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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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소용없었어." 오빠의 목소리는 울분으로 가득했다. "정부는 우리가 소리 지르는 것을 지켜볼 뿐, 눈도 깜빡이지 않아." 오빠는 잠시 말을 멈췄다. "여기 아이들은 전쟁놀이를 하며 놀아. 반군들이 자기 부모님의 손을 잘랐다며 그들을 총으로 쏘거나 죽이는놀이를 하는 거야." 오빠가 나지막이 덧붙였다. "마리아투, 그냥 떠나가. 캐나다로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에 신경 쓰지 마."

남자는 망고를 들어 내가 먹을 수 있도록 입 가까이 대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남의 손에 든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아기처럼 받아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여기에 내려놓으마."
남자가 내 양팔을 살며시 들어서 천으로 감싼 곳에 망고를 내려놓았다. 나는 양팔을 올려 망고 몇 조각을 간신히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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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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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2세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
여왕이 책에 빠지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다.
평생 여왕이란 특별한 지위에서 살았지만, 도통 자신으로 살지 못했고 자신의 시간조차 갖지 못한 주인공. 그저 여왕일뿐 이름도 자아도 없었던 그녀가 책을 통해 자신의 말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다.
책의 힘? 그리고 실존인물에 대한 가상 이야기라는 점이 독특하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전에는 느리다고 생각했던 그소설이 이제 가슴 시원할 만큼 활기차게 느껴졌고, 여전히 건조하기는 하지만 신랄하게 건조했다. 아이비 경의 담백한 문체와 여왕 자신의 문체가 비슷해서 여왕은 자기 글에 자신감을얻기도 했다. 그러자 여왕은 생각하게 되었다(그리고 이튿날공책에 적었다).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같다고, 여왕은 전에는 알아차리지 못한 작가의 말들(농담이 아닌 말도 있었다)에 웃으며 아이비의 소설을 쉽고 아주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여왕은, 지나치게 감상적이지 않고 신랄하고 현명한 아이비 콤프턴버넷의 목소리를들을 수 있었다. 그 목소리는 전날 저녁에 들은 모차르트의 목소리처럼 선명했다. 여왕은 책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소리 내어 말했다. "나는 내 목소리도 못 내."

여왕은 어릴 적, 존 메이스필드와 월터 존 데라메어도 만났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리 할 말이 없었지만, T. S. 엘리엇도 만났고, 프리슬리와 필립 라킨, 테드 휴스도 있었다. 여왕은 이 사람들에게 조금 반했지만, 그 사람들은 여왕 앞에서 안절부절못하기만 했다. 당시 여왕은 그 사람들이 쓴 것을 거의 읽지 않았으므로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없었고, 물론 그 사람들도 여왕의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 낭비가 있었다니.
여왕은 그 이야기를 케빈 경에게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렇지만 틀림없이 브리핑을 받으셨을 텐데요?"
"물론 그랬지. 그렇지만 브리핑은 독서가 아니야. 사실, 브리핑은 독서와는 정반대지. 브리핑은 간단하고 사실에 입각한 것이고, 요점만 추린 것이야. 반면 독서는 자유롭고 광범위하고쉴새없이 마음을 끌어. 브리핑은 대상을 축소시켜 가두지만,
독서는 대상을 활짝 열어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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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5-01 19: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니님도 소설 속 독서 관련 이야기에 꽂히시나봐욤ㅋㅋㅋ저도!😆

mini74 2021-05-01 19:26   좋아요 3 | URL
동지애? 막 반갑고 그렇답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5-01 20: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설명 들으니 여왕이 안 부럽네요~ 자신으로 살고 있고, 자신의 시간이 너무 많은 제가 더 상팔자라 믿으렵니다!ㅎㅎ
실존인물 가상 이야기는 진짜 독특하네요~

mini74 2021-05-01 21:00   좋아요 2 | URL
ㅎㅎ 저도 상팔자! 입니다

scott 2021-05-01 21: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엘리자베스 2세라면 지금 100살 가까운 그분!!ㅎㅎ
[독서는 근육과 같고, 자신은 그 근육을 발달시킨 것 ]
요, 문구 받아적기 ५✍⋆*


mini74 2021-05-01 21:29   좋아요 3 | URL
네~웰시코기들도 잠시 등장합니다 *^^*

페넬로페 2021-05-01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랫동안 여왕으로 산다는 것도 쉽지 않을 듯 해요~~실존인물에 대한 가상의 이야기인게 흥미로워요^^
 
