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프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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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다. 이 곳에서 삶은 건조하고 바스락거린다
조금만 삐긋해도 부스러져 주변에 쌓이고, 치우기가 곤란해지는 삶, 색이 없는 그저 참아내는 이선의 삶이다. 그런 이선에게 아픔은 삶과 동일어다. 부모님의 병환, 아내의 병치례. 지친 스물여덟의 이선. 매번 무채색속에서 살았다. 하얀 식탁보 위 누렇게 바랜 얼룩같은 아내와 사는 듯 죽는 듯, 조상의 무덤위에서 시신처럼 살아가는 이선에게 나비가 날아온다. 자주빛 리본으로 분홍 리본으로. 창백하던 볼엔 생기의 붉은 빛이 돌고 , 춥고 차가운 부엌엔 매티란 불빛이 비친다. 그렇지만 이 곳엔 어울리지않는 불빛과 색감이다. 이선이 속한 곳에 어울리지도 원할 수도 없는 색이다. 그래서였나보다 기껏해야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기차대신 죽음으로 탈출을 꿈꾼다. 그러나 이선은 인내하는 자. 죽음을 원하는 자에겐 질긴 삶이 기다린다. 정말 지독한 삶이다. 고단하고 가난한 척박한 곳의 미국인들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작가가 상류층계급이라는 게 놀라울 뿐, 마치 이선의 삶을 산듯 혹은 그 곳의 붙박이장이었던 것처럼, 그 곳의 암울한 한숨소리까지 제대로 묘사한다.
책을 덮고, 그 곳의 겨울을 생각했다. 밤색말의 가쁜 숨소리와 매티와 이선의 잠깐의 봄을 생각해 본다. 삶에선 누구나 겨울을 맞이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봄과 여름, 가을이 있었기에 긴 겨울, 봄의 꽃과 여름의 초록을 가을의 쨍한 파랑과 짙은 붉음을 모아 몸을 녹이고 희망을 꿈꾼다. 그러나 간혹 겨울만 있는 듯한 삶이 있다.
이선 프롬, 길고 긴 겨울의 삶 속, 잠깐의 눈보라가 걷힌 그 순간의 빛남조차 조롱같은, 겨울만 살다가는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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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거짓된 삶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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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부모님을 잘 봐. 제대로 봐. 네 아빠 엄마에게 속지 마˝

내 부모가 완벽하지 않음을, 그들의 찌질함과 추함에 얼굴이 화끈해지면서 우리는 어른이 된다.
좌판에서 콩나물가격을 깎는 부모가 부끄러운 것과는 다른 문제다.
부모의 거짓을 보면서 , 도덕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며 혼란을 겪는다. 옆으로 걸으며 아이에겐 똑바로 걸으라고 하는 엄마게의 말이 권위대신 비웃음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반나는 따뜻하고 밝은, 지식과 진실이 있는 곳에서 안전하게 사랑받으며 살아간다 믿었다. 그러나 부모에게 금기시되는 고모를 닮았다는 말에 자신 속에 숨은 악에 대해 두렵고 수치스러우면서도 호기심을 갖게 된다. 부끄러운 고모지만, 고모의 모습은 부모에게도 고스란히 있다. 오히려 똑같은 불륜에도 자신의 불륜엔 사정이 있다는 듯 고상한체 하는 부모의 모습이 더 역할뿐.
너무나 아름답게 묘사되는 팔찌는 결국 돌고 돌아 불륜과 절도의 상징일뿐이다.
이젠 거짓말이 마음을 찌르지도 않는다. 몸에 착 맞는 옷처럼 느껴지는 그 때 조반나는 자신이 어른처럼 느껴진다. 거짓의 갑옷으로 어른들은 위선읗 눈가림한다. 조반나식의 어른되기, 조반나는 아무렇지않게 어른들이 중요시 여기는 순결을, 기쁨따윈 없이 무슨 통과의례처럼 치른다. 낭만도 그 무엇도 없다. 싫지만 어쩔 수 없는 숙제처럼 담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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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 좋은 날씨,
책으로 떠나는 여행, 여행에세이를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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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어릴 적, 어린 여자아이들은 공주를 꿈꿨다. 나 또한 보자기나 수건을 둘둘 말아 머리에 얹고는 샤랄라 돌면서 공주흉내를 냈습니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거지공주겠죠.

