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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헌터 (리커버 특별판)
존 더글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살인자는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최근 너무나 재미있게 본 <마인드 헌터>
최초로 프로파일링 기법을 도입한 존 더글라스(영화속에선 홀든 포드)와 그를 도왔던 레슬러 (빌텐치), 앤 버제스 박사(웬디박사로 나옴. 실젠 강간 피해자의 외상 평가 및 상담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관련 책 10권을 저술했다.)등의 실화를 드라마로 엮은 것이다.
희대의 살인마들을 만나 자료를 수집하고, 그런 자료들을 이용해 마치 셜록처럼 연쇄살인범들을 잡아내고 용의자들을 추려낸다.
원작이 있다고 해서 찾아봤더니
바로 요 책!!
(원래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해서 즐겁게 읽었다.)
살인자는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세계 최초로 범죄방식과 행동 등을 토대로 범죄학을 연구한 프로파일링의 선두주자인 존 더글라스의 회고록이자, 그가 만난 연쇄살인마들에 대한 이야기다.
존 더글라스는 <양들의 침묵>의 잭 크로프드와 <크리미널 마인드>의 제임스 기디언의 모델이다.
70년대, 사람들은 살인에는 이유가 있다고 믿었다.
치정, 이별, 쌓여있던 분노, 돈, 배신...
그러나 알 수 없는 범행동기와 범행 행태가 나날이 늘어나자, 그들이 왜 범죄를 저지르는지 알고자 하는 욕구가 생겨났다.
괴물들의 탄생인 것.
그들에겐 동기가 없다. 그저 하고 싶어서 했을 뿐이다.
“빗장울처럼 우린 이렇게 흐를 수 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 그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선, 그들을 알아야 했다.
그렇다면 과거엔 이런 괴물들이 없었을까.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으니 잡지 못했을 것이고, 혹은 지배계급의 횡포나 특권 속에서 숨겨졌을 수도 있다. 혹은 그런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속된 잔혹한 범죄들은 진짜 괴물들의 짓이라고 믿었으리라. 악마, 드라큘라, 마녀, 늑대인간 등등......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린 그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잔인한 일들이 인간에 의해 자행됨을 안다.
작가는 군대입대 등 젊은 시절 약간의 방황 후, FBI요원이 된다.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았던 범죄자들을 자세히 파헤쳐 그들의 범죄 동기나 범죄의 특성, 범행의 특징등을 잡아내 프로파일화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살인범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을 알기 위해 재소자 면담을 하는 존 더글라스.
그는 처음으로 에드 켐퍼를 만난다.
에드 켐퍼는 아이큐가 145이며 아주 똑똑하고 덩치가 큰 연쇄 살인마이다.
친조부모를 살해하고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가 다시 세상밖으로 나온 후엔 여대생 살인범으로 악명을 날린다. 그 후엔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를 죽였다. 그 과정은 너무나 구역질나고 끔찍하다. 그는 어머니를 죽이기 위한 예행연습같은 거 였다고 말한다.(스스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범죄를 고백한다.)
어머니에게 받은 학대, 가정불화등으로 그는 가슴 속 깊이 증오심을 품었다고 한다.
그 후로 찰스 맨슨, 윌리엄 헤이렌스. 리처드 스펙, 제리 브루도스. 몬티 러셀 등등 36명의 연쇄살인마를 면담하며 나름의 프로파일을 쌓아간다.
존 더글라스는 정황증거나 사건 현장, 온갖 증거들을 통해 이야기하듯 사건을 풀어간다.
주로 이들은 야뇨증과 방화 경험이 있으며, 어린시절엔 주로 동물학대를 했다.
범죄현장에 다시 나타나는 이유는, 죄책감이 아닌 자신의 저지른 살인에 대한 음미와 그에 따른 환상을 재생하기 위해서다.
무엇을, 왜, 어떻게를 찾아야 하는데, 이런 이들에겐 왜는 존재하지 않는다.
꼼꼼하게 계획하고, 차를 몰며 배회하다가 기회가 생기면 바로 낚아채는 것.
그들은 살인현장에 자신의 시그니처를 남긴다.
기념품으로 피해자의 피부나 신체 조직, 소지품을 갖고 가기도 하며, 시체를 훼손하거나 특정 자세 등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이들은 잡히게 되면 어쩔 수 없는 충동과 정신적 문제로 범죄를 저지른다며 호소를 한다.
작가는 그런 그들에게 되묻는다.
왜 경찰들 앞에선 통제가 되는가.
진짜 정신병자들이라면 범죄또한 조잡하며 제대로 준비도 은폐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계획적이며 치밀하고,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 연속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그런 그들이 정말 정신적 문제를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연쇄살인범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야뇨증과 동물학대 방화의 경험이 있고 성적 신체적으로 학대를 받았다.
