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 - SF 소설가가 그리는 미래과학 세상
곽재식 지음 / 다른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기 초에 매번 있는 행사들, 그 중 대표적인 게 아마 과학의 날일 것이다. 물 로켓 만들기, 과학상상화 그리기, 과학 글짓기 및 독후감.

주로 이런 행사가 싫은 아이들은, 대충 하늘을 나는 자동차 한 대 그리곤 엎드려서 자거나, 친구들 그림을 보면서 시간을 때우곤 한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혹은 손목에 차고 다니는 전화기, 우주버스, 화성에 사는 사람들...... 그땐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과학 기술이 이젠 실현가능성을 떠나 실험 운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놀라곤 한다.

미국의 한 회사가 닭고기를 인공배양해서 싱가포르에서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의 디지스트 학생들이 한우의 인공배양에 성공했다고 한다. 3D 프린터로 특정 인체 부위나 고기 등을 배양하는 것도 가능하며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단다. 몇 년 전만 해도 3D프린터로 기껏 플라스틱 열쇠고리를 만드니 마니 하더니 이젠 어엿하게 인체를 대체하고 인공육을 만들어낸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가까운 미래의 상점들에서 파는 물건들을 예로 들어, 기술의 발전과 과학의 기초지식 등을 전달한다. 그저 기술의 발전과 지식만이 아니라, 이런 미래에 우리가 잊지말아야 할 윤리 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그래서 초등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어도 좋을 책이다. 아이들이 더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미래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물건들을 팔까?

값비싼 로봇이나 아이언맨 수트가 난무하고, 하늘을 나는 자가용과 달로 가는 우주 버스? 미래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것, 그렇지만 이 미래에는 가난은 빠져 있다.

그래서일까. 작가님이 그려낸 미래의 상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바로 적정기술 관련 내용이다.

미래엔 더욱 기술과 정보의 격차가 바로 빈부의 격차가 되지 않을까.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IT교육을 받고, 다양한 기기를 접해본 아이들과 가난과 빈곤속에서 제대로 컴퓨터도 접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커서 맞이하게 될 세상은 너무 다를 것이다.

이미 우주와 관련해선 기술격차와 빈부격차가 너무나 크다. 결국 우주에 갈 수 있는 기술과 돈이 있어야 우주에 대해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비싸고 좋은 기기뿐만 아니라, 뛰어난 미래기술을 이용해 아주 값싼 컴퓨터와 기기들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보기 좋고 훌륭하고 다양한 기술을 가진 뽀대나는 기기가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기본적인 기술만 담겨있더라고 충분히 학습할 수 있는 가격이 싼 컴퓨터 한 대가 더 절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적정기술로 만들어 낸 XO컴퓨터 등이 계속 발전해야 되는 이유이다.

수많은 기기들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미래이니 당연히 배터리가 중요하다. 입고 다니는 배터리도 팔지만, 미래에는 모든 배터리들이 규격화되어 있다. 그래서 수 많은 회사들이 더 나은 더 싼 그러나 성능은 좋은 배터리들을 만들려 노력한다.

그리고 “엘리자” 미국이 1960년대에 만든 대화형로봇이다. 의외로 간단한 이 로봇에 사람들은 속깊은 비밀이야기를 더 쉽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미래에는 학습하고 배우는 그리고 인성함양에 도움이 되는 대화형 로봇, 혹은 각자가 결여된 부분을 복돋을 수 있는 대화형 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한다. 자존감이 낮은 이들을 위해 자존감을 세워주는 대화를 하는 로봇?

또한 특정기능을 가진 로봇이 아닌, 스스로 학습하고 배우는 로봇이 보편화되어, 주인이 어떤 행동을 보이면 따라하는 양산형 로봇이 나온다고 한다. 가르치면 따라하는 로봇, 우리나라의 어렵다는 무형문화재들도 로봇이 전수 할 것이라고 한다. 살풀이춤의 그 한을 로봇이 표현할 수 있을까.

