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가난해도 좋고 좀 더 고독해도 좋은데, 끝내 명랑하자”를 삶의 화두이자 목표로 두고 있다
권여선 작가님을 알게 된 건 바로 이 문구덕분이다
가난이 두려운 시대를 살면서, 노력해도 바닥이 드러나는 밑천에. 혹은 누군가의 일확천금같은 이야기에 나락으로 빠지기도 하고 동굴에 숨기도 한다. 낙천적이 되기란 힘들 뿐더러, 명랑하려 해도 속없는 어른이란 소릴듣기 일쑤다.
그 때 작가의 이 말은 아, 가난해도 명랑해도 되겠지 혹은 내가 살아가는 길의 지침처럼 되었다.
한 번쯤 우울할 때면 권여선 작가님의 책들을 읽어본다.
책에 묻어나는 권주가와 말없이 건네는 소주잔이 많은 것을 공감하는 옛친구마냥 낯설지 않다.
1.레몬
해언의 죽음 이후 달라진 주변인물들의 삶을 참 유려하고 깔끔한 문체와 묘사, 생각할 거리가 많은 대사들로 채워진 중편쯤 되는 소설이다. 누군가는 과대평가된 소설가라며 이 정도의 글과 문체는 뭐 그리 찬양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평가글을 보기도 했지만. 글 또한 내 맘에 들어오면 그것으로 좋은 게 아닌가. 거울처럼 나를 비추는 듯 보여지는 글들을 발견하게 되거나, 나랑 닮지 않은 인물들에서 묘하게 공감가는 대사와 행동이 오래도록 남기도 한다. 소설도 그렇다. 통째로 기억하지 못해도, 그 순간에 좋았어, 아 뭔가 툭하고 내 맘에 와 닿는 그 느낌만 기억하면 되지 않을까.
마음 가는데로 이리저리 써내려간 듯한 인물들이 실제로는 작가의 영혼같은 것. 대충 써 낸 것 같지만 본인의 삶 베어내어 긴긴 동짓달 우리에게 속살거리는 것, 그게 내게는 좋은 소설이다 ( 황진이처럼 님에게 내어주면 더 좋겠지만 ㅎㅎ)
<안녕 주정뱅이>
봄날은 짧고 여운은 길다. 봄밤은 어떨까. 매번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리고 길도 잃어버리고 다른 문을 열어대는 영경은 기억조차 놓아버린다. 그 기억속에 떠오르는 수환을 수환이라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그리움에 한참을 운다.
수혁같은 존재도 그 어떤 봄날의 기억도 바싹 말라 외롭게 살다 간, 한달에 35만원이면 충분했던 이모이야기, 일상 속 친밀함 속에 섞인 적의와 불쾌함, 커피잔에 소주를 마시며 만난 내게만 보였던 남자, 일상에서 지독하게 잃어버리고 절제하며 살아가는 삶. 문체마저 납닥납작하게 눌려진 듯, 답답함 속에 흘러내리고 스며드는 술기운, 그래서 제목이 안녕 주정뱅이 인가보다. 안녕하지 못해 술을 마시고, 술을 마셔 안녕하지 못한 주정뱅이.
자신들이 버리고 떠났다 믿지만, 실제론 자신을 버리고 온 이들과 버림받은 이들이 그런 자신을 찾는 이야기
<아직 멀었다는 말>
딸아이와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모르는 아빠와 사실은아빠가 그리운 딸.
집을 나간 엄마와 똑같은 방법으로 집을 나간, 빚이 2500만원인 소희, 매번 계산을 하고 빚을 갚을 궁리를 하며 휴대폰가게의 무료사탕을 오도독 깨무는, 사무치게 언니가 그립고 삶이 막막한 이십대, 빚을 갚고나면 서른이 훌쩍, 아니 보증금이며 월세가 늘어나고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어쩌면 영영 못 갚을지도 모르는 빚에 갇혀 있다.
삶의 처절함과 슬픔 이면엔 부당함이 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들이 당하는 시련과 고통의 뒤엔 그들에게 행하는 부당함이 있고, 그렇기에 슬픔과 함께 분노와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슬프고 분노하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달라지는 느낌, 연민과 분노 속에 책 속 단편처럼 나만의 말을 만들어가며 굳건하게 다져지리라, 무엇이 가도 또 다른 무언가는 남음을 기억하게 된다
작가님의 말조차 소설과 한결을 이룬다
1.레몬 2.와 3 안녕 주정뱅이 4.아직 멀었다는 말 5.작가님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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