복받은 이러한 감각들을 최대한 써 보는 일이 없다. 그들의 눈과 귀는 어떤 장면을 볼 때나 소리를 들을 때 집중하지도 못하고 충분히 감상하지도 않은 책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그러나 옛말처럼 무엇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고, 아파 보아야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이른 성년기에 단 며칠 동안만 장님이 되거나 귀머거리가 되어 볼 수 있다면 큰 축복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보곤 한다. 어둠은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깨닫게 해 줄 것이고, 정적은 듣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가르쳐 줄 것이다.

 

 

[저자소개]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저]

- 1880년 6월 27일, 미국 앨라배마 주 터스컴비아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9달 만에 병으로 인해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3중의 가혹한 장애를 지니게 되었다. 1887년, 헬렌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주고 이후 남은 생을 함께한 스승이자 동반자인 앤 설리번 선생을 만났다. 앤 설리번의 도움으로 헬렌은 라이트-휴메이슨 학교, 케임브리지 학교를 거쳐 래드클리프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헬렌은 기적을 일으킨 장애아, 연사, 영화배우, 보드빌 배우, 진보적인 운동가 등으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특히 전 세계의 시각-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했다. 헬렌은 절망하지 않고 비참한 운명에 도전,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냄으로써 사람이 얼마나 위대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었다. 그는 장애인에게만이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끊임없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상징이 되었다.
영화 [해방]과 헬렌 켈러의 삶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정복되지 않은 사람](나중에 [헬렌 켈러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바뀜)에 출연하기도 했다. [정복되지 않은 사람]은 1956년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1957년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기적을 일으킨 사람]이 처음 방영되었고, 이 드라마는 이후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1964년, 헬렌은 미국 최고의 시민에게 주는 상인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1968년 6월 1일, 헬렌은 코네티컷 주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지은 책으로 [내가 살아온 이야기](1902~03), [내가 사는 세계](1908), [어둠을 벗어나](1913), [나의 종교](1927), [삶의 한복판](1929), [헬렌 켈러의 일기](1938), [선생님, 앤 설리번 메이시](1955) 등이 있다.
신여명 [역]- 서울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에서 2년 동안 살면서 어학을 공부했다.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어린이 책을 기획하는 한편 해외의 좋은 어린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옮긴 책으로 [중국을 구한 참새 소녀], [하늘 나무], [시티 오브 엠버], [빛의 도시 스파크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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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에게 돌개바람 31
이여누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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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는 6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안 좋아하는데, 이 책은 왠지 결말이 있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읽으면서 들었다.

 

 6편의 이야기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다보면 어느순간 결말은 독자의 몫이 되어있다. 아마도 작가가 결말을 자신이 결정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쓴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바로 이 책을 읽을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자연스럽게 결말이 어떻게 되었을지 얘기해보면 자신의 아이들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이야기지만 읽는 사람에따라 결말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물건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르게 보고 느끼듯이 말이다.

 

  조그만 우리동네를 보면 요즘 현실을 느끼게 해준다. 동네 할머니가 운영하는 부자슈퍼 근처로 들어오는 대형 마트에 관한 이야기로, 김훈 어린이와 할머니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대형 마트의 출현으로 김훈은 할머니를 걱정하게 된다.

 

 핸드폰 도둑을 보면 지금 아이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다. 누가 더 좋은 핸드폰을 갖고 있는지에 모두가 관심을 갖는다. 주인공 박민수는 자신의 핸드폰을 잃어빌게 되고, 그 사실을 안 엄마는 반장이 되면 사주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자신보다는 종우라는 친구가 반장이 될 확률이 높은 것을 안다. 결국 핸드폰은 물 건너 가는 것이다. 하루는 컴퓨터 수업이 끝나고나서 종우가 앉았던 자리에 종우 핸드폰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자 종우도 자신처럼 핸드폰을 잃어버렸으면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종우 핸드폰을 다른 자리에 옮겨 놓는다. 그러면서 민수는 종우가 핸드폰을 잃어버려도 자신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샬롯의 거미줄을 읽고에선 두 여학생의 질투심에 관한 이야기다. 글을 잘쓰는 희주의 놀림에 그만 한신애는 폭탄 선언을 하게 된다. 바로 희주가 나가는 시립도서관 독후감 대회에 자신도 나간다는 말을 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신애는 샬롯의 거미줄을 읽고 독후감을 솔직히 쓸지 아니면 거짓이지만 듣기 좋게 쓸지를 놓고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감정 그대로 솔직히 쓰기로 결정한다. 결과는 생각하지 않고 말이다.

 

 보름달에게는 자신에게 동생이 생겨 그 동생과 부모님과의 갈등이 나온다. 부모님의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다 동생이 생겨 그 사랑이 동생만 향한다고 오해하고 질투하는 이야기다.

