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브로디 선생의 전성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0
뮤리얼 스파크 지음, 서정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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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는 브로디 선생과 함께 전차 정류소를 향해 걸었다. "내가 더 진보적인 학교, 그러니까 허접한 학교 중 하나에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이 또 나왔어. 그런 허접한 학교에 지원할 일은 절대 없어. 내가 할 일이 있는 이 교육 공장에 남을 거라고, 여기서 밀가루 반죽을 부풀릴 효모 역할을 해야지. 아직 말랑말랑한 나이의 소녀를 내게 주면 그애는영원히 내 것이 될 거야. 나를 핍박하는 무리는 절대 성공할 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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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지? 이럴 때 펼쳐 보는 그림 사전
니시와키 다다시 지음, 황국영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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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구름을 관찰하라고 했다. 매번 바뀌는 피사체를 보면서 관찰의 힘을 기그라는 것이었을까. 그래서인지 그 시대 화가의 그림을 한 번씩 자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구름들이 보인다. 사람처럼 보이는 구름. 뭔가 수레를 끄는 듯한 구름.

우리도 어릴 때 친구들과 구름을 보며 재미있는 모양을 찾지 않았던가.

고양이 모양, 강아지 모양, 어딘가 캐릭터를 닮은 모양.



어릴 적엔 어떡하지? 의 향연이었다.

숙제를 까먹어서, 안 갖고 와서, 청소당번인데 걸레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화장실은 가고 싶은데 학교화장실은 죽어도 가고 싶지 않아서 (집으로 뛰어 간 적도 있다. 다행히 어린 시절 우리집과 학교는 담벼락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 V를 보면서 파충류외계인이 오면 어떡하나,

그 해 유행했던 홍콩할매귀신 이야기에(홍콩할매 귀신이 밤이면 토끼띠랑 양띠랑 등등 주로 약한 띠의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유행했고, 급기야 교장샘이 방송도 했었던 기억, 그런 것 믿지 말라고.)범띠인 내가 우리 가족을 지켜야 하는데 무서워서 어떡하지 ...

시험을 못 쳐서 어떡하지.

대학을 떨어지면 어떡하지.

점점 더 못생겨지면 어떡하지.....이건 정말 심각한 고민이었다.





그리고 커선,

취직이 안 되면 어떡하지

취직이 되고 나선, 매일 가기 싫은데 도대체 몇 년 아니 몇 십년을 다녀하다니 어떡하지

회식 짜증나는데 안 간다면 찍히겠지 어떡하지.

결혼하곤

제사, 명절, 생신 그 외 기타등등

나 시집오기 전엔 간단명료했다던 행사들이 왜 이리 치렁치렁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고 긴 음식향연과 꼭 같이 자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대대적 행사가 된 거지?

가기 싫은데 어떡하지.

지금은

허리가 아파오네 늙는가봐 어떡하지

아이 대입원서 쓸 데가....어떡하지

우리 강아지가 늙어가는데....우리 강아지 죽으면 나는 어떻게 살지?

순장해달라고 할까 . 어떡하지

부모님과 이별, 여전히 준비라곤 되어 있지 않은데 어떡하지.



심각하고 우울한 고민들이 잔뜩인 이 곳. 내가 자리 잡은 이 곳.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우울한 고민들의 어떡하지 가 아니다.

나 또한 그런 고민을 했었지만 까먹었던 소소한 고민들

그리고 그런 소소한 고민들이 해결책을 황당하고 귀엽게 풀어내면서, 오히려 내 등에 짊어진 커다란 고민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준다.

꼬르륵 소리가 나면 어떡하지부터 사소한 고민들, 귀여운 해결책들이 조금은 나의 우울한 어떡하지를 해결해 주는 듯한 느낌. que será, ser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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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8-19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떡하지 시리즈에 다 공감합니다. ㅎㅎ 사는건 참 쉽지않네요. ㅎㅎ
 

가을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아이랑 우리 개님이랑 좀 더 멀리 산책을 하고, 드라이브스루가 아닌 좀 더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바깥을 보는 별 것 아니었던 일상을 서서히 되찾을 거라, 그럴 땐 꼭 바다도 한 번 보러 가리라 마음먹었다.



그런데,

심한 욕, 심한 욕.



“노끈으로 채찍을 만드사 양이나 소를 다 성전에서 내어 쫓으시고 돈 바꾸는 사람들의 돈을 쏟으시며 상을 엎으시고 비둘기 파는 사람들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여기서 가져가라 내 아버지의 집으로 장사하는 집을 만들지 말라 하시니˝



오후라는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 건 마약이 들어간 제목 때문이다.

마약의 모든 것?

최고의 마약, 헤로인을 만든 게 제약회사라는 것, 실제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마약재활센터보다 행복과 안정이라는 것. 그러나 자본주의의 선택지는 행복과 안정보단 더 많은 예산과 돈을 모을 수 있는 재활센터라는 것.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카트리나 허리케인 또한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음에도 대비비용보다 복구비용이 더 낮다는 이유로 내버려 둔 것, 결과는? 예측이 어긋났고 어마어마한 인명피해를 냈지만 대수롭지 않아. 그들은 어차피 하층민인걸. 이렇게 끝나버린 자본주의 정의.

정의를 외치는 건 정의롭지 않기 때문이라지. 정의를 원하는 마음. 그러나 오지 않는 정의

그리고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작가의 정체가 궁금하다.

그는 대학을 중퇴했고, 노동을 하며 산다고 한다.

노동을 하고 , 밤에는 글을 쓰고. 하루종일 몇 시간의 수면뺀곤 노동에 시달리는 작가.

깊고 넓은 독서와 나름의 철학들이 담겨 있다.