얼마 전에 읽은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의 주인공,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가 생각난다.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해서 더 나은 로봇이 되려 하던 클라라. 미래에는 클라라와 함께 성장하고 같이 배우며 크는 아이들이 생기겠지? 어릴 적 가장 친한 친구가 클라라라. 책 속 내용을 보면 싫진 않지만 그래도 왠지 우울해지는 건, 친구란 모름지기 동네 골목에서 해 질 때까지 뛰어놀거나, 절대 발설할 수 없는 바보짓을 같이 하며 자라는 게 맞지 않나 싶어서다. 인공지능로봇과 바보 같은 짓을 할 순 없지 않을까.



나노기술로 바닷물의 짠기를 걸러내거나, 모듈화 건축으로 싸게 집을 짓는 등의 미래 모습.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요즘은 지구온난화란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온난화란 말이 긍정적으로 들려서란다. 실 예로 한 기후변화단체가 가로수에 바나나를 매달아 놓고, 앞으로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어쩌면 가로수가 바나나가 될 수 있다는 퍼포먼스를 한 적이 있는데, 반응이 그거 참 좋은데? 였다고 한다. 미래에는 녹색건축과 이산화탄소포집저장기술 등으로 기후변화를 막아낸다고 한다.



여기 이 미래를 파는 상점의 물건들은 대부분 들어 본 것들이다. 앞으로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된다면, 기후변화도 늦출 수 있고, 정보기술의 빈부격차도 줄일 수 있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여주는 책, 그렇지만 미래에는 미래를 파는 상점과 반대로 미래의 어둠을 파는 상점도 있겠지. 말단소체를 복원해 불법으로 죽지 않는 이들, 예전 영국에서 부자들이 더 특이한 강아지들을 갖기 위해 온갖 편법을 쓴 것처럼 미래엔 유전자 조작으로 특별하고 기이한 동물들을 소유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 부자아이들이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꼴을 보게 되는 걸까. 미안해, 아이야 용은 못 사줘도 좀 작은 밸로시랩터는 어떠니 이럴지도 모른다.

한 대학교수님이 공대생 수업 시작 전에 꼭 과학과 윤리에 대한 질문을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결국 인간이 만드는 과학이기에, 그 속엔 인류애와 엄격한 윤리가 필요하겠지. 미래를 파는 상점엔 냉철하고 정확한 기술로 만들어져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팔려나갈 물건들이 가득 진열되길 바란다.

그렇다고 나노 기술을 모든 상황에서 원하는 대로 마음껏 쓸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정밀한 조작을 하는 데에 전력이 너무많이 소모되거나 다른 귀한 재료를 소모해야 해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제법 정밀한 조작을 할 수 있는 기술을개발했다고 해도 속도가 너무 느려서 실제로 쓰기에는 소용이 없을 때도 많았다.
그렇지만 기술자들은 꾸준히 기술을 가다듬는 데 도전했다.
1980년대에는 탄소 원자 60개를 축구공 모양으로 조립하는 데성공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어마어마하게 작은축구공에 풀러렌fullerene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풀러렌은 지름이0,000001 밀리미터 즉 1나노미터 정도였다. 한편으로 1990년대에는 탄소로 아주 가느다란 빨대 모양을 만드는 기술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빨대는 그 굵기가 0.00001 밀리미터 그러니까 10나노미터 정도가 되는 것도 있었는데, 그래서 이런 빨대 모양을 탄소 나노튜브 carbon nanotube 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적정기술을 향해 나아가는 회사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득을 주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의 필요와환경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미래의 주요 첨단기술업체들은 대체로 이런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꾸준히 사업을 키워 나가고 있다.
여전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교통체증을 싫어하는억만장자들에게 팔겠다고 하는 회사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많은회사가 염소 한 마리 값이면 살 수 있는 저렴하고 작은 전기 경운기를 만들어서 판다. 이런 전기 경운기는 농사를 짓지 못해 식량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팔려 굶주림을 없애고 있다.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는 아름답고 정교한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초라하고 못생겼지만 나무에서 과일을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농가 일손을 도와 경제 발전에세우는 공이 더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남은 그림들 - 파란의 시대를 산 한국 근현대 화가 37인의 작품과 삶
조상인 지음 / 눌와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로로 쳐진 광목천으로 동그랗게 달님이 비친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곳, 낮 동안 해당화를 기다리던 소녀들도 달빛에 마음이 설렌다. 달빛이 비치는 한쪽 벽면, 누군가 덧붙여 발라놓은 화선지들 사이로 손가락으로 찢어 놓은 듯, 여러 갈래 길들이 만들어져 있다. 달빛들이 그 길로 그 길로 뻗어 나가, 누런 바람 거센 바닷가 초가집의 어느 촌로에게 와 닿아 숨길을 만들어 준다.
환기블루라 명칭 된 색으로 빚어진 도자기 속엔 코발트 불루의 통영바다가 찰랑인다.
(책 속에 소개된 작품들이 가득한 방, 로또 열 번 일등해도 모자라겠지? 슬프다,)
 

