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선함과 인내로 바뀔 수 있을까, 올곧음으로 세상을 살아 갈 수 있을까.



그렇다고 믿는 내게, 몇몇 친구들은 모지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모자라니까 세상을 좀 모자라게 본다는 뜻이다. 친구들 말로는 자기들은 훌쩍 큰 성인이 되었기에, 삶이란 그렇게 친절하지도 동화책 같지도 않다는 걸 깨달았는데, 너는 어찌 그리 맹한 모자라는 소리만 하냐는 애정 섞인 잔소리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믿는다. 책에서 역사가 말하니까.

지금 내 삶이나 주변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훗날 멀리 본다면 조금은 달라져 있지 않을까.

여전히 삐딱하게 어느 방향으로 뒤틀려 걸어가는 것 같지만, 하늘 어딘가 높은 곳에서 보면 점선 한 칸만큼은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어 나가지 않았을까. 현실이란 점선 위를 걸으면서, 우리는 조금씩 힘을 주어 바른 방향으로 걸어가려 한다. 표가 나지 않는다고 해서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다.

로자 파크스와 같이 했던, 버스 안 타기 운동이 그러했다. 일년 가까이 그들은 걸었다. 흑인들끼리의 카풀을 방해하고, 온갖 딱지를 남발하는 백인경찰들에 대들지 않았다. 부당한 위반법규에도 그들은 분노하는 대신, 차를 놓고 걸어 다니는 것을 택했다. 결국 엘우드의 할머니도 버스 앞에 탈 수 있게 되었고, 어디든 앉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벽은 높다. 아직도 식당에선 차별이 이루어지고, 교육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들떴다. 변하고 있고, 우리는 그 변화의 언저리 어딘가에 있다. 그렇지만 그럴 때 세상은 또 변하지 않으려는 무리들의 발악도 시작된다. 어리고 흑인인데다가, 부모조차 없는 가난한 아이 엘우드, 그 아이가 가슴에 품은 이상과 올곧음은, 칭찬대신 두려움으로, 그리고 곧은 길이 아니라 막다른 길로 내몰았다.



지금은 어떨까.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달라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달라짐의 시선이 우리가 아닌 강자의 시선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여전히 약자는 존재하고, 그들의 세상은 조금 더 위험하다. 누군가의 보호 아래 있지 못하면 언제든 내동댕이쳐지는 곳, 우리가 사는 곳의 보호자는 자본이겠지만. 어리고 돈 없고 부모 없는 세상이 어떤 곳일까. 그 곳이 니클이 아닐까. 그럼에도 믿는다. 우린 조금씩 달라졌다. 무연고의 시신들을 찾아내고 진상을 규명하며, 다신 이런 일이 없기를, 마음 속에 작은 분노들을 새기며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어른들이 말하는 정의라는 것, 인간다움이란 것, 존엄성이라는 것 좋은 말들이지. 그렇지만 엘우드가 그런 어른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자신이 조금 더 낫다는 방향으로 그렇지만 위험한 쪽으로 몸을 틀 때, 내 마음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그러지마, 위험해. 굳이 네가 그럴 필요는 없어.

엘우드를 보며, 니클을 지켜보며, 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본 것이다. 내 아이가 위험에 빠지지 않기를, 모나지 않기를, 그러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고? 그걸 왜 내 아이가 해야 하냐고, 차라리 내가 돌을 들고 거리를 나갈게. 이런 마음. 마틴 루터 킹에게도 원망의 마음이 들었다. 순수하고 정의로운 어린 영혼들에 이 무슨 바람잡이야? 엘우드에게 비리투성이의 말도 안되는 힘든 일이 닥칠 거라는 걸 예감하기에, 나도 모르게 마틴 루터 킹 입 다물어, 넌 엘우드를 책임지지 못할 거잖아, 이 착한 아이를. ( 할머니의 마음도 그러했겠지. ) 그렇지만 알고 있다. 마틴 루터 킹도 엘우드도 터너도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을. 엘우드를 지킨 것이 어떤 마음과 누구의 이야기였는지 알 듯이.
하디와 스펜서를 묵인하고, 니클을 눈 감으며 배를 불리고, 세상을 지옥처럼 만든 인간들도, 이렇게 변명하겠지. 내 아이를 위해서였다고, 혹은 그게 맞는 걸 줄 알았다고, 그렇게 배웠다고.

