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의 통찰 - 전 세계 1% 전략가들에게만 허락된 MIT 명강의
히라이 다카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3.0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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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현상을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더라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눈앞의 현상만을 인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러한 현상의 이면에 감춰진 것을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소수의 사람들만이 본질을 알아채고 다수들 앞에서 세상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1등의 통찰>은 세상의 수많은 현상 뒤에 숨은 본질을 꿰뚫어보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1%의 그들처럼 세상을 정확히 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저자는 MIT 슬론스쿨에서 배운 획기적인 사고법을 바탕으로 뛰어난 컨설턴트가 되었다. <1등의 통찰>은 바로 그가 배운 MIT의 명강의를 바탕으로 제대로 사고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당신의 머리는 생각을 합니까?' 라고 기대감을 잔뜩 안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본질을 꿰뚫어보는 방법을 알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 보자. 나는 어떻게 사고하고 있는가?

본질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이 과연 본질일까? 그것을 감추기 위한, 또는 우리가 본질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이 껍데기가 아닐까? 문제의 본질을 알아채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도 무척 중요하다.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찰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통찰력을 '시스템 다이내믹스'라는 수업을 통해서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1등의 통찰>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되는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MIT의 간판 수업으로 누구나 통찰력을 가질 수 있도록, 즉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모델과 다이너미즘을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 처음 이 말을 읽었을 때는 너무 생소하고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7강으로 나눠진 구성에 따라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시스템 다이내믹스가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통찰력을 키우기 전에 먼저 우리의 습관을 체크하고 과연 어떤 것이 통찰력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통찰력 사고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나는 시스템 다이내믹스라는 새로운 사고법을 알게 된 것도 좋았지만 앞서 내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습관대로 생각을 하고, 거기에 따른 선입견에 지배당한다.

특히 우리가 주로 실수하는 생각의 습관을 아주 세세하게 분석하고 그러한 습관들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제시하고 있다. 습관을 고치는 많은 팁 중에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추상적이고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말고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데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의지만 있다고 바꿀 수는 없다. 구체적인 행동이 따라야만 결과적으로 습관도 바뀌게 되는 것이다.

<1등의 통찰>에는 기업과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읽어내는 방법과 그 변화를 읽어낸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 독일까지 수많은 기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과연 저자가 말하는 사고법이 지극히 평범한 나 같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책 역시 길지 않은 호흡으로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있지만 비즈니스 세계를 중심으로 말하고 있어서 정확하게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딱 한 분야에만 적용되는 방법이라는 것이 없듯이 통찰력 역시 경영을 하는 사람이나 직장생활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1등의 통찰>은 휘리릭 읽게되면 경영에 관한 컨설턴트의 조언이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꼭 알아야 할 통찰력, 본질을 알아보는 사고법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로 잘못된 생각의 습관을 바로잡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앞서 저자가 말했던 것을 다시 생각해 보자. 나의 머리는 생각하는데 쓰고 있는가? <1등의 통찰>을 통해서 정확하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연습을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겉으로 보이는 것에 현혹되어 휩쓸려 다니지 않을 것이다. 이미 나만의 생각 습관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1등의 통찰>은 쉽게 이해하고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본질을 볼수있게 도와주는 책의 목적처럼 이 책의 어떤 면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파악하고 읽는다면 내가 알지 못했던, 그렇지만 꼭 알아야할 생각의 방법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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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 -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오행 습관
장허야오 지음, 정주은 옮김 / 비타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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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가지 않으면 않을수록 좋은 곳 중의 하나는 병원이다.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늘 병원의 테두리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신체 컨디션이 최고점을 찍은 후 점점 늙어가기 시작하면 더욱더 병원을 자주 찾게 된다. 특히 인생에서 다이내믹한 신체적인 변화를 겪는 여자들은 더더욱 피곤하다, 아프다~라는 말을 달고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자에게 최적화된 건강법을 알려주는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은 여자인 나와 엄마를 위해서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었다.

