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네 이영석의 장사 수업
이영석 지음 / 다산라이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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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쉽지 않다. 호기롭게 열정만 가지고 도전해서는 십중팔구 상처만 가득 안고 끝나기 십상이다. 어렸을 때 엄마는 늘 가게를 하셨다. 큰 장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새벽부터 밤까지 꼼짝없이 붙어있어야 할 가게였고 나는 늘 가게에서 엄마를 도왔다. 그래서 나는 장사를 싫어한다. 물론 내가 노력한 그 이상의 보상이 돌아오는 것도 장사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절대 만지기 힘든 큰 돈을 벌 수도 있는 것도 장사이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오로지 가게에만 매달려야 한다. 내 생활도 없고 주말도 없다. 어린 시절에는 늘 가게만 계시는 엄마가 불쌍했고 학교를 마친 후 가게에 가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면 늘 죄송스러운 마음만 가득한 내가 싫었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장사는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고 주변 사람들이 자신만의 가게를 운영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언제까지 회사에 다닐 수는 없고 장사를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었다.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망해도 나는 괜찮을 거다, 내 아이디어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은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고 닫고 또다시 새로운 가게가 생겨난다. 물론 모든 가게가 다 실패하지는 않는다. 몇십 년이 지나도 늘 그 자리에서 장사가 잘 되는 가게가 있고 새롭게 생겼지만 금세 인기 있는 가게로 자리매김하는 곳도 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작하는 장사에 대해 모든 것을 알려주는 <이영석의 장사수업>은 열정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모든 시작하는 사장님들, 언젠가는 내 가게를 한 번 가져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그 이유를 알려 준다.

 

 

저자인 이영석은 우리나라 농산물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총각네 야채가게의 대표로 대한민국 최고의 장사꾼이자 청년 창업가들의 멘토로 활동 중이다. 저자는 <장사수업>에 25년 넘게 장사를 해오면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모두 담았다. 장사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진정한 장사꾼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행복하고 즐거운 가게를 운영할 수 있는 열정을 가상의 인물을 통해서 알려준다. <장사수업>은 딱딱한 정보서가 아니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에 가깝다. 장사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지만 직장인으로 월급 따박따박 받으며 생활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뜻에 따로 회사 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진정 바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만의 가게를 오픈한 홍상인의 어설픈 시작부터 힘든 과정을 겪어내며 진정한 장사꾼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모든 과정이 담겨있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마음속으로 나만의 작은 가게를 마련하고 운영하고 있었다.

 

 

이영석의 장사 노하우가 가득 담겨있는 책답게 <장사수업> 곳곳에는 '이영석의 장사 필살기'라는 알짜배기 장사 정보가 가득하다. 평소에 궁금했던 점이나 장사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었다. 늘 장사하는 엄마를 보고 살아서 장사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을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세월이 흐르고 트렌트가 변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장사는 이미 옛날의 추억일 뿐이었다. 나는 언젠가 맛있는 맥주를 파는 작은 북카페를 열고 싶다. 장사에 대해 알려주는 수많은 책이 있지만 <장사수업>은 최근까지 읽어본 장사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었다. 소설 한 편을 읽는 느낌이었지만 장사에 대한 마음가짐부터 실제 가게를 오픈하고 운영하는 것까지 함께 해보는 듯한 <장사수업>은 나도 한번 장사해볼까?라고 생각해 본 예비 사장님이라면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장사는 쉽지 않다. 하지만 분명 그 험난한 세계에서도 살아남는 사람들은 있다. 그 사람이 당신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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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자존감이다 - 온전히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는 법
김주미 지음 / 다산4.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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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경쟁력인 시대다. 슬프지만 우리는 이왕이면 조금 더 예쁘고 잘생기면 대우받는 시대에 살고 있다. 얼마 전 외국 티브이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실험을 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같은 사람이지만 한 번은 깔끔한 수트를 차려입고, 두 번째는 허름한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실험이었다. 물론 당신의 생각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름한 옷의 사람보다 수트차림일때 더 많이 호의를 베풀었다. 지금 '에이, 사람을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지.' 라고 생각하는가? 만약에 당신이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과연 당신도 노숙자 같은 차림의 남자가 도움을 청하는데 선뜻 친절을 베풀 수 있을지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외모만을 중요시하는 사회라고 비판하기 이전에 나부터 외모와 전혀 상관없이 상대방을 판단하고 있는지부터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홀로 사는 세상이 아니다.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유지한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늘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다.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나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일까? 내 지갑 속의 지폐와 신용카드?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들? 가슴속의 뜨거운 열정과 배려? 아마 나의 겉모습, 외모를 보고 상대방은 나를 판단한다. 자신을 나타내는 첫 번째 요소가 되는 외모는 그만큼 중요한 것이지만 외모를 단지 예쁘고 잘생겼다는, 오직 아름다움의 기준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외모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다. 얼굴과 몸을 둘러싸고 있는 껍데기의 탱탱함과 예쁨이 외모의 기준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모라고 하면 단순한 미의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기 때문에 못생김과 아름다움에 절망하고 외모 콤플렉스에 빠져있곤 한다.

