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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제스틱 극장에 빛이 쏟아지면
매튜 퀵 지음, 박산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7월
평점 :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선정된 매튜 퀵의 장편소설. 오스카상 수상작인 실버라이팅 플레이북 원작 작가의 신작으로 2022년 아마존 최고의 문학과 소설로 선정된 책. 인류애가 상실된 사회에 꼭 필요한 구원서사라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서간문의 형식을 띄고 있다.
편지를 쓰는 주인공은 루카스. 그리고 편지로 그의 이야기를 전해 받는 사람은 정신분석가인 칼이다. 둘은 같은 사건으로 인해 아내를 잃었다. 동질감에서 시작된 마음의 공감이 시작이었을테고,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야 하니 내가 힘을 내려하니 칼 당신도 무너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루카스는 편지를 쓰는 것 같았다. 결국은 루카스는 자기가 살아보려고 자신을 다잡는 마음의 표현처럼 느껴졌다. 똑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니 나의 암울의 끝을 드러내어도 될 만한 사람. 그리고 한껏 슬퍼하고 그리워 하더라도 이해해줄 사람이라고 여긴걸로 보였다. 더욱 사사로운 마음의 조각들까지 모조리 알려주고픈 사람. 그러니 이 글을 쓰는 행위만으로도 루카스는 위안을 받는다. 그러면서 어떻게 치유 해야 할지, 이 어이없는 사건의 전개와 남은 자들의 마음은 어찌 추스려야 할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모습을 보게된다.
루카스는 칼에게 18통의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내어둔다. 머제스틱 극장에서 일어난 참사였다. 역시나 칼 또한 극장에서 아내를 잃었다. 루카스의 집에 한 소년이 찾아온다. 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아이가 온다. 자신에게 상담치료를 받던(그는 고등학교 상담교사다) 학생이며 사건의 가해자인 제이롭의 동생이다.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앨리는 루카스의 집 뒷마당으로 도망치듯 들어와 텐트를 치고 살기 시작한다.(이 상황부터 나는 이해하기 어렵더라. 남의 집에서? 그것도 침입에 이어 거주를?) 천성이 선량한 그는 앨리까지 잃어선 안된다는 생각에 고등학교 졸업이 가능한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어떻게 살아갈지, 주변 사람들과 지낼 수 있는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준다.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 그리고 선과 악을 정확히 줄로 그어 이분화 하는 인간이라 '어우 나는 못할거 같아.'를 연신 연발하며 읽어가며 루카스의 선함의 끝은 어디일지를 예상해보며 읽어가는 재미도 있다.(독자와 책의 주인공 성향이 정 반대면 이 또한 색다른 흥미를 끌기 좋은 것)
📖당신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당신의 영혼이 내 영혼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었죠. 마치 숨을 쉬는 것이 우리의 폐와 코가 하는 일인 것처럼, 모든 영혼의 목적은 사랑하는 것이니까요.
사랑이라는 것을 남녀와 연인관계, 가족, 사랑하는 대상으로 구분짓는 것을 넘어 사물과 주변을, 모든 인류와 만물을 사랑하고자하는 기본적인 마음의 성향. 루카스가 어떤 인물인지를 알려주는 문장이다. 사랑이 가득한 사람. 그래서 포용할 그릇이 아주 큰 사람.
이 이야기는 앨리의 삶이 낙오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뒷받침하는 인물의 유용한 배경지식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서간문의 끝에는 달아둔 문장이 있다. '이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지만 할게요. 당신은 날 도와줘야 하지만, 린드라의 죽음을 제대로 애도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후에는 다른 많은 사람들을 돕는 일도 다시 시작해야 해요.' 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아주 좋은 능력을 유용하게 써줌으로서 똑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더 확실히 이해하고 빨리 일상으로 복귀 할 수 있도록 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루카스는 가족을 잃은게 빨리 잊혀지는 게 아니다. 애도와 그리움은 그리움이고, 남겨진 이의 남은 몫의 삶도 똑같이 소중함을 알려주고픈 문장이었다. 정에 기대는 마음도 있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움도 같이 갖고 있는 사람이라 이 사람은 뭔가 마음을 먹으면 꼭 해내고야 말겠구나를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사람을 치유하는 일에 누군 선택하고 누군 내치고 그럴 순 없잖아요. 온전해지고 싶은 사람은 다 치유해야 해요. 그것도 온 마음을 다해 완전하고 철저하게요.
