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가벼운 집밥책 - 요즘 딱! 신선 재료, 쉽고 간단한 건강 요리
서정아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리를 하는 것에 두려움은 없으나 욕심이 많다. 여기저기서 눈동냥으로 봐둔게 많아 따라해보며 우리부부의 식탁에도 다양한 음식을 내어보려 애쓰는 편이다. 며칠동안 똑같은 밑반찬보다는 한끼를 먹더라도 신선한 재료들의 조합으로 금방 만든 한그릇이 나는 더 좋더라구. 평생 먹고사니즘에 걱정해야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요리책이 한두권 정도는 있어도 좋겠단 생각으로 26만 구독자를 보유한 서정아님의 건강밥상이 기록된 도서로 선택해봤다.

이 책은 몸이 가벼워지는 채식, 삶에 활력을 주는 채소 요리가 주가 되어있다. 그렇다보니 샐러드나 나물 반찬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도 다채로운 채식 식단과 화학조미료와 가공식품을 벗어난 새로운 식문화의 제안서라고 해도 되겠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 보다는 남편의 식단을 위해서 선택한 이유도 있다. 싫어하지는 않으나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채식식단. 이 책을 통해 좀 더 친근한 맛으로 다가와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려한다.

기본적인 계량법, 레시피의 기록. 조리과정의 난이도, 글과 그림으로는 머릿속에 구현이 되지 않는다면 아래의 QR코드를 통해 영상을 띄워 보며 도전해보기로 한다. 매번 똑같은 음식 돌려막기 안하기로 했으니 마음먹었을 때 시도해보아야지.

저자는 한국과 미국 시카고의 지역 신문과 건강 잡지에 레시피를 기고하고 지역 사회를 위한 건강 요리 클래스를 운영, 움식이 필요한 비영리 단체나 홀로 계신 어르신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기도했다. 미국에서 살면서 다채로운 채식 요리를 접하게 된 것, 한국의 익숙한 맛을 잊지 않고 유지하는 것. 다양한 방면으로 영양을 챙긴 레시피들이니 오감으로 느끼는 맛의 다채로움을 기대해본다.




간편한 레시피부터 제철 재료를 이용한 한식, 글로벌한 건강식을 식당이 아닌 내 식탁에서 만나는 기쁨을, 간단하지만 영양은 꽉 잡은 브런치와 밀프랩, 음료와 스낵에서도 만나는 채소와의 조합을 다섯가지의 파트를 통해 만나보게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보았던 오이콩국수는 나의 기억에 강력하게 자리잡아 지금도 종종 해 먹곤 하는데, 불린 캐슈너트로도 고소하고 진한 국물의 맛을 내어준다하니 신기하다. 이러한 견과류는 의무적으로 먹게되는 하루견과 한봉에 있는 것들 중 하나로만 여겨졌는데 한식에도 접목해 볼 수 있다는 신비롭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고소한 캐슈너트를 연상시키니 이 오이면 캐슈국수는 또 얼마나 시원고소할까. 올 여름에 꼭 해볼 레시피로 찜해두어본다. 난이도도 어렵지 않으니 캐슈너트 불리는 일이 많아질 듯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프렌치 토스트. 우유가 섞인 계란물에 푸욱 담궜다 빼는 묵직한 식빵만 떠올랐지. 아몬드우유와 두부를 갈아 식빵물을 만들다니. 훨씬 더 고소하고 영양면에서도 모자람이 없을 조합이다. 풍부한 단백질이 필요한 아이들의 눈속임용으로도 너무 좋을 브런치메뉴. 호불호 없는 식빵에 고소함이 가득한 아몬드우유와 두부물의 만남이니 익숙함에서 벗어났지만 영양이나 건강은 꽉 잡고있는 저자의 레시피다운 조합이다.

아몬드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이건 아주 잘 먹을 듯한 프렌치토스트. 주말에 꼭 해봐야지.


색감이 예뻐서 만드는 동안 기분좋아지고, 맛도 보장되어있을테니 오늘 식단의 메인메뉴가 되겠구나 싶은 맘도 든다. 보통 이러한 야채전이라하면 계란을 깨어 넣거나 캔참치의 기름을 빼서 넣어야된다는 생각이 가득한데 오늘은 저자의 레시피를 믿고 쭉쭉 따라가본다.



나는 양파 대신 빨간 파프리카를 썼더니 좀 더 알록달록해진 케일전. 고소한 냄새와 함께 다양한 식감의 채소들. 매운 고추도 다져 넣었더니 칼칼한 맛 덕분에 채소의 비린맛도 없고, 통밀과 전분의 조합이 쫀쫀해서 부침가루 전 못지 않은 식감을 전해준다. 배추전이나 파전도 비슷하게 손질하며, 부쳐내는 시간이 걸린다면 한정식집 느낌의 정갈하며 색감이 가득한 케일전도 종종 해 먹어 질 듯 하다.