 

작년의 몸과 올해의 몸이 다르다는 것을 매 순간 느낀다. 자잘하게 아프진 않지만 한번 아프면 꽤 크게 아픈 편이라 항상 건강에 신경을 쓴다. 그리고 연세가 있으신 엄마의 건강도 늘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의사가 아니고 수많은 건강 서적들을 읽기는 하지만 어떤 걸 실천해야 하고 어떤 걸 따라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늘 고민하며 책을 읽는다. 딱 여자만을 위해서 쓰인 건강 서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읽게 된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은 일상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풍부한 임상 경력을 보유한 여자 중의사가 작가로 중국 최초이자 최고의 의학 경전인 '황제내경'에 나오는 오행 건강법을 기초로 오늘날 여성들에게 맞는 건강법을 창시했다. 무엇보다 나는 이 책에서 자신의 생년월일로 체질을 알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늘 내가 어떤 체질인지 어떤 음식이 독이 되고 득이 되는지 알고 싶었는데 이번에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을 통해서 나의 체질을 알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도 공부할 수 있었다.

 

책의 가장 뒤 페이지에 부록으로 나오는 '오행 체질 조회표'로 자신의 체질을 알 수 있는데 1936년부터 2023년까지 계산되어 있어서 주변 사람들의 오행 체질도 분석해 줄 수 있었다. 나 역시 책을 읽은 후에 사무실 사람들의 오행을 계산해 줬는데 신기하게도 성격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오행에 따른 체질도 같게 나왔다.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은 기본으로 오행에 따른 다섯 가지 체질과 그 특성에 따라서 여자들이 알아야 할 건강 상식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크게 간, 심장, 비장, 폐, 신장으로 나누지만 그 안에는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기 위한 방법, 혈을 자극해서 심장을 지키는 방법, 불면증을 해결하는 법, 만성위염과 월경통을 다스리는 법등 여자들이 평생에 걸쳐 한 번쯤은 힘들어했을 모든 증상에 대한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각 장마다 건강이 좋지 않을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들을 알기 쉽게 요약해 놓았다.

중의학을 공부한 저자는 일반인들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오행혈에 대해서 알려주는데 다양한 그림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증상에 따른 부위의 혈을 누를 수 있다. 병원과 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쉽게 적어놓은 병의 원인과 증상, 혈자리 몇 개와 운동 동작, 먹거리 등을 실천한다고 건강이 스펙터클하게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고치지 못한다고 했듯이 일상생활의 결과가 곧 나의 몸에 나타나는 증상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꾸준히 나에게 맞는 방법들을 실천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 법>을 더 열심히 읽었던 이유는 따로 도구를 구입한다거나 하는 부가적인 행위 없이 오로지 손으로 혈자리를 누르고 운동 동작을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필요한 혈자리를 체크해 놓았다가 저녁에 티브이를 보면서 꾹꾹 눌러드렸다. 매일매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혈자리 누르기와 책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방법들은 부담 없이 바로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특히 7장은 현재 저자의 환자와 어머니가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허리와 다리, 손 그리고 구강건강을 위한 족욕법과 식초로 고혈압, 고지혈증을 잡는 방법, 무시무시한 대상포진을 겪지 않는 법, 잠자리만 바꿔도 건강해지는 오행 풍수법등 이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고 느낄 정도로 쉬운 방법들을 설명한다. 하지만 쉬워서 망설임 없이 실천할 수 있다. 나는 오늘 책에 나온 여러가지 방법들 중에 당장 필요했던 몇 가지를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여자로 태어나 아프지 않고 사는법>은 군더더기가 없다. 미사여구 없이 여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과 그 증상에 맞는 오행 혈자리, 보양식과 보양차를 바로 알려준다. 책을 읽은 후에 책장에 꽂아놓는 책이 아니라 곁에 두고 틈틈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읽어야 하는 책이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가진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저자가 알려주는 건강법을 실천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건강하기 위해 부지런해야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건강하게 오래도록 살수 있는 첫 단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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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시대 세트 - 전5권 공부의 시대
강만길 외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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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공부한당 1기로 출간 전에 미리 읽어보게 된 <공부의 시대>는 지금까지 읽어 본 창비의 샘플북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책자였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다. 수많은 장르가 있는 책 역시, 호불호가 굉장히 뚜렷한 물건 중의 하나일 것이다. 무턱대고 책을 읽고 모을때는 특별히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한다는 인식이 없었지만 책을 읽을수록 모든 책을 좋아하는 나 역시도 조금 더 좋아하는 것과 약간은 기피하게 되는 종류가 나눠졌다. 특히 소설이나 시를 무척 좋아했던 몇 년전과 달리 요즘에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쪽을 더 많이 읽는 편이다. 그래서 일수도 있다. 한창 추리소설에 빠져있었던 때에 읽었다면 <공부의 시대>는 분명 약간은 지루한, 이미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자랑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 읽게 된 <공부의 시대>는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나도 힘들고 당신도 힘든 시대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알고 싶지만 누구하나 명쾌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정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때 나는 어떤 것보다 가장 정확하고 자신에게 잘 맞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책읽기 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부의 시대>는 수만가지의 갈림길 앞에서 헤매고 있는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 될것이다. 

