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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에덴 1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평점 :
마틴에덴 1
2022년 12월 코로나를 선물받았다.
같이 식사한 거래처 사람의 확진, 남편 확진.
군만두를 부탁한다는 남편의 말과 무색하게, 다양하고 질 좋은 재료들로 맛없는 음식들을 해대며 빠른 회복을 기원했으나, 나 또한 이틀만에 장렬히 전사...
넋 놓고 둘이 각종 배달과 쿠팡으로 연명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남편은 빠르게 회복하며 건강미를 뽐냈고, 비루한 나는 이주일을 거의 빌빌거리며 보냈다.
기침할때마다 목은 사포질을 해대는 거 같았고, 눈은 짓무르고...
거기다 어느순간부터 기침할때마다 마치 사각의 링 안에서 상대선수의 펀치를 맞는 듯한 옆구리 통증......그랬다. 심한 기침으로 갈비뼈들에 금이 간 것. 처방은 가만 있으라.
그나마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리니 12월이 다 가고 있다.
위문품? 으로 아이가 선물을 한 이것, 이름은 모르겠다.
대강 한 손으로 책을 볼 수 있는 나무조각?!
남편과 나는 이걸 보면서, 굳이?
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엔 내지 않았다.
그러나 나보다 좀 더 간이 큰 남편이,
“책 읽다가 코는 못 파겠네...”
저기...너는 엄지로 코 파냐... 그 와중에 해봤다. 들어간다. 단 굴삭작업을 할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콧물이 미친 듯이 흐를 때 마개 역할 정도는 가능하다.
하옇튼 그렇게 비몽사몽 책도 못 읽고, 책 읽고 끄적이는 글도 못 쓰고, 눈까지 아파서 폰도 못 보고, 피 대신 콧물을 흘리는 좀비처럼 이주일을 보냈다.
그 와중에 마틴에덴을 읽으며, 로맨스판타지를 떠올렸다.
동물가죽을 뒤집어 쓴 거친 사나이같지만 나름 똑똑하고 멋진 거기다 힘도 좋은 북부대공과, 온실 속에서 자란 고귀한 아가씨의 사랑이야기가 좀 더 내밀하고 잘 묘사된 글들로 읽는 이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준다. 역시 닥치고 야성미? 아니면 닥치고 남성미? 다.
닮음에서 시작되는 사랑과 낯섦에서 시작되는 사랑이 있다.
공감하며 차량용 장식품 강아지들처럼 고개 끄덕이다 눈 맞는 사랑.
그리고 절대 가지 않았을 길을 그 사람과 함께 라면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은, 참을 수 없을 듯한 단점들도 저 사람이라면 덮을 수 있을 것 같은 사랑.
닮음의 커플은 회전목마 속에서 롤러코스터를 한번쯤은 타볼걸 후회하고, 낯섦의 커플은 롤러코스터 속에서 회전목마를 바라보는 것. 결론은? 롤러코스터도 타 보고 회전목마도 타보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