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사라 앤더슨 지음, 심연희 옮김 / 그래픽노블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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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말하고 싶다. "어떻게 내 이야기를 알고 쓴 거예요?

나는 철이 없다. 나이가 한 살씩 먹을수록 신체적인 나이는 세월을 따라가는데 나의 마음과 정신은 아직 예전 그대로여서 가끔 우울하고 슬프고 이래서 되겠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보다 더 많은 사회적 절차를 이행한 어른들은 말한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렇다. 아직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생 속이라서 그렇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기만 하면 어른이 되는 걸까? 다들 말하는 그런 철이 들까?

벌써 9월이다. 2016년도 이제 겨우 3개월 남짓이 남았다. 새해가 오고 나는 또 사회적, 신체적 나이를 한 살 더 할 것이다. 물론 정신적인 나이도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니까 올해와는 다를 테지만 과연 얼마만큼 달라질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많은 어른들이 말하는 '어른'이라는 것에 나는 예전에 도착했지만 아직 나는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줄 알았는데 아주 먼 곳에 사는 사라 앤더슨이라는 작가가 나이만 어른인 수많은 지구 상의 어른들에게 절대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는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영문판과 한글판이 나눠져 있어서 읽을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2컷에서 4컷 만화로 되어 있어 앉은 자리에서 쉽게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짧은 생활 영어를 익히고 싶다면 영어판 원문을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짧은 컷 만화라는 특징도 있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가 마치 옆에서 지켜본듯한 내 이야기인 것만 같아서 킥킥거리면서 웃고 가끔은 추억에 잠기면서 집중하며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표현하는데 다른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는 담백하게 재미있는 만화책이다. 소심하고 아직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은 여자 어른의 일상을 가끔은 코믹하게 가끔은 진지하게 잘 표현하고 있는 만화라고 생각한다.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나를 봤고 내가 바라는 어떤 모습을 봤다. 작가가 덩치만 큰 어른들을 위로해 주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이미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너답게 자유롭게 살아.'  분명 어떤 사람들의 눈에는 만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 철없는 어른의 모습으로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퇴근 후에 기분이 처질 때 한 번씩 읽어보곤 한다. 겨우 2~4컷의 단순한 만화일 뿐이지만 어떤 장문의 글보다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가끔은 긴 조언보다 말 없는 등 두드림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이 책은 어떤 조언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냥 자신의 철딱서니 없는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는 내게 두어 번 토닥여주는 등 두드림과 같은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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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제 원장의 초간단 경혈파스 요법
이경제 지음 / 꿈꾸는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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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행을 하면 점점 늘어나는 짐이 있다. 파릇파릇한 젊음이었을때는 절대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파스'를 어느 물건보다 더 많이 신경써서 준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몇년 전에 일하다가 삔 허리와 어렸을때 부터 정기적으로 접질러주는 오른쪽 발목, 그리고 항상 누군가가 앉아있는 듯한 어깨 때문에 이제 여행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파스'가 되어 버렸다. 벌써 이런걸 더 신경써야 한다는게 조금 슬프기는 하지만 열심히 운동해도 쉽게 낫지 않는 부위라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읽게 된 책이 <이경제 원장의 간단 경혈파스 요법>이었다. 한묶음의 파스가 아니라 간편하게 잘라 쓸 파스만 준비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하면서 여행 준비하느라 경황에 없었지만 밤늦게까지 열심히 읽었다. 뿐만 아니라 늘 각종 통증에 힘들어하시는 엄마에게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꼼꼼하게 읽어봤다.

<이경제 원장의 간단 경혈파스 요법>은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서 잘 알고 있는 이경제 원장이 일상 생활에서 손쉽게 활용해 볼 수 있는 경혈요법에 대해 부위별 통증으로 세세하게 나눠서 설명해 주고 있다. 경혈이라는 단어는 잘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어떤 의미있지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경혈과 경락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근육통, 손목통증, 오십견등 만성통증과 멀미, 숙취, 복통등 각종 생활통증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통증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통증을 작은 파스로 잡을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알려준다.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의 원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한 후에 파스를 이용하는 방법외에도 어떻게 통증을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특히 위치를 정확히 알기 힘든 경혈을 각 페이지마다 그림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어서 그림을 보면서 통증부위를 손으로 눌러보며 찾을 수 있어 '경혈'이라는 단어를 들었을때 어려울 것 같다는 거부감 없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경제 원장은 경혈은 만져보고 아프다고 느끼는 포인트를 경혈이라고 하는데 그림만 보고 헷갈릴때는 그림을 보면서 그 주변 부위를 눌러보며 파스 붙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동전파스를 이용하거나 큰 파스를 2cm 가량으로 잘라서 사용하면 되는데 평소 어깨통증으로 힘들어하시는 엄마께 붙여드렸다. 곡지와 뉴상이라는 혈자리를 찾으면서 팔을 꼭꼭 눌러봤는데 뉴상이라고 짐작되는 부위를 누르니 더 아파하셔서 무척 신기했다. 물론 한번 붙인다고 당장 좋아지지는 않겠지만 매일 매일 힘들지 않고 간편하게 해볼 수 있는 요법이니까 매일 저녁 주무시기 전에 부위별로 바꿔가면서 해드릴까 한다.

