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빈곤의 얼굴이다. 특히 농촌에서는 생산적인 자원과 자산, 능력,
적정 급여수준의 고용을 충분히 접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두드러진다.
집요하고 다중적인 경제적 및 사회적 불평등은 농촌 지역 빈곤의 여성화를 가중시키고 있다."

"나는 확대술을 받은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크게 화를 내곤 했다. 나는한 여성이 자신의 모습이 부족하거나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의 신체를 바꿀 게 아니라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든 문화에 격분해야 한다고 믿었다. (중략) 그러나 나는 여성이 다른 여성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또한 페미니즘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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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9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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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자꾸 데츠카 오사무와 헛갈리는 이 이름.

데츠카오사무는 전후의 일본에 용기와 희망을, 다자이 오사무는 전후의 일본에 허무를, 둘은 너무 다른데 이름이 같아서 헛갈린다. 후에 알았지만 다자이 오사무는 필명이란다.

본명은 쓰시마 슈지

여기에 나오는 남동생 나오지가 아마 본인과 닮은 캐릭터가 아닐까.

그리고 본인이 되고 싶은 인물, 누나 가즈코.

귀족의 집안에서 태어나 귀족이고 싶지 않았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부인할 수 없었던 본성. 결국 나는 귀족입니다라는 유서로 삶을 마감한다.



이혼 후 병든 어머니를 모시는 가즈코, 군대에서 돌아온 아편중독의 남동생 나오지가 주된 인물이다. 사랑없는 결혼을 했던 가즈코는 남동생이 사사받던 작가 우해하라에게 주도적이며 적극적인 사랑을 보이지만, 결국 그것도 허무와 허상.

그래서 가즈코는 편지를 쓴다. 마이 체호프에서 마이 차일드가 된 우해하라, 그리고 마지막엔 마이 코미디언으로. 가즈코는 아이를 낳고, 새로운 생명으로 전쟁과 악몽으로 폐허가 된 새로운 세상을 호기롭게 살아갈 것이다. 자기만의 방식과 자신만의 언어로.



아름다운 것은 죽음으로 완성된다. 벚꽃은 날리면서 그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가즈코와 나오지 남매의 어머니는 그 아름다움의 완결체이다. 그 어떤 모습도 우아하고 아름답기에 전후의 혼란과 어둠 속에 사멸한다. 아름다움은 이제 영원불멸이 된다. 훼손될 수 없는 것. 그래서 일까 작가도 작가의 분신같은 나오지도 결국 자살로 끝을 맺는다.

작고 세밀하고 구석진 곳이 아름다운 소설이다. 곳곳에 담겨 있는 다양한 소설들의 인용이, 가슴에 칼자국 남길 듯 아름다운 슬픔, 파멸임을 알면서도 어찌 할 수 없는 허무와 외로움이 겹겹이 꽃잎처럼 쌓여있다.

곧 비가 내리고 계절이 바뀌면, 언제 벚꽃 가득 내려앉았느냐는 듯 세상은 말끔해지겠지.

지는 꽃잎정도는 그저 허무할 뿐이다.

저무는 해도 나에겐 절절하며 마지막의 해라도 다른이들에겐 덤덤하다. 그들에겐 내일의 태양도 내일의 사양도 있을테니. 가즈코는 살아가고 나오지는 떨어졌고, 해는 저물지만, 가즈코의 모습을 보면 저무는 해가 그리 싫지는 않다. 몰락하지만 몰락하지 않은 가즈코의 마음이, 몰락했지만 몰락하지 않으려던 나오지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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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소년 2024-11-06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와. 저는 일년동안 사양을 여러번 읽었어요.
사양을 이렇게나 밀도 있게 읽다니 너무 멋져요.
사랑과 혁명. 그것을 따라가는 마음을 이해하고싶었는데,
사랑하는 이의 아이를 임신하겠다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말이죠.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용감하다거나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마지막 코멘트 몰락했지만 몰락하지 않은 가즈코의 이야기. 몰락했지만 몰락하지 않으려던 나오지의 이야기--.

감명 깊게 읽고 갑니다. 혼자서만 사양에 푹 빠져 보다가 처음으로 누군가의 생각을 읽어봤는데 너무 좋네요. ㅎㅎ
 
컬러 퍼플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7
앨리스 워커 지음, 고정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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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앨리스 워커의 두 번 째 책이다. 컬러퍼플

스티븐스필버그의 영화로도 유명한 책이다. 예전 우피 골드버그의 열연이 생각나는 영화다.



