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보기에?"인생 진리 중 하나는 남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자신과의 투쟁이다. 10년을 여관방에서 시나리오만 쓴 영화감독, 기약 없는 무명 시절을 견딘 배우, 20년습작 시간을 거쳐 마흔에 데뷔한 작가……. 삶은 할 일로 채워지는 것이지 안정과 성취는 실상 존재하지 않는 관념이다. 나는조금 태평해지기로 했다.

‘지긋지긋‘은 세상의 끝이다. 데드 엔드(dead end), 막다른곳, 막장(幕章)….…. 미국 수사 드라마 CSI 시리즈 중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잦은 가정 폭력 신고에 신참과 베테랑 두 여형사가 출동한다. 신참이 남자를 현장에서 체포하자고 주장하자선배 형사는 말한다. "그럴 필요 없어. 남자는 금방 풀려날 거고, 우리는 두 달쯤 후에 이 집에 다시 오게 될 거야. 그때는 여자가 죽어 있겠지." 이것이 지긋지긋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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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주름들 - 감각을 일깨우는 시인의 예술 읽기
나희덕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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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영혼에도 숱한 주름과 상처가 있듯, 예술에도 수많은 주름들이 있다. 그런 주름과 상처들이 파도처럼 서로 밀려오고 쓸려나가며 시와 예술 사이의 작은 길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바의 바람이 담긴 책이다.

나희덕작가님

내겐 <배추의 마음>에서 자연과 사람이 물아일체하는, 혹은 이중섭의 그림들을 통해 제주생활을 시로 표현한 <섶섬이 보이는 방>으로 먼저 기억된다. 둘 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시들이다. 마치 눈앞에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혹은 그림 속 풍경이 고스란히 글들로 고이고이 땅으로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그림도 시가 되고, 시도 그림이 된다는 것, 말이 아닌 진짜 글로 보여준 작가님이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냉큼 구입한 책, 자연과 여성주의정체성,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 시와 통하는 예술 등으로 나뉘어져, 작가와 작품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들이 담긴 책이다.



“벽의 반대말은 해변이에요.” 라는 아네스 바르다.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라면 걸어가는 사람은 실이 되고 , 걷는 일은 대지를 꿰매는 바느질 같은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까 걷는 다는 것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인 셈이다.> 걷기와 눈의 응시 등을 통해 고행과 삶의 태도를 묻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인간 위주의 길에서 만들어지는 로드킬을 다룬 황윤

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를 나란히, 초상화로 보여주며, 그 속에 담긴 깊은 심연과 고통에 동화되게 하는 정영창



누군가의 뮤즈가 아니라 자신의 뮤즈가 된 파울라 모데르존 베커, 로랑생, 콜비츠.

의자와 거미줄로 세상을 연결한 시오타 치하루

어머니를 찍은 한설희

어둠을 끄집에 낸 고야,

본질만을 남기고 싶었던 자코메티

그 외에도 글렌 굴드나 김인경, 뒤샹, 에셔, 칸딘스키부터 장민숙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소통한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색이 공감각임을 알게 해 준 화가 로스코.

그리고 검은 눈물을 거칠게 토해내며, 절규와 분노를 그렸던 윤형근, 이매리의 <시배달>



시도 소설도 그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림을 본다는 건, 그냥 본다는 것이 아니다. 그림 속엔 울다가 벌개진 눈동자가 있고, 자식을 잃은 부모의 절규도 있다. 그럼에도 삶의 이유가 담긴 희망이 있다. 어떤 그림은 이콘처럼 성스럽기도 하고, 어떤 그림은 같이 침을 뱉자고 유혹한다.