하지만 어느 하늘 아래, 아이를 죽이고 고문하고 물건을 빼돌리는 게, 자식을 위하는 일이며 세상의 이치에 맞는 일일까. 나처럼 숨죽이며 내 아이에게만 아픔이 가지 않는다면 꾹 참던 이들이 공동정범이 되어 만든 지옥이 아닐까. 결국 그 지옥이 점점 넓어져 내 아이를 삼킬때까지 모르겠지, 아니 사실 알면서도 두근거리면서도 내 아이만은 괜찮을거라 믿겠지. 유대인이 잡혀갈 때 이웃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작가가 어느 정도 실화를 바탕으로 써내려간 니클의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부산의 형제복지원을 떠올렸다. 권력형 비리와, 가장 약한 아이들에 대한 가장 악한 일들이 자행된 악마가 울고 갈 그 곳. 니클의 그 인간들처럼 형제복지원의 그 것들도 너무나 떵떵거리며 잘 사는 모습에 울화가 치밀었다. 살인,강간, 폭행과 고문, 횡령이 아이들을 파고든다. 아직은 세상에 믿을 구석이 눈곱만큼은 있을 거라, 그 선의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엘우드는 사냥당하고, 터너는 사냥당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산다. 언제나 쫓기고 불안하다. 그림자조차 두려운 삶에서 제대로 살아낸다는 건 기적이다. 엘우드의 선함을 순수함을 기억하며, 앞으로는 터너가 터너로 살기를 바라본다. 진짜 감화원 니클은 사라진걸까.

빌리 홀리데이가 노래했던 이상하고 슬픈 열매는 지금도 또 다른 색을 띠며 여기저기 매달려 있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나는 믿는다. 세상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터너가 드디어 터너로 살기로 결심했듯 말이다.



( 작가님은 69년생. 황금닭띠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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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2-31 1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덕분에 좋은 책을 소개받은 한 해였어요!
내년에도 좋은 책이야기로 자주 만나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 -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우수상 수상작
이유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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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엔 노먼록웰의 그림이 어울리지, 아니 위트릴로의 눈 덮인 프랑스의 어느 골목 그림이 어울릴까. 아니면 역시나 주구장창 틀어주는 나 홀로 집에나 해리포터 시리즈를 몰아볼까. 예전엔 크리스마스쯤이면 반지의 제왕도 시리즈로 틀어줬는데 요즘은 건너뛰는 것 같아 서운하기도. 아 요즘은 모지스할머니의 눈 덮인 마을 풍경도 어울릴 것 같다. 푹푹 빠지는 눈도 캐롤도 화려한 트리도 없는 크리스마스다. 화려하지 않은 대신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그림 한 점 보면서 행복해 한다.

난 그림을 잘 모른다. 보면 좋고 행복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다양한 그림들의 해석이나 역사나 그 시대상에 대한 글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조금 무거워졌다. 좋아했던 작가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어 한참 들여다 봤던 그림들에서 폭력이나 편협한 시선들을 찾게 되면서 우울해지기도 한다. 차라리 몰랐다면 더 좋았을까. 그렇지만 알고 나서 더 좋아지는 그림들도 많다. 이 책 또한 그렇다. 또 다른 각성? 아 파란 알약과 빨간 알약 사이의 고민같은거다. ㅎㅎ