체실 비치에서 (영화 특별 한정판, 양장)
이언 매큐언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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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서툰 22살의 남녀.
서로를 품기엔 아직 어리고 두려운 두 사람, 사랑과 인내 대신 자존심과 외면을 택한 젊은 신혼부부의 이야기. 심리묘사나 상황에 대한 설득력이 뛰어나다.

너무 적나라한 표현도 나오지만 그 조차도 안타까움이 민망함을 덮는다.
그 바닷가 해변, 누구 하나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 젊은 시절엔 한번쯤 저질렀을, 다양한 되돌릴 수 없는 후회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삶의 기회를 가졌을 것이고,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을까. 한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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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1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랑 밑줄긋기 보니 이건 제 취향 소설 같아요^^

mini74 2021-05-01 21:29   좋아요 2 | URL
쪼금 ㅠㅠ 적나라합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5-02 0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고구마 백만개였던 소설로 기억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5-02 2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언 매큐언 작가의 전작에 들어갈
무렵, 초창기에 읽은 책이지 싶습
니다. 그 이유는 순전히 중고서점에
서 바로 구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시얼샤 로넌이 나오는 영화도 보고는
싶은데, 책의 감흥에 얼마나 따라갈
지 좀 궁금하네요.

새파랑 2021-05-02 21: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 구경가서 이책 샀는데 고구마 백만개라니요 ㅜㅜ

scott 2021-05-03 0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전 이거 영화로만 봤는데
첫 시작부터 고구마 열개로 시작해서
마지막까지 왕창!

그레이스 2021-05-03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흥미롭게 봤어요^^
‘자신과 다른 이에게 좀더 솔직하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주제의 처방책으로 이 책과 <열쇠>라는 책을 추천하는 내용을 들었습니다.(강의에서)
<체실비치에서>는 순한맛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는 매운맛으로^^
저도 아직 안 읽었는데 <체실비치에서>가 나오면 같이 <열쇠>가 연상되요.
저는 이런 쪽 매운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언제 읽게 될지 모르겠네요.
책 평은 굉장히 좋아요^^

그레이스 2021-05-03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언 매큐언 책은 끝까지 읽어야 숨겨진 진실들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저는 ‘암스테르담 ‘추천요.

mini74 2021-05-03 10:29   좋아요 1 | URL
책 추천 고맙고 너무 좋아요 *^^*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 -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
이근화 지음 / 마음산책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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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진심인, 그리고 좀 더 잘 먹기 위해 시를 더 열심히 써야겠다는 네 아이의 엄마이자 시인인 작가님의 글들을 읽었다.

매번 칸나와 다알리아 꽃을 보며 감탄하고 그 화려함에 나대던 심장을 잠시 진정시키고 나서, 쑥국 끓여 슴슴하게 말아 먹으며 그저 고개만 들면 보이는 지천에 핀 들꽃들에 눈이 씻긴다. 긴장한 어깨를 풀고 조금은 흐트러진 자세로, 말 잘하고 상냥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목소리도 경쾌하다. 그러나 매번 가볍지만은 않은, 적절함과 툭하고 과하지 않게 나를 깨우는 말들, 그래 사는 거 뭐 그렇지. 그래, 책 읽고 이렇게 수다 떨며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지리라 하는 게 삶이지. 다시 책을 들어봐. 좀 더 낫지 않아? 라고 말해주는 책.



