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 오늘 만난 고양이, 어디서 왔을까?
바다루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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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고양이 한국사

 

역사책 속에서 처음으로 만난 동물이, 내게는 쾨길이 코길이라 불리는 코끼리였다. 대장경을 어떻게든 한 번 얻어보려 일본이, 불교에서 영험하고 귀히 여기는 쾨길이를 선물한 것이다. 이 쾨길이가 임금앞에서 약간의 난동을 부렸고, 불타는 임금에 대한 사랑을 참을 수 없었던 이우란 선비가 쾨길이를 작대기로 찌르며 야단을 치다 밟혀 죽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쾨길이는 거덜이(동물을 관리하는 사복시의 하급관리 정도)와 함께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리고 만나게 된 동물은 잔나비 , 잿빛이 돈다하며 잔나비라고 한다는데, 추위에 떠는 잔나비를 보고 숙종이 옷과 집을 하사하려 하자, 신하들이 백성들도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는데 잔나비 따위에 은혜를 베풀 순 없다며 반대를 해서 결국 무산되었다고 한다. 낯선 곳에서의 그 추운 겨울밤과 낮을 잔나비는 어떻게 보냈을까. 그러고 보면 임난 때 명나라에서 원숭이부대를 보낸 적이 있다.

선비들은 동물들 또한 성리학적 관점에서 보았다. 개는 개답게 고양이는 고양이답게 잔나비는 잔나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검소를 강조해 말보다는 나귀를 선호했다. 실용적인 면에서도 비용면에서도 나귀가 선비에게 어울린다는 것, 실제 나귀를 타는 선비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선비는 오로지 유학만을 공부하고 다른 것에 한눈에 팔면 안된다지만, 그 와중에도 다양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폭넓은 취미생활을 하던 이들이 있었다.

이서구는 녹앵무를 키웠다. 영 말을 배우지 못해 속상한 마음에 펑펑 울었더니, 그 녹앵무가 말을 했다고 한다. 그 기쁨에 쓴 책이 <녹앵무경> 그 책의 서문을 무려 박지원이 써 줬다고 한다. 그 외에도 유득공이 비둘기에 대해 쓴 <발합경> 담배에 대한 <연경> 등의 책이 전한다. 물론 정조는 그런 행태를 싫어했고, 고양이의 사냥 습성 또한 아무리 본성이라도 잔인해 보인다며 꺼려했다.

정조가 싫어했던 이들, 일명 오타쿠.

완물상지 혹은 벽치라고 불렸다.

이덕무는 자신을 책만 읽는 바보라 하여 스스로를 간서치로 불렀다.

(북플엔 간서치님들이 넘칠 듯 )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들 중에서 고양이를 다뤘다. 유럽처럼 집단학살이나 괴롭힘을 당하진 않았지만. 시대에 따라 혹은 개체 수에 따라 태도의 차이는 있었다.

원시고양이는 환경에 따라 사자 등 큰 동물로, 또 한 쪽에선 상대적으로 작은 삵 등으로 진화한다. 그리고 그 중 한 무리가 고양이가 되었다고 한다. (고양이와 삵의 이종교배로 뱅갈고양이가 생겼다고 한다.) 농경생활에서 중요한 고양이는, 장건의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들어와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전해졌다고 추측한다.

고양이는 괴니, 고이니, , 괴와 양이(울음소리 야옹) 등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괴양이 고양이에서 고양이로 정착했다고 한다.

고양이를 친구로 본 이색, 양녕대군의 내놓으란 협박에도 자신의 금빛 고양이를 지킨 신효창, 고양이가 들어가는 17편의 시를 쓴 서거정등을 소개한다.

애묘가로 알려진 유명한 숙명공주, 고양이 그림을 잘 그린 심사정의 큰할머니이기도 하다.

금덕이와 금손이를 아낀 숙종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특히 숙명공주는 청나라에서 태어났으며, 아버지 효종이 소설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삼국지통속연의>를 번역해 주기도 했다.

임난 시 도와주러 왔던 명나라 장수 이승훈은 자신의 고양이를 찾아달라며 선조에게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찾았길 바란다.

고양이 묘가 고령노인을 의미하는 모와 발음이 비슷해 만수무강을 비는 의미로 많이 그려졌고, 특히 고양이 그림에 뛰어났던 변상벽은 변고양이로 불리기도 했다.