그림 속 독서하는 여인들은 왜 다들 미니북을 들고 있을까. 그냥 무심코 넘어가고 말았는데, 사실은 코르셋 등 엄청난 옷들의 압박으로 금세 질식할 것 같은 몸상태에선, 큰 책이 힘들었다고 한다. 정상적인 책을 들고 있기도 힘들고, 혹여나 무언가를 떨어뜨리면 줍지도 못하는 옷은 옷이 아니다. 말 그대로 족쇄, 작은 감옥? 그런 그녀들이 자전거를 타고 브루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 사실 건강에도 훨씬 좋았을 거다. 작가 이유리님은 여성 화가들의 그림, 혹은 여성을 그리는 시선을 통해 불평등과 억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보이는 대상이자 그저 모델로만 취급됐던 여성들, 남성화가들의 시선속에 물건처럼 그저 목적을 위해 이용된 여성들이 이미지 등을 다룬다. 거기다 남성이 아니란 이유로, 화가란 직업자체를 선택하기도 힘들었고, 선택했다 한들 가는 길도 가시밭길이었다. 예쁘면 예쁜데로 온갖 추문에 휩쓸리고, 못생기면 못생긴데로 희화화되어 놀림감이 된다. 남자 화가들의 외모 품평은 의미도 없고, 실력이 우선하지만 (모딜리아니 같은 경우는 너무 잘생겨서 입방아에 올랐고, 그의 여성편력은 잘생김과 예술가의 기질 등으로 쉽사리 용서되었다. 피카소나 에곤 실레 또한 너무 어린 여자들을 만나면서도 예술의 뮤즈 라는 둥 별일 아닌 일로 치부되었다.) 줄리아 라마는 실력보단 외모로 비하되었고, 앙겔리카 카우프만은 예쁘다는 이유로 남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벗겨지고, 이상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그 틀에 가두고, 피해자임에도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비난을 받는다.

지금은 어떨까. 작가님은 아이들의 불편한 교복을 예로 든다. 그러면 누군가는 아이들이 원해서 치맛단을 줄이고 허리를 줄이고 딱 맞게 불편하게 입는다고 한다. 그럼 왜 그런 옷들을 아이가 원할까. 롤모델같은 연예인들이 딱 맞는 교복에 짧은 치마를 입고 떡 하니 서 있다. 가뜩이나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며, 또래 집단이나 연예인 등을 닮고 싶어하는 사춘기 아이들이 아 불편하니 길게 크게 입어야지 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 입고 싶고, 그들처럼 입고 그들처럼 보이고 싶다.

예전 그림의 주소비자 집단은 남성들이 주류였다. 성주든 왕이든 교황이든 돈을 가진 자든 압도적으로 남자들이었다. 그러니 남자들의 왜곡된 시선으로 여성들이 그려지고 소비되어졌다. 물건처럼. 그런 과거의 그림들과 관행속에 남자처럼 행동하던 여성들, 그리고 메리 모저와 오키프 등을 다루고 있다.

항상 마네의 제수씨,혹은 마네의 제자로 알려진 억울했을 베리트 모리조, 드가의 절친이자 드가에게 그림을 배웠다는 사실이 먼저 소개되는 그러나 자신만의 개성과 여성의 지식연대 등을 그린 메리 커셋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요즘 예술계에서도 잊힌 여성들의 기록을 찾고 의미를 되짚은 책들이 나오는 것 같아 반갑다. 내 어린 시절, 그림들 도록이나 위인전 등을 보면서 항상 느꼈던 의문, 내 주변엔 온통 그림을 좋아하고 잘 그리는 애들은 대부분 여자애들인데, 예전엔 잘 그리는 여자애들은 없었던 걸까. 이제 왜 인지 조금씩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다. 그 퍼즐이 참 아프다.

( 아래 그림은 메리커셋이 젊은 여성들이 지식과 과학의 열매는 따는 이미지를 그린 것. 그 당시엔 여자들에게 이런 작품을 그릴 권리가 앖다고. 이런 류의 그림 속 주인공이 될 수 없다면서 비난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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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책을 빌려주는데 인색한가.



크리스마스다. 거리에 캐롤이 울려퍼지고 친구들과 시내를 쏘다니던 20대를 지나고 나면 사실 그렇게 큰 감흥은 없다. 아, 아이에게 올해는 무슨 선물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것 정도?