 

 거울아, 거울아는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에 관한 이야기로 아이들과 꼭 같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학교에서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이야기하면 학교 폭력을 예방할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몸에 좋은 딸기 우유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몸에 변화가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이소녀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언니의 행동들을 왠지 부러워하면서 따라하는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다.

 

 

[저자소개]

 

이여누 [저]

- 동화 쓰기를 좋아하는 저는 교회와 아동 센터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어린 딸아이를 키우느라 교회와 아동 센터 아이들과는 헤어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을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나아가 오늘을 사는 모든 어린이들을 마음에 품고 살겠습니다. 지금껏 저는 [동굴 속에서 사라진 상우], [5월 5일은 혜린이날], [집에 안 들어감!]이라는 동화를 썼어요. 이 동화들이 어린이들에게 웃음을 주기를 소망합니다.

 

 

배현정 [그림]

-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초콜릿 터치] [생각 중이다] [꽃밥] [집에 안 들어감] 등에 그림을 그렸다. 매일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그날의 여행을 www.fouroclock.net에 그림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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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일만 할 것인가?
백만기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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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 사회에선 은퇴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은퇴한 많은 사람들이 생산적인 일을 하기보단 그저 막연히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은퇴를 했다고해도 앞으로 살날이 수십 년인데 그냥 허송세월을 한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은퇴는 자기가 원하던 일로 직업을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 대신 인생 재창출이란 용어를 쓰자는 사람도 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하는 큰 고민 중 하나가 은퇴 후 자산운용에 관한 것이다. 실생활에서 자산을 운용할 때에는 수익성, 안전성, 유동성(환금성) 등 3가지를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이 조건에 딱 맞는 것이 바로 주식, 부동산, 예금이다. 주식은 수익성은 높지만 안전성이 부동산만 못하고, 부동산은 안전하기는 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진다. 그리고 예금은 언제든지 찾을 수 있어 환금성이 높지만 수익성이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해 높지 않다. 그러므로 수익성, 안전성, 유동성을 모두 고려해 주식, 부동산, 예금에 적절히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

 

 혹자들은 은퇴자금으로 7억~10억 원은 필요하다고 하여 공연히 사람 주눅 들게 하는데, 그건 금융회사에서 자신들의 금융상품을 팔기 위해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은퇴 이후 부부의 생활비를 200만 원으로 예상하면 목돈이 그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게 그들의 주장이지만 목돈을 마련하기보다는 생활비에 상당하는 현금 흐름을 창출하면 된다. 은퇴 시까지 경제활동을 한 사람이라면 국민연금과 주택연금으로 어느 정도의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직장생활 중에 차근차근 준비해 놓은 연금들이 은퇴 후 생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은퇴 생활에 있어서 이런 안정적인 자금 확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은퇴 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는 것이다.

 

 흔히 은퇴를 하면 모든 일을 손에서 놓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활기찬 일상을 위해 은퇴 후 인생에서도 일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은퇴 전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을 것을 권하고 싶다. 그동안 돈을 버느라고 뒷전으로 미뤄두었던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은퇴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누구나 딴 곳에 눈 돌릴 틈 없이 숨 가쁘게 산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았다간 행여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그저 앞만 보고 달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가 없이 이렇게 일만 한 사람들은 자칫 일중독에 빠질 수 있다. 일하지 않고 쉬고 있을 때 왠지 불안하다면 한번쯤 일중독을 의심해 볼 일이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도 은퇴를 한 후 무엇을 할지 몰라 쩔쩔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그것도 일중독의 후유증이다. 마지막 순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가끔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렇듯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은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은퇴 진로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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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백만기 [저]

-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금융회사에 입사하여 주로 자금 운용을 담당했다. 나이 40이 되었을 때 직장생활은 딱 50세까지만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10여 년간 은퇴준비를 한 후 53세에 사표를 냈다.
은퇴 후에는 라디오 DJ, 미술관 도슨트, 월간지 객원기자, 호스피스·도서낭독 등의 봉사활동을 하며 은퇴계획을 실천했다. 아마추어 뮤지션으로서 정기적으로 밴드 공연을 하고 있으며, 유쾌한 은퇴 생활을 공유하는 소통의 장 ‘아름다운은퇴연구소’ 블로그와, 액티브 시니어들이 모여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인 ‘아름다운인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MBC TV [인생 이모작], KBS TV [은퇴혁명] 등 은퇴 관련 다큐멘터리에 출연했고, SBS Radio [마음은 언제나 청춘], KBS Radio [출발 멋진 인생] 등 여러 방송매체, 일간지·주간지 등 언론매체와 인터뷰하며 은퇴 후 즐겁게 사는 법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2012년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공동 주최한 ‘은퇴 후 8만 시간 디자인’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YO세대’의 대표주자로서 ‘인생학교’와 같은 교육공동체가 각 지역에 설립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으며, 바이올린을 배워 환자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여는 게 꿈이다.