가쿠다 미츠요 ˝내 옷이 어때서요˝

진리스 단편 <환상>

패티 스미스 <몰임>

크리스토퍼 울 <무제>

정다운<파해치기 쉬운 삶>

김경후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모드 루이스 <모드의 계절>

정세랑 <목소리를 드릴게요>

마르타 아르헤리치(피아니스트)

낸 골딘, 비비안 마이어, 신디 셔먼(사진가)

한나 윌키

김언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이주란 <준과 나의 여름>

진 리스 <허기>

<올리브 키터리지>

진수미<죽은 자의 휴일>

권여선 <손톱>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느 가족>

도나 해러웨이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김혜순<피어라 돼지>

황정은 <d>

신해욱<무족영원>

피터래빗

등 다양한 소설과 시, 예술가들의 삶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이들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더 좋았다.

얼굴에 성기 모양의 껌을 붙여 스스로를 표현하는 한나 윌키는 아무리 봐도 아직 좀 충격이긴 하다. 여기서 소개된 많은 책들과 예술가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작가님과 공감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사귀고 싶은 친구의 서재 속 책들을 보면서 겹치는 책의 동선을 만나면 그리 흐뭇하고 좋듯말이다.

(작가님은 76년생 그러면 붉은 용띠시다.)

일주일에 한 번만 학교를 가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도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무척 즐겁다. 아이들의 무지와 순수함이 어른인 나의 걱정과 불안보다 힘이 세서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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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30 21: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ㅋㅋ표지부터가 너무 예뻐요! 역시 ‘시를 읽으셨구나‘ 하는 느낌이 글에서 나옵니다ㅋㅋ😉그림까지 곁들였다니 저도 냉큼,쏙 담아갑니다.

mini74 2021-04-30 21:42   좋아요 4 | URL
그림 예쁘지요. 소로야 호아킨의 해변가 그림입니다. 아이들 이야기며 작품 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페넬로페 2021-04-30 2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이 책 속에 있는 책들중 제가 읽은것이 별로 없어요~~
세상에 수많은 책들이 있어요 ㅎㅎ

새파랑 2021-05-01 0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 책중에 읽은 책이 하나도 없네요 ㅜㅜ ‘빌어먹을 딸들‘ 제목과 그림이 완전 어울리는 거 같아요 ㅎㅎ

초딩 2021-05-01 1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놀래라 ㅎㅎㅎㅎ
ㅂ ㅣㄹ 어 머 ㄱ 으 ㄹ 딸들 ㅎㅎ

scott 2021-05-03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팔다리가 없음요 ㅎㅎㅎ
 
초조한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16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이유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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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는 책읽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초조한 마음을 가지고 내 앞에 섰을까
나는 초조한 마음을 가지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 앞에 섰을까.
나도 제대로 정의할 수 없었던 그 때 그 어줍잖고 낯설고 불편했던 감정들이, 작가님에게 속삭여 주기라도 한 걸까. 여지없이 느꼈던 그 불편한 감정 앞에 다시 소환되는 기분이었다.
그저 초조한 마음일 뿐인 연민, 가짜 연민.
 

1913년 헝가리 국경지대, 엄청난 부자로 알려진 케케스팔바의 딸 에디트와 주인공 안톤의 이야기다.
작고 여리고 귀한 존재의 불완전은 더욱 가혹하다. 눈을 돌리기도 어색하며, 어줍잖은 동정심으로 말을 건네기도 어렵다. 그저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 그래서 머리를 거치지 않고 심장을 무시하는 말들이 나온다. 위기모면을 위해서 내밀었던 그 말들은, 상대방에겐 상처로 혹은 구원으로 혹은 달콤함으로 다가오지만 그건 모르겠다. 그저 그 자리를 피하고 모면하고 싶을 뿐이다. 작고 여리고 순수한 그 존재의 불완전함은 사람을 숨 막히게 하고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연민이라는 것은 양날의 가졌답니다. 연민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손을 떼고, 특히 마음을 떼야 합니다. 연민은 모르핀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치료도 되지만 그 양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거나 제때 중단하지 않으면 치명적적인 독이 됩니다~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연민은 무관심보다도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
 

