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윤덕작가님은 ( 만희네 집) 으로 처음 접했다. 아이가 마르고 닳도록 좋아했던 책, 특히 외할머니집과 닮아 있어 더 좋아했다. 정감있는 장독대와 자개농, 그림책을 펼치면 진짜 할머니가 우리 강아지 왔니 하며 나오실 거 같다. 동양적 그림에 담긴 우리 이야기라 더 좋았다. 그 책을 읽으며 아이와 동네그리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작가님이 그린 그 집은 시어머니집. 구석 구석 애정 담은 물건에 대한 세밀함이 느껴졌다.
그 만희가 벌써 서른이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 만희네 집을 보며 자란 우리 아이도 벌써 고3, 졸업을 앞두고 있다.
( 난 이 옷이 좋아) 도 보는 재미가 큰 그림책이다. 다양한 옷들과 장신구와 가방들, 웃는 아이들 속에서 나 또한 어릴 적 종이인형을 오리며 놀던 때를 생각나게 했다. 공주옷도 있지만 평상복들도 그려져 있어 아이와 이야기하며 읽기 좋았던 책, 소소한 일상에 대한 작가님의 애정이 느껴진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보며 서로 외치곤 했다. “ 나도 이 반바지 있어요. 나도 이 구슬 목걸이 있어요 !” 친근함으로 다가와 그리움으로 맺는 그림책. 그리 비싸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물려 받거나 기워 입기도 하지만 깨끗이 빨아 햇살내음에 엄마 손길 느껴지건 그 옷들, 그리고 이젠 어딘가로 물려지거나 혹은 사라져 긴 여행 끝에 있을 어린시절의 내 옷들과 그리고 아이들의 옷. 좋은 구두는 좋은 길을 가게 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옷을 입으면 좋은 일이 , 그리고 보호받는 다는 느낌을 받았던거 같다. 아마 낡지만 깨끗하고 날씨와 계절에 맞게 입혀준 엄마의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겠지.
우리 아이 최애책은 바로 벌레 시리즈~ 색깔과 글자들이 난무하는 벌레 시리즈는 특히 남자아이들에게 인기였다. 작가님의 아드님처럼 그 또래 남자애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그리고 능력치니 뭐니 하며 게임아이템들도 그려댔다. 여자아이들이 그맘때 예쁜 공주를 그리며 옷과 온갖 장신구를 그리는 것 처럼. 그래서 이 게임 아이템같은 신나벌레 시리즈는 유독 남자애들의 마음에 쏙 들었고, 우리 아이 또한 정말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작가님처럼 이게 무슨 그림책이냐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도 난다. 교훈이나 지식이 담긴 책들만이 가치있다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았다. 그냥 읽는 것만으로 신나고 즐겁고, 그 속에서 아이 나름의 힘듦을 치유함을 그래서 다시 또 힘내서 커 간다. 그렇게 즐겁게 읽다보면 삶의 고난을 이겨낼 큰 힘이 생긴다. 읽는 것의 즐거움과 그 즐거움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것 , 낮은 가격으로 큰 효용을 얻는 게 바로 책읽기가 아닐까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책읽기를 싫어하게 된 데는 어른들이 어른들의 눈으로 골라 온 책들을 강요하는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그려낸 그림책들, 위안부 할머니, 제주도와 광주에서 있었던 일. 사실 아이들 누높이에서 그림으로 사실들을 알려주고 감동을 준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일것이다. 아이들에게 치우침없이 역사를 알려주고 거기서 또 각자가 생각할 수 있는 여운과 여유를 줘야하는 작업이다. 꽃할머니, 슬프고 억울하고 분노하는 역사들을 마냥 꽃들로 피워낸 그림들은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사는 건 힘들다. 삶의 고비마다 한숨도 쉬게 된다. 해 놓은 것이 없어 12월이 되면 더 우울해 진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꿈꾸며 작은화판을 채워가는 글과 그림들을 읽으면서, 작가님의 글처럼 담담한 아름다움과 슬픔이 어울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12월 아무 것도 해 놓은 것 없어 더 춥게 느껴지지만 어찌보면 또 무탈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또 감사할 일이다. 내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 하루가 사실은 씩스틴의 발 아래서, 숱한 군화발과 무고한 시민들을 앞세운 날카로운 검 아래서, 그래도 어떻게든 피어낸 꽃들 덕분임을, 그래서 감사함을 느낀다. 권오덕 작가님 또한 그림책에 대한 인식이 낮던 그 때부터 좋은 그림책을 만들려 노력하신 , 그래서 담 아래 꼬마 소녀 시리를 위로해 주며 핀 꽃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님이 만들어 낸 그림책들은 아이들 가슴에 색색으로 물든 작은 종이꽃이다.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색칠하고 정성으로 곱게 접어 잘 자라길 기원하며 아이 가슴에 조심스레 꽂은 작은 종이 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