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훼방 놓는 두 연인이 태어났고"

 

 

 

""그대의 이름만이 나의 적일 뿐이에요.

 

이름이 별건가요?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건 다른 어떤 말로도 같은 향기 날 겁니다. 로미오, 그 이름을 벗어요. 그대와 상관없는 그 이름 대신에 나를 다 가지세요."

 

 

"적당히 사랑해라. 긴 사랑은 그렇단다. 너무 빨리 도착해도 너무 늦은 지각이야."

 

 

 

일단 표지가 정말 좋다. 앨마태디마의 그림. <나에게 묻지 말아요 > 

너무나 로맨틱하지 않은가. 한때 유행에 뒤쳐진다고 헐값에  팔린 적도 있다던데ㅠㅠ

지금은 다시 가격이 고공행진중.  주로 연인들의 사랑등을 고전적 느낌으로  그린 화가이다.  라파엘전파로 분류되는 화가 ( 라파엘로전으로 돌아가 순수하고 고전적인 그림을 그리자는 화파로 대표적으로 단테 가브엘 로제티, 윌리엄 홀먼헌트, 에버릿밀레이, 윌리엄 워터하우스 등이있다 . 이들 간의 막장연애사도 흥미진진하다 )

 

 

〈로미오와줄리엣〉은 세익스피어의 작품중 가장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이기도 하고,

 

 

 4 비극에 포함되지 않는지에 대해 가장 질문을 많이 받는작 품이기도 하다.

(줄리엣하면 남녀가, 그것도 사랑하는 남녀가 집안의 해묵은 미움때문에 헤어지고, 거기다생때같은 목숨을 버리기까지하는데... 4 비극이 되지 못한걸까.

생각에는 그들의 죽음이 처참하고 비참했기 때문일거다.

맥베드, 오셀로, 햄릿. 리어왕..

질투와 비난, 암투, 권력. 불륜...처참한 결말들은 비극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로미오와줄리엣의 죽음은 비극이라기보단 절실하고  안타까운 그러나 순백에 가까운 순결한 죽음이랄까..

위의 4대비극들의 결말과는 비록 죽음이란 귀결은 비슷해도 그래도 묶음으로 묶기엔 왠지 꺼림직하다.

집안의 해묵은 미움들, 끈질긴 미움조차, 둘의 죽음앞에 평온과 평화를 찾지않았는가.

그들의 죽음은 비극  이상인것이다.

집안의 미움이 어둠이라면, 그들의  사랑과  이루어질 수 없어 결국은 끝을 내닫는 죽음은 하얀색. 빛이다. 비록 죽음이나 하얗고 빛나는 빛이 .

그래서일까...왠지 그들앞엔 비극이나  비극이란 수식어가 어색하다고 느끼는나만일까.

비록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그랬다면...

그들은  끊임없이,  서로의 집안을  미워하는  두  집안의 방해공작으로  결국은  지쳐서  서로를  미워하거나 헤어질지도..

어쩌면 줄리엣이 이런 대사를 할 지도 모른다.

"내가 미쳤지. 어디서 저런 왠수를 만나서..."라고..

 

 

결국 이야기는 슬픔이나 비극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 이 미움보다 힘이 있음을, 순수가 결국 현실보단 더욱 강함을, 값어치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아닐까.

그래서 아직도 작품을 좋아한다.

 

 

  잠시 길로 세서, 원형을살펴보면,

이  이야기의 원형은  그리스신화인.피라모스와  티스베이다.(사랑의엇갈림.)

 

 

(워터하우스의그림)

 

 

 

피라모스는  오비디우스의《메타모르포세이스(변신이야기)》에 등장하는  바빌론청년이다. 이웃에 사는  티스베와 함께 자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양쪽집안에서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지않았다. 피라모스와 티스베는 집안사람들의 눈을 피하여 양쪽 담벼락에 생긴 틈새로 아쉬운 사랑을 속삭이다가 결국 함께 야반도주하기로 결심하였다.

 

 

새벽에 베일로 얼굴을 가리고 집을 나선 티스베는 약속장소인 니노스왕릉으로 걸음을 재촉하다가 사자가 나타나자  황급히동  굴에  숨었다. 바람에  베일이  떨어졌는데, 막  먹이를 잡아먹어  입가에 피를 묻힌 사자가 지나가다 땅에 떨어진 베일을 발견하고는 물어뜯어 갈가리 찢어놓았다.

티스베보다 조금 늦게 그 곳을 지나가던 피라모스는 피가 묻은 채  갈가리 찢겨진 베일과 사자발자국을 발견하고는 티스베가 사자에게 목숨을 잃은 것으로 오해하였다. 피라모스는먼저 와서 기다리지 못한 자신을 탓하면서  티스베의  뒤를 따르기위해 그녀와 만나기로뽕 나무밑에서  칼로 자신을 찔러 목숨을 끊었다.

 

한편, 동굴속에서 시간을 지체한 티스베는 걸음을 재촉하여 뽕나무에 도착하였다. 피투성이가 피라모스의 시신과 묻은 베일조각, 사자발자국등을  발견한 티스베는 전후상황을  헤아리고는  피라모스의 뒤를 따르고자 그의 칼을 집어들었다. 티스베는 무정한 양쪽집안부 모들을 향하여 죽은 뒤에라도 사람을 한 곳에 묻어달라고 기원하였으며, 사람을  내려다보고있는 뽕나무를 향해서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람이 흘린 피를 되새기도록 뽕나무열매를 어둡고 슬픈색깔로 물들여 달라고 울부짖은뒤  목숨을끊었다. 이로부터 이전에는  흰색이던 뽕나무열매 오디는 익으면 검붉은색을 띠게 되었다고 전한다. ~ 그리스신화에 자주 나오는 원형신화, 그래서 오디가 익으면 붉게 된답니다 하는 식.~

피라모스와 티스베의 부모들은 사람의 유해를 화장하여 재를 항아리에 넣었다.  