 

햇살이 비치는 담벼락, 아직 개화하지 못한 대추나무 가지가 죽죽 그림자들을 만들어 내는, 아직은 봄의 시작. 그 초입에 빨간 옷을 입은 소녀와 태평스레 누워 잠든 백구 한 마리.
나른하고 따듯해 보이는 담벼락 그림, 내가 좋아하는 그림 중 하나다. 오지호작가의 <남향집> 원래 처음 제목은 <사양>, 빨간 옷의 소녀는 작가의 둘째 딸이며, 누워 잠든 백구는 작가가 애지중지 하던 풍산개다.
 

일제 강점기엔 예술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왜곡과 친일의 현장에서 기어이 살아남아, 또 다시 분단의 조국 앞에 이념으로 끌려가면서도 작가들은 작품과 예술앞에 부끄럽지 않으려 했다. 그들의 고군분투와 예술에 대한 헌신은 결국 살아남아 멋진 작품들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시대를 앞서간 나혜석의 쓸쓸한 그림들, 문자추상으로 새로운 화풍과 아름다운 청자빛 푸름을 보여준 남관.
마치 프랑스 혁명의 들라크루아 그림처럼, 환희와 기쁨 그리고 두려움도 교차되는 이쾌대의 <해방고지>, 서양화풍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그려낸, 그러나 월북작가란 딱지로 우리에게 꽤나 긴 세월 잊힌 화가.
과감히 프랑스로 가 <오작교> 등 동양적 사고를 접목시켜 성공한 이성자화가.
구상과 추상의 조화를 주장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김흥수 화가.
일본을 통해 받아들인 인상주의 화풍을, 우리 것 화 시킨 오지호 화가.
 

일본은 우리그림에 향토색을 강조했다. 붉은 산과 황토, 나무라곤 찾기 어려운 불모지 같은 조선의 모습을 통해 미개함을 강조하려 했다. 고갱의 타히티처럼 조선의 원시성과 미개함을 강조해 자신들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려 한 것, 그런 향토색에 생명과 태양 같은 강인함을 불어넣어 일본의 허를 찌른 이인성화가.
누런바람과 초가집과 바다를 통해 순수한 제주도를 그려낸 변시지 화가.
동양화적 기법의 점묘그림을 그린 이대원 화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시대를 사는 정신을 배워야 한다는 변관식화가.
깨진 유리를 복원해 작품을 만든 곽인식화가
 

