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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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는 계수나무가 있어. 그 밑에서 토끼들이 허벌나게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 악독한 항아란 여신이 자신을 위한 묘약을 만들라고 채찍질하고 있거든. 헉. 토끼들에겐 노동법이 없는 거야? 불쌍한 토끼들, 차라리 플레이보이지의 토끼들이 나을까? 뭐라는거야 성상품화와 과도한 다이어트로 그쪽 토끼들도 힘들다고. 어린 시절 순순하게만 봤던 달을, 20대 땐 소주 한잔하고 친구들과 썰렁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지금은 얌전하게 달을 보며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소원을 빌곤 한다. 항아만큼 나이가 들어서일까. 젊음의 묘약이 절실한 건 아닌데.



다행히 달엔 토끼도 항아도 없다. 앞 뒤 두루두루 열심히 미국아저씨들이 가서 살폈지만 역시나, 그 곳은 그저 커다란 분화구들이 있을 뿐. 화성에 있다는 얼음도 물도 무언가 특별한 것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양한 천연자원들로 혹여 달에서 채취한 콜탄 등으로 휴대폰을 만들지도, 그럼 내 휴대폰의 재료원산지는 달나라가 되는 걸까.



심재경작가님은 목성의 위성인 타이탄을 연구하다가, 우연한 기회로 달을 관측하게 되었다. 달 표면의 토지에 대해, 북쪽과 남쪽은 태양에너지로, 서쪽과 동쪽은 자기장의 영향으로 노화등이 다르다는 내용으로 논문을 썼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달전문 과학자로 네이처지에 소개되었다.


아이 친구 중 한 명이 천문학자가 꿈이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천문관련 학과에 간다니까 처음 들은 말이.

“왜? 성적 아깝게.”

이게 아마 현실일거다. 돈도 명예도 그 무엇도 되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현실적 조언은 나름 모범생인 그 아이에게 진심담긴 애정이었을 거다. 그렇지만 그 아이는 결국 본인이 원하는 과로 갔단다. 누가 그러더라. 나이가 들수록 돈이 최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것만이 다는 아니라는 것도 또 진실이다. 돈보다 명예보다 세속적인 것보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택하는 용기도, 현실에 맞춰 택하는 용기도 모두 응원하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좌절하지 않고, 굳이 커다란 상이나 명예가 아니더라도 묵묵히 성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 그냥 삶이 아닐까. 이 책이 바로 그렇게 거창한 의미도 목적도 아니라, 주어졌고 그 주어진 길을 성실히 걷고 있는 과학자의 이야기다. 어떻게 하다 보니 천문학자 그것도 행성을 연구하게 되었고, 그 중 달을 연구하며 매번 계약기간이 갱신되길 바라는 임시직 과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는 별을 이야기하면서, 삶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소중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과학자로서의 모습, 엄마로서의 모습, 임시직으로서의 모습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며 부딪치는 일들과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느끼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어렵지 않게 천문학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해 준다.

특히 제자들의 메일에 진심을 담아 답장을 쓰고, 천문학이니 우주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 가지길 바라며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들은 배울 점들이다.

무엇을 바라는 것도, 거창한 준비나 목적도 아니라, 어떻게 하다보니 이 골목에 서게 되었고, 내 몫이 이 길을 걷는 거라면, 이왕 걷는 길 성실하게 주변을 치워가며 그리고 주변을 사랑해 가며 소중히 보듬어 가며, 또 다른 길을 걷게 되더라도 지금 이 길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저 성실하고 또 성실하게 가는 길.

작가가 보여주는 삶의 자세는 내가 가는 길에 대해 거창하게 설명하려 하거나 무언가 불만을 표하는 내 모습이 그저 변명이었음을, 허영이었음을 잠시 깨닫게 한다. 곧 있음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가겠지만...짧은 각성은 슬픈 일이다. 작심삼일처럼.



작가님의 말처럼 우린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지구에서 비록 가진 것이 없어도 공짜로 주어진 이 여행을 즐겨보자.



2024년 미국의 달 탐사선은 달로 여행을 갈 때, BTS의 노래를 들으며 간다고 한다.(선곡된 노래들 중에 BTS가 있다고 한다.) 내가 달에 가게 된다면 어떤 음악들을 담아 가게 될지 괜히 막 혼자 설레며 곡을 선별중이다.