 

,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 되고, 한여름의 꿈에서 조금은 우스꽝스럽게묘사되기도 하였다.(그러고보면 고전을 읽긴 읽어야 할 것 같다. 새로운 것이란 없는 같이  느껴지기도 하다. 어디선가 들은 듯 한 이야기들..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을 얼마나 참신하고 흡입력  있게 또는 그 시대에 맞게 적절하게 쓰이냐에 따라  또 다른 명작이 만들어지는 거겠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으랴는 말도 있던데.)

 

사랑이라...

나이에 사랑이란 단어는 조금 낯설다고할까.

순수한 사랑, 물불 가리지 않는 사랑은 이제 조금 멀어졌지만

아니 멀어졌다기보단, 조금 잊고 살았지만...

 

사랑해서, 사람이 하늘에 없다면 살기 싫을거란 생각이 수도잇겠지.

나도 줄리엣처럼 조금은 세상을 살았다면.

지금은 살기 싫어도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으니, 어쩌면 줄리엣보다 슬픈신세인지도 모른다. 삶에 대해 아무 권한없이 살아가는지도 모르니까.

죽는 것보다 어떨 땐 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줄리엣에게 말해준들, 로미오에게 들려그들이알까....

 

그렇지만 어쩌면 그들은 살아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가문의 화목을 이끌어내고, 아름다운 사랑의 본보기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일 수도 있지 않을까?

가끔 힘들때도 있지만, 더운 한 낮 오랜만의 휴식 속에 좋아하는 책을 읽고, 침대 위 물범을 깨워 산책하다가 자장면 한 그릇 사 먹고 오는 휴일, 불타는 연애는 다 타버려도 쓸모있는 숯이 되는 법, 동지처럼 어깨맞대고 늙어가는 것도 좋지 않을까. 로미오영감 ~~아, 아쉽다 가문의 반대가 없었다는 게 ㅎㅎㅎㅎ

 

그래서 그들은 전설이자 사랑의 대명사가 되었고,

나는아줌마가되었지..^^초복이라는데 저녁은 뭘 먹나.

 

(요즘은 읽고나면 파리스가 참 안됐다는 생각이 ㅠㅠ로잘린은 뭔가 싶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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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11 16: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도 좋지만 먹고사니즘
역시 그만큼 중요하지요.

저희도 지금 저녁에 뭘
먹나 걱정 중이랍니다.

mini74 2021-07-11 16:32   좋아요 5 | URL
방금 정했어요 ㅎㅎ열무김치에 된장끓여 비벼먹기로~

새파랑 2021-07-11 16: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문의 반대 라니 ㅋ 오늘은 셰익스피어의 날인가 보네요~!! 생각해보니 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책으로 읽어보지는 않았네요 ㅜㅜ 어떻게 이런일이 😑

mini74 2021-07-11 16:42   좋아요 5 | URL
가문의 반대 ㅎㅎ 우리나라도 예전 동성동본 이나 김해 허씨 김해 김씨 결혼은 가문의 반대? 가 있지 않았나요 ㅎㅎ로미오도 읽은 걸로 착각하기 쉬운 책이지요. 저도 읽은 걸로 착각. 그런데 책을 읽는데 자꾸 변사님이 읽어주는 것 같아요. ㅎㅎ

미미 2021-07-11 16:44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리는것 아님ㅋ)

미미 2021-07-11 16: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미니님 올려주신 리뷰와 그림들론 🌟 9개 같은데요?!! 🙄어릴때 읽었지만 다시 구입하면 을유껄로 사려고 했는데 민음사 표지가 넘 아름답군여~♡ 갈등갈등!ㅋㅋㅋ

mini74 2021-07-11 16:44   좋아요 5 | URL
미미님 표지에 속지 마세요. 저는 전집으로 사놔서 ㅠㅠ 소문이 흉흉해요 ㅎㅎ혹 구입하시려면 도서관에서 비교후에 *^^*

미미 2021-07-11 16:46   좋아요 4 | URL
헉!! 네~ㅋㅋㅋ😉

새파랑 2021-07-11 17:05   좋아요 5 | URL
미니님 민음사 전집 가지고 계신거 완전 부럽네요 ㅜㅜ

페넬로페 2021-07-11 17:35   좋아요 5 | URL
셰익스피어의 약강오보격 문장을 느끼시려연 민음사판이 좋은데 우리나라 말과 달라서 좀 억지스러운데가 있어요~~읽기 편한건 열린책들판도 좋아요^^

그레이스 2021-07-11 17:59   좋아요 4 | URL
저는 열린책들!
그리고 약강오보격을 경험해보기 위해서는 원서를 잠깐잠깐 들여다 보는것 추천요
다 보고 해석해 가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함께두고 비교하면서 원서로 봤어요.
민음사 책은 조금 힘들었구요.
문학동네는 줄에 번호가 없어서 원서랑 비교하기 어려웠어요.(템페스트를 문학동네로 읽었는데)

페넬로페 2021-07-11 17: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셰익스피어의 비극작품 읽으면서 과연 몇사람이 죽는지 세어 본적도 있었어요~~그래서인지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중에서도 좀 밋밋한 느낌이 있었어요. 피라무스와 티스베는 한 여름 밤의 꿈에도 막간극으로 나오는데 셰익스피어가 좋아한 신화인가봐요.
어떤 작품이 나오더라도 미니님은 미술에 조예가 깊으시니 거기에 연결시키시네요~~
완전 대단해요👍👍

그레이스 2021-07-11 17:35   좋아요 5 | URL
ㅎㅎ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극에 포함시키지 않는 분들도 계신걸로 알아요.
역설적이고 희극적인 요소가 있어서...
그리스 희극을 보면 비판적인 시각을 보게 되는것처럼 여기 오래 원수진 두가문이 두사람의 죽음으로 화해한다거나, 사제의 모습 묘사에서 그런 시선을 볼 수 있어서...