나도 외모 콤플렉스가 심하다. 얼굴은 크고 턱은 각졌으며 코는 낮고 살집이 퉁퉁하다. 평생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10년 전 분노의 다이어트로 6개월 정도 55사이즈를 입어본 후로는 날씬해 본 적이 없다. 한때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두려웠고 내가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 다 내 얼굴 때문인 것만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외모 콤플렉스는 여전하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에 파묻혀 인생이 내 얼굴에만 좌지우지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끌려다니지 않을 뿐이다. 과연 자신의 외모에 100%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외모를 위해서 100% 노력하는 사람 역시 몇 명이나 될까?

<외모는 자존감이다>는 외모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고 외모 관리를 통해서 삶의 즐거움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외모 관리라고 해서 화장을 어떻게 하고 옷을 어떻게 입으라고 말해주는 책이 아니다. 외모 인문학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외모 관리를 통해서 인생을 배우고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저자는 일상에 치여 자신을 잃고 살아가는, 왜 외모를 가꿔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다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북돋아준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든 당신이 지닌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데 외모는 큰 역할을 한다. 그동안 스스로 외면보다 내면이 더 아름다운 사람이라며 관리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안주하고 있었는가? 이제 사람들이 나의 내면을 알아봐줄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자. 군주론을 쓴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사람들은 당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만 알 뿐이다."

 