크리스마스는 사실 무언가를 나누고 힘든 사람들을 돌아보는 날, 그래서 스쿠루지는 매번 고약한 얼굴로 나타나 온갖 인색함을 내뿜으며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되찾으라 이야기한다.

스쿠루지, 그는 돈에 지독히 인색하다. 나는 책의 스쿠루지?

사실 나는 뭐든 잘 빌려주는 타입이다. 돌려달라는 말도 거절도 잘 못하는 엄마말로는 맹추! 답답이.

그런데 책만큼은 싫다. 아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숱하게 겪었을 그런 에피소드들이 나에게도 있기 때문이다.

첫째, 누구냐! 책도둑은 도둑이 아니라고 한 말, 아주 당당하게 이 말을 하며 내게 빌려간 책 다섯 권을 주지 않은 내 대학동기 김삐삐~(심한 욕 심한 욕) 차마 거절은 못하고, 우리집에 놀러 온 날 신나하며 빌려간 내 소중한 책들, 결국 알바비를 털어 다시 그 책들을 샀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 더럽다. 특히 단정하고 깔끔하며 정갈한 내 책을 두 배로 불린 후에 누렇게 얼룩까지 묻혀서는 히죽이죽 웃으며 돌려준 그 삐삐~

세 번째, 도무지 돌려주지 않는다. 돌려줄게 돌려줄게. 결국 나만 쫌팽이에 오히려 책 돌려달라고 독촉하는 가해자가 된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책도 비싼데.

네 번째, 책은 일기장 같기도 하다. 줄을 긋기도 하고 옆에 내 감상평을 쓰기도 한다. 깜박하고 그렇게 줄 긋고 메모해둔 책을 빌려준 적이 있다. 내 메모 옆에 작게 볼펜!!으로 쓰여진 글씨 “유치해” 이 미친 삐삐삐 (심한 욕 심한 욕) 그때부터 내 책인데도 옆에 메모하면서도 혹시 유치한가라는 자가검열을 하게 만든, 메모의 자유를 앗아간 나쁜 삐삐삐

다섯 번째 오롯이 내 것이고 싶은 마음. 우리집은 다섯남매, 그리고 나는 막내다. 어릴 때부터 내 것은 잘 없었다. 물려입은 내복과 물려입은 옷들과 물려신은 양말, 그러니 용돈을 아껴 산 책들만 새 것이었다. 특히 나는 언니들에게 책을 빌려주는 게 싫다. 어릴 적 용돈을 모아 두근거리며 산 책들을 보곤, 막내야 너 읽어도 이해못할 책은 왜 사니? 또 그런 책이냐? 등등의 비아냥과 구박들,무시하는 발언. 물론 언니들이 나쁜 뜻으로 한 건 아니다. 그냥 버릇? 막내를 놀리고 싶은, 그리고 내가 그런 지나가는 말들에 상처입을 줄 몰랐겠지. 하지만 그들이 내뱉는 한 마디들은 내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그래서 더 그랬나보다. 나같은게 어떻게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어? 그런거라도 해야지. 그러면서 부탁한 사람들을 미워했다. 그러다가 거절 못해 상대방을 미워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 거절하고 혹여 맘 상할까 고민하고.

그렇지만 이젠 책을 빌려달라는 말에 단호히 나는 책은 안 빌려줘, 대신 남편은 필요하면 빌려줄게~ 라고 말한다. 밤에 잠들기 전 잠시 혹시 상처받았으려나 내가 너무 싸가지 없이 이야기했나 고민도 되지만, 누더기가 되어 돌아올 내 책들의 몰골을 생각하면 그래 거절이 나아 하며 잠이 든다.

그럼 슬프게도 누더기가 되어 돌아온 내 책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1.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썩은 우유냄새, 두 배가 되어 돌아왔다.)

2. 안네의 일기 (낙서가 잔뜩, 거기엔 돼지엄마 전화번호도 적혀 있었다. 뭐지? )

3. 태백산맥(그 삐삐삐가 앞부분을 몽땅 갖고가서 돌려주지 않은 책.)