mini74 2021-07-11 17:35   좋아요 5 | URL
대단은요 무슨 ㅠㅠ 그렇네요. 로미오와 줄리엣편이 좀 덜 죽는 편이네요. ~ 페널로페님 일요일 저녁 즐겁게 보내세요 ~~

mini74 2021-07-11 17:43   좋아요 5 | URL
그레이스님 설명 들으니 왜 4대비극에 들지 않았는지 알겠네요 *^^*

페넬로페 2021-07-11 17:48   좋아요 4 | URL
네, 그렇군요~~

scott 2021-07-11 17: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로미오 줄리엣 보다
미니님이 들려주시는 그림 이야기가 훠~~월씬
재밌어서 몇번을 읽어 봤네요
초福날 읽는 로미오와 줄리엣
뽕나무, 오디 열매 신화까지!!

로미오와 줄리엣 두 가문
결국엔 돈의 문제 ㅎㅎㅎ

초福날 미니님 든든한 보양식으로 (๑★ .̫ ★๑)

mini74 2021-07-11 17:44   좋아요 5 | URL
돈 , 역시 돈 ㅠㅠ 보양식 고맙습니다 스콧님 ! 스콧님도 맛난 보양식 드세요~~

겨울호랑이 2021-07-11 2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비극이 되기에는 아름답다는 Mini님 해석에 동감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당사자들에게는 더욱 아프게 다가오지 않았을까를 생각하면 비극보다 더 아프게도 느껴지네요...

희선 2021-07-12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로미오와 줄리엣이 살았다면... 이렇게 생각하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하지만, 서로의 안 좋은 점을 알게 돼서 자주 싸우기도 했겠지요 그런 거 모르고 죽은 게 나을지... 그런 건 소설, 신화에서만 그러기를 바라야겠습니다 함께 나이 먹어가는 것도 좋은 거겠지요


희선

행복한책읽기 2021-07-12 0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저 둘이 죽지 않고 한집서 살았다면. 내가 미쳤지 라고 말했을 것이다에 한표.^^ 미니님은 그림 뿐 아니라 신화에도 일가견이. 캬.
 
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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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불행을 보며, 자신의 안위에 만족하며 몇 푼의 동정을 던져주거나 혹은 교훈 따위를 말하는 것. 이렇게 쓰고 보니 너무나 재수없다. 그렇지만 뭐라고 할 처지도 못된다. 지금도 학교에선 북한이나 아프리카아이들의 빈곤포르노를 보여주며”여러분은 행복한 줄 아세요. 그러니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등의 밑도끝도없는 선생님의 일장연설을 듣곤 천편일률적인 편지를 쓰곤 했으니.
학교를 못 가다니 너무 안됐다.는 편지들. 사실 어린 나이에 속으론 좋겠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혹은 그런 곳에 태어나지 않았음에 가슴 쓸어내리며 은근한 우월감으로 편지를 써내려갔을지도.

이 책은 여기서 한술 더 뜬다. 재난과 빈곤과 아픔을 관광상품화 하는 것이다. 집단학살이 그저 호기심으로, 그들의 재난과 빈곤이, 값싼 동정심으로 갖게 되는 우월감의 도구가 되는 곳.
그렇지만 재난에도 동정과 관심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법.
여행사 직원 고요나가 회사에서의 유효기간이 있듯 말이다.
결국 회사에서 밀려날 위기의 요나는 무이라는 곳으로 출장겸 위장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효기간이 지난 무이란 여행지와 역시나 직장에서의 유효기간이 간당한 요나. 요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 ,홀로 낙오되면서 비밀스런 프로젝트에 동참하게 된다

재난을 재단하다.
거짓이 진짜가 되는 곳, 파울과 폴이 지배하는 곳.

진짜 두려움은 쓰나미도 싱크홀도 아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을거란 두려움이다.

(참신한 소재다. 재미있고 불편하다.
범죄도 분업화되면, 그리고 멀리서 보면 그저 빨리 끝내고 쉬고 싶은 지루한 업무로만 보일뿐이다. )

(고요나. 이름이 왜 요나일까 일차원적인 나는 당연히 고래와 요나를 생각했다. 두려워서 도망가다 결국 파도치는 바다에서 스스로를 희생하며 제물로 바쳐진 요나, 요나는 커다란 물고기 뱃속에서 살아남았다. 책 속 요나의 희생과 살아남은 악어들을 떠올렸다. 럭의 뇌 속에서 요나는 기억으로 살아남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고 있을까 )

사람들은 대부분 쓰레기의 경로가 자신들의 동선과 겹치지않기를 빌었다. 일상에서 위험 요소를 배제하듯, 감자의 싹을도려내듯, 살 속의 탄환을 빼내듯, 사람들은 재난을 덜어 내고 멀리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 배제된 위험 요소를굳이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생존 키트나 자가발전기, 비상 천막 같은 것을 챙기면서, 재난이라고 부를 만한것을 찾아다닌다. 그러니까 망망대해로 흘러간 쓰레기 섬을찾아 굳이 떠나려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정글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여행사였다.

"너무 가까운 건 무섭거든요. 내가 매일 덮는 이불이나 매일 쓰는 그릇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야 더 객관적으로 보이지 않나요?"