책 중간중간 자신의 외모를 바라보는 관점, 현재의 외모를 이렇게 만든 이유 등 다양한 질문을 통해서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누구에게 보여줄 질문이 아니라 오로지 나만 보는 것이라 더 솔직하게 작성할 수 있고 나의 외모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자가 컨설팅을 해준 사람들의 사례도 나오는데 대학생부터 직장인, 주부까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지금 내가 생각하고 겪는 문제들이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안도감과 위로, 앞으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특히 마지막에는 더 아름다워진 그녀들의 이야기라는 부록이 들어있는데 주인공들의 사연과 함께 비포와 애프터 사진을 보여준다. 그녀들은 아주 작은 도전만으로 자신이 변하는 모습을 확인했고 앞으로 더욱 아름답게 변화할 것이다. 엄청난 메이크업 오버가 없어도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 외모를 관리해야 하는지, 외모가 단지 외모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독자들을 위해 작가는 마지막에 외모의 자존감을 채우는 여자의 습관들을 조언해 준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도 있고 새로운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제대로 실천하고 있지 않는 아주 평범한 습관들이다. 시술을 받거나 큰 돈을 들여서 운동을 하는 것만이 외모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방법은 아니다. 사소한 습관들이 모여서 현재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매일 실천하는 외모관리 습관 A to Z를 통해서 더 이상 외모에 끌려다니지 않길 바란다.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 내추럴한 것이 아니고 헐렁한 옷을 입고 머리를 질끈 묶으며 일만 하는 것이 열정적인 모습은 아니다. 외모를 관리한다는 것은 남에게 보여준다는 것 이전에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다. 몇 번의 화장만으로 당신은 빛나지 않는다. 일상의 모든 것이 지금의 당신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외모는 자존감이다>를 통해서 삶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본질적인 의미와 자신 없어서 포기해버린 외모관리에 대한 열정을 찾길 바란다. 더 이상 아름다운 누군가를 부러워하지 말자. 이제 당신이 아름다운 사람이 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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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 - 건강한 나를 위한 따뜻한 철학 아우름 14
백승영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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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책이 좋다. 쉽다는 것이 책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내용이 허접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떤 어려운 책 수십 권을 읽는 것보다 더 깊은 깨달음을 주고 가슴속 깊이 남는 책이 좋다. 나 역시도 그렇게 읽히는 글을 쓰는 것이 목표다. 어차피 나야 지식의 깊이도 얕고 알고 있는 어휘력도 제한적이어서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어렵게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내 글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면서 다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깊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최근에 샘터에서 출간된 아우름 시리즈를 읽으면서 이런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이번에 읽어 본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는 그런 책 중의 하나로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따뜻한 깨달음을 주는 멋진 책이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아우름 시리즈는 청소년들을 위한 인문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꼭 읽어봐야 할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인문교양서적을 읽어보고는 싶지만 일반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면 샘터의 아우름 시리즈는 더할 나위 없이 딱 맞는 책이다. 우선 책의 두께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서 시작하기가 좋고 책의 내용 역시 쉽게 읽어 나갈 수 있다. 특히 다양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복잡한 수많은 책을 읽은 것보다 더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치 명상을 하듯이 읽히는 삶의 조언서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백승영 작가가 궁금해졌다. 누구길래 한없이 무겁고 우울할 수 있는 우리 삶의 힘듦을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따뜻하게 말해주는 것일까? 한없이 너그러웠던 학창시절의 선생님이 옆자리에 앉아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같았다.

책은 4장에 걸쳐서 우리 삶에서 꼭 알아야 사랑, 함께하는 삶, 행복, 잘 산다는 것에 대해서 들려준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길지 않다. 그래서 처음부터 읽어도 좋지만 자신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부터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늘 밑줄을 치면서 책을 읽지만 이번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에서는 특히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 많아서 항상 연필을 들고 있었다.

우리 인생은 곡선입니다.

대화할 때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는 것은 그 확률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먼저, 판결하려는 성급한 마음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판결을 하려는 마음은 오만입니다.~ 나는 은연중에 나처럼 생각하라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에게도 자신만의 생각의 그물이 있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시간 낭비에 너무나도 관대합니다. '오늘은 그냥 보내고 내일부터 하지 뭐', '올해는 대충 보내고 내년을 기약하지 뭐' 하면서 허비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서 인생은 짧다고 탄식해요. 아이러니하지요?

읽으면서 몇 번이나 뜨끔했다. 마치 나를 보며 이야기하고 고쳐야 할 점을 콕 집어서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삶이라는 단음절의 단어는 그 안에 우주와 같은 공간이 들어있다. 사람에 따라 공간이 텅텅 비어있을 수도 있고 더 이상 빈 공간이 없을 만큼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가득 채워져 있는 삶도 있을 것이다. 내 삶의 공간은 아직 많은 부분이 비워져 있고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 책을 읽다 보면 '척'해 보이기 위해 어려운 이야기를 많이 넣어두기도 했지만 이해도 못하는 문장들은 곧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오랜만에 나의 공간 안에 소중히 넣어두고 힘이 들거나 정신 차리고 싶을 때 읽어보고 싶은 책을 만났다.