익숙한 집밥 메뉴, 비용부담도 커진 배달음식, 간편하지만 플라스틱배출도 많아지는 편의점 도시락, 매번 얻어먹기 미안해지는 부모님표 반찬들. 반복되는 사이클에서 벗어나 색다르지만 또 맛도 있고, 간단하지만 영양은 두루두루 챙겨가는 한그릇 음식들도 있으니 냉장고 식재료 앞에서 도통 무얼해야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 이 책을 펼쳐두고 오늘의 식탁을 꾸려봐도 좋겠다.

간단한 스낵이나 주스는 아이들과 함께 해도 좋을테니 두려워말고 시도해보길. 나도 했는데 뭘(ง •_•)ง


📖 출판사 허밍버드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기록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매 순간 빛을 여행하고 - 그림 그리는 물리학자가 바라본 일상의 스펙트럼
서민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물리학자이며 그림까지 그리는 내가 가지지 못한 기질만을 품고있는 교수이다. 그러한 사람이 에세이까지 쓴 것인데 진짜 사기 캐릭터다. 평일엔 테라헤르츠라는 빛을 연구하는 물리학자이며, 일요일엔 한강을 달리며 보아온 구름을 캔버스에 담는 화가로 사는 삶. 그리고 자신이 살아오며 느낀 감정들을 글로 풀어내는 이후의 시간들까지. 이과감성을 지닌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에 예체능적 감수성도 한스푼 듬뿍 담아내어 풀어낸 그림들. 연구하는 대상을 수치화하며 기록하는 것과 그려내고팠던 마음의 이야기를 붓에 담아내는 것, 어릴적부터 마음의 평온을 주었던 도서관에서 본 무수한 책과 글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들. 각각의 분야에 따라 기대어보면 어느 파트는 물리학자 에세이로 봐야 될 것이고, 또 어떤 파트는 예술가의 에세이처럼 느껴지며, 어린시절 도서관에서 살았던 순간을 추억할 때엔 영락없는 책덕후의 모습까지 다양하다. 여기저기 담그고 있는 부케가 많은 저자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한정적이었던 내 생각의 궤도를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어주는 에세이라 해도 좋겠다.



📖 창 속의 작은 세계_ 재미있는 것은, 내가 그렇게 현미경이라는 기기에 매료된지 정확히 삼십 년 뒤에 정말로 현미경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비록 처음의 경험이 주는 강렬한 인상과 설렘은 이제 없어지고 그렇게 우아하고 멋진 최초의 현미경의 모습도 아니지만 시작과 과정, 그 끝이 일치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참으로 매력적인 사실이 아니겠는가.

정말 멋진 사람이지. 행복하게 즐기고 배웠고, 이후의 삶도 그걸 연구하며 관련된 업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일이다. 나도 어린 시절엔 좋아하는게 정말로 많았는데, 그게 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겁도 났고, 내가 그걸 업으로 선택을 한다면 더이상 그게 행복의 우선순위가 될 수 없을거라는 주변의 이야기에 팔랑귀가 작동 한 걸지도 모르겠다. 올곧은 맘으로 쭉 밀고나갈 자신이 없었던 건 내가 그 분야를 덜 사랑해서라기보다 덜 깊이 빠져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것도, 책에 파고드는 것도, 공연 연출을 공부한 것 처음엔 정말 열정가득했고 내가 봐도 나란놈이 멋있게 반짝였는데 진짜 거기에 푸욱 젖어들 마지막 선택은 못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좋아했고 열망했으며 사랑에 마지않는 것을 진득하게 하는 사람은 정말 매력적이다.


📖 한 줌의 흙을 옆으로 옮기는 일_ 아주 느린 속도로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단순하고 지루한 일상쯤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그 꾸준함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이다.

...

...

...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잘할수 있는 진짜 나만의 일을 찾기 전에, 일의 가치를 온전히 느끼기 전에 거짓된 좌절감을 먼저 들이민다. 인스턴트식 보상의 화려함이나 거짓된 좌절감에 속지 말고 그저 한 줌의 흙을 옮기는 작은 일의 가치를 잊지 말자고 되뇌어본다. 오늘도 아주 느리지만 큰 산을 만드는 중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말이다.

저자가 진짜 말하고픈 그 문장. '오늘도 우리는 아주 느리게 큰 산을 만들지.'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생으로서 학생과 직장인 그 중간 지점에 있을 때에 목표와 포부, 기록과 성과에 대한 고민은 비단 저자의 사회초년생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그 시기에 우리는 다 같은 마음이다. 빠른 습득과 확실한 성과. 기록으로서 남겨지는 내가 이 곳에 필요로한 이유들. 하지만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모든걸 이뤄낸다면 우린 여기에 없고 어디 저명하고 세계적인 대회의 시상대에 오르고 있겠지. 잘 알고 열심히 해왔고 그래도 깨나 잘 한다고 느꼈으나 어딘가 모르게 지금 이 자리에선 더디고 티도 안나는 제자리 걸음같은 자신을 내려다보면 암담하긴 다 똑같은 듯 하다.