이건 구명보트 같은 거라고, 그는 말했다. 모두공평하기 위해서 침몰하는 배 위에 머무를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흔한 음모론의줄거리처럼, 그들은 다수를 위해 소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감자의 싹을 도려내듯, 살 속의 탄환을 빼내듯, 남아 있는 것들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 그렇지만 누가 소수가 되려고 하겠는가.
사람들은 과거형이 된 재난 앞에서 한없이 반듯해지고 용감해진다. 그러나 현재형 재난 앞에서는 조금 다르다. 이것이재난임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해도 방관하거나, 인식하면서도 조장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싱크홀은 저편 사막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

무이의 재난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있었다. 그것도 사진 따위로는 찍을 수 없는 형태로 존재했다. 그런 종류의 재난에 대해서 요나는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실질적으로 이 계획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단세 명이었다. 매니저, 작가, 그리고 요나. 그러나 저 구덩이를파고, 이 일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증언할 사람들까지 헤아리면 이미 수백 명에 이른다고 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저가 작가와 요나만 입을 다물면 이 사건에 대해 떠들 사람은 없다고 자신하는 이유는 나머지 사람들은 분업화된 시스템 때문에 아주 부분적으로만 이 일과 연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구덩이를 파는 사람들도 이것이 어떤 일에 사용되는 구덩이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고, 화장터에서 시체를 냉동고에 넣는 사람들은 시체를 냉동해야 한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었다. 트럭을 모는 사람들은 그날의 목적지가 어디며 그곳으로 몇 시까지 가야 한다는 것만을 알았고, 증언자들은 자신의 대사만을 죽어라 외웠다. 모두가 맡은 프로젝트의 목적과 이름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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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10 09: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 호기심 급증입니다.

지금 막 도서관에 가려고
하는데 있으면 좋겄네요.

mini74 2021-07-10 14:39   좋아요 2 | URL
찾으셨는지요. 스콧님 글에서 본건데요. 에코스릴러 장르라고 하네요. 뭔가 좀 어울리지 않는 단어조합 같은데 읽고나면 찰떡같이 맞는 말로 느껴집니다 *^^*

레삭매냐 2021-07-11 13:44   좋아요 0 | URL
아까비네요...

대출 중이라 대출에 실패
했습니다.

scott 2021-07-10 11: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재난과 빈곤과 아픔을 관광상품화‘
그동안 한국 문학에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참신한 구성으로 전개 시켜서 신선했지만
재밌고 불편함
미니님 말씀에 동감!!

가난과 빈곤에 고통 받는 이들을 향한 시선과 동정
그런곳에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야 라는 마음 ㅠ.ㅠ


mini74 2021-07-10 14:37   좋아요 2 | URL
스콧님 글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 ㅎㅎ 아이가 지금 읽고 있는데 재미있답니다. ~~사실 그게 더 좋아요 ㅎㅎㅎ

웰리 2021-07-10 11: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단순하게 생각했던 출장같은
여행길이 뒤엉키면서 진짜
( 재난과 여행 ) 이 되버린
혼란스러운 순간이었어요.

‘재앙이 가져온 고난‘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mini74 2021-07-10 14:39   좋아요 3 | URL
저도요 *^^* 웰리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

페넬로페 2021-07-10 13: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의 내용이 넘 궁금해요.
그리고 미니님 리뷰의 글에 저 자신을 많이 돌아봤어요. 값싼 동정심에 내가 할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이기심이 저한테도 많이 있는것 같아 반성합니다 ㅠㅠ

mini74 2021-07-10 14:34   좋아요 4 | URL
저도 그래요 ㅠㅠ 스콧님 리뷰에 영국 대거상 받았다는 소개글 보고 읽게됐는데 재미있고 불편하고 그랬습니다 *^^*

새파랑 2021-07-10 1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런 내용이군요~!! 재미있으면서 불편하다니 호기심이 생겨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호불호 갈리는 작품이 많았는데 이젠 관심이 가네요 ^^

mini74 2021-07-10 14:36   좋아요 4 | URL
젊은 작가 시리즈라 그런게 아닐까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의 책들도 있고. 그래서 호불호도 ㅎㅎㅎ 저는 그 시리즈 많이 읽어보진 못했어요 ㅠㅠ 이 책은 좋네요 새파랑님 *^^*
 

 

 

마술사가 되고 싶었던 화가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좋은 화가가 바로 르네 마그리트가 아닐까 한다.

그의 그림엔 이야깃거리가 항상 풍부하다. 그의 그림은 또 다른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가 만든 세계는 매혹적이면서 철학적이고, 아이들에겐 수수께끼같은 그림이다.

어쩌면 마그리트가 원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중산모를 쓰고 붓이란 마술사의 지팡이를 들고 서 있다. 그리고 그가 곳곳에 그려넣은 마술적 트릭을 찾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1913년 마네주광장에서 커다란 축제가 열렸다. 서커스천막과 깃발은 나부끼고, 꽤나 많은 말들과 기수가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사라지는 마술과 변하는 마술들 사이, 회전목마앞에서 열네 살 소년은 자신의 예술의 원천이 되는 것들을 가슴에 품었고, 열두 살의 소녀 조르제트를 만났다.

이 책의 저자는 르네마그리트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마그리트의 예술세계의 첫 시작을 어린 시절 서커스와 축제로 보고 있다.

 

그의 영감의 원천?

서커스와 곡마단, 그리고 라루스 백과사전(백과사전 속 삽화의 이미지들을 차용하여 복제하였다.) 연극과 영화적 경험과 효과라고 한다.

그가 그린 그림 속 조각상들을 보면 조르조 데 키리코가 연상되는데, 실제로 키리코의 <사랑의 노래>를 보고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마그리트는 다다이스트에서 초현실주의로, 그리고 음악을 회화로 표현하려 노력했다. 사티와 이사크 알베니스, 비발디, 바그너 등 그는 수 많은 다양한 음악을 좋아했고, 그림 속에 담으려 노력했다. 브르통이 말하는 자동기술법이나 무의식과 꿈, 이미지가 갖는 권위를 거부했고, 청각이미지와 음악을 중요시했다. 또한 현대적 소외의 이미지를 거리감을 통해 표현했다.