 (고양이 둘은 부부를, 6마리의 참새는 자식들을 )의미한다. 참새는 과거급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

 

특이한건 길거리 고양이를 거둬 먹이던 묘마마 이야기다. 지금의 캣맘이 예전 조선의 어느 거리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농경사회에서 쥐를 잡기위한 도구로 쓰이던 고양이가, 위안이자 친구가 되기도 했지만, 전쟁이나 기근 등에선 억울한 누명을 쓰며 고통 받기도 했다.

콜레라의 증상 중 하나가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해서, 콜레라 예방을 위해 고양이 부적을 가지고 다니기도 했으며, 어깨 등의 통증에 좋다며 고양이 가죽을 파스처럼 붙이기도 했다. 관절을 위해 먹기도 했으며, 다양한 약재로도 활용되었다.

(고양이 부적)

(쥐약광고)

지금은 먹을 이유도 근거도 없지만, 아주 어린 시절 동네 어귀 고양이소주니 개소주니 하던 광고판을 봤던 기억이 난다.

유기되는 고양이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세라고 한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아주 짧다고 한다. 인간에 의해 길들여져, 인간의 손을 거치지 않으면 자신의 수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햇볕을 쬐는 고양이를 보면 예전 알렉산더 대왕에게 햇빛 가리지 말라고 했다는 디오게네스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잠시의 망중한일뿐, 고양이는 또 힘들고 고된 길에서의 삶을 살아야겠지.

 

(이 책보단 <재미있어서 끝까지 읽는 한중일 동물오디세이>가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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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9 18: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고양이보다는 멍멍이가 좋던데 ㅋ 우리나라에서도 고양이가 예전부터 사랑받았군요~! 중간에 고난이 있긴 했지만🤔

mini74 2021-07-29 18:17   좋아요 4 | URL
저도 강아지. 우리집 강아지가 제일 좋아요. 그래도 고양이도 예뻐요 ㅎㅎ 그래서 고양이는 랜선집사 중입니다 ㅎㅎ

scott 2021-07-29 2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광고
쥐과자 먹으면 皇천 ㅋㅋㅋ

고양이는 사랑이지만
실은 남의 집 고냥이 (̵̵́╹ᴥ╹)̵̵̀ 랜선으로 구경 하는걸 더 좋아 합니다 ㅎㅎ

저도 강아지는 가족임 (ᵔᴥᵔ)

mini74 2021-07-29 20:40   좋아요 4 | URL
ㅎㅎㅎ 고양이탈 쓰고 화살 쏘는 아저씨도 넘 진지해서 웃겼어요. 우리민족은 역시 활의 민족 ㅎㅎ 울 강아지 에어컨 바람 나오는 곳에서 눈 조금 뜨고 주무시는 중입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7-29 23: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부적 갖고 싶어요~ 고양이 고기가 신경통에 좋다는 게 예전부터 있던 속설이었군용~
근데 우리 어른들은 왜 그리 고양이를 안 좋아하셨을까요?🤔
전 고양이도 강아지도 다 예뻐용~🙆

바람돌이 2021-07-29 2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지만 엄마가 너무나도 반대해서 고양이를 못기르는 우리집 불쌍한 둘째가 좋아할 책이군요. ^^ 아 저는 개나 고양이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걔들 뒤치닥거리 하면서 기르고 싶어하지 않는쪽이라고 할까요?
고양이 그림 중에서 김홍도의 <황묘농접도>-누런 고양이가 나비를 골리다라는 뜻?
하여튼 이 그림 너무 좋아합니다. 인터넷 사진으로는 절대 안나오는 정말 다정한 색감과 필치가 너무 아름다워서요.

mini74 2021-07-30 13:02   좋아요 0 | URL
저도 그 그림 좋아해요. 노란 고양이가 어찌나 귀여운지. 고양이는 봄이로소이다에 가장 어울리는 고양이? ㅎㅎ 그 옆 패랭이꽃? 도 예쁘고요. 바람돌이님은 충분히 많이 키우고계시잖아요 ㅎㅎㅎ
 