그런데 왕비가 되고 싶은 아이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백설공주의 계모왕비때문일까요?

그런데 보통 이야기책 속엔 공주와 왕자가 결국 결혼을 하는데, 그러면 자동으로 왕비가 되지 않는가요. 왜 언제나 둘은 결혼해서 행복했습니다로 끝나는걸까요. 결혼 후의 이야기는 왜 나오지 않는 거지? 아마 결혼 후의 삶은 동화스럽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예전 한 사진작가가 동화책 속 공주들의 미래 모습을 상상해서 사진을 찍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디나 골드스타인이란 작가의 작품에는 알콜중독 신데렐라, 성형중독이 된 벨, 전업주부로 헬쓱해진 백설공주와 tv만 보는 왕자, 뚱뚱해져 버린 빨간 모자, 암투병으로 가발을 쓴 라푼젤, 전쟁터에 나간 자스민이 등장합니다. 공주들은 모두 어떻게 되었냐는 딸의 물음에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현실을 살아갈 뿐이다. 과도한 이상을 쫓기엔 우리의 책임감이 너무 무겁다"라는 생각에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여기 이 책에는 조선의 왕비들이 등장합니다. 동화 속 공주들이나 왕비의 모습보단 조금 더 비참합니다. 죽어가고, 쫓겨나고, 친정피붙이들이 숙청당하고, 수많은 후궁들의 모습을 참아내야 하는 자리. 실제 간택을 통해 세자빈에서 왕비가 되어 후에 대비까지 되는 이는 딱 한 분, 현종의 왕비 명성왕후 김씨입니다.

조선은 철저히 장자에 적자중심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장자에 적자 출신의 왕은 문종, 단종, 연산군, 인종, 현종, 숙종 등 6명이 다입니다. 계비 소생의 방석이 세자자리에 오르면서, 12차 왕자의 난으로 피바람에 고생을 해서인지 태종은 장자와 적자태생을 강조했으나 결국 큰 아들 양녕은 세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그 날 태종은 그렇게 울었다고 합니다. 거기다 눈엣가시였던 정도전이 서자출신이어서인지, 서자에 대해 철저히 정치적 진출을 막았다는 설도 있지요. 희생되고 지키고 쫓겨나고 혹은 나라보다 집안을 택해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리기도 한 왕비들의 삶을 통해 새롭게 조선역사를 볼 수 있어 좋은 책, 왕비의 역할이 교태전에만 머물지 않았음을 알게 해 줍니다.

 

 

역사에 관심없는 여자애들에게 읽혀볼까하고 구입한 책입니다.

표지가 곱지요..

 

먼저 이슈가 되었던, 단종의 누이 경혜공주가 나옵니다.

세종의 3년상으로 제대로 된 한 칸 마련해 주지 못한 문종,

경혜공주의 마련을 위해 궁궐과 가까운 양덕방에 집을 마련하고, 집에서 단종도 피곤하고 아직  어리기만한  심상을  쉬군했지만. 결국  수양대군이  여기서 정적에게 철퇴를 날리게 됩니다.

피의 "계유정난"

<연려실기술>에는 노비로 강등되어 ~ 원래 공주는 연좌제가적용되지않으나, 능지처참등의 중형에는 연좌제가 적용.~ 순천관노가 되나 후에 세조가 다시 재산을 돌려주나, 승려가 되어버립니다.

하지만속세의, 자식들을 위해 다시 세조앞에 나타나고

세조, 예종, 성종과 세조의 부인이었던 정희왕후등이 든든한 방패막이되어.

경혜공주의 자손들은 벼슬에 오르게 됩니다.

그렇지만  경혜공주의 묘에는 남편정종의 시신대신 제단만 설치되어있을뿐..