근현대작가에 대해서는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인 이유로 폄하되고 고초를 겪으며, 의도적으로 잊힌 화가들도 많다.
일제의 감시 속에서도 자유를 그리며, 피난의 고달픔과 이별 속에서도 그 아픔까지 승화하며, 정치적 도구가 되길 거부하고 붓을 든다. 그들이 그리는 것은, 자유뿐만이 아니다. 이응노의 군상에서 수많은 풀잎같은 민중들의 자유로움을 위해, 이쾌대 그림 속 자유를 갈망하던 이들을 위해 혹은 늦은 밤, 지친 이들을 위로하며, 혹은 저 높은 산과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말해 주고자 붓을 든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위로받는다. 그렇게 용기를 얻고 또 힘을 낸다.
( 아래 그림은 순서대로 이성자, 오지호, 이인성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4-09 18: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에 관한 책은 미니님~♡ 저도 찜했어요! 일제강점기에 핍박 속에서도 굽히지 않는 예술에 대한 열정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mini74 2021-04-09 18:26   좋아요 4 | URL
그리는 것이 삶 자체인 분들 같아요 *^^*제가 세끼 꼭 챙겨먹음에 대한 열정? ㅎㅎ 죽음도 두렵지 않고. 모든 걸 버리는 것도 가능한 열정이 무엇일지 저도 느껴보지 못해서 궁금합니다 *^^*

나탈리 2021-04-09 20: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요즘 덕수궁현대미술관에서 문학과 미술이 만났을때라는 전시를 하는데, 뭔가 이 책과 한국 근현대미술과 연관되는 괜찮은 전시여서 살짝 추천드리고 가요 ㅎㅎㅎ🥰🥰

mini74 2021-04-09 21:50   좋아요 4 | URL
우와 감사합니다~~

scott 2021-04-09 2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한국 근현대 미술 색감 구도 인물 표정이 이리도 푸근하게 느껴지다니,,,
한국 근현대 미술 전시를 자주 열면 좋겠어요.

환기 블루 ~통영 코발트 블루!!
미니님 표현력 짱!!(૭ ᐕ)૭

붕붕툐툐 2021-04-09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 그림 담당 미니님! 올려주신 그림들 다 너무 좋아요~ 책 제목이 살아남은 그림 들이라니 넘 있어보이고, 실제로도 의런 의미를 담고 있네요!
 
봄눈 풍요의 바다 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윤상인 외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에 오는 눈, 금방 녹아내리는 눈이다.

봄이 온 듯 마음 놓고 있던 이들에게, 불시에 내리는 차가운 눈이지만, 봄에 내리는 눈은 오히려 포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결국 봄 햇살에 금방 녹아버리고, 녹아버린 것마저 증발해 버린다. 누군가의 입으로 전해지지 않으면 봄눈이 온 줄도 모를 일이다.

마쓰가에 기요아키, 눈물을 머금은 듯한 긴 속눈썹의 미남자, 남자가 아닌 소년의 모습과 변덕으로, 온갖 무용함 속에서 오로지 아름다움과 고귀함에 마음을 두는 이제 곧 20살이 될, 바람처럼 나부끼는 깃발처럼 감정대로만 살아가는 인물이다.

아야쿠라 사토코, 아름다운 선으로 만들어진, 봄눈 같다 생각했지만 의외의 강단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기요아키는 아름답지 않음에 대해 불결해하고, 고귀함과 나른함, 핏 속에 흐르는 귀족의 오만함을 보여주며, 그런 것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묘한 끌림을 통해 주변인들을 모독하며 무의미한 나날들을 보낸다. 기요아키에게는 어린 시절 잠시 시중을 들었던, 비전하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은 절대적이다. 기요아키가 그저 나를 사랑한다고 자랑삼아 보여줄 법한, 그냥 아름다운 얼굴의 사토코는 왕자비로 발탁되면서, 예전 비전하가 가졌던 우아함과 고귀함을 획득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토코와 기요아키는 선을 넘은 사랑을 하게 된다. 여기에선 좀 더 복잡한 이야기도 숨어 있다. 사토코의 아버지와 기요아키 아버지 사이에서의 열등감과 모멸, 그리고 멸시다. 몰락하는 가문으로 기요아키 아버지의 경제적 도움을 받아야하는 사토코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통해 철저한 위선으로 그 모욕을 되갚으려 했었다. 사토코의 숱 많던 검은 머리카락은 벚꽃처럼 떨어진다. 아름답지만 유난히 짧은 벚꽃, 그리고 그 위에 잠시 봄눈처럼 내려앉았던 기요아키도 녹아 사라진다.