아나키스트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작가도 본인은 그냥 귀찮아서 대강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내 주변,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아나키스트라고 말하는 이들이 가장 인간을 사랑했다. 좁은 소견의 일반화일까.

추석 날 달님에게도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절이나 교회에서도 무속신앙앞에서도 언제나 속물적인 소원이 오간다. 돈, 명예, 대학.

나 또한 어쩌면 어딘가 산이든 대나무 깃발을 높이 꽂은 용하는 곳 물어물어 기어이 쌈짓돈을 털어낼지도 모른다. 우리아이 대학 붙게 해 주세요. 어디를 내면 될까요.

아이의 행복? 맞다 대학을 가야 행복해 진다고, 좋은 학교를 가야 행복해진다고 누가 정의를 내린 것도 아닌데 우린 미어캣처럼 미친 듯 대학, 좋은 대학.

그 이면엔 좋은 대학, 좋은 직업, 많은 돈.

내 내면을 이 잡듯 뒤지지 않아도 나 또한 그렇다. 아이가 좀 더 행복하기를, 그런데 그 행복의 기준이 내 눈엔 주변의 눈엔 20살엔 대학이 30살엔 집과 차로 보여지는 거다.

이러고 싶지 않은데 우린 모두 조금은 세되당했는지도, 아니면 스스로 자초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끄러운 마음을 숨기고자 30평대 최신 아파트를 바라고 고급 자동차를 바라는 커다란 욕망을 손수건만한 정의를 외치는 책 한권으로 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의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사회, 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기본을 지키자고 잔소리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진짜?

내 마음이 진짜 그런걸까.

불법을 용인하고, 기회와 법의 틈을 이용해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며, 은연중에 나 또한 그런 기회가 오기를 바라며 그런 마법 같은 틈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닌가.

나 또한 부동산지부 아파트회 주식당의 교인이 아닐까.

작가의 이 책이 오늘의 나를 참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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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무정부 상태를 겁낸다. 국가가 없는 건 상상할 수도없다고 말한다. 물론 나도 그런 혼란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이 전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은그 사람이 평소에 얼마나 진보적이든 간에 극단적 상황에서는 늘국가주의자가 된다.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와 함께 전쟁에뛰어든다. 그래서 나쁜 정부는 늘 적을 만든다. 그러면 정부에 반항적인 이들도 국가라는 대의 아래 하나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국가는 우파다. 심지어 공산주의 국가였던소련, 중국, 북한, 쿠바도 주류는 늘 우파였다. 입으로는 전 세계 노동자에게 단결하라고 말했지만, 최후의 순간에는 언제나 자신들의국가와 권력을 더 중시했다.
결국, 세상에 진정한 좌파는 아나키스트뿐이다.
우리에게는 신도, 조국도, 주인도 없다.
No Gods, No Country, No Masters.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라. 결과가 평등하지 않은데, 기회가평등했을까? 한 번의 경쟁이라면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평등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 평균을 놓고 봤을때, 집단 간의 평균은 비슷해야 한다. 만약 그 수치가 크게 차이가난다면, 사회의 어느 부분에서(혹은 전체에서)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고 기회가 평등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결과의 평등과 기회의 평등은 다른 말이 아니다. 결과가 평등하지 않다면 기회도 평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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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일요일은 스키야키의 날, 내겐 자장면의 날이었다. 무언가 특별한 일요일 점심에 먹는 자장면. 그래서인지 아직도 평일의 자장면은 어색하다.
자연을 아끼고 원자력이나 인간이 훼손한 주변과 그런 일들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동정과 공감을 하는 작가의 모습이 인간적이다.
유리네란 강아지를 키우며 애정을 쏟고 아끼는 맘이, 나 또한 개를 키워서인지 먹먹하니 와닿는다.

츠바키문구점도 그랬다.
사람 사는 이야기, 그닥 사건도 그 무엇도 없이 문구점 옆 나무는 계절을 피워내고, 그 속에서 그리움과 안부를 살아감의 자세를 가장 알맞은 필기구로 어울리는 편지지를 찾아 또박 또박 혹은 감정의 흐름대로 써내려가는 편지들엔 일상의 감동이 있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나목 너머로 별이 반짝거렸다. 그러자
˝내가 말이지, 포포한테 한 가지 좋은 것 가르쳐줄게.˝
비비리 부인이 말했다.
˝뭐예요, 좋은 게?˝
˝내가 줄곧 외워온 행복해지는 주문.˝
바바라 부인이 후후후 웃었다.
˝기르쳐주세요.”
˝있지, 마음속으로 반짝반짝, 이라고 하는 거야. 눈을 감고 반짝반짝, 반짝반짝, 그것만 하면 돼. 그러면 말이지, 마음의 어둠 속에 집점 별이 늘어나서 예쁜 별하늘이 필처져.”)


사각사각 연필로 정성담은 글씨로 써 내려간 첫사랑에 대한 안부와 남작과의 우정. 소소함이 쌓여 그리움이 된다. 츠바키 문구점엔 그런 소소함이 가득하다. 문을 여는 순간 잠시 예전으로 돌아가 그리움에 젖어 편지를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작가 글의 특징 중 하나는 정말 잘 어울리는 음식이야기다. 자, 이제 요리 이야기를 해 볼까? 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젠 뭔가 먹을때인 듯 어울어진다.
반짝반짝공화국은 츠바키문구점의 뒷이야기이다.
주인공이 아이 하나 있는 이혼남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조용히 천천히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작가의 에세이집을 읽으니, 소설 속 삶의 모습이나 소설 속 인물과 닮았다.
매미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감사하고 인간의 실수들에 안타까워 하고 미안해 하는, 소박하지만 질 좋은 삶을 사는 작가의 모습, 본받고 싶은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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