그가 가치있다고 생각했던 본인의 첫 번째 작품은 <길 잃은 기수>로 기수는 마그리트 본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목마와 커튼은 서커스장을 연상시키며, 그 당시 혁신이었던 지오데식돔의 모습과 기둥들 사이로 악보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이 악보조각들은 예테보리의 소녀들이란 영국의 뮤지컬 악보라고 한다. 그 중 인용된 악보의 대사가 아마도 당신은 마게이트로 여행을 가겠죠이다. 마게이트는 마그리트의 이름을 연상시키면서, 또한 엘리엇의 시에서 마게이트모래사장에서 나는 무를 무에 연결할 수 있다를 떠오르게도 한다.

 

그는 유년의 경험과 대중문화의 경험을 다중감각적으로 표현을 한 종합예술인이 아닐까싶다.

그는 또한 한때 몸담았던 벽지회사와 포스터 등을 그린 경험으로 상당히 대중적인 것들에 거부감이 없었다. 그의 그림들 중 몇몇이 벽지에 사용되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그러면서 그는 반복된 패턴 속에서 변화를 주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듯한 크기와 형태, 혹은 뜻밖의 장소는 신선함과 재미를 준다.

루이푀야드 감독의 무성영화 시리즈 속 주인공인 악당 <팡토마>는 마그리트의 페르소나같은 존재라고 한다.

아래 <불꽃의 재림> 속 팡토마는 칼 대신 장미를 들고 있다. 언뜻 강도가 든 장미가 어색할 수도 있지만, 장미의 가시와 칼은 닮아 있다.

 

급진적 전치와 역전, 그리고 도치, 어울리지 않는 병치와 커진 사물들과 부적절한 공간배치라는 그의 회화적 특징은 대부분 영화의 특수효과를 바탕으로 한다. 그렇지만 투사된 영화 속 스크린 보다, 그의 회화 속에 투사된 세상은 더 동떨어지며 더 몽환적으로 보이게 한다.

이런 마그리트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루이스 부뉴엘과 달리는 <안달루시아의 개><황금시대>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단다. 예전 영화 좀 안다하면 <안달루시아의 개> 정도는 봐야한다는 데, 나는 아주 쉽게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그림이 좋다 나는 하하하

<인간의 조건>에선 벽면에 투사된 카메라오브스쿠라 이미지를 모방해서, 실재 위에 포개진 재현형상과 배경을 역전시키기도 했다. 플라톤의 동굴비유를 연상시키는 이 그림은, 우린 실재보다 그저 투사된 이미지를 보고 있을뿐이라는 걸 말한다.

    

프리드리히 작품 속 부르주아 신사복장에 중산모를 쓴 이들을 차용해 마그리트는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하나가 여러개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입체경효과를 사용했다.

바타유와도 친해서 바타유의 책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고, 멜리에스의 영화 <네 개의 골칫덩이 머리들>을 보고 <침묵의 미소>를 그리기도 했다.

   

 

 

마그리트는 마술이 보여주는 환상을 그림으로 그렸다. 영화가 보여줬던 놀라운 효과를 화폭에 담았다. 그는 수수께끼 같은 그림 속에서 나타남과 사라짐을 반복한다. 그림 속 여인이 푸르게 변하며 배경과 함께 사라지려 하며, 그림과 배경은 뒤섞여 버려 내가 사는 곳이 실제인지 환상인지 모호하게 만든다.

마그리트는 마술사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림 속 트릭을 숨겨놓고, 찾아봐, 풀어봐, 그리고 내 그림 속 소리들을 들어봐.

마술사의 페퍼의 유령효과처럼 점점 사라지는 마그리트의 그림, 방을 채우는 거대한 장미, 알이 새로 바뀌고 하늘이 네 벽에 가득하다. 마네의 <테라스에서>의 그림을 패러디해, 그림 속의 베리트 모리조와 마네와 그의 동생 대신 관들을 그려 넣어 새로운 시대를 알린다.

관이 삐꺽 하고 열리며, 틈 사이로 빛이 비치면, 뿅 하고 중산모 속에 토끼를 감추고 나타날 것 같다.

 

 

 

기억에 남는 그림은 <위협받는 살인자>

이 그림은 마치 금방이라도 움직이는 영상이 되어버릴 듯 하다. 키리코 특유의 원근법, 그리고 앞에서부터 뭔가 흥미진진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다.

모자를 쓴 두 남자는 지금 방망이와 그물을 들고 있다. 신사로 보이는 안경 쓴 남자는 축음기앞에 서 있으며 뒤에는 살인사건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의 창문으로 비치는 산들과 세 개의 머리(초현실주의자들의 머리 ~ 마그리트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가 솟아 있다. 마치 내가 공연을 보기 위해 서 있는 것인지, 창문의 머리 셋이  나를 지켜 보는 것인지모호해진다. 중첩성과 영화의 순차성이 그려지면서 마치 이상한 나라에 있는 듯하다.

 

(마그리트 부부는 저먼스피츠들을 키웠다고 한다. 그 개들의 이름은 룰루, 그 사이에 난 새끼들도 모두 룰루. 앤디 워홀은 샘이란 고양이를 키웠고, 거기서 태어난 새끼들도 모두 샘이었다는데, 화가들은 이름짓기를 싫어하나? 싶다. 르네 마그리트는 1898년 황금개띠시다. 아셨다면 좋아하지 않았을까, 그림 속에 황금개 하나쯤은 그리지 않았을까 한다. )

 

 

 

(우리가 잘 알고, 쉽게 접했던 대중적 그림들보단 조금 낯선 그림들의 소개가 많아서 좋았다. 가짜거울이나 헤겔의 휴일, 그리고 벽지로 활용되는 하늘 그림과 숲 그림 등은 언급은 되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오히려 마술과 포스터 그리고 영화와 연극적 요소와 관련된 그림들에 대한 설명이 많아서 좋았다.)