주변의 배경에 대한 아름답고 그린 듯한 묘사는 한 편의 영화 같다. 유럽의 귀족제도를 본 뜬 일본 상류층의 생활상은 겉만 번지르한, 아름다운 진창을 보는 듯하다. 러일전쟁 후, 자본주의와 개혁을 통해 풍요의 바다에 던져진 아이들이 자라 20대가 되었다. 그들에게 제국주의는 천황은 일본은 어떤 의미인가도 생각하게 한다. 러일 전쟁 이후 세대들은 그 전의 세대들과 단절된 듯하지만, 불교의 윤회사상 등을 들며 이어진 세대임을 말한다.

10대의 무모하고 어찌 보면 악의적인 농담 같은 사랑, 그 사랑이 우연일까. 아님 윤회에 의한 되갚음일까. 아니면 앞으로의 일들을 예견하는 것일까. 2부에선 기요아키의 친구 혼다가 어떤 이야기들을 할지 궁금하다.



누가 미시마 유키오의 글을 읽고 이건 미쳤다! 미친 글이다 라고 했다는데 뭘까.

누구나 젊은 시절엔 수 백 가지의 격정과 바람을 가슴에 담고 산다. 미칠 듯 해서 조금씩 바람을 빼면, 그건 또 피식거리며 웃기는 소리를 내며 빠지고 만다. 내가 보기엔 너무 크고 너무 엄청난 것 같지만, 누군가에겐 그저 푸시식 거리는 바람 빼는 소리 같은 것. 그게 청춘 아닐까.

아름다운 미소년, 그리고 아름다운 미소녀, 더 늙기 전에 20살, 가장 빛나던 때에 삶을 던짐으로서 그 아름다움은 완성되는 걸까. 봄날 너무나 급작스레 피어 너무나 또 급작스레 떨어지고 마는 벚꽃처럼, 혹은 봄눈처럼.

(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실제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하는데 시사하는 바가 큰 일화여서인지 여기저기 인용되는 걸 보게 된다 )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4-07 20: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원효대사 해골물‘ㅋㅋ저도 딱 이렇게 표현하는데요ㅋㅋ실화가 아니래요?!! 많이 써먹었어요.😅

mini74 2021-04-07 20:29   좋아요 2 | URL
사후에 만들어진 이야기고, 의상과 같이 당으로 간 행적등도 잘못됐다고 하네요. 예전에 스님께 물어봤더니 사실여부를 떠나 불교에서 중요한 이야기로 가르침을 위해 쓰이니, 진짜냐 아니냐는 중요치 않다고 그러시더라고요 ㅎㅎ

미미 2021-04-07 20:30   좋아요 2 | URL
와~♡미니님! 그 스님의 결론이
정답이네요. 👏👏

페넬로페 2021-04-07 21:00   좋아요 4 | URL
아! 말도 안돼요, ㅎㅎ
그게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니라뇨?
그게 실제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건 누가 말했어요? 저는 왜 그걸 못믿겠죠? ㅋㅋ
평생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이 글에서 그게 중요한게 아닌데~~
미니님 죄송요^^

mini74 2021-04-07 21:08   좋아요 4 | URL
박은봉 선생님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외 다른 책들에도 많이 다뤄졌는데 기억이 ㅠㅠ 이 책 재미있어요 한 번 읽어보세요. 도서관등에 대부분 있더라고요 *^^*

페넬로페 2021-04-07 21:33   좋아요 2 | URL
네^^

mini74 2021-04-07 21:35   좋아요 3 | URL
피널로페님 너무 귀여우세요 ㅎㅎ 저도 처음에 해골물로 쳐맞은듯헌 배신감을 느꼈답니다 ㅎㅎ

scott 2021-04-07 20: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기요아키랑~
둘이서 해골물 얘기 나눔
근데 실제로 마셨던게 아니였던건가여??

지금 궁예랑 원효대사 배우랑 헷갈리고 있음 ㅎㅎ


라로 2021-04-08 0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는 아마 이달 말쯤에 받을 것 같아요. 책이 정말 이쁜가요???(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 더 관심있는 일인;;;)

mini74 2021-04-08 07:09   좋아요 1 | URL
표지도 예쁘고., 감정이나 배경묘사 등도 예쁘고. 내용은 예쁘지가 ㅠㅠ 라로님 즐거운 독서 되시길 !
 