쇼팽 - 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 클래식 클라우드 28
김주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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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쇼팽이 살아 돌아와, 쇼팽콩쿠르에 출전한다면 우승할 수 있을까 ? 란 궁금증이 생겼다. 아마 어렵지 않을까,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니야 하며 악평을 들을려나. ( 히치콕 감독 손녀가 할아버지를 인터뷰해서, 히치콕에 대해 쓴 리포터에 C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ㅎㅎ)


“내 피아노는 내 고통의 표현을 너무 잘 알아 “


손이 많이 가는 천재 쇼팽, 그럼에도 앞다투어 보호하고 싶어지는 매력을 가진 천재.
그가 가진 음악의 원천이었던 폴란드를 중심으로 프랑스 영국 스코틀랜드까지 여행하며, 그 길에서 만나는 쇼팽을 이야기한다. 잠시 쉬면서 쇼팽의 음악을 듣기도 하고, 그의 사랑과 친구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음악이 나올때마다 검색하며 듣기도 하고, 또 스콧님이 리뷰에 소개했던 작곡가들이나 일화가 나오면 반갑기도 했다.
그의 연인, 상드는 사랑을 원했지만, 병약하고 손 가는 아들 하나를 더 얻은 게 아닐까. ( 솔랑주의 일로 갈등이 커쟜다지만 그 전부터 쌓이고 쌓여 지쳤을듯. )

(조금 아쉬운 점은 음악용어 등이 그 장의 밑에 있지 않고 뒷면에 모여 있어서, 계속 읽다가 뒷 페이지 펴서 용어를 찾아본다고 정신이 좀 없었다. 주석처럼 달아주면 더 좋을텐데싶다.
그리고 음악이 나올때면 검색해서 듣게 되는데 QR코드가 있다면 편할텐데 싶다. )

( 제니린드가 언급되는 부분도 좋았다. 안데르센이 고백했다 거절당해, 그녀를 모델로 얼음여왕을 만들었단 설이 있다

안타까움과 자책감, 그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엄청난 울분이 그의약한 육체를 짓눌렀다. 당시의 격정은 〈에튀드 c단조, Op. 10-12 ‘혁명)이라는 곡에 녹아 있다. 뜨거움으로 일렁이는 파도와 같은 왼손의 움직임 위로 응축된 힘이 느껴지는 비극적인 멜로디가 오른손으로 수놓아진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16분음표의 빠른 움직임을 나타내야 하는 왼손을 위한 연습곡의 성격을 띠지만, 음악으로 울부짖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작곡가의 고통이 들을 때마다 사무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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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28 2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큐알 코드가 없다는게 넘 ㅎ 아쉽네요
피아니스트 김주영님이 쇼팽의 흔적을 찾아 떠난 여행 부러운 1인 ^ㅅ^

손이 많이 가는 천재 !쇼팽
미니님의 탁월한 한줄 평! (。♥‿♥。)

mini74 2021-07-28 21:31   좋아요 5 | URL
작가님이 피아니스트여서인지 더 열정적으로 음악 소개하는 느낌이었어요 *^^*글도 참 잘쓰시고. ㅎㅎ

붕붕툐툐 2021-07-28 22: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ㅎ작가들이 수능에 나온 자기 작품 틀리는 그런 느낌이네용~ 손 많이 가는 천재~ㅋㅋㅋㅋㅋ

mini74 2021-07-29 17:36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수능 문제 ㅎㅎ

새파랑 2021-07-28 23: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손이 많이 가는 천재 ×3 왠지 어떤 느낌인지 알거 같아요 ㅋ

mini74 2021-07-29 17:36   좋아요 1 | URL
천재중에 그런 분들 많으시죠. ㅎㅎ

페넬로페 2021-07-29 00: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손이 많이 가는 천재이지만 우리들에게 너무 좋은것을 남겨 주었나니 그냥 받아주오리다~~상드에게 미안하지만요^^

mini74 2021-07-29 17:36   좋아요 1 | URL
모두 용서가 되지요 ㅎㅎ

미미 2021-07-29 1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악도 소설처럼 쓰여진 뒤 원작자의 손을 떠나 독자적인 세계를 맞이하는 것 같아요~♡♡

mini74 2021-07-29 17:37   좋아요 1 | URL
연주하는 분. 감상평을 쓰는 분들에 따라 정말 새로운 세계들이 하나씩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ㅎㅎ평행우주론? 같은 느낌 *^^*
 
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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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았던 이유,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서이다.

