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반쯤은 졸고 있는 시간, 점심시간 후면 거의 초토화되는 시간. 나이 지긋하신 선생님의 하염없는 필기와 무미건조한 교과서 읽기의 대향연이며 졸고 있는 아이들의 대환장 시간.
그렇다, 내 중학교 시절의 역사시간이다.
하멜표류기를 지은 사람은? 이란 주관식 문제를 내 주던 지금의 내 나이쯤 되어 보이는, (그 때는 거의 할아버지같아 보였는데 슬프다.)국사선생님 덕에 수업시간에 헤드뱅잉을 해도 그럭저럭 점수는 나왔던 거 같다. 그러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젊은 역사선생님덕에 그나마 정상적인 수업을 중3 들어서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젊은 역사 선생님이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밀덕? 이셨던 거 같다. 오매불망 연애를 꿈꾸는 여중생들에게 매번 일본식 세키부네니 우리나라 판옥선이니 혹은 사라사창이나 팔랑크스대형등을 이야기하셨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청룡언월도니 장팔사모니 하는 이야기들이 싫지 않았다.
그렇게 전생사파트만 되면 신나서 조곤조곤 말씀하시던 그 열정어렸던 앳띤 얼굴의 역사선생님을 책으로 만났다. 바로 <밀리터리 세계사>
이미 국방티비에서 유명하시다니 유투브를 한 번 찾아 봐야겠다.
진짜 옆에서 조곤조곤 전쟁사를 듣는 기분이다. 거기다 친절한 그림들과 지도 등이 읽는 재미를 더 한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300>이란 영화 속 오류들, 그리고 마케도니아의 성장엔 금광이 큰 몫을 차지함도 알게 되었다.
진왕 정, 즉 진시황 시절의 크롬이 섞인 청동검, 한 무제와 흉노와의 전쟁,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까지 전쟁이 일어난 배경과 무기들과 전술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삼국지 이야기도 있고, 고구려가 수나라와 당나라를 어떻게 막아냈는지, 수와 당은 고구려를 왜 침범할 수 없었는지 잘 소개되어 있다. 아무래도 많은 전쟁을 다루려니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잘 표현된 무기들과 그 당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의 모습등이 그런 점들을 상쇄한다.
전쟁은 피하는 것이 제일 좋다. 안 하는 것이 승리보다 낫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전쟁을 해야 되는 경우가 있다면? 좀 더 나은 무기와 좀 더 지혜로운 전술로 어떻게든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전쟁에서 어떤 무기들이 더 유리했는지, 어떤 전술들이 먹히는지 역사를 전쟁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이 책보다 조금 더 실감나게 그리고 더 많은 그림과 자료를 보고 싶다면 추천!
<조선사 생중계>
내 최애 책 중에 하나다.
일단 정말 생중계처럼 전쟁을 야구경기 해설하듯 서술한다.
그렇다고 너무 경박하거나 죽음에 대해 쉽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조선 시대,
알타이 부족이나 우랑카이 부족과 싸우는 조선 시대 세종의 모습은 정말 세종 그 자체다. 어찌나 꼼꼼한지 세종답다? 거기다 새로 얻은 땅에 이주민을 보낼때는 너무나 단호하고 잔인할 정도다. 이런 세종의 모습이 전생사에 잘 드러난다.
그리고 임진왜란. 임진왜란을 이렇게 귀에 쏙쏙 잘 들어오게 표현한 책이 또 있을까.
실감도 나고 무기와 선박, 병사들이 모습이 정말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왜놈은 왜놈답게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의 전쟁에 대해 궁금하다면 이 책 정말 적극 추천이다.
아이들에게 역사의 흥미를 마구마구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책!
그리고 <고려전쟁 생중계>도 있다.
고구려 등 삼국시대를 다루는 책도 나오길 바란다.
역사를 외우지 않고, 독서를 통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 책들이다.
전쟁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 된 책들도 읽어줘야 한다. 굉장히 많다. 그러나 여기 소개할 책은 바로 여군에 대한 이야기다. 수많은 전쟁관련 도서들이 있지만, 전쟁에 참전한 여군에 대한 이야기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참전했던 여인들에 대한 이야기.
바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독소불가침 조약을 깨고, 독일은 소련을 침공했다. 수 많은 러시아의 여성들이 군에 참전했다. 마스코트나 사기진작의 효과도 있었지만, 실제 그들은 명사수로 혹은 정말 전쟁동료로 활약했다. 그러나 전쟁 통에 상관과 침대를 같이 쓰기도 하고, 독일군에 붙잡히면 참혹한 고문과 죽임을 당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전쟁에 참전한 사실을 숨겨야 한다. 못마땅한 시선과 같은 여성들의 배타적인 행동들. 전쟁은 여성들을 두 번 아니 수 십번 죽인다. 여성으로서의 삶, 인간으로서의 삶, 군인으로서의 삶, 동료로서의 삶. 나라를 지키려 나섰지만 그 길엔 명예도 위로도 없었다. 동료들이 외면하고 여성들이 손가락질 하는 나라가 버린 여군들.
그들은 조국을 위해 환영 받으며 군대로 갔지만, 남자들이 개선장군처럼 돌아올 때, 마치 개구멍을 찾듯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돌아와야 했다.
남자아이들 몇 몇이 그리스나 로마, 삼국의 전쟁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길래 흐뭇하게 보며 무슨 책을 읽었는지 물어보았다. 그 아이들의 대답은 게임. 그렇다 요즘은 역사도 게임으로 배우는 시대인가 보다. 책을 읽어보라는 나는 구닥다리.
게임으로 배우는게 나쁜 것은 아니다. 시대를 따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게임 속 전쟁엔 인간미가 없다. 혹독함도 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삶에 대한 절박함이나 생의 소중함도 배제된체, 게임 배경음악과 총소리들만이 가득하다. 그래서 전쟁에 관련된 게임이든 책이든 읽고 나면, 아이에게 전쟁의 참상이 담긴 책도 같이 읽게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나 또한 그렇다. 게임 속에서 수천명을 죽여봤다는 아이들을 보며, 그냥 전략전술도 없이 온갖 무기들만 날려대는 아이들을 보며, 전략전술도 배우고 전쟁의 참상도 읽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