차이콥스키 -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볼가강의 영혼 클래식 클라우드 27
정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아주 오래전, 겁나 옛날. 미팅이란 걸 나간 적이 있다. 그 겁나 옛날 미팅에선 주로 우회적이고 쓸모없는 질문들이 오고갔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어떤 클래식을 좋아하냐는 거다.

헐, 음악시간에서조차 가곡 몇 번 부른 게 다고, 그나마 고학년이 되면 음악이라 적히고 수학 수업이나 자습을 했던 고등시절을 보낸 주제에 클래식?

대부분 비창이니 월광이니 혹은 사계? 등을 더듬거렸던 기억, 그래서 우스개 소리가 나왔나보다. 비발디의 사계 중 무엇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삼계라고 했다는. 남의 일이 아니다.

차이콥스키, 내겐 아직 차이코프스키가 더 익숙하지만, 요즘은 차이콥스키라 해야 한단다.

차이콥스키를 좋아하게 된 건, 중학교 때였다. 중간고사가 끝난 날,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했다. 재미있는 영화들 다 놔두고, 학교에서 선정한 영화는 바로 <차이코프스키>였다. 꽤나 긴 영화였다. 불편한 의자와 긴 관람시간에 거기다 중간고사를 마친 날이니, 친구들은 하나둘 잠이 들었다가,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의 웅장함에 놀라 깼다가 다시 잠들곤 했다.

그런데 그 영화가 참 좋았다. 닥터지바고를 좋아했고, 톨스토이를 좋아했던 그 시절, 영화의 화면도 그리고 그 화면을 깨고 나올 것 같던 음악들, 하얀 눈들과 아름다운 옷차림의 러시아 귀족들, 그리고 러시아 학생들의 교복도 멋있었다.

그 후 여전히 클래식엔 촌스러운 내게, 최고로 좋아하는 클래식?하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제1번이 되었다.

아, 그 영화 속 대포소리에 졸던 아이들이 놀랐던 것도 기억난다. <1812 서곡>도 좋았다.

그래서 이 책을 사야할 운명이었다. 하하하

운명이라니 너무 거창하지만, 그 설원이 펼쳐진 화면과 울려 퍼지던 <1812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설렘이었다.

그래서 영화는 음악과 불가분의 관계인가보다. 그저 음악만 감상했다면 난 잘 몰랐을 것 같다. 영상과 분위기, 그리고 큰 스크린을 가득 채운 눈 덮인 평원은 차이콥스키의 곡들을 각인시켰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들으면 자동으로 그렇게 눈 덮인 러시아와 방울 소리를 울리는 썰매, 대포소리와 젊은이들의 함성이 떠오른다.

이 책은 차이콥스키의 여정을 따라가며 시대별로 작곡한 곡들에 대해, 글로 그리고 풍경으로 읊어 주는 책이다. 각각의 작품들에 담긴 이야기와 느낌, 비슷한 작품들과 어떤 면에서 다른지에 대해 쓰여 있다. 작가의 일생이나 세세한 삶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대신 그의 작품들과 해설, 원작들은 자세하게 쓰여 있다.

그저 듣는 것만으로는 어려운 내겐, 글로 쓰여진 좋은 해설서다. 물론 거의 폰을 옆에 두고 유투브에 의지하며 읽어 내려갔지만.

직각의 의자, 번데기와 오징어 냄새, 밤샘하고도 망쳤다며,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를 외치던 친구들과 봤던 그 영화 속 차이코프스키를 기억하며 즐겁게 읽었다.

아이랑 같이 봤던 <호두까기 인형>의 환상같던 퍼레이드 장면도, <마제파>의 슬펐던 자장가, 버드맨에서 들었던 <교향곡제 5번>, <백조의 호수>의 오데트도 모두 차이콥스키가 만든 선율위로 아름답게 혹은 인생을 담으며 그렇게 흘러간다.