(이 책에선 유니버스와 코스모스와 스페이스의 차이점이나 ~ 유니버스는 우주 그 자체, 코스모는 질서와 조화 측면에서의 우주, 스페이스는 공간으로서의 우주~ 작은 곰자리의 별에 한라와 백두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 등 재미있는 지식들도 소개하고 있다.)

내가 고요히 머무는 가운데 지구는 휙, 휙, 빠르게 돈다.
한 시간에 15도, 그것은 절대로 멈춰 있지 않는 속도다. 별이 움직이는 것이 느껴져 눈을 휘둥그레 떴던 밤을 기억한다. 밤도 흐르는데, 계절도 흐르겠지. 나도 이렇게 매 순간살아 움직이며, 인생을 따라 한없이 흘러가겠지. 내가 잠시멈칫하는 사이에도 밤은 흐르고 계절은 지나간다. 견디기힘든 삶의 파도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는 물 아래 납작 엎드려 버티고 버텼던 내 몸을 달래며, 적도의 해변에 앉아 커피 한잔 놓고 눈멀도록 바다만 바라보고 싶다. 한낮의열기가 다 사위고 나면, 여름밤의 돌고래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이다. 가만히 있어도 우리는 아주 빠르게 나아가는 중이라고, 잠시 멈췄대도, 다 괜찮다고.

2024년 다시 달로 향할 미국의 우주비행사는 BTS를 들으며 우주를 항해할 예정이다. 우주에서 그들이 떠나온 지구를, 그 안에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 모두를 돌아볼 것이다.
지구 밖으로 나간 우주비행사처럼 우리 역시 지구라는 최고로 멋진 우주선에 올라탄 여행자들이다. 어쩌면 그래서우리의 생이 그토록 찬란한 것일까. 여행길에서 만나면 무엇이든 다 아름다워 보이니까. 손에 무엇 하나 쥔 게 없어도콧노래가 흘러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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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06 23: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럼 천문학자는 별 안보고 달을 보는건가요? 아 진짜로 뭘 보는지 궁금해서요. ^^
정재승씨가 그랬는데요. 세상에 최고 천재가 제일 많이 모인 곳이 천문학계라고요. 왠만한 천재는 명함도 못내민대요. 그런데 그 선생님은 천문학과에 가겠다는 기특한 학생한테 왜 그러셨대요. 너무하네요. ㅠ.ㅠ

mini74 2021-03-06 23:39   좋아요 4 | URL
별을 엄격히 정의하면 빛을 내야 하니 그럼 주변에 별은 태양뿐.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항성 행성 위성 모두 관찰하다고 하네요~지구는 행성, 달은 위성, 태양은 항성이며 좁은 의미의 별. 넓은 의미론 모두 별. 작가님은 행성을 관측하는 천문학자 교수님밑에서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별을 보기도 하지만 주로 인공위성 등이 보내오는 사진들과 결과들을 컴으로 보는 일이 더 많다고 하네요.

바람돌이 2021-03-06 23:49   좋아요 2 | URL
아하!! 기술의 시대. 저 지금 진리의 발견 보고 있는데 이 책에 망원경으로 별보는 얘기 자꾸 자꾸 나와요. 하지만 지금은 인공위성이 있군요. 기술의 발전이 학문을 연구하는 방법도 다르게 하네요. 전 지금도 천문학자 하면 망원경밖에 생각안나는데 말이죠. ^^

mini74 2021-03-06 23:51   좋아요 2 | URL
저도 망원경 생각만 ㅎㅎ 막 목 아프게 하늘보고. 진리의 발견 저도 읽고 싶네요 ㅎㅎ 편안한 밤 보내세요 *^^*

scott 2021-03-07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요저!
망원경으로 별보는 1人
생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 보여요 ɾ⚈▿⚈ɹ