 

 

 

아침 저녁으로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주위에 감기에 걸린 사람들이 많아진다. 감기에 좋은 파스요법을 알아두면 요즘같은 환절기에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해줘도 좋을 것 같다.

<이경제 원장의 간단 경혈파스요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혈자리 설명과 그림을 보면서 간편하게 파스를 붙일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통증을 잡는 방법이다. 온 몸이 유연한 더운 여름이 지나고 이제 각종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하는 추운 날씨가 오고 있다. 매일 병원에 갈 수 없다면 이런 간단한 방법을 통해서 미리 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한 두번으로 효과를 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허리가 뻐근한 날 파스를 붙이고 자면 다음 날 훨씬 수월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것 처럼 우리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경혈자리에 정확하게 파스를 붙인다면 이제까지 나를 괴롭혔던 통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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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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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철학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그것도 무려 니체에 관한 책이다. 한때 쉽게 풀어쓴 철학책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었지만 여전히 철학에 관련된 책은 애매모호하다. 출판되는 철학책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적은 것이니 철학 전공 서적과 비교한다면 무척 쉽게 읽을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 적용하기에는 뭔가 모르게 약간씩은 어긋난다고 느꼈다. 하지만 분명 철학서는 읽고 사유하기에 최적의 책이며 그 이상의 매력이 충분한 분야이다. 니체라는 이름만 끊임없이 들었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문장만 알고 있는 상태에서 기대를 가지고 <니체의 인간학>을 읽기 시작했다. 니체에 관한 어떠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접한 이 책은 과연 정말 니체가 말했던 것이 이런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저자인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일본에서 싸우는 철학자라고 불린다고 한다. 별명답게 <니체의 인간학>은 무척 호전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니, 호전적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호전적인 면과 함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는 이 책에서 '착한 사람'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착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에 관해서 끊임없이 비판하고 폭로한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처음 <니체의 인간학>에서 낯설었던 부분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꽤 많은 밑줄을 그으며 읽어나갔다. 그가 말하는 '착한 사람'이 때로는 나인 것 같았고, 때로는 지독히도 싫어하는 누군가의 모습과 오버랩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불평만 늘어놓는 데다 판에 박힌 상투적인 말만 내뱉는 것이 착한 사람의 특징이다.

문제는 이런 융통성 없는 정부가 아니라, 이 굴욕적인 방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에서도 태연자약한 얼굴로 걷고 있는 착한 사람들이다.

착한 사람은 "선의로 해주는 거야"라고 중얼거리면서도 그 호의를 결코 공짜로 베풀지 않는다. 상대에게 자기가 바라는 만큼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니체의 인간학>은 친절하지 않다. 읽을수록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꽤 많을 것 같은 책이다. 나 역시도 어떤 부분에서는 눈살을 찌푸리며 읽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 우리의 한 면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래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착한 사람'은 약자가 아니다. 바로 우리가 가진 여러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니체가 말하고 있는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수천 장의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이다. 그런 인간의 다양성 중의 하나를 니체는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다.

'도대체 이 책이 뭘 말하고 싶은 거야 생각이 들었지만 과거의 니체를 빌려서 현재의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인간의 모습이 바로 지금 나의 모습 중의 하나이고 현대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실체이다. 특히 SNS와 관련된 '착한 사람'의 모습에 관한 설명과 끊임없이 사람들을 가르치고 통제하는 국가와 불만 없이 따르는 국민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호불호가 확실히 가려지는 책이 있고 평가를 하기에 애매한 책이 있다. 나에게 <니체의 인간학>은 제목처럼 아슬아슬하게 경계에 서 있는 책이었다. 분명 고개를 끄덕이며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을 정확히 집어내고 비판하는 것에서는 마냥 철학적인 설명만 나열하는 책이 아니어서 좋다고 느꼈지만, 그 비판이 너무 맥락 없이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작가가 이 책을 어떤 의도로 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니체의 인간학>은 색다른 책임에는 틀림없다. 싸우는 철학자라는 작가답게 그는 책을 통해서 독자에게 '나랑 한번 싸워볼래?' 라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의미 없는 싸움은 아닐 것이다. 치고받는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사람에 대해, 나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어 주는 묘한 책이다. 불친절하지만 그래서 색다른 매력이 있는 철학서를 읽고 싶다면 <니체의 인간학>과 한 번 제대로 붙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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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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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 보면 왠지 이 이야기는 소설보다는 영화나 드라마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이 그런 책이었다. 심각한 주제를 전혀 심각하지 않게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처음과 끝이 전혀 다른 소설이었다.