흑인에

여성인데다

예쁘지 않으며

많이 배우지 못했고

친아버지인줄 알았던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해 아이 둘을 낳았고,

그 두 아이를 모두 빼앗긴 채

동생을 원하던 남자에게 소 한 마리에 얹혀 시집을 가게 된

샐리.



샐리의 삶이 어떨지는 불보듯 뻔하다.

핍박받고 불평등한 대우에 익숙한 흑인들, 자신보다 더 약자인 흑인이자 여성인, 그들의 어머니이자 누이인 혹은 아내인 여자들에게 풀어댄다.

마치 모두가 동그랗게 모여 서로에게 난도질을 하는 것 같다.

그 중에 한 여인이 난도질을 당하며 조용히 당하고만 있다.

모두가 자신의 분을 풀며 뒤에서 당한 일들에 앞쪽 사람에게 당연하다는 듯 풀어대는 이 중에, 조용히 그저 맞고만 있는 여자. 누구는 바보스럽다하고 누구는 무시하지만, 그녀만의 삶의 방식이다. 죽은 듯 살아야 해. 그래야 살아 갈 수 있어.

바로 샐리다.

죽은 듯 살아가는 자 샐리, 그래서 그녀의 세상은 살아있지만 무채색이다.

세상을 가득 채운 보랏빛도 보지 못한체 언제나 주어진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땅만 보던 샐리에게 세상의 색을 보게 해 준 건, 남편의 영원한 사랑인 쇼그이다.

자유분방한 그래서 세상의 색을 모두 가진 듯한 쇼그는 샐리에게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 준다.

제멋대로 엉망진창이지만, 즐겁게 살기를, 살아있는 것처럼 살기를 , 그래서 신이 만든 이 아름다운 세상, 온 천지 가득한 아름다운 보랏빛을 샐 리가 볼 수 있게 해 준이 쇼그.

샐리는 변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누군인지 알게 된다.



몸으로 부딪치며 부당한 대우에 싸우는 소피아, 동생을 지키려 노력했고 결국 그런 샐리의 노력덕인지 바르게 자라 사랑도 찾고 언니의 아이들도 잘 길러낸 네티, 그리고 쇼그, 이젠 노래하는 짹짹이 메리.

어둡고 무서운 서사가, 당차고 개성적인 혹은 따뜻한 여성들의 캐릭터들에 의해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간다.

퀼트같다. 누더기거나 버려진 천들이 제각기 알맞은 곳에 바느질 되어 누벼지면 아름다운 식탁보가 되고 누군가의 포근한 담요가 되는 것처럼, 각자의 아픔들을 서로 모아 꿰매며 풀어내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치유가 된다.

친부가 남겨 준 그들의 진짜 집에서 샐리와 네티 가족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포치에서 햇볕을 쬐며 바느질을 하겠지. 삶이 담긴 퀼트는 더 큰 용기가 되어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앨리스 워커의 그래인지 코플랜드의 세 번째 인생보단 읽고나서 맘이 덜 어두어 좋았다.

(그레인지 코플랜드

남부의 흑인, 끌려왔고 여전히 노예의 삶.

명령권없는 가장이자 남자로 자신의 가족도 지킬 수 없어 스스로 파멸하는 삶을 살며 가족을 망가뜨리는 남자.

아내가 낳은 혼혈아이만은 용서할 수 없어 집을 떠나고, 아내는 그 아이와 함께 자살한다 .

그의 아들 브라운필드는 아버지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열등감과 좌절감에 그리고 어머니의 변해가는 모습에 힘들어하다가 결국 예전 사촌들이 말한 남부와는 다르다는 북부로 길을 떠난다.

그러나 북부로 가다가 브라운필드는 아버지의 정부였던 조시와 그의 딸 사이에서 더부살이를 하게되고, 조시의 조카인 글도 읽고 쓸 줄 알며 반듯한 교사인 멤과 결혼한다. 처음에는 마음 잡고 살것 같던 그는 곧 괴물로 변한다. 모든 절망을 아내탓으로 돌리며, 사회적으로 사람구실 남자구실을 못하게 하는 차별적 구조를 오로지 가정에서 폭력과 억압으로 풀려한다. 알비노아이를 낳은 갓 출산한 아내를 , 아내의 정조관념을 알면서도 부정을 짓을 저질렀다며 악독한 매질을 한다.