붕붕툐툐 2021-03-07 0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4년 달 탐사선 곡목을 벌써 정한거 웃겨요~ 저희 아부지도 천문학과 츨신인데 직업은 수학교사셨어요..ㅋㅋㅋㅋㅋ
지구 우주선에 탑승해 있다는 거 새로운 시각이라 좋네요. 지구 우주선 승차감 최고예요~ㅎㅎ

psyche 2021-03-08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방탄 이야기에 눈이 번쩍. 방탄의 노래가 세곡이나 들어갔답니다. (RM 곡 한개 포함) ㅎㅎㅎ
 

3월이면 아무래도 아이들과 독립운동 관련 이야기들을 나누게 됩니다. 그래서 3월에 읽으면 좋을 책을 소개합니다. 간송전형필, 경주 최씨 부자이야기입니다. 전형필선생님의 일대기를 읽고,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수많은 소중한 문화재들을 보면 우리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경주최씨부자의 가훈과 활약상을 읽고 간단하게 북아트도 만들고, 그리고 독립운동가들의 업적과 캐리커쳐를 통해 초간단 독후활동도 해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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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3-05 2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책도 대박, 독후 활동도 대박👍

바람돌이 2021-03-05 23: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들과 즐거운 독후활동.... 아 옛날에 저거 많이 했는데하며 추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이제는 우리집 애들이 다 커서 저거 안해도 돼서 저는 너무 좋아요. 역시 책은 애들과 같이 읽는거말고 제 책 저 혼자 읽는게 더 좋습니다. ㅎㄹ

mini74 2021-03-05 23:57   좋아요 3 | URL
맞아요. 각자 조용히 읽는 걸로. 서로의 책도 지켜주는 걸로 ㅎㅎ

scott 2021-03-06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캐릭터도 만드는 북아트를 미니님 진정한 독서人! 전 감명깊게 읽은 책에 낙서하는 낙서쟁이였는데 ^.^

mini74 2021-03-06 00:22   좋아요 3 | URL
저도 낙서 좋아해요 ㅎㅎ 그래서 제 책 다른 사람들 볼까 부끄럽기도 ㅎㅎ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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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에세이를 많이 읽게 된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아. 친구? 작가들은 알지 못하지만 나만 아는 비밀친구, 에세이 속 작가들의 글을 읽고 있으면 아, 나랑 같은 생각이잖아 그러면 괜시리 학기초 맘에 드는 아이옆에 앉은것처럼 쑥스러운 친근감에 히죽 웃음이 난다.
그런가보다. 친구찾기.
사실 현실에서 누군가를 만나 나를 표현하기란 참 힘들고 상대방도 나도 지루하고 험난한 길이다. 그 길을 젊은 시절엔 그래도 호감 하나로, 혹은 상대가 뱉은 단어 하나로, 손가락 하나를 뻗쳐들고 커피잔을 드는 날 닮은 모습 하나로 열심히 걷고 달리고 그러다 넘어지고 울고 그랬다.
지금은? 상대도 나도 부담스럽다? 혹은 이미 머릿속으로 너무 많이 되풀이해서 정작 입으로 나오지 않는 나에 대한 이야기. 아니면 나란 존재는 이젠 재방송만 틀어대는 철지난 케이블티비같다고나 할까. 자꾸 입을 다물게 되고 뭐 더 이상 무슨 말을 할까 이런 상태가 되고 만다. 그러면서 책에서 길을 걷는다. 책 속에서 나와 닮은 생각과 버릇을 만나면 연필 한자루를 들고 나란히 그 글귀를 따라 같이 걸어본다. 먹색의 구불함과 질감위로 공감이 지나가면 슬쩍 웃기도 한다. 남편은 변태같다고 했다. 우쒸.

작가님의 글들 위로 연필 하나 의지해 걷다보면 그렇게 나만의 비밀친구 하나를 마련하게 된다. 그런데!! 작가님도 그렇단다. 닮은 이를 만나면 몰래 우정을 쌓는단다. 당사자인 작가도 몰래. 몰래한 사랑, 몰래 한 우정이 원래 더 짜릿하다. ㅎ