지금 내가 잘 살고 있는 건지 고민하고 있는 힘든 어른이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내 삶의 길을 누구에게 묻는가?>를 읽기 시작했을 때는 어수선한 하루 일정 때문에 무척 힘든 저녁이었다.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곧 힘들었던 하루의 기억은 사라지고 책에 집중하게 되었다. 마치 책을 읽으며 명상에 빠지듯, 또 한번 책으로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그렇게 살고 있지 않다면 그건 모르는 것보다 못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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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 - 나무에게 배우는 자존감의 지혜 아우름 13
강판권 지음 / 샘터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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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읽은 후에 그냥 덮어버리는 책이 있는데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예쁜 종이로 정성 들여 포장한 후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슬쩍 선물로 주고 싶은 책이었다. 저자인 강판권 교수님은 집 근처 도서관에서 강의를 하신 적도 있어서 이름은 눈에 익었지만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사학자지만 나무를 연구하는 독특한 저자의 매력에 끌려 몇 권의 책을 온라인 서점에 담아놨었는데 생각하지도 않은 지금, 나무들이 더없이 푸르고 아름다워 보이는 가을에 그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의 인생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진 책이었다. 마치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적당히 빽빽하고, 적당히 한적한 숲 속에 놓은 긴 의자에 편하게 앉아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하지도 모자람도 없이 나무에 빗대어 인생을 이야기하는 작가의 조언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나를 잠시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줬다.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나무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나무의 모든 것에서 배울 수 있는 인생의 의미를 들려준다. 뿌리, 줄기, 가지, 잎, 꽃 그리고 열매까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작가는 보여주고 들려준다. 단지 나무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작가의 살아온 과정, 어떻게 나무를 공부하게 되었는지, 힘들었던 시기까지 자전적인 짧은 에세이도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나무를 공부하면서 변화된 작가의 삶과 그때 깨달은 조언들을 이야기한다.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상처가 깊지 않아서가 아니라 상처를 반드시 치유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평생 얼마나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까요. 그렇게 많은 상처를 모두 치유할 수 있을까요.~무조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내맡긴다면 치유력은 날로 줄어들 것입니다. 반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법을 터득하면 어지간한 상처에 동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무와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든든한 나무와 같은 책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묵묵히 들어줄 것만 같은 넉넉함을 지닌 나무처럼 작가가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기만 해도 왠지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 같았다. 나는 식물 중에서도 나무를 가장 좋아한다. 지금은 베어지고 없지만 집 앞 골목에 있었던 은행나무 한 그루를 무척 좋아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창밖을 가득 채운 은행나무를 가만히 쳐다보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면 햇빛에 반짝이는 그 초록이 나의 스트레스를 다 흡수해 버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나는 토닥여주는 것만 같았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길이 있지만, 나는 그동안 오직 한 길만을 걸었습니다. 세상에 다양한 길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지 못했어요. 앞만 보고 한 길만 걷다가 길이 막혀 방황한 뒤에야 뒤에도 길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솔길도 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어쩌면 애초에 정해진 길이란 없었는지 모릅니다. 세상의 길이란 누군가가 걸으면서 만들었을 뿐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길을 만들기보다 남이 만든 길을 따라 걷길 바랍니다. 그게 편하니까요. 그러나 다른 사람이 만든 길은 언젠가 막히는 법입니다.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너만의 색깔을 가져라. 너의 길을 가라. 너는 세상에 유일한 존재다. 하지만 강요하지 않고 등 떠밀지 않는다. 큰 그늘이 드리워진 나무 아래에 함께 앉아 듣는 이야기 같다. <자신만의 하늘을 가져라>는 가슴에 꼭 끌어안고 싶은 책이었다. 얇은 책이지만 아름드리 나무를 양 팔로 가득 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는 내내 선물해 주고 싶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나무와 함께 하면서 나무같은 사람이 된 작가의 책을 읽고 나니 주변에서 항상 보던 나무들이 어제와 다른 나무가 되어 있었다. 나도 내일 출근길에 만나는 나무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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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에 대한 반론 - 생명공학 시대, 인간의 욕망과 생명윤리
마이클 샌델 지음, 김선욱.이수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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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은 무척 생소한 분야이다. 뉴스를 통해서 생명공학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뿐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분야도 아니었고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처음 <완벽에 대한 반론>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쓴 책이라는 것 외에 생명공학이니, 윤리학이니 하는 이야기는 너무 어려울 것만 같아서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곧 그런 걱정들은 전혀 쓸데없는 것이 되었다. <완벽에 대한 반론>은 나처럼 생명공학에 무지한 사람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과 함께 늘 회자되는 인간 윤리학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비판까지 생명공학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무관심했던 생명공학이라는 분야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고 더 늦기 전에 정확한 도덕적 기준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에 정의 열풍을 일으킨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2002년부터 4년간 대통령 생명윤리 위원회에서 자문 위원으로 활동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세포 연구, 생명 복제 등에 대해 연구했으며 바로 <완벽에 대한 반론>은 그가 그동안 연구했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답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마이클 샌델 교수의 특징은 없었다. <완벽에 대한 반론>에서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생명공학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의견을 날카롭지만 인간적으로 답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정답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여러 문제들을 먼저 들려줘서 함께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와 함께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함께 분석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해준다.