이 외 수 많은 내 피 같은 책들!
( 물론 기분 좋게 빌려주는 이들도 있다. 고마워하며 깨끗하게 돌려주고 감상평도 짧게 이야기하는 친구들, 조카. 그리고 밀없이 들고가 말없이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 아이, 책보기를 돌같이 하는 남편 ㅎㅎ)
내일이면 크리스마스, 떠나간 내 책들의 안녕을 빌며, 그 시절의 그 삐삐삐들을 용서하며, 그리고 앞으로도 책 대여는 거절하는 걸로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실천해 볼까 한다.

여러분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여러분들의 책들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

한 해 동안 제 모자란 글들에 좋아요 눌러주신 북플 친구님들! 진짜 복 받으실 겁니다.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아, 사진은 그냥 우리 강아지 자랑하고 싶어서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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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12-24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빌려주기 싫은 이유~~
공감합니다 ㅎㅎ
저는 4남매중의 막내인데
오히려 언니 오빠들이 사놓은 책을
읽을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물려받는 것 싫어 엄마한테 항상 떼쓰면
우리 엄마는 저를 이기지 못하셨어요 ㅠㅠ
mini74님!
즐겁고 건강한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mini74 2020-12-24 12:11   좋아요 1 | URL
저희 언니들과 오빠도 책을 좀 돌같이 보는 경향이 있어서요 ㅎㅎ 페넬로페님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Redman 2020-12-24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빌려줬는데 그걸 팔아버린 삐삐도 있었습니다 ㅠㅠ

mini74 2020-12-24 12:11   좋아요 2 | URL
그런 삐삐삐가 ( 심한 욕 !) 같이 욕해드릴게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북깨비 2020-12-24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고서점에 책을 팔려고 싸들고 가면 점원이 어머 완전 새 책 같아요!!! 감탄할 정도로 책을 깨끗하게 보는 편인데 한번은 지인한테 빌려준 책이 막 꾸글꾸글해져 돌아왔길래 만지기도 싫고 책장에 다른 책들과 같이 꽂아두기도 싫고 그냥 팔아버렸어요. ㅠㅠ 이제는 책 깨끗하게 보는 몇명의 가까운 친구들만 엄선해서 빌려줍니다.

mini74 2020-12-24 12:58   좋아요 1 | URL
맞아요. 현명하십니다 !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bookholic 2020-12-24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mini74 2020-12-24 13:31   좋아요 1 | URL
네~ bookholic님도 자녀분들과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아이들에게 쓰시는 독서편지들 항상 감탄하며 본답니다 *^^*

레삭매냐 2020-12-24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회사 동료에게 책을 강탈당했는데...
결국 못 돌려 받았네요. 읽지도 못한
책이었는데 - 그래서 결국 다시 샀네요.

아, 그 냥반 퇴사하셔서 돌려 받을 수가
없게 되어 버렸네요.

전 조지 오웰의 <버마 일기> 읽고 있는데
뒷 부분에 형광팬으로 밑줄이 좍좍 그어져
있네요 ㅋㅋㅋ

mini74 2020-12-24 13:37   좋아요 0 | URL
헉. 저 지금 색연필로 줄 그으면 읽고 있는데 뜨금 ! 했습니다 ( 물론 제 책ㅇ에요 소근소근)ㅎㅎ제가 오늘 대신 그 냥반 욕해드립니다 ㅎㅎ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