 

이 책에서 반가웠던 인물 중 하나 릴리트!

내가 좋아하는 여신이다. 아담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했으며, 차라리 벌을 받겠다고 에덴동산을 뛰쳐나간 여신.

 

구약성서의 창세기 1장엔 남자와 여자를 같이 만드니..

구약성서의 창세기 2장엔, 남자의 갈비뼈를 꺼내 여자를 만드니 그 이름이 이브라..

그러면 아담은 중혼죄일까요?

이브 이전의 그녀는 누구일까. 바로 릴리트다. 아담과 똑같이 흙으로 빚어진 여인.

아담에게 순종하는 대신, 신과 아담을 버린 여자. 그녀는 아담보다 뱀을 총애했고, 아담에 복종하지 않았다. <미드라시>에선 뱀과 간통하여 악마의 아이들을 낳았다.

가장 오래된 이야기 속에 나오는 가장 현대적인 여인이다.

그 후 릴리트는 밤의 여인으로 폄하되었다. 부엉이가 트레이드 마크이며 복수이자 재앙의 여신이 된다. 남성에게 평등을 부르짖는 다는 건, 그 시대엔 재앙이자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고대인들은 아이가 죽어도, 그 외의 나쁜 재앙에도 모든 원인을 릴리트 탓으로 돌린다. 그런 릴리트의 이미지는 지금도 팜파탈 속에 남아있다. 평등과 성적 해방을 외치다가 결국 동방정교 등의 타 종교에서 주술과 마법, 흑마술 등이 쓰여진 책에서나 등장하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밤의 여인이자 재앙의 근원이라는 릴리트, 그럼에도 정감이 가는 건, 릴리트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겠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그린 릴리트>

 

또 한 명의 인물, 빨간모자.

어떤 책에선 빨간 모자를 샛길족이라 한다.

새로운 길은 위험하다. 무모하다. 그렇지만 그런 남들이 가지 않은 길들을 누군가는 용기내서 감으로써 진화가 시작된다. 그런 위험한 샛길을 걸어가는 빨간 모자, 결국 위험에 처하지만, 이제 그 샛길은 위험한 샛길이 아니라 큰 길이 된다. 꽃향기 가득하고 아름다웠지만 늑대로 인해 위험했던 샛길이, 용기내서 걸은 빨간 모자에 의해 큰 길이 된 것이다. 위험 없이 많은 이들이 이제 그 길의 꽃향기와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되었다. 큰 길도 예전엔 샛길이었고, 누군가 용기내서 걸었기에 큰 길이 된 것. 빨간 모자는 무모함이자 용기의 표상이 아닐까.

이 책에서도 작가는 빨간 모자를 유혹당하면서도 유혹하고, 세속적이면서도 무구한 그녀는 부정직한 늑대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를 만끽하는 인물로 이야기하고 있다.

 

햄릿을 거트루트의 시선에서 본 관점도 좋았다. 그러고 보면 거트루트에겐 아무도 묻지 않는다. 심경이 어떤지, 햄릿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들고 어떤 생각과 어떤 계획이 있는지. 그녀는 햄릿을 낳고 싶었을까? 아들인 햄릿이 마음에 들었을까 하는 의문들을 읽으면서 어쩌면 나는 햄릿을 1/3도 읽지 못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셰익스피어의 남성들은 우중충하고 죽상에, 정절과 순결에 남의 목숨을 건다.(물론 아닌 인물들도 많다) 끝이 좋아도 개운한 느낌이 들지 않았던 건, 거트루드의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 외에도 홀든이 아닌 피비의 시선과 하이디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등, 주인공이 아닌 주변인물들에 대한 해석 등에 배울 점이 많았다.

사탄이 쿠퀘그가 릴리트가 피비가 롱 존 실버 등이 제목으로 등장해서 더 좋았다.

보물섬을 읽으며 롱 존 실버를 가장 매력적으로 생각했던 이가 나말고도 많다는 것을, 그리고 작가의 오랜 친구 월리엄 어니스트 헨리에서 떠올렸다는 것이 어쩌면 실버가 다양하고 복잡하면서 매력적인 성격을 갖게 된 이유가 아닐까.