저자는 매일 한줌의 흙을 옮기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렇게 쉬지 않고 조금씩 옮겨둔 것들이 작은 언덕이 되고 야트막한 산이 된다는 그 믿음을 갖고 무던하게 버텨주길 바라는 듯 했다. 본인이 해 보니 결국 되더라는 걸 알려주려는 말들에 조금은 위안이 된다.



📖 캔버스에 담긴 빛은 무슨 색일까?_ 좋아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건 어느 때고 힘들거나 아플 때 스스로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을 읽으면서, 미술관에서 오래된 그림을 보면서 마음껏 헤매다 알게 된 '나'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좋아하는것이 잘 하는 것으로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살면서 좋다좋다 하던게 잘한다 잘한다로 모두 이어지진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능력좋은 저자가 부러워지지만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걸 살면서 터득했다. 한 줄기의 빛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저자가 연구하는 학문으로 갔다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까지 닿는다. 삶에서 업으로 이어지는 세계관 확장의 연관성. 그만큼 저자는 빛을 연구하고 삶에 녹아내는 것을 즐겼고 그만큼 기뻐했다. 정말 자신이 연구하는 학문을 사랑하는게 보였다. 즐겨하고, 사랑하며 아끼는 사람을 이길 순 없지.


📖 에필로그_ 재미있는 것은 어느 나이가 되어서도, 그 나이에서의 나름의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더 자라야 할지 모르는 채로 계속해서 성장통을 겪는다. 살면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과 경험은 사실 모두에게 처음이 아니던가. 처음으로 겪는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저 그 낯선 일을 대하는 마음에 조금의 느긋함이, 당황하거나 일희일비하지 않으며 견뎌내는 유연함이 조금씩 더 늘어나는 거겠지.

큰 갈래로 보면 처음엔 화가와 물리학자라는 두가지를 모두 하고있는 본인의 어린시절 이야기였고, 중반부는 현재의 삶을 이야기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있음을 느끼는 바를 알려줬다. 후반부는 빛을 그린 화가들의 작품과 일상속에 녹아있는 빛과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빛과 연결된 세상에 알려주고픈 것들을 저자만의 조곤조곤함으로 적어두었다. 그만큼 저자는 빛을 동경하며 우리의 삶에 닿았을 때 얼마나 눈부시며 더 빛날지를 기대했고, 그 문장을 읽는 나도 덩달아 기대하게 만든다.



한평생 빛의 색채학과 그림이라는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한 이가 전해주는 빛에 대한 덕질기록이라 하겠지만 그만큼 사랑 할 수 밖에 없음을알려주었다. 선한 문장으로 나도 알게 모르게 빛을 여행했고, 그 빛을 따라 가고있다는 걸 느꼈다. 곁에 항상 존재했던 빛이라는 것에 무던했음도 느꼈고, 그만큼 익숙했던 것들에 무뎌져있던 삶에 대해 다시금 자각하며 나의 세계속에 빛 만큼이나 반짝이고 선명했던 것들이 무엇이었고 지금은 어떻게 받아들이고있는지도 떠올려보는 순간을 만들어주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 - 슈퍼리치와의 대화에서 찾아낸 부자의 길
송희구 지음 / 서삼독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 자신보다 잘난 것 없었던 광수를 놀이공원에서 만난다. 자신은 벤츠를 몰고, 그럴듯한 브랜드의 옷 풀셋팅, 대기업,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우스개소리를 하지만 주거권도 누리고 있다. 남의 눈 의식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질만한 요소는 모두 갖고있어 어깨의 자부심도 만만치 않다. 공부도 부모의 재력도 자신보다 잘날 것 없던 광수였으나 영철의 스펙과는 견줄 수 없이 잘나가는 대표가 되어있다. 시작은 영철의 기준으로 광수와의 상황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영철과 광수의 삶의 태도와 방식에서 그들의 아이 영현과 광현으로 이야기가 넘어와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고, 멘토로서의 광수는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를 알려준다.

부자는 망해도 3대가 먹고 산다지만 부자는 이런 책 안 읽는다. 평범하기 그지없고, 흔하디 흔한 직장인 모씨, 사회생활하는 30대 A로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지를 고민할 타이밍에 딱히 물어볼 이도 없고, 샘나도록 멋지게 사는 이가 주변에 없는 나로선 이 한 권이 답이겠구나 싶었다. 지 잘난맛이 가득한 거품을 덜어낸 멀끔하고 깊은 삶의 맛을 가진 광수에게 한수 배운다 싶은 마음. 그들의 아이 영현과 광현처럼 친구아빠에게 삶의 스킬을 얻어간다는 생각을하며 읽는다면 득될게 많은 이야기들이다.