경혜공주처럼 노비는 아니라도, 서인으로 강등되어  힘든삶을  보냈던, 영창대군의 누이. 광해군의 이복동생인 정명공주, 훗날인조반정가장수혜를입어, 땅도 부귀도 남편도 얻게 됩니다.  

태종의 딸로 산골의 이속아들에게 퇴짜맞은 정신옹주

(그래서태종은부마간택령등의법을만듭니다.)

 

연산군에게 몹쓸짓을당한  휘숙옹주

 

중종의 착한 효정옹주가 산후풍으로죽자

천하의 난봉꾼에 첩도  두었던  순원의와  그의 풍가이를 모두 중죄로 다스리고싶었던,

딸의 험했던 처지와구박, 설움에 울화통이 텨졌던 중종.

그러나 힘없는 왕이기에 신하들에 밀려 결국 귀양과  100대로 본노를 삼켜야했습니다.(근데 장 100대면 거의 죽기 진전이 아닐까요)

 

효종의 양녀로 청나라 구왕에 시집갔던 의순공주, 조선으로 돌아왔지만 손가락질과 멸시, 아버지의 귀양으로 슬픈 나날을 보냈습니다.

 

예종의 딸로 투기와 심성이 고약해,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는 무리들을 모두 싸잡아.

자신을 독살하려 했다며 일거에 처단한 현숙공주.

 

읽고나서 가슴이 먹먹했던,

공주의 삶도 그리 녹녹치 않았다는.

특히 청나라의 요구에 모두들 자신의 딸을 주지않으려 숨겼던 왕족과 고관대작들이

용기를 내어 나라를 살린 의순공주를 모멸하던 모습을 보면서

청에 잡혀갔다 돌아온 사대부가의부인들이  어떤 취급을당했을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공주의 삶이 이럴진대 평민 여성의 삶은 어떠했을까요)

그리고 철저한 유교사회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억압받는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부마.

부마는 실질적인 정치일을 하지못하고 지금의 차관급인1품의 벼술로 녹봉을 받게되지만. 첩도 없고, 숙종때는 부마재혼금지령을 법에 명시, 공주가 죽고 재혼시  양인이라도  첨으로만 인정하고,자식들은 벼슬을 없었습니다.

 

간간히 사이 등장하는공주의 옷차림과 노리개들~ 떨잠이나뒤봉꽂이~ 원삼, 족두리, 당의, 진주두루주머니등이볼거리이고, 읽혀집니다.

<조선공주실록>겹치는부분도많지만,

쉽게 읽혀서 좋았고 공주들도 시집가면 고생임을 ....왕들도 딸들의 고생에 동동 구 르고, 사위에 꽤씸한  어버임을느끼게해줍니다. ^^

 

그리고 공주 관련 어린이 책들~

 

 

 

생각보다 그리 화려하거나 예쁘지 않아서 쪼금 실망했지만.

매번 디즈니의 공주들만보다가, 상큼한? 우리공주님들을 보니좋더군요.

복식이나 화장법, 미용관련 , 그리고 공주의 마음가짐이나 배우는, 일과 등이 나타나있어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공주를 그려보면 좋아하겠죠?

(2016년 화협옹주의 화장품단지가 발견되면서, 화협공주의 화장품이 출시된다고 합니다. 청화백자모양의 용기에 담긴 화장품, 사고 싶은 맘이 마구 생깁니다.. 사도세자의 누이 화협옹주)

 

 

공주당의에 떠구지머리에 선녀선에 태사혜를 신겼더라구요.

남자애는 등채를 지고, 화를 신은 무관모습에 태극선을 들고있구요.

몽수(비치는, 요즘의숄같은것)노리개에 정성을 드리며 열심히 그리는 모습이 이뻤답니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 시리즈의 두번째되는 책은 읽는  내내 조금 불편한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여자에게 있어 시집살이라는 처음으로 하게되는 옹주.

지켜어미가 없기에 모두들 거부했던 시집살이를 하게세종의 이복여동생 숙신옹주(운휘)

숙신옹주에게도 지켜든든한 어미가 있었다면 저리 쉽게옹주의 지위를 버리고 온전히 시집살이 당해내야 하는 혼례를 치르지않았을것입니다.