아름다운인생학교 cafe.naver.com/u3a
아름다운은퇴연구소 blog.joins.com/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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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안희정의 진심
안희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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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적 틀로는 지금의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제대로 풀어가기 어렵다. 현실의 많은 문제들은 그 이념적 갈등 너머에 있다. 진보냐 보수냐의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문제들이 더욱 심화되고 악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위기의 싹이 트고 격화된다면 바로 이 오랜 소모적 대립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더 나은 사회에 대한 각자의 믿음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진보로 표현되기도 하고, 보수로 표현되기도 한다. 진보와 보수의 경쟁도 정해진 규칙에따라 이뤄져야 한다. 그 규칙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는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야 할 규칙을 정하는 일이고, 그 규칙이 적용되는 과정을 협의하며 관리하는 일이다.

 

 진보나 보수의 가치로 민주주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 각자의 정치적 입장은 진보나 보수에 속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가치의 대립과 경쟁은 민주주의 규칙의 틀 안에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은 국민이다. 회사로 말하면 국민들이 바로 사장이다. 국민들의 보편적인 상식과 정의감, 그 느낌이 중요하다.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 인류 역사가 증명했듯이 나라의 주인은 이 땅 위에 사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익을 위해 국가와 정치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헌법에서 시작한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골격이 되는 헌법이 바로 서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공화국이면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이에 준해서 해야 한다.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다. 역설적이지만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 있는 막강한 힘도 가진 존재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면 권력을 스스로 절제하기 위해서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각 정당과 정치인이 내놓은 국가 정책을 주권자가 투표라는 방식으로 소비를 결정하는 제도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국가 정책의 제조 판매자인 정당과 정치인이 정책 소비자인 주권자에 대해 책임지는 수준만큼 발전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책임지는 정치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기회주의적인 정당 정치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쉽게 접하게 되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동이 하나 있다. 좀처럼 정치적 상대방과 일대일로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상대방을 자극한다. 이로 인해 감정이 한번 벌어지면 그 후 쉽게 회복되지 못한다. 또 다른 잘못된 행동도 있다. 정적과 대화하기 전에 언론에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누구든 타협은 불가피하다. 또 정치권에 몸을 담는 순간 크든 작든 누구나 권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정치는 인간 세상의 모든 탐욕이 뒤엉켜 만들어지는 타협의 장이다. 인간의 탐욕도 별것은 아니다. 상대보다 내가 하나 더 갖고 싶은 욕심이다. 그 욕심이 용광로처럼 들끓다가 적절히 타협하는 공간이 바로 정치다.

 

 정치는 권력 투쟁이다. 그 투쟁은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국민의 어떤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무조건 새 정치만 되풀이하면서 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 사람이 되면 뭔가 바뀔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역시 올바른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제품의 포장지를 뜯는 순간 그 제품은 더 이상 새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정치에 발을 담그는 순간 새 정치인은 헌 정치인이 된다.

 

 미래의 번영을 위해서는 지금의 우리에게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의 우리에게는 정신과 물질, 인간과 생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도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세계의 정치 지도자들이 일관되게 이야기하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의 요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사막화가 진행 중이다. 이를 되살리려면 일종의 숲 가꾸기 사업이 필요하다. 즉 산업 생태계를 보존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산업 생태계는 지금 심각하게 파괴되고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 경제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보존하기 위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만들어야 할 때다. 창의와 도전 정신이 어우러져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은 그 계획으로부터 비롯된다.

 

 

[저자소개]

 

안희정 [저]

- 제36대 충청남도지사. 고려대학교 졸업 후 23년간 정치 외길을 걸어온 직업 정치인. 상대의 선의를 신뢰하고 적대심을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 대화와 타협의 더 좋은 민주주의 사회를 꿈꾼다. 그의 현실 정치는 이 꿈에서 시작된다.

1989년에 국회의원 비서로 여의도 정치권에 입문했다. 1990년 3당합당을 거부하면서 꼬마민주당 출범에 참여했다. 1994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정치인 노무현과 동지적인 관계를 맺고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과 신념을 공유하면서 함께 ‘사람사는세상’을 꿈꾸었다. 2001년 노무현 대통령후보 경선캠프 사무국장을 맡아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했다. 그러나 대선 자금 관리자로서 책임을 지고 1년간 옥고를 치르고, 참여정부 5년 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었다.
2008년 4월 총선,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출마를 준비해왔으나 구속 전력 때문에 공천 자격을 박탈당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권했지만, 정당 정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끝내 고사했다. 좌절과 시련을 딛고 2008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되었고, 다시 2년 뒤인 2010년 민주당 최초로 충남도지사에 당선되었다. 지금은 충청남도를 전국에서 가장 유능한 지방정부로 만들기 위해 3대 혁신과제(3농혁신, 행정혁신, 자치분권)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담금질], [247명의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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