📖 상상 속의 그림을 현실로 그리기_ 자신의 주장이 잘못되었다는 게 드러나면 '잘못했다, 내가 틀렸다'라고 말하지 않고 온갖 변명과 핑곗거리를 찾으려고 애를 쓰잖아. 좀 더 크게 보면, 내가 이렇게 살아온게 잘못된 방향이라는 것을 알고 고치면 되는데 '나는 그래도 잘 살아왔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다'라며 합리화를 하려는 것이 보통 사람드르이 속성이라는 거지.

일단 내 잘못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인가를 알 수 있는 문장. 사람의 속성을 알아야 어떻게 설명해주고 또 상대는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나오겠지. 방향성을 어디에 두고 말해야 이 사람이 바뀔지, 또는 이 사람이 변화를 할 수 있는지를 아는 대화의 시초처럼 보였다.

영철과 광수가 다시 만났던 롯데월드의 프리미엄티켓을 두고 어떻게 논하느냐도 그에 해당하는 것 처럼 말이다. 나도 소득을 올려 저 티켓을 사야지라고 마음 먹는 그 태도. 그게 먼저 나와야되는데 나는 참 일반화에 속한다고 둥그렇게 말하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저 사람은 뭐하는 사람인지 싶어하며 반감을 먼저 드는 존재라 나도 그렇고 영철을 봐도 그렇고 아쉬운 마음들이다.


📖 부자가 되는 꿈_ 더 벌고, 덜 쓰고, 잃지 않는 것.

이게 가장 기본적인 본질이겠지. 더 벌고, 덜 쓰고, 잃을 조건을 만들지 않는 것. 투자하는 것에 능하지 못한 나같은 새가슴 인간이라면 차라리 이렇게 가장 기본에 집중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한끗을 기대하기보단 기초가 때론 나을 수도 있다. 얻기보단 잃지 않도록 쥐고 있는 것. 어설프게 알은체 하기 보단 이 편이 아무래도 내 그릇에 맞는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 부자가 되는 꿈_ 씀씀이가 크다면 그만큼 빠르게 가난해지고 있다는 뜻이야. 돈을 쓰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줄어든 통장 잔고를 보면서 고통을 느껴. 반대로 돈을 모으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불어난 통장의 잔고를 보면서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지. 가난해지느냐 부자가 되느냐의 길은 과정도 다르고 결과도 다르단다.

영철에게 말하는 것 보다 아들들 영현과 광현의 멘토 역할을 하며 해주는 이야기들에 더욱 관심이 간다. 대학 학기를 다 마치지 않았으나 공동창업을 통해 사업시작한 두 청년. 사회와 부딪히는 과정에서 얻는 인생 선배의 조언들. 사업의 스킬도 분명 중요하겠지만 사업을 하는 마인드나 업무를 실행함에서 갖춰야하는 기본 매너도 광수를 통해 배운다. 스타트업을 하며 그렇다할 답이 없이 계속 막힌 곳만 돌고 도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길 해주는 광수의 말은 가르치고 다그치기보단 잘 따라오라며 먼저 나섰지만 힐끔힐끔 뒤돌아봐주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 부자 아빠의 부자 수업_ 우리는 매 순간 행복을 느끼고 있는데 행복을 저 멀리있는 목표로 삼기 때문에 행복감을 못 느끼고 있는 거지. 샤워하고 나서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재미있는 영화를 봤을 때, 추위에 떨다가 따뜻한 곳에 들어갔을 때, 사랑스러운 반려동물과 교감을 나눌 때처럼 소소하고 행복한 순간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단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것은 목표가 될 수는 있지만 행복은 목표가 아닌거야. 돈을 버는 과정에서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지.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지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살 수 있어.