 

처음 르네 마그리트 관련해서 읽었던 책들이다. 그림들과 관련 설명 등 좋았다. 도서관에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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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09 16: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술의 환상을 그림으로 재현했다는게 놀랍네요!<위협받는 살인자>는 불안함이 느껴져요. 게다가 뒤늦게 발견한 창문의 머리셋!!악~무서운이야기에서 보통 저런 상황을 두고 3층이라던지 4층이라고 하는데 생각납니다. ㅋㅋ어쩜 미니님은 이런 책을 이렇게 잘도 찾으시는지!😉

mini74 2021-07-09 16:42   좋아요 6 | URL
머리만 있는 귀신이야기 ~ 저도 들은 기억이 있어요. 마그리트 그림을 또 다른 면에서 보게 돼서 좋았답니다 *^^*

미미 2021-07-09 20:28   좋아요 3 | URL
미니님 불꽃의 재림 너무 무섭네요. (다시 보고 찾았음)일부러 가로로 올리신거죠?ㅋㅋㅋㅋ🤦‍♀️

mini74 2021-07-09 20:29   좋아요 3 | URL
ㅎㅎ 저는 분명히 반듯하게 올린다고 올렸는데 북플이 거부하네요 ㅎㅎ 자세히 보면 귀엽습니다 *^^*

새파랑 2021-07-09 17: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림천재 미니님이네요. 왠지 그림들이 다 음산한? 기분이 드네요. <인간의 조건> 그림이 제 취향이네요~! 전 르네 마그리트라는 화가 이름은 첨들어봤는데 😐 이렇게 또 배워갑니다 ^^

mini74 2021-07-09 18:09   좋아요 5 | URL
앗 무슨 그런 말씀을 ㅠㅠ 철학적 물음도 많이 담은 화가랍니다. 광고나 벽지에 활용이 많이 돼서요. 큰 잔에 구름 담긴 그림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모 커피 광고에서 비슷하게 차용한 적이 있답니다.원래 밝은 그림들도 많은데 제 취향이 ㅠㅠ

페넬로페 2021-07-09 18: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거의 10년도 전에 르네 마그리트 전시회에 갔었는데 그 개성있고 특이한 그림이 신기하면서도 너무 좋아서 빠져들었어요~~
근데 미니님은 미술전공 하신거예요?
매번 전문가의 포스가 넘칩니다**

mini74 2021-07-09 18:09   좋아요 6 | URL
아니에요. 그림을 좋아하는 ㅎㅎ 저 제가 좋아하는 작가 몇 말곤 잘 몰라요. 좋아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댓글들에 고맙고 힘도 납니다 *^^*

서니데이 2021-07-09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처음 보는 낯선 느낌이예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 많이 소개되나봐요. 처음보는 그림이지만 작가 특유의 초현실주의 같은 느낌은 여기서도 있는 것 같은데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mini74 2021-07-09 22:04   좋아요 3 | URL
고맙습니다 ~~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금요일 보내세요 저는 아주 편안한 자세로 책도 보고 북플도 보며 ㅎㅎ 다방커피 한 잔 하고 있답니다 ~~

가필드 2021-07-09 2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그리트 화가에 대해 관심에 많았는데 읽어보고 싶네요 설명 잘 읽었습니다 ^^

mini74 2021-07-09 22:39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 가필드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scott 2021-07-09 23: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르네 마그리트가 제작한 단편과 그의 생애를 담은 다큐를 봤는데
실제 생활이 자신이 그림 저 그림(사차원적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ㅎㅎ

미니님 북플계의 큐레이터
그림을 읽어주는 ੯•́ ੇᎮ

mini74 2021-07-09 23:42   좋아요 3 | URL
과찬의 말씀을 ㅠㅠ 작품은 작가를 닮나봐요 ㅎㅎ 고맙습니다. 스콧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7-10 0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동안 르네 마그리트 관련된 책들 있으면 찾아 봤는데 ... 밀라쿤데라 전집도 한개씩 모으고 있구요...(표지때문에^^)... 미니님 리뷰보니... 또 ...사게 되겠죠?^^;;

mini74 2021-07-10 08:41   좋아요 1 | URL
표지가 너무 예뻐서 ㅎㅎ 같이 주는 책갈피도 예쁘답니다 *^^*

그레이스 2021-07-10 09:01   좋아요 1 | URL
ㅇㅋ
접수요*^^*
 
타타르인의 사막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3
디노 부차티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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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니 드로고.
삶이란 결국 오지 않는 적을 기다리며 익숙해지는 것, 그러다 모두가 같은 적을 만나 떠나는 것?
기다리던 일이 일어나는 순간 내쳐지거나 소외되는 것? 그러다 자신이 진정 기다린 것은 A가 아니라 B임을 알아가는 것 .

하지만 드로고는 마차에 올라 즉시 떠나라고 명령했다. 그는 숨을더 편히 쉬고자 덮개를 내리게 하고 어두운 색상의 담요 두세 장으로다리 부위를 감쌌다. 그 위로 사브르의 광채가 스며나왔다.
마차는 돌멩이들 위에서 흔들리며 돌투성이 평지로 향했다. 그렇게드로고의 길은 마지막 갈림길로 향하고 있었다. 바퀴가 돌에 부딪칠 때마다 의자 한쪽에 앉은 그의 머리가 흔들거렸다. 드로고는 점차 낮아지는 요새의 노란 성벽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곳에서 그는 세상과 분리되어 살았고, 적군을 기다리며 삼십 년이넘는 시간을 고통스럽게 지냈다. 그리고 외국의 적들이 도착한 지금,
동료들은 그를 쫓아버렸다. 한편 그의 친구들과 타인들은 저 아래 도시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고, 이제 목적지에 도달하여 우월한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전리품을 거머쥐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그는 장교가 되었다. 파고들어야 할 책도, 상관의 목소리에 떨어야 할 일도 더는 없었다. 모든 게 지나간 과거였다. 증오스럽게만 여겨졌던 생도 시절의 모든 날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달과 햇수를 채우고 어느새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그렇다, 이제 그는 장교였다. 앞으로는 돈을 거머쥘 수 있을 테고, 아름다운 여인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이리라. 하지만 조반니 드로고는 사실상 삶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풋풋한 청년기 또한 어느덧 끝나버렸음을 깨달았다. 드로고는 그런 생각에 잠겨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랑하려고 부질없이 애썼던 얼굴에 드리운 억지 미소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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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7-08 20: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크..... 그러니까 이 작품이 ˝나만의 명작˝이 아니었다는 말씀이군요. 흑흑, 감격입니다.