-청각장애인인 레즈비언 커플은 자신들의 아이도 청각장애가 있기를 바래서 5대째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가족 출신의 정자 기증자를 찾아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법은 건강한 근육을 한창 강화할 수 있어서 운동선수들이 적극 이용할 수도 있다.

- 심하게 키가 작은 아이에게만 호르몬 치료를 해야 할까? 평균 키지만 농구팀에 들어가길 원하는 아이들도 호르몬 치료를 할 수 없을까?

유전 공학의 시작은 결핍이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엔 완벽함을 바라는 인간의 욕망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스포츠를 비롯해 음악과 미술 등 많은 분야에서 유전공학을 통해 더 이상 피와 땀을 흘릴 정도의 노력이 없이도 완벽에 가까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그런 결과들을 인간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 과학에 의한 결과라고 해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겠는가.

유전공학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자신들보다 더욱 완벽한 아이를 원하는 부모들이다. <완벽에 대한 반론> 중에서 특히 맞춤아기와 우생학에 대한 이야기가 충격적이었다. 이미 유전공학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발전되었으며 상상할 수 없는 영역까지 침범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발전에는 인간에 대한 지독한 차별이 함께 한다. 특히 과거에 중요했던 우생학의 역할과 앞으로 진행될 우생학 정책은 단지 생명공학의 발전이라는 결과만이 아니라 인간의 도덕적, 윤리학적인 부분에서 수없이 많은 문제들도 함께 야기한다.

1980년대 싱가포르 정부는 대졸 여성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들을 만들었다. 이와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는 저소득층 여성들이 불임수술을 받는 것에 동의하는 경우, 그들에게 저가 아파트의 계약금 4000달러를 지원했다.

이뿐만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유전학을 재능을 강화시키고 완벽한 자녀를 만드는데 이용하는 문제부터 줄기세포 연구과 치료에 이용되는 배아를 인간 생명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도덕적 문제까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생명공학과 윤리학의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저자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들려준다.

생명공학과 인간 윤리학을 별개의 문제로 생각할 수 없다. 생명공학, 유전학이 발전할수록 더 많은 도덕적 문제들이 생겨날 것이다. 이미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곧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 생명공학과 윤리학에 대한 완벽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완벽에 대한 반론>을 통해서 생명공학과 윤리학에 대한 시각을 넓히고 생각하는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 이 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읽어봐야 할 인문 서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들어준 <완벽에 대한 반론>은 한 번 읽고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를 가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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