뜬금없는 행복론이 왜 나오냐 싶겠지만 걱정거리가 없는 부가 있어야 행복도 따라오는게 보인다. 사회생활을하고 돈을 버는 주체가 되다보니 느낀다. 사는 것 자체가 돈과 연결 될 수 밖에 없다. 광수는 거기에 '자유'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어떤 것에도 구애되지 않으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찰나를 만들어준다. 매번 선택의 순간을 맞딱들이며 사는 인생이다. 거기서 우리는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결정하는가를 보면 되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금전적 손실이 적은 걸 택하느냐, 보다 큰 지출이 들더라도 빠른 방향을 골라 남는 시간에 또 다른 무언갈 할 수 있는 그 찰나를 만드느냐겠지. 행복 자체는 아니겠다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산다는 말. 결국 그걸 돈과 맞바꾸어 행복해지는 거겠지. 그래서 다들 그 행위를 기대하며 부를 모으는 것에 애를 쓰나보다. 부로 인해 느끼는 빈부격차만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살아보니 행복에도 빈부격차가 올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읽었다면 영철의 인생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마지막 에필로그를 통해 알 수 있다. 그에겐 안 겪고 넘어가도 될만한 에피소드들이 차고 넘친다. 이건 비단 영철에게만 있을 삶의 반전은 아닐터. 기가막히도록 타이밍이 어긋나버리는 그의 선택을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구나(?)를 체감하며 마지막 양장본을 넘기며 피식 웃게된다. 이렇게 광수에게 조언을 듣고, 영현과 광현이 먼저 실행에 옮기는 걸 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될 것인가를 그려본다. 일단 영현, 광현과는 다른 직군에 접점이라곤 1도 없는 것이니 광수의 조언을 어떤방식으로 변형시킬지를 그려보았다. 부제로도 적어둔 '성공하는 거, 부자 되는 거, 돈 많이 버는 거' 결국 이게 최고의 결말인데 아직은 머리 위 전구가 뿅! 하고 밝혀질만한 핵심을 못 골랐다. 광수의 조언은 과한게 없지만 꾸준히 지속하기는 쉽지많은 않다. 이제는 어떻게 살아 볼 것인가를 고민하며 광수가 툭툭 던져준 한마디들을 다시 되새기며 레버러지 할지 당할지를 구분하기부터 시작보련다.

나처럼 나이 좀 먹어서 머리통 굵어졌는데도 줏대없는 부 축적에 휘둘리는 인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 말은 거창한 스타트업 창업가이지만 아직은 새내기 사업가. 두루두루 필요하겠다. 내가 아는 이들 중에 광수씨같은 인물이 없는건 확실하니 책속의 광수씨에게 귀동냥하길 잘했다 싶어진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만은 제공받고 작성된 글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우린 이런 상상을 하곤 하지. 사람이 가득하고 화려했던 놀이공원의 마감 이후 세상. 우리가 모르는 그 너머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거라는 추측. 회전목마의 말들은 제자리만 맴돌지 않고 여기저기 신나게 뛰어다니기도하고, 소품가게 인형들이 쪼르르 내려와 아장아장 걸으며 퍼레이드장을 이리저리 활보하는 그런 만화같은 세상.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생각을 영화로 구현시켰다. 그러니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였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걸, 내가 아는 것이 결코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마셀러스의 말들을 들어보면 이 친구가 무얼 얼마나 더 많이 알고 있는지 궁금해지고 넓은 바다에서 무얼 보았던 건지 묻고싶어진다.

작은 마을, 오래된 아쿠아리움. 모두가 퇴장한 늦은 시간 있는듯 없는듯 작고 여린 그림자를 가진 나이 많은 직원 토바는 이곳의 야간 청소부다. 그녀의 이야기와 여기 유리 수조 안에 살고있는 거대태평양 문어 마셀러스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려준다. 마치 하소연 같기도하고, 또 때로는 듣는이도 없고, 들려줄 사람이 없어 허공을 향해 말하는 듯한 쓸쓸함도 베여있다.




📖 감금 1,319일째_ 바다가 깊숙이 간직한 비밀이란 이런 것들이다. 내가 다시는 탐험할 수 없는 것들.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스니커즈 밑창과 끈, 단추, 복제 열쇠를 모두 챙길 것이다. 전부 다 그녀에게 전해줄 것이다.

그녀의 상실에 위로를 전한다. 이 열쇠를 돌려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다.

글자를 읽을 줄 아는 문어. 그렇다보니 자신의 수조 앞에 놓여있는 설명을 보고 알았다. 일반적인 거대태평양문어의 수명이 4년이고, 자신이 여기로 온 날과 여기서 살아온날. 그러니까 이제는 죽을날을 디데이로 세어가며 지내고있다. 아쿠아리움에 온 날로부터 감금일이라며 세어가고있는 모습을 보면 때로는 이렇게 글자도 읽을 줄 아는 영리함이 마셀러스에겐 슬픈 재능이라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 이 아쿠아리움으로 들어오기 전 바다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인지도 궁금해지고, 말만 하지 못할 뿐이지 더 많은 걸 알고있는거 같아 이것저것 묻고싶어지는 순간이다. 토바의 상실감도, 열쇠가 어떤 의미인지도 이미 알고있는 마셀러스이니 토바가 알고싶어하는 바다너머의 에릭의 이야기들도 어떻게든 전달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생긴다.



📖 망가졌지만 충성스러운_ 자신이 죽은 후에는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런 뒤처리를 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상속인이 없는 경우엔 무자비하게 밀려드는 서류 작업도 없는 걸까?