mini74 2021-07-08 21:26   좋아요 6 | URL
폴스타님 감사감사 *^^* 폴스타프님을 믿습니까 믿습니다 ㅎㅎㅎㅎ

새파랑 2021-07-08 20:3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거 사놓고 못읽고 있는데 곧 읽어야 겠어요😄

mini74 2021-07-08 21:25   좋아요 6 | URL
저도 사놓고 한참 있다 읽었어요. 뭐랄까 제목부터 쓸쓸할 것 같아서 ㅎㅎ 좋았어요. 몰입돼서 금방 읽었어요 새파랑님 ~~

미미 2021-07-08 21:1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저 인상적인 5줄과 미니님의 별 5개!!! 😳

mini74 2021-07-08 21:27   좋아요 6 | URL
폴스타프님 추천작인데 좋았어요. 국경과 사막과 주인공의 삶 등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요 ~~

페넬로페 2021-07-08 22: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저 5줄의 글로 이 책의 모든 것이 표현되네요. 그러면서도 정말 그럴까라는 오기로 어서 책을 읽어야겠어요^^
오지 않는 적을 기다리는것, 끔찍하거든요
차라리 오지 않는 행복을 기다리는게 더 나을까요? ㅠㅠ

mini74 2021-07-08 22:55   좋아요 5 | URL
고도를 기다리는게 낫지 않을까요. 최소한 두 명은 이미 기다리고 있으니 ㅎㅎㅎ 페넬로페님 오딧세우스는 기다리지 않으시는건가요 *^^*

페넬로페 2021-07-09 00:03   좋아요 4 | URL
계속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오겠죠~~
덩달아 고도도 기다리는 중^^

붕붕툐툐 2021-07-08 23: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캬하! 제가 지금 기다리는 것이 A라면 B는 뭐일까 궁금해지네요~~

mini74 2021-07-08 23:08   좋아요 4 | URL
툐툐님이 궁금해하시니 막 다 이야기하고 싶지만 스포가 될까봐 ㅠㅠㅠ 정답은 각자의 마음에 있겠지요 *^^*

scott 2021-07-09 00: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삶이란 결국 오지 않는 적을 기다리며 익숙해지는 것, 그러다 모두가 같은 적을 만나 떠나는 ...]
이거슨 사막에 살고 있는 타타르인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

그러다 진정 기다린 것은 A가 아니라 B라는건

|∧∧
| ‘ ω‘)
|⊂ノ
|
 

개파냐 고양이파냐 이것이 문제로다.아니면 둘 다?고양이가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개가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혹은 둘 다 좋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랬든 저랬든 꼭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먼저 작가님이 유명한 동물학자이지 생태학자라고 합니다. 왜 이리도 나는 고양이에 약한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책.마무리는 닥치고 숭배하자 느낌입니다*^^* 숭배의 대상에서 중세시대 잠시 악마취급을 당했던 고양이,이집트에선 상대 적국이 고양이를 들어올리며 싸우자 차마 화살 날리지도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다양한 고양이들 종류와 습성도 담겨 있어요. 중세때는 마녀가 고양이로 변한다고해서, 391년 테오도시우스 1세가 고양이 소유 금지령응 교황 인노첸시오8세세는 고양이 악마라고 선언. 메리여왕엔겐 신교를 의미, 엘리자베스여왕에겐 구교를 의미, 이래 저래 고양이 학살.이 자행됩니다 고양이 축제날은 고양이를 산채로 불에 던져 화형시키는 날이렀다고 합니다. 지배층에 종교에 억눌린 울분을 괜히 약한 고양이들에게 푼거지요. 유대인들은 고양이를 길렀기에 페스트에 덜 치명적이었도 그런 이유와 악마와 내통한다하여 유대인들이 학살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 후 산업화되면서 고양이 악마설은 희미해졌고, 고양이는 창고지기 쥐잡기 등 꼭 필요.했다고 합니다 산업혁명 후 새로운 신흥부자 또는 작은 공장 사장등은 다시 고양이를 키웠고, 팔자 좋아보인다며 직공들이 고양이들을 잡아 죽이기도 했습니다 ( 특이하게 고양이에게만 있다는 톡소플라스마 기생충에 감염되면 여성은 옷을 세련되게 입게 되며 남자는 의심이 많아지고 난폭운전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베르나르 소설인 문명에 보면 주인공 고양이 이름이 바스테트(이집트 여신으로 고양이 얼굴 가짐)도 낳은 새끼들 중 한 마리 만 빼곤 모두 주인의 남자친구가 자루에 넣어 물에 빠뜨려 죽였다는 이야기가 나온답니다. 그리고 강아지 이야기 유명인들이 키운 개와 그 개들의 충성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피카소가 가장 아꼈던 아프간 하운드엘비스 프레슬리의 바셋하운드~ 허시파피로 유명하지요 스누피~ 비글, 실험견, 너무 인간을 좋아하고 순해서 실험견으로 쓰인다고 하지요. 중국승려가 신라로, 다시 일본으로 해서 만들어진 재퍼니스친~ 미일화친조약에서 페리제독에게 선물, 그 후 메리커셋의 애완견으로 마네가 그린 란 그림에 등장합니다. 타마란 이름으로 르느와르와 마네 모네 모두 귀여워했다고 합니다 고야 그림엔 비숑프리제가 쑥대머리로 나옵니다 고대부터 있던 개로 명랑한 성격에 선원들이 좋아했다고해오. 헬렌켈러의 친구엿던 보스턴 테이러,뉴턴의 유일한 친구 다이아몬드 포메라니안,존스타인백이 여행에 데리고 다녔고 , 그 여행을 바탕으로 찰리와의 여행이란 책을 쓰기도 했던 검은 푸들 찰리. 개의 학명은 카니스 루푸스 파밀리아입니다. 늑대 학명에 가족이란 뜻이 붙어있어요. 늑대에서 시작되어 인간의 필요에 의해 다양한 모습이 만들어졌습니다. 러시아 혁명 당시 귀족들의 개였단 이유로 학살당한 보르조이,영화로 엄청 인기 얻어 입양되었다 대거 파양된 달마티안( 고집도 세고 훈련시키는데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견종인데, 제대로 알지 못하고 데려갔다가 감당이 안되자 많이 버렸다고 합니다 ㅠㅠ)투견을 막은 빅토리아 여왕, ( 투견에 몰리던 돈줄이 도그쇼로 넘어가게 되지요. 더 특이하고 더 남다른 개를 갖고 싶다는 욕심에 퍼그 등이 만들어집니다. 퍼그는 코가 너무 납작하고 근친교배 등으로 병에 약하다고 합니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종 )엘리자베스2세의 웰시코기 사랑도 유명하지요 ( 웰시코기는 귀여운 엉덩이와 앙증맞은 꼬리로 유명한데요. 실은 꼬리가 길다고 합니다. 주로 양치기개였던 코기, 아무래도 꼬리가 풍성하고 길면 더러워지기도 쉽고 해서 태어나면 사람들이 꼬리를 잘랐다고 합니다. 뽀족 솟은 귀를 가진 견종들 또한 귀를 잘라서 만든거구요. )이렇게 개와 고양이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책 두 권을 소개하 드렸습니다. 여러분은 만약 가족으로 맞게 된다면 개파? 고양이파? 혹은 둘 다? 인가요 ?( 아 이 책 말고도 거실의 사자,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고양이에 대하여, 개들이 있는 세계사풍경, 고양이 야옹야옹 고양이미술사 등도 재미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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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7-06 13: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스콧님 좋아요 해주셨는데 죄송해요. 뭐가 잘못돼서 삭제하고 다시 올렸어요 ㅠㅠ