그림을 한참 들여다본다. 그림에도 뒷모습이 있다. 그 뒷모습은 각자의 경험이나 삶의 모습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긴 여운을 남기는 그 뒷모습은 작가님들이 우리에게 주는 보너스컷 같은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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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04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책에서 언급된 예술가들
바르다-아브라모비치-로랑생-사카모토 -콜비츠-고야-자코메티-굴드-로스코-뒤샹-에셔-존버거-짐자무시
전부 제가 사릉하는 이들
미니님 이책 장바구니로 끌고 가여~~~

ପ(๑•̀ᴗ•̀)* ৳৸ᵃᵑᵏs Toᵎ *

mini74 2021-05-04 16:43   좋아요 3 | URL
역쉬 스콧님. 전 아는 사람 반 낯선 사람 반. 사실 그래서 더 좋앗어요. 좋은 예술가들 알게 돼서 신났지요 ㅎㅎ

미미 2021-05-04 16: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희덕 작가님 읽어보고 싶었는데 미니님이 연결해 주시네용! 그림이 시가 되고 시도 그림이된다, 자연과 여성주의 정체성...,걷기가 실이 된다는 것도 어떤 책을 떠올리게 하며 끄덕끄덕 저도 담아갈래요!😊

mini74 2021-05-04 19:45   좋아요 2 | URL
미미님께도 좋은 독서가 됐음 좋겠어요 ~ 어린이날 즐겁게 보내세요 ~

서니데이 2021-05-04 18: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mini74님이 쓰신 리뷰 읽고서 책소개도 한 번 읽고 왔어요.
유명한 예술가가 많이 소개되는 책인 것 같은데,
벽의 반대말은 해변이예요, 라는 사진보면서 무슨 말일까 조금 궁금해졌어요.
mini74님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내일은 어린이날이예요.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mini74 2021-05-04 19:43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휴일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5-04 19: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주름들, 제목이 흥미로워요~~
예술의 주름은 어떻게 만들어 질까요?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작가들도 궁금하네요^^
모르는 분들이 반이상이예요 ㅎㅎ

mini74 2021-05-04 19:44   좋아요 3 | URL
저도 그렇답니다 열심히 찾아보며 읽었어요 *^^*

붕붕툐툐 2021-05-04 22: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나희덕샘이 이런 책을 쓰셨군요! 미니님의 예술 책 소개 덕에 마음이 풍성해집니다! 아네스 바르다님은 말씀도 참 바르게 하시는 듯!!ㅋㅋㅋㅋㅋㅋㅋㅋ(혼자 빵터짐) 담아요~🙆
 

물론 가장 큰 문제는 거울 자체에 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 선 내 누님"과 "구리 거울"은 두 시인의 생애만큼이나 대조적이다. 미당의 거울은 어설픈 흉내다. 나르시스의 거울, 바슐라르의 투명한 거울(90쪽)은 서구에도 없다. 거울의 위계는곧 존재의 위계다. 녹슨 구리 거울, 감옥의 플라스틱 거울, 공중화장실의 얼룩진 거울, 요철(凹凸) 렌즈……. 여성, 제3세계 민중, 주변인에게는 투명한 거울이 주어지지 않는다. 윤동주는 정확했다. "구리 거울은 욕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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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5-04 16: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이란 다큐에서 55살 연하 설치 예술가가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무덤을 찾아가면서 88세의 바르다에게 죽음이 두렵나고 물으니 다 끝나 버리니 죽음이 기다려진다고 유쾌한 대답을 하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mini74 2021-05-04 16:32   좋아요 2 | URL
아 이 다큐가 언급이 됩니다. ㅠㅠ 그 문구가 정희진님 책이 아니라 예술의 주름이란 책 문군데 ㅠㅠ 노안이 와서인지 잘못 올렸어요. 스콧님 정보 고맙습니다.
 