제쳐두고 또한 어머니이기에 그것이 가장 마음이아팠습니다.

 

아내의 지위가 강했고, 발언권도 컸던 조선, 대부분 처가살이를 하고, 친정행이 손쉬웠던 시절....명나라가  미개하다하며 고칠 것을권하자 왕실에서 먼저 모범을 보이게 되고 첫번째 희생양?바로  숙신옹주였습니다.

왕족신분대신 오롯이 아내의 역할을 해야하는 숙신옹주의

시집살이가 그리 편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며 소설은 끝을 맺습니다.

(신사임당은 든든한 친정이 있어 아름다운 시와 그림 ,나름 키운 자식들에 둘러싸여 지냈지만. 허난설헌은 고된 시집, 못난 남편에 짓는 며느리를 싫어했던  시어머니..일찍 떠나버리는 아이들에 어느 것 하나  녹록하지않았으리라. 사람이 갑자기비교되는 왜일까요)

그나마  운휘옹주는당차고 씩씩합니다.

자신을 매번 골탕먹이는 ,어미  치마폭에 쌓인 익녕군과는  달리 진실하고 솔직합니다.

그러니 어쩌면 멋지게 시집살이를 해낼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고 여린 아직 어린 운휘옹주가 안쓰럽기도 합니.

 

(명나라, 그리고유학, 조선의 지배층들이 원했던 친영례. 남편이 아내를 데려와 시집살이 시작되는 역사를 책이 담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역사책이라지만,분노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괜히 세종대왕이 미워지는느낌.ㅎㅎ세종의 친딸 정의공주는 친영례를 보내지 않은걸까요...세종도 알고 있었던거지요. 친영례로 시집가는 이의 고달픔을. 친정나들이가 힘들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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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작가들의 첫 작품은 자전적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소설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삶이 녹아 있지 않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 외계생명체나 우주를 이야기하는 sf에도 실제 경험은 없어도, 작가의 철학과 미래관이나 인간에 대한 성찰등이 담겨 있다
루시아 벌린
어린 시절의 그녀를 마주할때면 나 또한 그 시절이 떠올랐다. 가난하지만 아버지에게 사랑받으며, 조금은 특이한 외할아버지와 알콜에 의존하는 어머니의 영향속에서 작가 본인이 스스로 말하듯 예뻤고 인기 많았던 젊은 시절을 거쳐, 네 아이의 엄마로 선생님으로 청소부로 응급실 직원으로, 알콜중독자로, 마약중독자의 아내로, 자살한 엄마의 딸로, 불안하고 가족과도 단절과 이해의 외줄같은 삶을 살았던 루시아 벌린. 그의 자전적 책을 읽고 나서, 단편집을 펼치니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그 시절들의 단편이, 그 시절들의 그녀의 삶을 떠올리게 했다. 오지의 삶과 멕시코에서의 자유로웠던 삶과, 정직했던 사랑, 그닥 올바르지 않았던 남편들, 그러나 매 순간 불안하고 두려우면서도 사랑하길 멈추지 않았던 그녀. 하늘도 바다도 마약에 중독된 남편도 알콜의존증에 비대칭의 자신의 몸도 사랑한 그녀, 그래서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엔 따뜻함이 있다. 더럽고 허름한 세탁소도 그녀의 눈에 담겨 글로 쓰여지면 참 따뜻한 곳이 된다. 먼지조차 햇살속에 빛나는 조각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그녀의 능력이 아닐까.
지지않는 삶이지만 이기려고도 하지 않는 삶, 미친듯 울렁이는 삶이란 바다에서 열심히 자신의 몫을 하며 어떤 힘든 순간에도 인간다운 선택을 하며 산 그녀의 이야기가 한 편 한 편 마음에 와닿는다.

(나 또한 어린시절엔 이사가 잦았다. 그 낡고 작은 집들에서 나는 좋은 기억들과 어두운 이야기들을 마음에 담았다. 루시아 벌린의 집들과 그 속에서의 추억을 읽다보니 옛 집들이 기억나기도 한다. )
( 작가님은 36년생 빨간쥐띠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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