미미 2021-07-06 14:12   좋아요 5 | URL
저도 몇번이나 그런적 있어요ㅋㅋㅋㅋ나폴레옹 대관식 같은 깜찍한 표지라고 다시 칭찬,강조합니다ㅋㅋ✌

그레이스 2021-07-06 14: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어요 데즈먼드 모리스는 특이한 내용을 많이 쓰는것 같아요^^

재미있었어요

mini74 2021-07-06 14:05   좋아요 5 | URL
네~ 저는 그림이 너무 좋아서 구입을 ㅎㅎ 지금도 고양이 그림 보면서 집사인척 ㅎㅎㅎ 고양이는 참 매력적이고 예술가들을 닮은 거 같아요 *^^*

새파랑 2021-07-06 14: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멍멍이요~! 고양이는 눈이 신비해서 모시고 살아야 할거 같은 기분? 고양이는 보는것만 좋아합니다~ 멍멍이는 역시 플란다스의 개 👍

mini74 2021-07-06 14:47   좋아요 5 | URL
그죠. 주인과 같이 죽는 강아지라니 ㅠㅠ

scott 2021-07-06 17: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강쥐들은 주인을 지킨다!는 자세가 되어 있지만
냥이들은
키우다 보면 집사가 됩니다.
(=ↀωↀ=)✧

mini74 2021-07-06 17:06   좋아요 5 | URL
ㅎㅎ 맞아요. 그런데 자발적으로 집사가 되지요 *^^*

라로 2021-07-06 2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 시어머니가 여행을 가셨다 돌아오셨는데 저희집 개가 시어머니를 젤로 반기더군요. 정말 이렇게 흐느꼈어요. 으흐흐흥,흐흐흥, 막 이러면서 그동안 그리워서 죽을 뻔 했다 뭐 그러는 듯한 소리,,,그래서 개를 기를까요? 고양이는 절대 그러지 않고, 인간이 그런 소리를 내겠죠?^^;;;

mini74 2021-07-06 20:48   좋아요 5 | URL
상상하니까 너무 귀여워요 저희 강아지도 한번씩 남편이 출장 길게 갔다오면 그런 소리를 내지요. ㅎㅎ

붕붕툐툐 2021-07-06 20: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둘 다 넘나 예뻐라 하는데, 사실 고양이를 쬐금 더 좋아합니다!ㅎㅎㅎㅎㅎㅎ
그림이 예쁘다니 관심이 확 가네요!^^

mini74 2021-07-06 21:10   좋아요 5 | URL
고양이 너무 멋지죠 ㅎㅎ*^^* 고대부터 현대까지 고양이 그림이 왕창있습니다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7-07 0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고양이요. 이유는 울집에 이미 강아지 두 마리. 개 한마리 있걸랑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mini74 2021-07-07 16:35   좋아요 1 | URL
저희집에도 두 발로 걷는 강아지 가끔 네 발로 걷는 개, 진짜 개 이렇게 있습니다 ㅎㅎㅎㅎ

서니데이 2021-07-07 00: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엔 고양이와 강아지를 키우지 못하지만, 그래도 좋아해요.
아는 집에 갈 때는 가끔 간식 준비해갈 때도 있어요.
그러면 조금 더 친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잘 읽었습니다. mini74님, 더운 날씨와 장마 시기,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mini74 2021-07-07 16:36   좋아요 2 | URL
간식 주는 아는 언니! 강아지들의 로망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