“나약하고 감성적인 연민은 그저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충격과 부끄러움으로부터 가능한 한 빨리 벗어나고 싶어하는 초조한 마음에 불과합니다. 함께 고통을 나누는 것이 아닌 남의 고통으로부터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혼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연민이란 감상적이 않은 창조적인 연민입니다. 마지막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만이, 비참한 최후까지 함께 갈 수 있는 끈기 있는 사람만이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사람을 꿰뚫는 듯 한 콘도어의 말 속에 비극이 담겨 있다. 어설픈 연민과 20대 치기어린 영웅 심리는 결국 불행을, 본인 또한 평생 수치심을 안고 살아야겠지만.
이게 모두 안톤의 잘못일까. 안톤은 그저 20대, 친구들의 놀림과 세상의 시선이 두려운 그냥 평범한 청년일뿐이다.
책을 덮으며, 케케스팔바에게 그의 딸 에디트에게 그리고 자신이 선한 일을 한다고 생각했던 안톤, 모두에게 초조한 마음을 느끼게 된다. 감정에도 책임이 있는 것, 상대보단 주변의 소문이 두려워 커다란 꽃다발을 보내고, 주변의 환대와 무력한 아버지를 보며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안톤은 사랑대신, 진정한 연민대신, 초조한 마음에 갇혔을 뿐.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 참혹하다.
 

나쁜 사람은 없다. 책임감 없는 감정이 있을 뿐,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거짓의 감정이 있을 뿐, 나는 선하다고 생각하는 착각이 있을 뿐.
타인에게 전달하는 내 감정에도 책임이 있음을, 초조한 마음이 들 때면 잠시 생각을 해봐야 겠다. 진심인지 회피인지, 상대에게 행해지는 감정이 나의 평판을 위한 것인지,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는 것인지 말이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흠칫 할 때가 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찾을 때가 있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의문이 들었던 나도 모르는 나를, 책에서 찾게 된다. 항아리쯤에 비유한다면, 나란 인간은 아직 반도 완성되지 않았고, 조각들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조각들을 책에서 가끔 발견하는 것, 그것이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그 조각이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더라도, 조금 불편하더라도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 앞에서 나 또한 초조한 마음이 되었다
안톤의 무모한 마음이 ,아직 어린 그 마음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상되어서, 딸을 위해 매달리는 아버지의 결말도 우울하리라는 걸 알기에.
에디트는 초겨울의 얼음이다. 얇고 투명하게 언 초겨울의 얼음은 따뜻한 바람 한 번에도 쉽게 녹아 금세 진창이 되어버린다. 맑고 투명할수록 더 견디기 어려운 법이다.
결국 어떤 결말일지 알면서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며 하는 독서, 작가님의 책은 등장인물들의 운명에 대해 기도하며 읽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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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4-28 17: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콘도어의 존재로 어설픈 연민이 더 초라하게 보였던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저런 캐릭터의 배치와 연관성도 전체적으로 잘 어우려져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읽었던 기억이 나요.😊😍

mini74 2021-04-28 17:42   좋아요 4 | URL
콘도어. 그렇게 안보였는데진국이죠 ㅎㅎ *^^*

붕붕툐툐 2021-04-28 20:01   좋아요 2 | URL
콘도어 진국에 저도 한 표!!

새파랑 2021-04-28 18: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초조한 마음 읽으면서도 마음이 초조해 진다는ㅎㅎ 마지막의 안톤의 태도와 우연에 따른 결말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저에게 이 책은 사랑과 연민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었던 좋은 작품 이었어요 ^^

붕붕툐툐 2021-04-28 20: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진짜 사람 초조하게 만들죠~ 그럴 수록 책장 넘기는 속도는 빨라지고.. 연민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진짜 명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