 

 

책 속엔 다양한 인물들이며 괴물들이 등장한다. 그런 괴물들과 싸우는 영웅들도 나오며 흑화되어 버리는 나약한 인물들도 나온다.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괴물도 어쩌면 나일 수도, 그런 괴물들을 처단하는 영웅도 나일지도 모른다.

괴물도 나이며, 괴물에게 잡힌 인질도 나이며, 결국 나는 나와 싸워 나를 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 속엔 고약한 괴물도 있고, 괴물에게 물려 피 흘리는 나도 있다. 그리고 방패와 칼로 무장하고 싸우는 나도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건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선 괴물이었다가 저 소설에선 영웅이었다가, 그러면서 내가 되어 가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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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7-26 13: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괴물들 그리고 신들이 이야기 인가 보네요. ㅎㅎ 재밌을 것 같아요.

mini74 2021-07-26 13:23   좋아요 4 | URL
책에 대한 글인데요. 주인공보다 이런 주변인물들 괴물 다룬 부분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

미미 2021-07-26 13: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릴리트를 애정하시는군요! 저도 이 책으로 첨 알게된 흥미로운 인물! 역시 신화쪽을 꽉 쥐고 계신 미니님다운 리뷰예용~♡ 이 책 때문에 드라큐라도 읽고싶어졌어요.아웅~즐거운 부담ㅎㅎ😭

mini74 2021-07-26 13:49   좋아요 4 | URL
저는 앨리스랑 손오공이요 ㅎㅎ *^^*

scott 2021-07-26 16:01   좋아요 5 | URL
소설 드라큐라 영화나 만화와는 다른
재미가!!
은근 슬쩍 끼어듬요 ◠ ̫◠

페넬로페 2021-07-26 14: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 책에 나온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이 좋더라고요. 빨간모자가 샛길족, ㅎㅎ

mini74 2021-07-26 16:47   좋아요 3 | URL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 란 책에서 빨간 모자를 그렇게 소개하거라고요. 용감한 샛길족 ㅎㅎ *^^*

레삭매냐 2021-07-26 15: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 드디어 읽으셨군요 :>

올해 제가 만난 책 중에 손꼽을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mini74 2021-07-26 16:48   좋아요 2 | URL
매냐님이랑 추천덕에 저도 좋은 책 읽었어요. 망겔책 검색 중입니다 ㅎㅎ

scott 2021-07-26 16: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거슨 끝내주는 괴물 리뷰중에 가장 돋보이는 리뷰!!

[그녀는 햄릿을 낳고 싶었을까? 아들인 햄릿이 마음에 들었을까?]
요런 관점 정말 좋습니다.
애미가 답답하고 우유부단한 아들을 보는 심정은
마치 100살 가깝게 살고 있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아들 찰스를 바라보는 그럼 심정이 아닐까여 ㅎㅎㅎㅎ

진정으로 땡튜를 날리게 만드시는 리뷰!!

한때 망겔옹의 책을 섭렵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책들을 쟁여 놓았던 1인! ㅎㅎㅎ


mini74 2021-07-26 16:48   좋아요 4 | URL
스콧님 정말 대단하세요. 살포시 저도 망겔책 주섬주섬하고 있어요 *^^*

새파랑 2021-07-26 16: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미님 보관함 보니까 책은 읽기가 두려워지던데 ㄷㄷ 릴리트 이야기 재미있어요. 사진도 👍

mini74 2021-07-26 16:49   좋아요 4 | URL
그죠. 이 책 읽고 나면 보관함에 책 이 가득 할 듯합니다 ㅎㅎ

붕붕툐툐 2021-07-26 22: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기대되는 책이에용! 읽고 미니님 리뷰도 다시 정독할게욤!!🙆

바람돌이 2021-07-27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리뷰 쓰야 하는데.... 지금 책 옆에 두고 있어요. 쓸려고...ㅠ.ㅠ
저도 mini74님처럼 책속의 주요인물이 아니라 주변인의 입장에서 쓴 글 좋더라구요. 특히 햄릿 엄마에서는 완전 빵 터졌어요. ㅎㅎ

라로 2021-07-27 0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니님 리뷰 안 읽고 좋아요 누름요. 저 책 오고 있겠죠??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레샥매냐님 글 보고 샀는데요. 찌찌뽕~~~.^^