매사에 걱정이 많고 앞선 생각으로 굳이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우려를 하는 사람으로서 삶에서 일어날 가정을 하며 미리보기 한편씩을 수시로 만드는 사람이다. 앨리를 그저 상담 교사와 학생으로 아는 것으로 끝났을 때, 제이콥이 그러한 일을 벌이지 않았을 때를 생각해보면서 그렇다면 이러한 마음쓰임의 과정이 없었을 것이고, 모든 이들을 설득해가며 한 사건으로 인해 다수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의 복잡한 과정의 수순을 이어가지도 않았을 텐데를 떠올려본다. 온전해지고 싶은 사람이기 이전에 온전한 삶이라 상실의 슬픔에 대한 습득과 극복의 과정도 없었을 거라는 거지. 그런걸 보면 자기극복과정을 넘어 집단의 심리 변화와 편견을 바꾸는 과정이 얼마나 큰 노력이 드는지를 느끼게 된다.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상처와 악마가 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모든 치유자는 처음에 상처받은 사람이었다고요. 그들의 목표는 그 고통을 감당하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그 고통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요. 그러다 보면 고통이 스스로 치유된다고 했죠.
칼은 답장을 하지 않았고, 루카스는 이전에 보낸 편지에 이어 내용을 전하고 싶어 자신이 쓴 편지를 미리 복사해 사본을 둘 만큼 철저했고, 그리고 꼼꼼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흥미로워 할 것이라 여기면서 자신으로 인해 살아갈 용기와 변화되는 세상에 대한 재미를 느끼길 바라는 기대감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니 자신의 상황과 고통을 의미있는 것으로 남겨보고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하고 있음을 보여주고팠으며 잘했다고 칭찬받길 원하는 기대심리도 가득했다. 하지만 침묵을 유지하는 칼. 그로 인해 이러한 고통마저 감당하기로 하는 루카스를 통해 이 사람은 쉬이 지칠 사람은 아니겠구나를 생각해본다. 편지의 말미에 두렵다고는 했으나 아주 잠깐 그러할 뿐 또 한켠에서는 답장을 쓸까말까를 고민할 칼을 먼저 떠올리며 또 편지를 쓰려고 자세를 고쳐앉을 루카스가 눈에 그려진다.
📖내가 아는 거라곤 당신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 내 인생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암울한 시기에 나를 가라앉지 않게 해준 유일한 힘이었다는 것뿐이예요.
그냥 들어주는 것. 어떠한 결론을 내리기보단 가만히 귀를 귀울여가며 꼼꼼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여주는 마음. 그게 루카스를 살게 했으며, 밝고 희망차지 않은 이야기라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말 할 힘이 났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외면하고 벽으로 둘러쌓인 세상이 아니라 어느 한명 즈음 내 이야길 들어줄 자세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자기세상속에 갖혀있지 않을 구실을 만들어준 편지들이었고, 긴 시간이었다.
가족 구성원 일부를 잃은 이. 그리고 가족이 그 사건의 가해자여서 모두에게 질타를 받는 이. 모두 마음이 쓰이는 인물의 배경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죽음과 그의 만행이 용서되고 이해될까? 상대를 보면 울컥울컥 할텐데, 루카스의 직업과 천성의 심성이 사람을 한명 살리고, 마을사람들의 시선을 바로 잡는데에 한몫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성정이 더욱 궁금해지고, 그게 될까를 의심하며 편지글을 읽었던 것 같다. 루카스의 상황에 나를 대입해 보더라도 스스로의 상황에 더딘 자가치유와 더 커지는 가해자에 대한 분노가 불규칙적으로 오르락거릴텐데, 그리움의 심연이야 겉으로는 애써 괜찮은 듯 포장하더라도 절망과 분노의 울컥거림을 앨리의 성장서사에 마음을 쏟아질 수 있는 그의 치유방식은 놀랍도록 침착하고 선했다. 그래서 나는 못 할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음 편지에는 감정을 토로하는 것도 있을거라는 추측을 했던 것 같다.(결국 없다. 루카스는 그저 천성이 그러한 인물이었다)
결국 선한 사람의 영향력 덕에 사람들이 변하고, 마을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었다. 마치 저녁 노을을 바라보면 나 역시도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것 처럼 그렇게 스미는 방식. 그래서 사람들의 영향력이, 마음의 진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으면서 이렇게 마음 먹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어려웠을지를 긴 편지글을 통해 이해하게된다.
그래서, 나는... 나같은 사람도 그게 될까? 이러한 마음을 먹으며 상대를 구원하기 전에 나부터 구원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복잡한 머릿속의 생각들을 글로 적어두는걸 좋아하긴 하지만 누구에게 맘 편히 내어본 적이 얼마나 있나를 떠올려본다. 매일 쓰는 블로그의 글 이라도, 때때로 비공개를 걸어두고 마음의 벽을 촘촘히 세우는 것에 익숙해져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온전히 내 마음을 내어두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간헐적 선한 사람으로, 빈도수가 늘진 않더라도 때때로 선한 사람으로 바뀔 수 있을거라는 조금 긍정적인 믿음으로 루카스를 닮아보고파진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아 완독 후 작성된 기록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