빵을 만드는 과정과 글을 쓰는 일의 자연스런 연결고리, 소설과 어울리거나 언급되는 빵이야기, 제빵을 하는 이유와 소소한 이야기들이 길 가에서 우연히 주운 유리구슬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어린 시절 나를 무섭게 만드는 것은 비현실의 세계였다. 귀신이나 지옥처럼, 누구도 명료하게 그 존재에 대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너무나 명료한 것들이 더 두려울 때가 있다. 이를테면 칼로 벤 자국처럼 선명한 말이나 확신에 찬 주장 같은 것들. 자신이 틀렸을 수도 있음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상한 신념들.
지나치게 눈부신 빛 속에 서 있다는 생각에 갑작스럽게 현기증이 나고 두려워지면, 언젠가부터 나는 기꺼이 어스름 쪽으로 눈을 돌린다. 창가에 어린 입김과 계절과 계절 사이의 바람 냄새, 새벽에 내리는 첫눈과 말이 되지 못한 채 기척으로만 존재하는 마음 쪽으로, 붙잡으려는 순간 사라짐으로써만 존재하는 어떤 것들이 지닌 아름다움을 나는 무척 사랑한다.

소설가로서 나는 언제나 서사의 매끄럽지 않은 부분, 커다란 구멍으로 남아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마음을주는 사람이다. 소설에서도, 그리고 인생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은 그런 지점들이 아닐까? 우리는 삶과 세계를 하나의 매끄럽고 완결된 서사로 재구성하려 애써 노력하지만, 사실은 끝끝내 하나가 될 수 없는단편적인 서사들을 성글게 엮으며 살아갈 뿐이니까. 그리고 바로 거기, 언어로 설명할 수 없고 때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도 없는, 서사와 서사 사이의 결락 지점. 그런지점이야말로 문학적인 것의 자리일 거라고 나는 믿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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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04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읽고 싶은 에세이가 안보이더라구요ㅜㅜ 리뷰 보니까 읽고싶어지네요. 전 주위에서 책 줄치면서 읽고 있으면 수험생이냐고 그러던데 ㅎ

mini74 2021-03-04 21:58   좋아요 2 | URL
ㅎㅎ저도 그런 말 들어요. 공부하냐 뭐 이러면서. 지금은 <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읽고 있는데. 요즘은 이공계 자연계 분들도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1-03-04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을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하셨는지~~
글쓰기가 점점 두려워집니다^^

mini74 2021-03-04 22:42   좋아요 1 | URL
헉. 무슨 그런 말씀을. 저 페넬로페님 팬인데요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scott 2021-03-04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나만 아는 비밀친구! 나 대신 내얘기를 해주는 미니님 친구가 백수린 작가의 에세이였다니 전 빵 만든는것만 잔뜩 관심있었는데 ^ㅎ^

mini74 2021-03-04 23:04   좋아요 1 | URL
전 빵 먹는 것에 더 관심이 ㅎㅎ. 빵순이랍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3-05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세이는 조금 더 직접적인 자기 얘기를 해서 그런지 mini74님 말씀대로 진짜 잘맞아서 너무 좋은 친구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작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외는 전혀 안 맞는 경우가 더 많고요. 나만 아는 비밀 친구란 표현이 정말 좋네요. ^^

mini74 2021-03-05 15:52   좋아요 0 | URL
저 어릴 적엔 탐크루즈한테 사랑한다고 편지를 썼는데 커서는 작가님께 가끔 아주 가끔 편지를 쓸 때도 있어요 ㅎㅎ 차이라면 탐크루즈한테는 편지를 기어이 보냈고 답장을 못 받았고 ! ㅎㅎㅎ 주책이지요. *^^*
 

평점을 줄 때면 고민이 시작된다. 좋은 책이라면 상관없지만, 별점 반개도 아까운 책을 만나면?
고민이 시작된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악평을?
내 마음이 그런걸 ㅠ
나는 이 따위 글도 못 쓰면서?
내 마음이 그런걸
내 별점으로 작가가 상처받아서 절필하면?
출판사가 망하면?
책 한권에 몇명의 사람들이 사명감을 갖고 일할텐데.
나때문에 좌절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이 재산이라면 최소 빌 게이츠쯤은 됐을 나.
오늘도 읽은 책들의 별점을 놓고 고민하다가 슬며시 타협을 한다. 세개쯤이면 상처를 받지 않겠지? 아니야, 세 개는 너무 많아. 결국 쓰지 않기로. ㅎㅎ
북플친구들도 이런 고민을 할까 궁금해지는 밤. 한 권의 책을 읽고 소심함에 별도 버리고, 서평도 지워본다.
( 듄 시리즈는 전혀 위의 내용과 상관없음을 밝힙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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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thermomnt 2021-03-03 22: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식배달앱을 사용할 때도 종종 같은 고민을 해요 🤔