토바는 오빠가 생전에 머물던 요양원을 정리하면서 받은 카달로그를 살펴보고 그곳에서 남은 생을 머물기로 한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나니 이르게 떠난 에릭도, 더 함께하지 못했던 윌도 다 보낸 후 남은자의 외로움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다. 곁에 있던 이들의 부재. 슬픔에 고여있기만 할 수 없던 서류작업들을 온전히 다 맡았던 토바. 한동안 왕래가 뜸하던 친오빠의 부재마저 수습을 하고나니 토바는 정작 자신이 세상과 안녕을 고했을 때엔 누가 이러한 정리를 해줄지를 생각해보며 공허함이 더 커진다. 그렇게 남겨진 자는 먼저 간 이들의 슬픔과 걱정까지 곱절로 안고 살아야함을 알려주는데 이건 나이가 적고 많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그러니 니트위츠 멤버들이 있다 한들, 혈혈단신인 토바는 차터빌리지가 마지막으로 머물 공간이라 결론지은 느낌이다. 이러한 결정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오롯이 혼자임을 또 한번 일깨워주는 공허함.



📖 특별한 유대감_ 나는 너나 메리 앤, 바브와 달라. 나는 넘어지면 돌봐주러 올 자식이 없어. 막힌 하수구를 뚫어주러 집에 들르거나 약을 잘 챙겨 먹는지 물어봐줄 손주들도 없고. 그리고 친구들, 이웃들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덤덤하게 말은 했지만 쓸씀함도 묻어있는 토바의 말. 사랑하는 두 남자를 먼저 보낸 후 공허해진 그녀의 삶 자체를 대변하는 말. 어디까지나 친구와 이웃은 가족이 아니기에 사사로운 부탁을 매번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해준다. 다정한 이웃이기전에 이젠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이웃으로 변해갈 자신이 두려워서 차터빌리지를 택했을 것이다. 토바의 성정다운 결정이지 모. 훗날의 나도 토바같은 상황이 올텐데 나라도 비슷한 결정을 할 듯 하다.(그러니 남편양반 둘 중 먼저 가야된다는 선택지가 있으면 내가 먼저 갈게. 나는 남겨진 슬픔 감당 못해. 뜬금없이 먼저 간다 만다 결정하는 중)



📖 달라호스_ 이겨낼 수 없어. 완전히는.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지. 그래야만 해.

외로움을 아주 없앨 순 없다. 이미 떠나간 이와 남겨진 이의 간극은 붙일 수 없다. 다만 그 틈에 허우적거리기보단 많이 그리워하고 애틋해하며 그 감정마저 사랑하며 살아온 토바이기에 캐머런도 그래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이유가 어찌 된 들 캐머런은 아버지를 사진으로 만나며 보고싶다거나 왜 자신을 외롭게 했냐는 질문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캐머런보다 더 많은 감정의 억겹에 살아온 토바를 바라보며 그래도 살아야하는 이유는 확실하다는 걸 배워간다.


결국 만나게 될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만날 운명이라는 것. 평생을 보지 못하고 살아 왔다 하더라도 무언가 끌리는 듯한 감정은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지 않을까 싶다. 십수년간 잊으려고 애써도 애쓴만큼 잊고 살기 어려웠던 에릭에 대한 추억. 남겨진 이는 이렇게 함께 있던 그 순간을 꺼내고 곱씹어보고 모조리 복기하며 산다. 그렇게 남겨진 자만 애닳도록 그리워 꺼내어보면 추억마저 닳아질까 슬퍼했던 토바였다. 혼자만 기억하려했던 이전과 달리 같이 그리워 해줄 누군가가 생겼다는 것과 나의 기억을 공유할 존재가 생겼다는 것에 토바는 살아갈 이유를 다시 얻었을지도 모르겠다. 차터빌리지에 갈 이유도 없고, 평생을 살아오던 곳을 떠나 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듯 암울해 할 필요도 없어졌다.

에릭의 간절함이 닿아 마셀러스가 그걸 전해주었고, 자신이 어머니의 곁에 있지 못했던 순간을 보상하듯 캐머런을 선물해 준 것으로 느꼈다. 그리고 부모의 부재로 많이 쓸쓸했을 성장기를 보낸 캐머런에게도 토바라는 존재가 버텨줌으로써 아무도 지켜봐주지 않는 외로운 삶이라는 생각도 버린듯 했다. 다시 토바를 찾아오며 아쿠아리움을 그렇게 대책없이 관두려 했던 그 마음마저도 접어버린 것은 토바와 함께 청소하며 듣고 익혔던 사람됨됨이와 함께사는 삶에 대한 진실함을 얻었기에 나타난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토바는 무엇이든 귀했고 고마운 대상들이었으며 홀대해선 안되는 존재로 여겨주었다. 야망을 위한 인위적인 베품이거나 목적이 있기에 해야만하는 행위가 아닌 살면서 숨쉬는 것 마냥 익숙한 선함과 악의없는 대응 덕에 캐머런을 만날 수도 있었다. 이 또한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라 말하고싶다.

