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손 안의 작은 미술관 - 빛을 그린 인상주의 화가 25인의 이야기
김인철 지음 / 양문 / 2020년 10월
평점 :
인상파화가들이 천시받던 시대, 최고의 국민화가는 윌리엄 아돌푸 부게로와 알렉상드르카바넬( 완벽하게 아름다운 그림 속 그녀들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그림은 정말 예쁘다 ) 그리고 왜곡된 오리엔탈리즘의 그림을 그렸던 인상파를 지독히 경멸했던 장 레옹 제롬이다.
카바넬은 라퐁피(프랑스 소방관 헬멧이름~ 로마시대 투구모습이다 )라고 불렸다는데, 인상파에선 구시대적이란 의미였다고 한다. 물론 나폴레옹 3세와 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그러나 지금은 잊힌 화가들이다. 몰매를 맞던 마네와 모네 등이 기억되는 건, 사진과 기술에 맞서 자신들의 개성과 독창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온 몸으로 느끼는 빛, 그 빛의 산란과 색의 미묘함, 자신들이 느끼는 색과 감성으로 그려진 그림앞에서 사람들은 더 솔직해지고 감동받지 않을까.
외광파로 불렸던, 피사로 그리고 눈 쌓인 풍경을 운치있게 구렸던 시슬레, 프레데릭 바질과 모네와 르누아르의 그림들에 마음은 벌써 프랑스의 거리와 어느 시골마을로 가 있다. 그 곳에서 가을과 눈 녹은 봄과 어느 해 불어난 홍수 속에서 혹은 눈 쌓인 길 위에서 그들을 만나 그림 속 풍경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화창한 날이었던 그림이, 인상파 화가를 만나면 그 날의 햇살과 피어 오르는 아지랭이 사이 열기로 구불구불해 보이는 나무들과 녹아내릴 듯한 열기가 느껴진다. 우는 여인도 울고 있는 인형같은 여인이 아니라, 살아 있는 내 옆의 여인이, 색감을 감성 삼아서 흘러내리는 눈물로 덮여있다.
화가의 손에 한뼘쯤은 닳아 없어져 버릴듯한 세잔의 생빅투아르 산과 모네의 애트르타 절벽 앞에 얼마나 서 보고 싶었는지, 그 빛의 질감앞애 얼마나 서 보고 싶었는지 .
드가의 발레리나도 좋지만 머리 빗는 여인들의 파스텔 색감이며, 르누아르의 퐁네프그림과 유명한 선상에서의 그림도 특유의 화사함으로 새로운 빛을 선사한다.
쏟아질 것 같은 꼭 마술사의 식탁같은 비스듬한 사과가 놓여 있는 세잔의 그림들과 생빅투아르산들이 점점 선보다 하나의 덩어리로 환하게 타오르고 어두워지는 모습들이 결국 입체파를 탄생시키는 계기이기도 했다.
(세잔이 고흐를 돌 본 가셰박사와 친분이 있다는 것, 가셰박사의 집들을 그린 그림을 고흐가 칭찬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
자연으로 구도하고 그림으로 기도하는 자 고흐가 아닐까. 수 많은 독서와 수 없이 쓴 편지들엔 고흐의 깊은 사색과 인간미가 묻어난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나무를 그리고 선물하는 그를 보며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며 편지를 쓰고 친구의 감기소식에 얼릉 나으라며 불사한다는 천도복숭아를 그린 이중섭이 떠오른다. 둘 다 그림에 미쳤고 사람을 사랑하고 믿었던 천재, 닮은 듯도 하다.
그의 꽃들과 그의 밀밭과 그의 색들은 , 그가 구도하는 방법이며 간절한 기도며 구원받고자 하는 또는 누군가를 구원하고자 하는 간절함이다.
그림은 이렇게 그려야 한다는 각종 원칙들을 버리고 타히티에서 원색의 삶과 다양한 상징과 신화들을 그린 화가 고갱, 그러나 고흐에 대비해서 계산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미움을 받기도 한다( 사실 나 또한 고흐 관련 서적을 읽으며 고갱이 미웠던 적이 있다. 그러다 달과 6펜스의 소설을 읽으며 고갱 또한 미래를 알 수 없는 , 그림을 향한 마음 하나로 정말 많은 것을 포기했음을 알게 됐다 )
로트렉, 물랑루즈 그림보단 나는 세탁부란 그림을 더 좋아한다. 실제로 세탁부이면서 매춘일을 했던 카르멘 고뎅, 그녀가 몸을 쭉 뻗어 창 밖을 웅시하고 있다. 작업장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던 걸까, 다른 삶을 꿈 꾼 것일까, 그저 한낮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것일까. 낮은 계급에 천한 일을 한다고 멸시받던 그녀들을 로트렉은 그만의 솜씨로 멋지고 아름답게 우아한 모습으로 그려놓았다. 초라한 옷차림이지만 꽉 진 손가락과 단아한 옆 모습과 눈을 덮은 머리칼, 그녀의 그림을 보면 그녀의 시선을 따라 그녀가 꾸는 꿈을 쫓아가고 싶어진다.
화려한 듯 춤을 추고 술을 마시는 이들 위로 로트렉의 슬픔이 내려 앉는다. 춤을 추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지만 매춘과 고된 노동으로 살아내는 하층민들. 그런 그들을 로트렉은 화려한 듯 하지만 슬프고 애잔하게 담아낸다. 파리 하층민들의 삶이 그렇지 않을까.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한다는 로트렉이기에 그런 그들의 내면을 담아내지 않았을까한다.
마네의 제수씨인 베르트 모리소, 마네의 제자였던 에바 곤잘레스,인상파를 미국에 알리는데 공헌을 한 매리 캐섯,
해변, 눈부신 햇살과, 너무나 순결한 하얀옷과 양산의 여인들로 기억되는 호아킨 소로야,초상화로 유명한 서전트, 뭉크 등을 소개하며 이 책은 끝을 맺는다.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하다.
무언가를 흔들고 감동을 느끼게 하는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호강하는 느낌이다.
( 첫번째는 시슬레의 풍경, 두번째는 마네의 봄~ 정말 봄과 딱 맞는그림이다. 세번째는 고흐의 짧았던 좋은 시절을 보여주는 아몬드 꽃 가지 그림이다 . 네번째는 내가 좋아하는 로트렉의 세탁부, 다섯번째는 마네 그림을 소개하면서 모네라고 쓰여진 부분이다, 다음 번 인쇄본엔 고쳐지길. 마네는 원래 모네에게 이름이 헷갈리니 바꾸라는 무언의 압력? 을 넣기도 했다고 한다. ㅎㅎ손가락 글씨가 민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