딸 아이들을 지키려 신발에 신문지를 대고 삐쩍 마른 몸으로 일을 하는 아내를 결국 나락으로 찍어내리고 얼굴에 총을 쏴 버린다. 그 모습을 본 큰 딸은 성장 후 정신병원에, 매번 창녀라 불리던 둘째는 결국 진짜 창녀가 되어 버린다.

조시와 결혼해 작은 목장을 사 은둔생활을 하던 할아버지 그레인지가 맡아 키우는 루시만이 전폭적인 할아버지의 사랑아래 반듯하게 자라지만, 출소한 브라운필드는 조시와 살림을 차리고 오로지 아버지를 괴롭히려 루시를 법적으로 빼앗으려 한다.

그런 아들을 죽이고 결국 경찰에 의해 총살당하는 할아버지, 그리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을 쓴 앨리스 워커는 어릴 적 시신을 화장해 주던 언니가 보여준 워커부인의 사례를 통해 멤이란 인물을 만들어냈다. 우리에겐 컬러퍼플로 더 유명한 작가이기도 하다. 아마 영화화되어서 더 유명한지도 모르겠지만 ~)



대부분 실화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절망과 좌절 분노 속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탈출구도 기회도 없던 1920년대 흑인들의 이야기이다.

기회도 희망도 없이 인간적 대우도 받지 못한 이들이 모여 있다면, 결국 서로를 갉아먹으며 죽이려 들 수 밖에.

브라운 필드는 멤과 결혼하면서 최소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똘똘뭉친 열등감과 추악함으로 딸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살려 노력하는 아내를 죽이고도 죄책감조차 없다. 내가 바닥이면 내 아내는 내 가족은 더 바닥이어야 하는 것이다.

책 제목 그대로다.

그레인지 코플랜드는 첫번째 남부노예로서의 분노와 좌절의 삶, 그리고 두번째 은둔의 삶과 과거에 대한 후회,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번째 손녀 루스와 삶을 살아가며 영혼을 되찾아 결국 손녀를 위해 순교하는 삶을 산다. 세번째 인생이 주어짐에 감사하며 손녀 루시가 다른 삶을 살길 바라며.

“우리한테도 영혼은 있어. 안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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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발로 뛰며 경험도 하며 보고 느낀 내용을 작가님 특유의 재미와 유머로 녹아내는 과학책들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 아이들과 같이 보기 좋아요.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도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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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대하여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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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정말 대단한 호사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충격적이고 놀라운 즐거움을 맛보고, 고양이의 존재를 느끼는 삶. 손바닥에 느껴지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털, 추운 밤에 자다가 깼을 때 느껴지는 온기, 아주 평범하기 그지없는 고양이조차 갖고 있는 우아함과매력. 고양이가 혼자 방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 우리는 그고독한 걸음에서 표범을 본다. 심지어 퓨마를 연상할 때도 있다. 녀석이 고개를 돌려 사람을 볼 때 노랗게 이글거리는 그 눈은 녀석이 얼마나 이국적인 손님인지를 알려준다. 우리가 쓰다듬어주거나 턱을 만져주거나 머리를 살살 긁어주면 기분 좋게 목을 울리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 친구.

앉는다는 것은 내 삶의 속도를 늦춰 불안하고 다급한 마음을 없앤다는 뜻이다. 내가 이런 마음가짐일 때 녀석도통증이나 불안감 없이 좋은 상태라면 내가 고양이인 자신의 마음에 손을 뻗어 그의 정수를 발견하려 애쓰고 있음을 자신도 안다고 넌지시 내게 알려준다. 사람과 고양이, 우리 둘은 우리 사이의 장벽을 초월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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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20-05-30 0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길냥이님들에게 조공을 바치고 있는데 도리스의 글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

mini74 2020-05-30 07:46   좋아요 1 | URL
앗. 집사님이셨군요 *^^* 초록별님글 참 반듯하게 정리 잘 하셔서 감탄하며 읽고 있답니다. *^^*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