거대태평양문어를 만나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선함이 있었기에 에릭의 흔적을, 에릭을 닮은 캐머런을, 그리고 이 모든 우연을 가장한 인연의 중심의 토바를 만났다. 삶의 끝자락일 줄 알았을 토바의 외로움에서 다시 시작된 행운과 행복이 겹쳐오는 순간. 가족이라는 존재가 주는 희망과 행복에 토바는 다시금 살아야하는 이유를 연결시켜본다.

📖 미디어창비를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리와 파도 - 제1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우수상 수상작 창비교육 성장소설 8
강석희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누군가에게 믿을만한 어른이었던 적이 있는가. 어떤이에게 의지하고픈 어른이 되어 준 적이 있는가. 고민을 털어놓아도 불안하지않은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무수한 질문을 끊임없이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나는 괜찮은 어른이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반복하게 만든다. 테마분류가 성장소설로 나뉘어진 작품인데 몸이 자라고 나이를 먹었다고 한들 멀리할 소설이 아님이 분명하다.

폭력에 대응하며 맞서기 어려웠던 청소년들의 이야기. 또래에게 받는 상처도 지우기 어려운데 교사에게 받는 언어적 신체적 폭력은 믿을만한 어른이지 않을까 싶어 찾아갔던 스스로를 무력하게 만든다. 그래서 누굴 믿어야할지도 모르겠고, 사건을 풀어낼만한 조언을 얻고했던 자신이 바보같았다 생각하며 자책을 일삼는다. 구석진 곳으로 스스로를 몰아넣고 웅크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일들이 뉴스에만 나오는 나와 상관없는 이들의 사건이라 분류하기엔 이미 몸집이 커졌음을 느낀다. 피해를 받은 이들이 숨어버리고 주변의 시선에 2차 피해를 받고있는걸 문장을 통해 느꼈는데 나 또한 은연중에 그러한 시선으로 이들을 찌른건 아닌지 생각을 하게된다.



📖 58p_ "너 잘못한 것 없다." 지선은 그 한마디에 기대어 버쳤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곤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경우는 오랜시간 함께하는 부모나 선생에게 상황을 알리게되는데 혼이 날까봐 두려운 아이들은 부모보다 학교에서 종일 함께하는 교사에게 의지하게된다. 그걸 악용한 전근세를 보면 어른으로서의 자질과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소명은 교원자격증을 딴다고 모두가 갖게되는건 아님을 느낀다. 초반의 전근세도 그러하고, 여기에 나온 어른들 중 최아라를 제외하고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가르치는 학문적인 목적에서 교사를 하고있는 것인지 돈벌이의 수단으로 직업을 택한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된다.

특히 후반부의 오연주와 최아라의 상반된 내용을 보면 일단 들어준다는 것과 학생이기 이전에 상대의 말을 듣고 고민을 해본다는 것. 그것부터 시작점이 달랐다. 무경이 최아라를 찾아갔을 때 들었던. '내가 미술실에 있을 때 잘 찾아왔구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니, 어른이 된 무경에게 선이와 미주에게 똑같은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위한다는 느낌과 걱정말라는 안도를 주면서 이렇게 사람을 두번 실망하게하고 누굴 믿는 다는 것 자체를 두렵게 만들었던 이들과 더욱 움츠려들고 최악의 생각을 하는 아이를 보면 학교라는 사회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낀다.


📖 62p_ 모든 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면, 그다음엔 자신을 용서하기만 하면 되니까. 잘못한 것도 나, 용서하는 것도 나, 용서받는 것도 나, 그것으로 끝. 그러나 지선은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지선은 마음 깊숙한 데서부터 무너졌고 축구를 그만뒀고 무경 앞에서 다쳤고 아무도 몰래 죽으려고 했다.

돌고 돌아 결국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는 결론을 내어버리는 지선. 자신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자신이 가장 문제라는 답을 내려야만 맘이 편해진다. 상대의 잘잘못은 나중의 문제다. 일단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넘겨야만 잊혀질 것이라 여기는 지선의 아픈 답변같았다. 그래서 극단적인 생각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자신의 탓으로 돌리기를 반복하다 자신이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 오히려 가장 깔끔한 결말이라고 생각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간 얼마나 맘고생이 많았을지를 가늠하지만 그 깊이와 상처의 고통까지 완벽히 이해하긴 어렵다.


📖 82p_ "이쯤 하자. 그렇게 매달려서 네가 얻는 건 또 뭐냐."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하는 학생 주임의 얼굴에 피로와 귀찮음이 가득했다.

"뭘 얻고 싶은 게 아닌데요."