페크pek0501 2021-07-27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몇 꼭지 읽었답니다. 특히 ‘호밀밭의 파수꾼‘의 피비에 대한 글이 좋더군요.
이 책을 읽다 보니 사고 싶은 책이 저절로 생기더라고요. 제가 모르는 작품이 너무 많아요.^^**

고양이라디오 2021-07-28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배경지식이 있어야 더 즐길 수 있을 책인 거 같네요ㅎㅎㅎ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ㅎ
 
피에 젖은 땅 -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 걸작 논픽션 22
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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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시작한 자들은 언제나 등 뒤에 숨어 있다. 그들에겐 굶주림도 죽어가는 가족도 생명의 위협도 없다. 전쟁의 뒷퍈에서 가장 추악한 얼굴로 안락의자에 앉아 있다. 전쟁의 앞면은 잔인하고 뒷면은 비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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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26 13: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오!! 미니님👍👍

mini74 2021-07-26 16:49   좋아요 4 | URL
100자평해보겠다고 ㅠㅠ 98자 맞췄어요. ㅎㅎ

새파랑 2021-07-26 16: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또 이렇게 읽으셨군요 👍👍

mini74 2021-07-26 16:50   좋아요 4 | URL
묵히고 발효시켜 읽었어요 ㅎㅎ 산지는 좀 오래됐는데 다른 책들과 같이 읽는다고 ㅠㅠ

단발머리 2021-07-26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미니님!! 👍🏼👍🏼👍🏼

페크pek0501 2021-07-27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두꺼운 책을!!!... 저는 읽을 자신이 없어 구매할 엄두가 안 나네요.
이 논픽션 시리즈 책들이 대체로 두껍고 비싼 것 같네요.
 

희곡을 읽는 즐거움
2차원의 글자들이 배경을 쌓아올리고, 대사와 방백과 독백들이 쌓여 3차원의 세계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아무도 없을 때 혼자 인형놀이나 역할극을 할 수 있다는 것? 혼자 웅얼거리며 읽고 있으니 남편이 자아분열중이냐고 ㅠㅠ

1.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
불가코프가 원하는 스탈린의 모습. 그가 간절히 원하는 변화.
불가코프란 실존인물의 이야기다.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현실, 자신의 글들이 줄 그어지고 뭉개지는 상황에서, 스탈린에게 편지를 쓰다가 어느 순간 스탈린이 되어 버린다.
이제 그의 머리속은 온통 백지일뿐, 그가 써내려 가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화를 통해서도 이렇게 심리묘사와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러울 수 있구나라는 걸 희곡을 통해 느끼는 중. 머리속에 그려지는 장면들과 인물들이 느낄 내면의 고통과 번민이 대사들에, 괄호 속 지문에 고스란히 담겼다가 넘쳐 흘러 독자를 물들인다.

그러면서 상상해봤다. 스탈린이 종이학 천마리를 접어서 작가를 찾아오는 것이다. 난 당신의 진정한 팬입니다. 이러면 스릴러 장르가 되지 않을까. ㅎㅎ 더위를 먹었나보다.


2.버스정류장

희곡을 읽는 재미?
거기서 이 책은 조금 애매하다 ㅎㅎ 일단 내가 무식해서일까. 어렵다.
버스정류장은 무엇을 말하는지 알 것같다. 그렇지만 읽는 내내 고도를 기다리며가 떠올랐다. 조금 더 친숙한 정류장이 나와서 반갑다는 것, 이들의 대화가 더 와닿는 것.
떠나지 못하는 그들, 혹여 잘못된 정류장에 서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불안과 확신없이 보내는 시간들은 나를 돌아보게 하기도.
음, 도전할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오산 ~~
연극배우의 내면, 애환에 대한 독백형식의 고백과 야인에서 ㅠㅠㅠ

관객과의 사이에서 투명한 벽을 쌓는 배우. 그렇지만 소통해야 하는 배우에겐 그런 벽 따윈 처음부터 필요없는 것, 관객들의 비난을 막고 싶었다면 투명한 벽 따윈 또 무의미한 것.