제국 황실에서는 아스파라거스, 올리브, 푸아그라, 트뤼프, 파인애플,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어디에서 구해 이 많은 프랑스 요리를 마련했을까? 당시 프랑스산 식재료는 통조림으로 제조되어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었다. 대한제국 황실 주방에서도 통조림을 서울에 있던 서유럽무역상회를 통해 사들였다. 초콜릿은 물론 프랑스산 코냑 · 와인 샴페인도 그렇게 마련했다. 또 부엌에는 케이크와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요리도구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 크뢰벨이 프랑스 요리를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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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5-03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선시대에도 위스키와 통조림, 초콜렛도 있었다니 놀라워요.
프랑스요리도 그렇고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좋은 밤 되세요.^^
 
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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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피바람이란 이름의 시에라리온 소년병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다이아몬드와 관련해 일어난 내전, 라이베리아의 개입 등으로 나라는 피바다가 됐다. 소년들은 가족의 죽음을 지켜봤고 살기위해 자신의 손으로 가족과 마을사람들을 죽여야 했다. 약에 취해 총알받이로 전쟁의 최전선에 서야했다. 구조된 아이들은 자신의 마을로 가족들에게도 돌아갈 수가 없었다. 약에 중독되었고 , 제정신이 들면 죽고싶었다.
<망고 한 조각>은 소녀의 이야기다. 마리아투는 겁탈당했고 반군에게 스두 손을 잃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마저 잃었다. 그렇지만 죽고자 하지않았다. 살고자 했다. 의지와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남았다.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캐나에서 대학생이 되었고 지금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들을 도우려 노력하고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냈다. 두 손이 잘리고 길을 헤메던 그 순간에도, 낯선 남자가 준 망고를 기어이 본인의 힘으로 먹으려 했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제목이 망고 한 조각일까. 그 망고에는 결코 지지않겠다는 마리아투의 생명력과 강한 정신력이 담겨 있다.

남자는 망고를 들어 내가 먹을 수 있도록 입 가까이 대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남의 손에 든 음식을 먹고 싶지 않았다. 아기처럼 받아먹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여기에 내려놓으마."
남자가 내 양팔을 살며시 들어서 천으로 감싼 곳에 망고를 내려놓았다. 나는 양팔을 올려 망고 몇 조각을 간신히 삼켰다.

프리타운으로 돌아오는 길에 창문 너머의 억새풀과 이리저리 흔들리는 망고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브라힘 오빠가 떠올랐다. 기니에 살면서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늘 헛수고였다. 아담세이언니는 마사이카에서 떨어진 자그마한 마을에 사는데 이름이 카디자인 다섯 살배기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언니는 시에라리온을떠나지 못했다. 자선 단체는 언니에게 두 번 다시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언니는 큰길가의 자그마한 밭에서 농작물을 거두어 팔았다. 딸을 학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학비나 교복에 댈 돈이 없었다. 그런데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 나와 만난자리에서도 이렇게 말했다. "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넌우리 엄마가 일러 준 대로 살아야 해. 무조건 앞만 바라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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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02 1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리뷰만 봐도 혈압이 오르네요. 그래도 마지막에 뭔가 희망이 보이는 거 같다는~!

mini74 2021-05-02 19:45   좋아요 3 | URL
네 마리아투나 따뜻한 그녀의 가족들 보면서 희망을 봅니다. 새파랑님 얼마남지 않은 주말이지만 즐겁게 보내세요 *^^*

레삭매냐 2021-05-02 21: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용이 참 그렇네요...

영화 <블러드 다이아먼드>가 연상
되기도 하고요. 인간의 탐욕이 빚어
내는 비극적 드라마의 재연이 아닐
까 추측해 보게 되네요.

바람돌이 2021-05-02 2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가벼워보이는데 내용이 전혀 아니네요. 세계 모든 고통에서 일어나는 폭력들이 다 안스럽지만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당하는 고통이 더 안스러운건 어쩔 수 없네요. 사실 인간 대부분이 부모의 입장에 처하게 되는데 왜 아이들에 대한 폭력은 더 쉽게 일어나는지.....

서니데이 2021-05-02 2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mini74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잘 모르는 책이라서 소개를 보고 왔는데 제목만 보아서는 생각하지 못할 내용이네요. 내전의 상처에서 끝나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mini74님 좋은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