라로 2020-12-24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만나다니요!! 제 어릴 적 책인데, 그 책이 그당시 아주 인기가 있어서 돌려 읽고 하던 책이라 너덜너덜 까지는 아니라도 손때가 엄청 묻어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기 와서는 책 빌릴 일도 빌려줄 일도 없게 되었어요. 이제는 빌려주고 뭐 그러지 않고 그냥 줍니다. 너그러워 진 것인가요? 아님 무심해 진 것일까용??😅 뭐 어쨌든, 거기는 크리스마스 이브죠?? 내일 신나는 크리스마스 가족분들, 그리고 미미와 함께 보내세요!!🎄😘🎁

mini74 2020-12-24 16:35   좋아요 1 | URL
최근에 뽀루뚜까아저씨가 제제의 환상일 수도 있단 글 읽고 충격 받았죠. 전 그 책에서 나던 우유 썩은 냄새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ㅎㅎㅎ 라로님도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그리고 제가 그 때 차마 민망해서 말씀 못 드렸는데 제가 미니예요. 남편이 한 덩치해서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제게 붙인 별명 ㅠㅠ 차마 부끄러워 라로님께 말씀 못 드렸어요.ㅠㅠ 저희 집 개는 똘망입니다 ㅎㅎㅎ

라로 2020-12-25 05:0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그렇군요!! 것봐요, 제가 미니 님 날씬한 것 같다고 했죠. 남편분이 붙이신 별명을 들으니 얼마나 사랑받고 계시는지 느껴져용~~~!!^^

2020-12-24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20-12-24 2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mini74 2020-12-24 22:46   좋아요 1 | URL
겨울 호랑이님도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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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공통점? 우선 캐릭터의 얼굴형 등이 닮았다.(미래소년 코난 등과 함께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이 작화에 참여했던 작품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식탁위의 음식들이 너무 먹음직스러웠다는 것.

빨간 머리 앤같은 경우는 마릴라가 차려내는 식탁이 정말 큰 볼거리였다. 그 예쁜 그릇들과 물병, 예쁘고 아기자기한 각종 빵들과 잼류들. 엄마에게 저런 물병을 사자고 졸랐다가 양푼으로 맞을 뻔한 슬픈 기억도 있다. 그리고 하이디, 하이디가 옆집 할머니에게 가져다 드리고 싶어 옷장에 모았던 그 하얀 빵, 지금은 건강을 위해 오히려 호밀빵이니 오징어먹물빵이니 하는 걸 사게 되지만, 어린 시절 그 포실한 하얀 빵은 뭐가 감동도 줬던거 같다.

그런 책 속 빵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고, 한번쯤은 궁금해 했을 책 속 음식들의 정체를 밝혀주는 책이다.

어릴 적 마르고 닳도록 읽었던 작은 아씨들, 소공녀, 키다리 아저씨,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에 우리 아이가 좋아했던 마틸다, 안나 카레리나까지 책 속에서 존재감을 뽐내던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다.

그 중 메어리 포핀즈 속의 생강빵(코리 할머니가 파는 빵이다. 더럽고 지저분한 빵가게지만 맛은 일품, 거기다 쌍둥이 아기들에게 손가락을 뚝 분질러서 먹이는 장면! 엿이었다.)에 붙어있는 별을, 정말 하늘에 풀칠하고 붙이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고 좋았다. 그 때부터 반짝이를 보면 뭐랄까, 한번 붙여 보고 싶다는. 전형적인 이과생들인 남편과 아이는 이런 나를 좀 더 한심하게 쳐다보지만.

작은 아씨들에선 에이미가 손님들을 위해 준비하는 랍스터 샐러드에 대해 소개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며 우와 이 비싼걸했는데 알고 보니 그 당시엔 좀 싸다고 해야 하나, 그다지 선호하진 않은 식재료였다고 한다. 솔직히 작은 아씨들에서 내가 제일 궁금해 한건 에이미가 학교에서 먹다 걸려 혼난 설탕절임라임? 이었다. 선생님께 혼나고는 더 이상 학교에 가기 싫다는 에이미를 달래는 내용이었다. 그걸 읽으며 내가 제일 먼저 생각한 건? 헐, 그런걸로 학교를 안 가면 우리나라 애들은 아무도 학교를 안 다니겠다. 그렇다. 언어적 신체적 폭력에 익숙했던 80년대 국민학생은 그게 나쁜 건지도 모른 체, 오히려 에이미가 이상해 보였다.