<공부의 시대>에 나오는 다섯명의 지식인들이 멘토가 되고 우리는 멘티가 된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세상을 헤쳐나가는 방법들을 알기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공부의 시대>는 질문과 그에 관한 작가들이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명의 저자들이 말하는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지금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학자인 강만길 교수님의 글을 통해서 역사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역사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특히 역사학과 유사한 학문을 공부한 나에게 노교수의 인생이 담져겨 있는 조언들은 내가 그동안 역사를 생각했던 태도에 대해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김영란 교수님의 책에 관한 이야기는 요즘 내가 고민하고 있는 책읽기에 대한 해답을 일부분이마나 들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책 중에서 '영혼을 뒤흔드는 책', 또는 자신에게 맞는 책을 어떻게 하는 찾을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에 대해서 김영란 교수님이 조언해 주면서 언급하신 책은 꼭 한 번 찾아서 읽어볼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미 작가로 유명하신 유시민 작가님과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만드신 정혜신 작가님과 진중권 교수님의 주옥같은 이야기들은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까지! 이게 제가 그 질문에 대처하는 방식입니다. 꼭 하고 싶거나 해야만 한다고 믿는 일을 내가 처한 구체적인 조건과 상황을 고려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은 선까지 최선을 다해 하며 사는 것, 이것이 제 인생론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부다. 단어를 외우고 문제를 푸는 공부가 아니라 세상의 겉과 안을 동시에 바라보며 타인과 함께 사회를 고민하는 진정한 공부를 해야 한다. 눈코뜰새 없이 바쁜 현대사회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지 더이상 헤매지 않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누구보다 먼저 공부한당 1기로 <공부의 시대> 소책자를 통해서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책을 알게 되었다. 비록 소책자로 짧은 이야기만을 읽었지만 다섯명의 지성들은 이 시대를 헤쳐나가는 공부법을 통해서 뿌연 안개와 잘 보이지 않는 갈림길 앞에 서있는 내가 어디든 용기내어 갈 수 있도록 따뜻한 손길로 토닥여준다. 기대된다. 그들의 말하는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공부의 시대>

당신의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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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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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을 읽으며 나의 기억력이 좋지 않음을 감사했다. 아마 그때의 나는 키친을 제대로 읽지도, 이해하지도 못 했을 것이다. 작고 얇은 소설집. 요시모토 바나나의 3가지 단편으로 구성된 키친은 일본 소설 특유의 폴폴 날아가는 깃털 같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마냥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 안에 깊게 깔려있는 죽음. 그리고 그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드러나지 않는 처연함이 짙게 배어있는 책이다. 분명 예전에 나는 유행처럼 다 읽으니 키친을 읽었을 것이고 나름 유명 일본 소설을 읽었다고 뿌듯해하며 다녔을 것이다.

나는 늘 <할머니가 죽는 게> 무서웠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다. 이해는 하겠지만 자신이 겪어보지 못하면 그 단어가 주는 통증을 알 수 없다. 다시 읽어본 키친은 내가 죽음 뒤에 느꼈었던 감정들의 일부분과 비슷하게 겹쳐 있었다.

BEST 책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나는 늘 카뮈의 이방인을 말한다. 죽음을 겪은 후 처음 겪는 그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무작정 외면만 하고 있을 때 우연히 읽게 된 이방인을 통해서 죽음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아마 그때 이방인이 아닌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을 읽었다면 나는 이방인과 또 다른 방법으로 그 감정들을 이겨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나도 항상 죽음이 무섭다. 정확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 그 뒤에 겪게 될 감정들이 두렵다.

키친은 죽음 후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위로하며 죽음 후를 견디고 이겨내는지에 대한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할머니를 읽은 사쿠라이 마카게는 다나베 유이치와 그의 아버지 겸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위로받는다. 그리고 유이치의 아버지가 죽은 후에 이번에는 반대로 마카게가 그를 위로하기 위해 다가간다. 하지만 그녀와 그의 위로는 다른다. 마카게를 위로하는 방식은 조용히 바라보는 것이었고 반대로 그녀는 유이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보듬어 준다. 같은 아픔을 가진 둘만의 교류는 마음이 아프지만 그렇게 이겨나가는 모습이 눈물겨웠다.