mini74 2021-03-03 22:26   좋아요 3 | URL
맞아요. 배달앱도ㅠㅠ 인생은 고민과 고행의 연속이 맞나봅니다 *^^*

바람돌이 2021-03-03 2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예 별점 3개쯤부터는 리뷰는 안쓰는걸로.... 내가 뭐라고 남이 힘들게 쓴 책에 욕을 하리오 싶기도 하고 그렇죠.
뭐 3개도 아까운 책은 보다가 집어던져버리니까 상관없는데 3개와 4개 사이가 애매하더라고요. ㅎㅎ 그래서 알라딘에 별점 반개도 넣을 수 있음 좋겠어요. 3개반 4개반 이런식으로....

mini74 2021-03-03 22:42   좋아요 2 | URL
반점 좋네요 ㅎㅎ
읽다보면 애매한 책이 있지요 *^^*

scott 2021-03-03 22: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아예 별 다섯이 안되는건 리뷰로 안써여 손꾸락 아낄려고 ^ㅎ^

바람돌이 2021-03-03 22:40   좋아요 4 | URL
하지만 5개를 다 줄만한 책은 또 그렇게 많지가 않아요. ㅎㅎ

mini74 2021-03-03 23:04   좋아요 3 | URL
scott님 손꾸락은 소중하니까 ㅎㅎ *^^*

페넬로페 2021-03-03 2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mini님의 생각에 완전 공감이예요~~
별점을 나쁘게 주었을때의 고민도 있지만
혹시 별 다섯개를 제가 주어서 다른 분이 그 책을 샀는데 읽어보니 별로 안좋으면 어쩌나하는 생각도 해봐요~~

mini74 2021-03-03 22:50   좋아요 3 | URL
맞아요. 내 글에 누군가는 낚였다 ㅠㅠ이렇게 생각할까봐 그 걱정도 하지요. 걱정이 복리로 늘어나는 느낌입니다 ㅎㅎ

han22598 2021-03-03 23: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착하시다. 별점 주는 것에 이런 깊은 고민을 하시다니...그동안 그러지 못했던 저 반성하고 갑니다.

mini74 2021-03-03 23:10   좋아요 2 | URL
ㅎㅎ 착하지 않사옵니다 ㅎㅎ 소심할뿐이지요 ㅎㅎ반성 거두십시오 ㅎㅎ 편한 밤 보내세요 ~

새파랑 2021-03-03 23: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읽기전에 실패 확률을 줄이기 위해 일단 평점 보고 시작하는데 ㅎ 일단 mini74님의 별 다섯개 책은 무조건 읽어봐도 되는거네요 ㅎ

mini74 2021-03-03 23:23   좋아요 3 | URL
헉. 새파랑님 맘에 안들 수도 있어요 ㅠㅠ 남들이 별로라는 요상한 책을 좋아하기도 해서요 ㅎㅎㅎ 믿지마세요 *^^*

붕붕툐툐 2021-03-03 23: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어떤 책인지 궁금해요~ 세심히 신경쓰시니 미니님은 좋은 사람~😍

mini74 2021-03-04 07:56   좋아요 2 | URL
툐툐님은 더 좋은 사람*^^* 오늘도 무사히 *^^*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

bookholic 2021-03-04 0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mini74님과 비슷한 이유로 평점 유보하고 싶은 경우가 있는데 알라딘에 리뷰를 쓸 때는 평점을 필수로 주어야 해서...
페이퍼에 써야 하나? 이런 고민까지 하기도^^

mini74 2021-03-04 07:55   좋아요 3 | URL
아 맞아요 페이퍼엔 별점을 안 줘도 되니까 ㅎ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bookholic님 *^^*