그리고 라임, 제제의 라임이야기는 언제나 어느 때나 슬프다. 그리고 월귤, 초원의 집에도 자주 나오는 재료인데 나 또한 당연히 작은 귤?쯤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블루베리 비슷하단다.

톰아저씨(톰아저씨의 오두막집)가 그리워했던, 아내가 구워주던 옥수수팬케이크 등 많은 수의 음식들이 소개된다. 작가는 소설가이며 번역가, 그래서인지 음식류에 대한 오번역에 안타까워한다. 작품의 맛을 살리는데 음식 또한 큰 몫을 하기 때문이리라.

책을 읽다보면, 책 속 인물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나 작가의 뛰어난 묘사로 인해 파블로프의 개마냥 침이 고일 때가 있다. 한 번쯤 맛보고 싶던 이국적인 음식들과, 더 이국적인 이름들.

난 마들렌에 대한 굉장한 기대가 있었다. 마들렌, 이름도 멋있다. 홍차에 적셔 먹으면 진짜 짜잔하고 추억들이 마구마구 휘몰이 장단마냥 몰려올까. 그렇지만 내 촌스런 입에 마들렌은 그냥 텁텁한 빵, 왜 홍차에 적셔 먹는지 그 느낌 알 것 같은, 그래서 진짜 본고장에 가서 먹고 싶은 빵 중의 하나다.
본고장에서 먹는 마들렌은 뭔가 다르지 않을까

내 어린 시절, 빵은 꽤나 귀했다. 헉 너무 나이들어 보이나. 그러니까 제과점 빵. 주로 보름달빵과 단지우유 하나면 너무 좋았던 때, 가끔 엄마가 해 주는 카스테라의 계란 냄새도 참 좋았다. 그 달걀 흰자로 거품을 내선 머리 위로 뒤집어 보이셨던 엄마의 그 의기양양한 모습도 기억난다. 이젠 숟가락 들 힘도 없다시지만 한번씩 등짝을 맞을 때면 주성치의 쿵푸허슬에 나오는 여래신장? 의 파워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면 가끔 아빠가 사오셨던, 그 촌스런 하얀색에 분홍꽃으로 장식된 케이크, 그리고 노동절에 회사에서 받아 오셨던 양과자가 다였다. 그래서 가끔 책 속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용 칠면조나 케이크들을 동경했던 거 같다. 책 속 음식들에 침 흘려 본 이들은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도록. 더 심하게 침을 흘리게 될지도. 일단 이 책을 읽고 결심한 건, 내일 나는 아주 큰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생강빵을 제과점에서 산 후, 동네마트에서 땅콩크림빵 하나를 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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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그린 화가들, 순간 속 영원을 담다
박인조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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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건 은하철도 999다

철이는 그토록 바라던 영원히 죽지 않는 삶, 기계인간이 되길 거부했을까. 그렇게 고생하며 간 곳,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질 그 순간 왜 거부한걸까

죽음이 없는 삶은 의미도 없다. 한낱 기계쪼가리가 되어 아무 것에도 열정할 수 없는 삶이 죽음과 무엇이 다른가. 영생의 삶을 선택하는 그 순간, 철이는 죽는 것이다. 영생은 곧 죽음일수도, 어쩌면

바니타스 바니타움 옴니아 바니타스(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항상 옆에 있으나 모른척 하는 것 , 돌아 오지 못하는 곳 누구나 가는 곳 ,가장 평등하다고 알려진 그 곳.

천국과 지옥?

이젠 테드창의 단편소설 처럼 지옥은 불이나 내장이 쏟아지는 형벌이 난무하는 곳이 아닌 그저 하느님의 은총이 없는 곳. 예수의 사랑이 없는 곳.그리 보면 지금 우리가 사는 곳이 바로 인식 못하는 지옥일수도.

죽음을 그림으로 극복하는 것, 영생을 얻는 것이 아니라 좀 덜 두려워하며 익숙해 지는 것.

화가들도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그림 속 죽음은 무서움보단 고민과 사념을 , 아름다움마저 담고 있다.