연쇄살인마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여성들과 정상적인 교제를 대부분 하지 못한다 것, 그것에 대한 분노와 환상을 키워간다는 것이다.
그럼 섹스 등에 문제를 겪고 있으니 거세를 하면 될까?
그렇진 않다고 한다. 그들의 범죄현장을 보면, 섹스보단 분노형이다. 피해자의 시체를 훼손하며 아주 끔찍한 짓들을 저지른 것은 성적인 면보단 분노가 더 앞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거세란 형벌은 실제론 그리 의미가 없다고 한다.
법에서의 정신이상은, 그 범죄자가 자신의 범죄를 책임질 수 있나 없나의 문제일뿐이라 말한다.
이 책에는 끔찍한 살인마들이 나온다. 그 살인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연쇄살인범을 평가하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살인행각을 예술이라 생각하며 치밀하게 조직하고 준비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완성도를 높여간다. 그러니 범죄행위를 연구하고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화가에 대해 알고 싶으면 그 사람을 보지 말고 그의 그림을 보라”
“훌륭한 프로파일러는 머릿속에서 범죄 현장을 재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에 대해서도 최대한으로 많이 알고 있어야만 피해자가 사건 현장에서 어떻게 반응했을지 상상할 수 있다. 총, 칼, 바위, 주먹 또는 기타 흉기를 들고 덤비는 가해자와 맞닥뜨린 여자의 입장, 가해자가 다가올 때 그녀가 느꼈을 공포, 그리고 그녀의 가능한 방어 수간, 이런 거들을 대신 느낄 줄 알아야 한다. 피해자가 그녀를 강간한고 구타고 절단할 때 그녀가 느꼈을 고통도 같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가해자가 변태적인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녀를 고문할 때, 그녀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공포와 고뇌 속에서 아무리 비명을 질러봐야 소용이 없고 가해자의 고문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가 느꼈을 무력감을 이해해야 한다. 프로파일러의 업무상 이런 느낌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은 커다란 정신적 부담이다. 특히 피해자가 어린아이거나 노인일때는 더욱 고통스럽다.” 263페이지.
왜 여성연쇄살인마는 제로에 가까운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답할만큼 연구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연쇄 살인범들은 결손가정, 성적 육체적 학대, 마약 알코올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여성들은 더 많은 성적 학대와 괴롭힘을 받았지만 왜 연쇄살인범이 되지 않은걸까.
테스토스테론수치와 관련이 있다는 설도 있고, 여자들은 스트레스를 밖이 아닌 안으로 삭힌다는 것, 밖으로 발산하지 않고 알코올 마약 매춘 자살등으로 해결한다.
작가는 범죄자는 타고난다기보다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범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나쁜 영향을 주었던 사람들도 상황이 달랐다면 반대로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범죄 해결을 위해 충분한 예산 확보, 경찰력 증강, 형무소 증설 등도 좋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에 더 많은 사랑이 자리잡는 것이라고 믿는다.”
작가의 삶, 그리고 행동과학부(훗날 작가가 수사지원부로 이름을 바꾼다.)에서 근무하며 해결한 연쇄살인범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프로파일링을 통해 그들의 습관과 직업, 나이, 특성을 파악해서 거대 악과 맞선다.
연쇄살인범 앞에서 서로지지 않으려 심리전을 펼친다던가, 연쇄살인범의 심리를 먼저 읽고 살인무기를 일부러 심문하는 곳에 놔두고 서서히 압박하는 모습 등이 볼만하다.
좋아하고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책 속 연쇄 살인범들은 범죄 행위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는 자들이다. 그래서 어쩌면 더 잡기 힘든지 모른다. 이유도 없으며 원한관계가 아닌 범죄에서 실마리를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예를 들면 타이레놀에 사인화칼륨을 넣어 시카고 주민들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처음엔 다들 타이레놀 관련 불만을 가진 자 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원한 관계가 아니라, 타이레놀의 캡슐이 잘 열려서 선택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런 무작위 범죄는 사람들을 사물화하고 비인간화한다. 그래서 언론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켜, 희생자가 인간임을 보여주어 범죄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을 쓴다고 한다. 그 뒤로 타이레놀은 포장방식을 바꿨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들을 관찰하고 알아가며 범위를 좁혀간다. 비현실적으로 잔인한 범죄속에서 살다보면 수사관들의 진짜 현실은 균열이 가기도 한다. 그들이 보는 범죄현장에 비하면, 진짜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소한 것들이 되어버리고, 정작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과 멀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너무나 연쇄살인범들을 잡고 싶다. 자신들의 많은 것들을 희생하며 쓰러지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버림받기도 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은 범죄를 추적한다. 그래야만 이 끔찍한 연쇄살인의 고리를 끊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