야인에서의 정해진 배역없는 자유로움, 합창같은 대화의 나열 ( 높낮이를 달리 해서 같이 대사를 하는)등 연극 형식에서의 파격을 추구했다.
상연되는 극을 본다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특이하고 새로운 희곡이다.
희곡 속 상징하는 것들과 의미하는 것들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상황에 처했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 또한 다를테니.

친구는 인생책 중의 하나라고 했고, 나는 어렵고 ㅠㅠ


<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고래, 52헤르츠> 란 그림책이 있다. 혼자만
다른 주파수로 노래하는 고래,
가끔 어려운 책들을 만나면 주파수가 달라서 외로워지는 기분이 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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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24 18: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미니님에 리뷰 읽는 즐거움 .🖐

mini74 2021-07-24 19:36   좋아요 5 | URL
고맙습니다 ~ 스콧님 리뷰는모아서 갖고 싶다는 소유욕을 ㅎㅎ

scott 2021-07-25 01:04   좋아요 2 | URL
오! 미니님 불타는 토요일에 희곡을 두편씩이나!!
가오싱젠의 연극은 배우 혼자서 허공 보면서 중얼거리는 데,,,,
프랑스로 망명을 가서 베게트 희곡에 영향을 받아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중국 현대극으로 재 창조 했다고 합니다.


스탈린 한국 여름의 뜨거움 맛! 보라고 소환 할까여 ?(ᐡ-ܫ•ᐡ)


mini74 2021-07-25 20:12   좋아요 2 | URL
아하 그렇군요. 그래서 계속 고도를 기다리며 가 생각났어요 ㅎㅎ

새파랑 2021-07-24 1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희곡계의 숨겨진 강자 미니님 ㅋ 버스정류장은 글만 봐도 어려워 보이네요 ㅜㅜ 희곡은 상상하는 재미가 큰것 같아요 😊

mini74 2021-07-24 19:32   좋아요 5 | URL
가오싱젠 희곡은 어려웠어요 ㅠㅠ

미미 2021-07-24 20: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희곡 읽을 땐 뭔가 만만한데 내가 쓸 수는 없을 것 같고 남는 여운을 되씹으면 더 불가능하다는걸 알게되고 그렇더라구요ㅠㅋㅋㅋㅋㅋ😆

mini74 2021-07-24 20:47   좋아요 4 | URL
맞아요 ㅎㅎ *^^*

페넬로페 2021-07-24 20: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가오싱젠의 ‘버스 정류장‘도 희곡이군요~~
리뷰의 내용에 너무 의미 깊은 것이 많아 읽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이리도 책이 좋은것 같아요^^
진짜 알라딘 서재에서 단체로 연극보러 가야겠어요. 작년에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예편지‘ 연극으로 올려졌었다고 덕후인 저의 딸이 귀뜀해주네요^^

mini74 2021-07-24 21:19   좋아요 4 | URL
공구로 연극표 사서 갈까요 ㅎㅎ 따님 귀여워요 *^^*

붕붕툐툐 2021-07-24 21:35   좋아요 4 | URL
우왕~ 페넬로페 따님👍
저도 진짜 무대 상연되는 거 보고싶어요~~

붕붕툐툐 2021-07-24 21: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곡을 웅얼거리며 읽으셨다니 너무 제대로 읽으신 거 아닙니까?
친구 인생책이 나에게 어려우면 괴리감 느껴지면서 외로울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인생책을 친구에게 권하지 않는 좋은 친구(?)랍니다~ㅎㅎㅎㅎ

mini74 2021-07-25 20:14   좋아요 2 | URL
급반성합니다 툐툐님 ㅠㅠ 저 또한 독재자같은 친구였습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1-07-24 21: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희곡은 대사가 많아서 전에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대사를 읽으면서 귀로 들으면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더 좋을 것 같은데요.
mini74님, 더운 주말입니다. 시원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mini74 2021-07-25 20:14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도 좋은 주말 보내셨길 *^^*

바람돌이 2021-07-25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전 희곡은 항상 거리감이 있던데..... 아마 본격적으로 읽어보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싶기도 하네요. 희곡을 읽으면 책을 읽는 동안 3차원의 공연세계가 펼쳐진다는 느낌에 아 읽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확 드네요. ^^

mini74 2021-07-25 20:13   좋아요 2 | URL
3차원 연극 속에 있다가. 갑자기 아 저녁에 뭘 먹지? 하며 옆길로 세기도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