죽음의 의인화로 주로 해골들이 등장하는데 상당히 에로틱하다

혹은 꽃들에 둘러싸인 미인들은 죽음보다 그저 유혹하듯 잠든 듯 하다. 죽음을 아름다움으로 몽환과 쉼으로 표현했다. 죽음에 대한 자세들은 세월에 따라 변했고 그런 모습은 그림과 사진에 담겨 있다. 현대에 올수록 죽음에 대해 점점 예의 없어지고 천박해짐을 느낀다. 삶의 끝에 주어지는 쉼에 대한 존중이나 그 삶의 마무리에 대한 존경과 아름다움에 대한 것들은 현실이니 사실이니 하며 삐딱선을 탄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죽음이 쉼이며 아름다움이라거나 몽환적이란 면이 있다면, 또 어느 한켠앤 가장 어둡고 오열하며 인간 본성이 드러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죽은 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없다. 사람들은 망자를 물건 취급하며 그 앞에서 떠들어 댄다. 혹은 늙고 가난한 죽음앞엔 숭고함은 없다. 그 죽음엔 가난의 찌듦이 낱낱히 드러난다. 그런 죽음들의 다양한 모습과 감정들을 화가는 어떨 때는 안타까움으로 어떨때는 존경이나 아름다움으로 어떨 땐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나 혐오로 담았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듯 애도의 눈빛으로 그린 이도, 오로지 객관적인 눈으로 그린 이도 혹은 동정을 또는 안타까움의 화가 각자가 가슴에 달린 눈으로 그려내면, 보는 이들 또한 화가들의 눈으로 그림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림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수십페이지의 구구절절한 글귀보다 그림 속 두 개의 눈동자가 혹은 희미한 미소가 가슴을 뒤흔든다. (물론 한 문장만으로도 전율이 좌르르 오는 책들도 많지만 )

장식성 짙은 클림트는 죽음에게도 장신구를 달았다. 수많은 색들의 만개와 해골마저 화려한 옷을 떨쳐 입었다

누구도 울지 않고 슬퍼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수 많은 색들 속에 한켠엔 죽음이 다른 옆 칸엔 삶이 흘러간다. 어쩌면 이것이 인생이지.

텅 빈 영혼의 빈집 해골은 바니타스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사람들 앞에서 앙상한 뼈들을 드러내며 춤을 추기도 하고, 죽음앞에 한없이 약한 인간들이, 한 치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무언가에 집착해 현재를 허비하는 모습들을 비웃는다. 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무도, 해골들과 병자들과 다양한 계층들이 춤을 추며 죽음의 길로 가는 모습은 흡사 축제긴 한데 으스스한 할로윈의 날같다. 한스 홀바인의 죽음의 무도 시리즈는 누구나 평등하게 죽어나가던 중세 흑사병시대의 암울함이 담겨 있다.


죽음에 관한 명화와 그 명화의 작가 소개, 죽음과 관련된 책과 영화들도 실려있다. 챕터마다 마지막엔 스스로에게 죽음에 대해 묵는 질문도 수록되어 있다.

​헛되고 헛되다. 그럼에도 우린 살아간다 . 종착역은 삶을 이어간 후 만나게 됨을 알기에, 어찌 됐든 손은 비었으나 그 죽음의 찰나에 웃음과 행복이 마음 어느 한켠엔 있기를 바란다.그것도 욕심일까. 잘 살다가 웃으며 외롭지 않게 가기를.

( 페르디난디 호들러 가 그린 발랑틴의 머리 푼 모습과 병상모습 죽은 후의 모습, 죽음의 일상성을 보여주는 밀레의 죽음과 나무꾼 ,월터 랭글리의 저녁이 가면 아침이 오지만 가슴은 무너지는구나. 이다)

(아참 오타 167쪽 둘째 줄에 따가라면서~ 따라가면서 )
* 요즘 들어 이런 류의 책들이 많은 것 같다 명화들을 유사주제로 묶어 설명하는 책. 나야 원래 이런 류의 책들을 좋아하니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그림이나 내용이 좀 겹치는 안타까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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