미미 2021-03-04 09: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걱정이 재산이라면 저도 이재용부럽지 않을텐데 말이죠!
별점이 뭐길래~어떤 책은 감히 내가 이 책에 별점을?이런 생각도 들고요. 2개 이하는 드문데 제가 아주 화가난 거예요ㅋㅋㅋㅋ

mini74 2021-03-04 11:49   좋아요 2 | URL
제가 걱정은 더 부자인걸로. ㅎㅎㅎ

marine 2021-03-04 1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본 수준이 된다 별 3개, 거의 다 이렇습니다.
이 책은 책으로서 기본 수준이 안 된다, 2점 - 드물어요.
정말 잘 쓰여진 책이다, 감동이다 5점 - 드물어요.

mini74 2021-03-04 11:50   좋아요 2 | URL
5개는 정말 드물어요 *^^* 북플친구님들 책에서 5개를 보면 막 설레요. 사야할 것 같고 ㅎㅎ
 
나의 아가, 나의 악마
조예 스테이지 지음, 이수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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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나쁘다. 아니 감정이 상하고 감정이 아프다.
아동학대와 방임은 되물림되는 것일까.
사이코패스, 폭력성, 자식에 대한 한계, 부모로서의 한계.
가장 편한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대상과 삶을 일구어야 할 가정ㅏ이 지옥이 된다. 무방비상태로 아이의 고문과 교묘한 괴롭힘 속에서 모성애에 대한 죄책감까지 겪는다면 그 곳은 지옥이 아닐까
다섯째 아이, 캐빈에 대하여 와 비슷한 점이 많다. 엄마가 그리 원하지 않았고 힘든 상태에서의 그리고 불안정한 상태에서 낳은 아이, 그래서 괴팍해지고 망가지는 아이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다. 그렇지만 한계상황 또한 쉽게 온다. 멀어져야만 사랑하고 보호할 수 있다
이 책은 해나란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겪는 공포와 불쾌감이 굉장히 잘 묘사되어 있다. 해나 엄마 또한 장애를 겪으며 불결함에 대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 임신내내 우울했고, 그 시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엄마의 몸도 마음도 엉망이다. 배속의 아이도 그걸 아는 걸까. 엄마가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걸, 그저 존재만으로도 자신을 사랑하는 걸 아빠뿐임을 해나는 본능적으로 알게 된걸까.
읽고나서 기분도 나쁘고 화가 날 지경.
해나가 착한 아이로 변신에 성공해 집으로 되돌아 온다면? 결국 캐빈의 결말이 될까. 아니면 교묘하게 엄마를 몰락시키고 피해자의 얼굴을 하게 될까. 후속편이 나온다면 더 불쾌하고 무서울 것 같다. 작가가 글을 쓴 의도는 무엇일까 고민하게 된다. <캐빈에 대하여>나 < 다섯째 아이>에서 느낀 막막함과 깊이는 잘 모르겠다.
( 읽다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남편이 미워보인다. 혼자 쏙 빠져 예뻐하기만 하면 되는 위치의 아빠. 중증 장애에 힘든 일들을 겪은 아내는 목숨을 걸고 우울속에서 해산을 하고,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고 먹이고 지친다. 도와주는 가정적 남편의 모습이지만 정상적이지 못한 아이를 엄마가 ,그것도 본인몸과 마음의 상처가 큰 엄마가 감당하기엔 벅차다못해 도망가고 싶게포기하고 싶게 만든다 . 해나는 책 속에서 엄마의 이빨을 못 참아한다. 어른의 큰 이가 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원제가 유치인가싶다)


책 속

1.엄마는 모성애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에 자꾸 실패하고 있었다. 엄마가 아무리 실패를 해도, 해나는 만회의 기회를 주려 애썼다. 모녀의 전쟁놀이에 규칙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누가 이 게임을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났다.
2. 아빠조차 더 이상 해나를 원하지 않았다. 엄마는 결국 최고로 강한 마녀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도 해나에게 불을 놓았다. 눈물이 용암처럼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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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1-03-03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캐빈에 대하여>는 누가 문제인지, 모두의 문제인지, 그 누구의 문제도 아닌지 여전히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궁금한 걸 보면 그 만큼 잘 만든 영화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