다들 학창시절에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교사의 지치고 무기력한 대답. 굳이 소란을 피우지 말고, 굳이 일 크게 만들지 말고, 굳이 많은사람 알도록 떠벌리지 말라는 식의 대수롭지 않는듯한 말투. 종률처럼 그렇게 도움을 청했던 이에게 말로서, 눈빛으로서 2차 가해를 얻는다. 으레 그 나이대의 사내녀석들이 호기심에 하는 장난이라고 치부하는 이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딱 그정도의 대응이었다.

학생주임의 쉬쉬하는 반응 덕에 형섭은 그냥 그런 그정도의 인간으로밖에 자라지 못 할 것이다. 잡아주는 이가 없으니 이렇게 해도 세상은 나를 잘못했다고 꾸짖지 않다고 확신하겠지. 자신에겐 장난이고 상대에겐 상처일지라도 헤아리는 마음을 배우지 못했으니 이래도 되는구나 싶어하며 그저 그런 인간으로 살아갈듯한 뻔한 미래가 안쓰럽다.


📖 104p_ 아니 오히려 들으라고 더 그랬다. 그들은 여럿이었고 그래서 당당했다. 잘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서로에게 떠넘기고 죄책감은 뒤로 숨기면서 나쁜 짓거리가 주는 달콤함만 맛보았다.

부당한 대처, 약자이며 어리기에 받는 모멸과 고통에 단단하게 버티며 맞서려는 무경의 자세에서 무너지지 않길 바라며 읽게되는 조마조마한 감정. 나이가 많음에서 오는 우월, 또래보다 체격이며 행동거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상대방을 멸시해도 된다고 여기는 약아빠진 꼼수. 무리를 지어서 몸집을 키우며 또래 집단에서 왕이 된 듯 군림하는 같잖은 태도. 성인이 된 내가 황동수와 검은띠들을 보면 이렇게 느끼겠지만 반대로 예찬이같은 입장이라면 마주하고싶지 않고 돌아가더라도 피하고싶은 검은 무리로 느꼈을것이다. 딱 그 언저리에서만 왕 노릇을 하는 것이지 뭣도 아닌 이들의 행실을 보면 이 시작점이 무언인가 싶은 의문도 든다. 이들도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는 것일텐데 체육관 관장도, 교직원들도 말썽꾸러기라는 부류로 가둬 둔 채 방치하고 있음을 느꼈다. 방임이 자신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는데 이들은 어른들도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고 여길 생각을 하면 어른들의 무관심이 저 녀석들의 미래마저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 189p_ "고개 들어. 죄지은 사람처럼 왜 그래."

미란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빨갰다.

"어쩌면 다 내 탓인 거 아닐까? 내가 모범생이 아닌 것도 맞고, 공부도 잘 못하니까......."

지선이 자신을 탓했던 것 처럼, 미란도 모든 일의 시작은 자신이라 결정하고 모든걸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인다. 여지를 줬다고, 만만해서 였다고 자신을 찌르는 말들만 나열한다. 그래도 곁에 현정이 있어 다행이다. 이렇게 말하며 자기혐오로 태도를 전환하는 이에게 그냥 재수가 없었던 것이고, 아무에게도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라며 정신을 흔들어 깨워준다. 네 잘못이 아니고, 나쁜 건, 나쁜 재수를 몰고온 그 새끼임을 말해줬다.

지선과 미란은 이 이야길 듣고싶었을 것이다. 친구나 선생이든간에 그저 상대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단박에 말해줄 대답을 원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알린다. 쉬쉬하지 않는다. 그리고 피해학생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행이다. 똑같은 어른으로 자라지 않을 것임이 보였기에 마음이 놓여진다. 그리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가 없어서 다행스럽다. 어떻게든 버티고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아낸 듯 한 모습들을 보면 더 빨리 알아채주지 못한 어른이라 부끄러운 마음도 크다.

학교에서는 보는 눈도 많은데 가벼운 입도 많고, 외면하는 시선또한 많다.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까 싶은 일들이 나의 학창시절이나 지금 10대들의 교실이나 학원에서 심심찮게 일어난다. 교직에 관련된 종사자도 아니고, 아이를 키우지도 않으며, 주변에 이 또래의 자녀를 둔 친구도 없다. 그래서 이건 소설에 불과하다고 믿고 싶은 생각이 크다.

최아라교사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돈다. 어른으로서의 책임감 같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사실 어른이 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닌가 싶었고,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어른답게, 책임을 져 줄 작정이었다. 는 말을 상기하게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하지 않던가. 한명이 외로이 싸우는 것 보다 모두가 알아주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 소리내기 시작하면 그 흐름이 깊어지고 웅장해져 더이상 외면받고 자책하는 이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믿어본다.


📖 창비교육 출판을 통해 도서만을 제공받고 작성된 글 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