 

에리코 씨는 이제 없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키친은 전혀 가볍지 않은 소설이었다. 왜 나는 이 책을 쉽게 읽히는 일본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역시 삶은, 시간은, 쌓여가는 켜에 따라 이해하는 깊이가 다르다. 주말 오후 거실에서 읽기에 무척 힘든 책이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그녀의 짧지만 묵직한 문장들은 참 슬펐다.

방은 따뜻하고, 끓는 물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퍼진다. 나는 도착 시각과 몇 번 홈인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서로를 통해 치유해 나가는 모습에 나도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살아가는 자는 또 한 발짝 걸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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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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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버킷리스트가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 TOP 3 안에 변함없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바로 '산티아고 걷기' 이다. 한국에서 지금만큼 산티아고 순례길이 알려지기 전, 우연히 한 다큐를 통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운명이라고 생각했었다. 당시 여러 가지 일들로 힘든 나에게 산티아고는 마치 나의 모든 짐을 다 없애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곧 나는 다시 일상에게 발목을 잡혔고 지금까지 산티아고에 대한 책이나 티비를 볼 때나 문득문득 가슴이 답답하다고 느낄 때면 늘 떠올랐다. 저 곳, 카미노 데 산티아고.

오랜만에 산티아고에 관한 책을 읽었다. 한국에서 출간된 모든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산티아고 책 중에 단연코 가장 가슴을 울리는 책이었다. 뿐만 아니라 산티아고 초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 꼭 필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산티아고에 대한 종합 안내서와 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는 1장과 2장으로 나눠져 있다. 1장에서는 복잡한 일본 현실 속에서 헤매고 있는 작가가 산티아고를 혼자 걸으면서, 길에서 만난 세계의 순례자들이 건넨 주옥같은 인생의 조언들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여행기와 함께 풀어내고 있다. 혼자 묵묵히 길만 걸었다면 절대 몰랐을 이야기들. 길과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을 통해서 그녀는 치유받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이지만 내 인생이 아이들의 인생보다 중요하지 않을 리 없잖아. 나도 아직 젊으니 여러 선택지가 있어. 나는 내 인생을 살아야지.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 거야!"

"너는 아직 다른 사람들이 사는 시간에 이끌려가고 있는 거야. 도시의 분주하고 주위 사람에게 좌우되는 그 시간 그대로. 하지만 그러면 몸이 망가지잖아?"

아무리 자신이 올바르다고 믿는 길이라도 미래에서부터 역산해보면 틀린 길일지도 모른다. 루비 큐브와 마찬가지로 한 면을 완벽하고 아름답게 정렬했다 하더라도 굴려보면 위험한 모습으로 비춰지는 다른 면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그게 이 길이 주는 유일한 답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 길을 다 걸은 뒤 내게 필요한 건 어떤 길이라도 '이게 나의 길이다'라고 확신하며 계속 전진할 수 있는 자신감, 그거 그것뿐일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튼튼한 등산화와 가벼운 배낭을 사러 가고 싶게 만다는 책이다. 1장에서 말하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는 나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더 산티아고로 떠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1장이 왜 산티아고로 떠나야 하는지 알려준다면 2장에서는 순례의 기초 지식에 대해 말해준다. 산티아고 순례가 시작된 이야기와 순례길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한 점을 산티아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특히 요즘 순례길의 숙소에는 와이파이가 완비되었다는 사실은 예전에 읽었던 산티아고 책에서는 알 수 없는 꼭 필요한 최신 정보였다. 그리고 순례자들에게 필요한 순례 비용과 준비물, 짧은 기간부터 800km 완주까지 자신에게 맞는 코스도 알 수 있다.

 

 

책의 뒤 페이지에 수록된 아기자기한 순례길을 그린 그림은 예쁘게 잘라서 방 한켠에 붙여놨다. 산티아고 800km를 걷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매일 지도를 본다. 언젠가는 꼭 이곳을 걸으러 갈 테니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로망의 장소가 있다. 다녀온 사람들은 그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만의 로망의 장소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걷고 자고 먹는 지독히 단순한 매일,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내가 꼭 알고 싶은, 나만의 인생에 대해서 조금의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곳. 나도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꼭 한 번은 산티아고를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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