(책의 앞 뒤 표지는 보리스 쿠스토디예프의 그림, 레핀의 제자로 밝고 화사한 풍경, 즐거운 모습을 주로 많이 그렸다고 한다.
차이콥스키님은 휜쥐띠시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4-06 19: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영화가 있었네요!!! 저도 얼마전 이 책구입~♡ 미니님기분좋은 설레임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ㅋㅋㅋㅋ😆

mini74 2021-04-06 19:41   좋아요 3 | URL
곡옆에 큐알코드가 있음 좋을텐데 , 곡명을 치고 감상하며 읽으려니 그건 좀 번거롭더라고요. 아쉬웠습니다 ㅎㅎ

새파랑 2021-04-06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겁나 옛날은 어느정도 인가요? ㅎㅎ중학교때 차이콥스키라니~놀랍네요^^ (전 클래식 문외한...)

mini74 2021-04-06 20:40   좋아요 3 | URL
비밀입니다 ㅎㅎ 중학교때 시험끝나면 학교에서 단체로 (강제로 )영화감상을 하러 시내로 갔답니다. 초딩때는 똘이장군 류를 주로 봤지요 ㅎㅎ

scott 2021-04-06 2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 표지 정말 멋지네요 러시아 특유의 양식이 담긴 건축물, 미니님에게 영화 러브 오브 시베리아 추천 합니다. ^.^

미미 2021-04-06 20:53   좋아요 3 | URL
영화는 역시 scott님!! 그 영화 저도 찜이요!ㅋㅋㅋㅋ👍헉 9.8

han22598 2021-04-07 0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계중 삼계가 최고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남의 일이 아닙니다. 저의 일입니다. 클랙식에 대한 동경은 있는데, 잘 모르고 그래서 감상이라도 해보려고 대학생 되서 연주회 몇번 다녀봤는데, 정말....졸립더라고요 (실제로 잔 적도 많아요 ㅋㅋㅋ )차이콥스키는 그래도 경쾌하니...좀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음악보다는 책이 나은 것 같아요 저는 ㅋㅋ

mini74 2021-04-07 09:08   좋아요 1 | URL
사실 저도 책이 좀 더 나은거 같아요. 많이 졸지요 ㅎㅎ

Falstaff 2021-04-07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여사께서는 저 어려서부터 차 선생의 라장조 현악사중주 2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를 그렇게 좋아하셨습지요. 관현악 버젼으로요.
저는 차이콥스키하면 5번 교향곡의 4악장, 심술맞은 뒷부분의 눈썹만큼 숨을 멈추는 휴지기가 가장 먼저 생각나고요 (이때 박수 안 나오는 공연이 없다지요? ㅋㅋㅋ) 그 다음이 눈부신 오페라들입니다.

mini74 2021-04-07 09:29   좋아요 2 | URL
이 책 앞부분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그 박수땜에 산통 다 깬다고 ㅎㅎ
 
앤디 워홀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타이펙스 지음, 김마림 옮김 / 미메시스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금 앤디워홀. 어린 시절, 성장배경과 그 시대 유명인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만화. 좀 정신없지만 ㅠㅠ 그 시대 예술가들의 캐리커쳐 카드? 가 들어 있음.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4-05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우! 깡통 캠벨 숩! 광고속 워홀은 숩 안먹고 시금치 먹은 뽀빠이 처럼 팔근육이 ㅎㅎㅎ 울퉁불퉁 요런 만화, 그래픽 노블 좋아요 !!

mini74 2021-04-05 20:31   좋아요 2 | URL
정말 미국적인 미제만화 느낌입니다 ㅎ

미미 2021-04-05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블이랑 그림이 좀 비슷하네요! 굿즈땜에 사서 잘 간직중이예요.ㅋㅋㅋㅋ

mini74 2021-04-05 20:31   좋아요 2 | URL
저도 굿즈땜에 ㅎㅎㅎ

demianee 2021-04-05 2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궁금했는데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