첫째 딸의 동영상의 유출이라는 어마어마한 문제를 시작과 동시에 보란 듯이 던져준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자못 심각해 보이지만 피식 웃음이 나올 것만 같은 시트콤이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은 나와 내 주변에 있는 가족이 아니다. 사회의 최상위층에 속하는 그들은 남들이 보기에는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한 가족이었지만 각자 나름대로의 결핍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어쩌다 이런 가족>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첫째 딸의 문제를 가족들이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면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가족 간의 애정을 아주 조금이나마 회복하고 더불어 각자가 가지고 있던 비밀스러운 문제들을 해소하거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결하게 된다. 책은 무척 쉽게 읽힌다. 2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는 친절하게 각 장마다 다른 등장인물들의 눈으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을 차근차근하게 설명해 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좌~악 펼쳐진 이야기를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복잡한 플롯을 가진 소설이나 등장인물들의 아리송한 심경이 가득한 책을 읽는 게 불편한 사람이라면 <어쩌다 이런 가족>은 무척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각자 우는 방법이 다르단다. 너처럼 시원하게 울음을 터뜨릴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우는 법을 잊어버린 친구도 있어. 단지 외로워서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만. 여기 머무르는 동안, 그리고 여길 떠나서도 우리는 가족이란다. 밉다고 따돌려서는 안 되지. 아이들은 속이 상하거나 서러우면 울어야 해. 그런데 친구는 그러지 못 해서 화가 나는 거야. 다음에 싸울 때는 너만 울지 말고 그 애도 울게끔 도와주어라. 눈물 흘릴 수 있게끔 도와줘야 해.

가족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서로에게 전혀 그 마음이 전달되지 않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그들 사이에 변화를 주는 등장인물은 우는 방법을 알고 가족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조용하고 완벽하기만 했던 이 가족 사이에 틈이 생기고 벌어진 틈을 통해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다른 가족들 보다 더 막장을 겪는다고는 하지만 나는 이 가족들에게도 깊은 애정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조금 어설프고 어딘가 납득하지 못하는 면도 많지만 가족이라는 애정이 밑바탕에 자리 잡고 있지 않다면 어떤 큰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이토록 빨리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다.

톡톡 튀는 영상으로 풀어낸다면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각자가 가진 비밀이 조금 더 극적이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조금 더 치밀하다면 무척 재미있고 현실을 잘 보여주는 영화나 드라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둘째 딸은 끊임없이 어쩌다 이런 가족이 되었는지 불평하지만 어쨌든 그들은 나쁘지 않았고 결국엔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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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표류
이나이즈미 렌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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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의 시대는 갔다. 자신에게 잘 맞는 직장에서 오래도록 일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직장생활을 하는 누구나 이직을 꿈꾸거나 실행에 옮긴다. 나 역시 현재 이직을 준비 중이다. 그래서 <직업표류>라는 책의 제목부터 남다르게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이직과 달리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회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 '표류'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이 너무 무거웠다. 마치 곧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직업표류>는 현재 일본에서 일하고 있는 8명의 사람들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많은 면에서 우리나라는 일본의 10년 전 모습을 비슷하게 닮아간다고 한다. 취업 포기, 프리터 등 예전에 일본에서 나타났던 현상들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보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힘든 취업 시대를 겪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마음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이직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은 백신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직업표류>에 나오는 8명은 실패한 사람들이 아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직장생활을 하는 우수한 인재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직을 한다. 사회가 변했고 가치관이 변하는 시대에 끼어버린 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직이라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 않다. 최고의 대학을 나온 후에 멋진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서 과감히 다른 길로 들어선 사람도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혼란스러워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이직을 하게 된 경우도 있다. 

직장을 구하고 있는 구직자이거나 늘 사표를 가슴에 품고 힘겹게 매일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어떠한 직접적인 조언도 해주지 않는다. 만약에 현재 힘들게 회사를 다니고 있거나 원하는 이직을 못해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 책에 등장하는 8명의 이야기는 한낮 배부른 투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은행에서 증권회사, 대형 종합상사에서 IT 벤처로 옮긴다는 등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마치 한 편의 짧은 단편 소설들을 읽는 것 같았다. 직장생활, 이직을 하게 된 상황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취재한 주인공 각각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입사를 했으며 이직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게 된 상황들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사회인이 된 지 3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는 것밖에 몰랐다. 별안간 의지할 데 없는 외톨이로 느껴졌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면 수많은 정보나 선택지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것이다.

<직업표류>에는 8명의 인생이 있고 8가지의 이직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압축해서 보여주는 인생의 한순간을 통해서 우리는 8가지 이상의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분명 이 책은 친절하게 구체적인 방법 등을 이야기해 주지는 않는다. 단지 힘든 시대를 겪으면서 조금 더 발전된 방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우리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누군가의 삶을 소설처럼 들려줄 뿐이다.

소설 같지만 그 속에는 지독한 현실이 들어있었다. 힘든 시기를 겪었던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어떤 조언을 뽑아낼지는 읽는 사람의 몫이다. 이직을 눈앞에 둔 나는 처음에는 책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당황했었지만 8명의 취재 내용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런 감정들, 불안함 등이 당연한 것이며 앞으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이직과 새로운 직장 생활을 해야 할지 등에 관해서 도움을 받았다. 일본의 논픽션이지만 우리와 너무나도 닮아서 차라리 현실적인 소설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업표류>는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투쟁 같은 한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한 그들의 이야기는 분명 찬찬히 곱씹으며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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