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낚시 통신
박상현 지음 / 샘터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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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그런 책을 읽어?', '낚시에 관심 있는 거였어?'
책을 읽는 동안 왜 낚시 책을 읽느냐는 질문을 몇 번이나 받았다. 맞다. 제목만 보면 여지없는 연어낚시에 관한 책이다. 나도 처음에 <연어낚시통신>을 받고 낚시를 전혀 모르는데 책을 읽고 제대로 이해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연어낚시통신>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영화도 사전 지식 전혀 없이 봤을 때 의외로 꽤 재미있을 때가 있다. <연어낚시통신>은 내게 그런 영화와 같은 책이었다. 책 표지에는 일렁이는 바닷속에서 금방이라도 연어가 끌려올 것 같은 팽팽한 낚싯줄이 보인다. 하지만 그 낚싯줄에 낚인 것은 연어가 아니라 바로 나였다.

<연어낚시통신>은 캐나다로 이민 간 한국인 정원사가 취미로 시작한 연어낚시에 관한 이야기이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1부에서는 어떻게 연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낚시를 시작했는지 등 연어낚시를 하게 된 동기와 과정 등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1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면 2부에는 작가의 가족, 주변 사람들과 그의 추억 등, 공간과 인물이 연어와 잘 버무러져 소박하지만 깊은 맛이 있는 이야기가 들어있다.

<연어낚시통신>은 일상 에세이에 가깝지만 연어를 통해서 깨달은 삶의 지혜를 곳곳에 숨겨놓은 책이다. 묘한 책이었다. 특별나거나 자극적인 사건 하나 없는, 어찌 보면 취미를 전문적인 분야로 끌어올린 작가의 부지런한 일상의 흔적을 적어놓은 이야기일 뿐인데 책은 쉽고 재미있게 읽혔다. 

예측불허다. 좀 안다고 생각하면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연어다. 끊임없이 내 학구열과 실전 의지를 자극한다. 만만치 않은 생명체라고 생각하니 지루하게 느낄 틈이 없다. 내가 이 영리한 물고기를 좋아하는 이유다.

이처럼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연어들이지만, 그 살아가는 모습은 제 각각이다. 더러는 목숨을 건 여행 끝에 의기양양하게 귀향하고, 몇몇은 그냥 안정된 곳에 눌러살기로 하고, 가까운 부둣가를 배회하다 일찍 돌아오기도 한다. 연어들의 삶 역시 스스로 선택한 것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지는 셈이다.

연어낚시는 그냥 취미가 아니었다. 연어낚시를 시작하면서 겪은 좌절과 분노, 그리고 그런 과정을 이겨내고 맛보는 낚시의 즐거움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늘 겪는 일들이 아닐까? 갈매기와 수많은 천적들이 가득한 바다로 향하는 어린 연어들은 마치 반복되는 환경에서 공부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나와 무엇을 하며 먹고살아야 하는지 모르는 사회 초년생과 같았다.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변하는 모습은 바다로 나아간 연어와 근해를 떠도는 연어가 덩치부터 다르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읽기 시작했을 때는 쉽고 가벼운 에세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연어낚시를 통해서 건져낸 수많은 삶의 이야기는 인생의 조언을 주는 책이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깊이 있는 울림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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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 - 세계적 북 디렉터의 책과 서가 이야기
하바 요시타카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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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책을 읽어야 한다고들 하지만 솔직히 책 따위 읽지 않아도 사는 데는 아무 문제없다.  일 년에 단 한 권을 읽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만약에 책을 읽지 않는 나의 모습에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면 책을 읽지 않는 행위를 부끄러워하기 전에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제목부터 마음에 드는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은 세계적인 북 디렉터로 활동하는 작가가 들려주는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서재를 만들어주는 작가의 책에 관한 생각이 궁금했다. 하지만 단지 책 소개만 해주는 책은 아니다. 장소에 어울리는 서재를 만들어주는 작가답게 하나의 주제에 맞는 책과 사진, 음악 등 서로 어울리는 작품들을 함께 알려주고 그 작품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려준다.


사람이 백 명 있으면 각기 다른 백 가지 독서법이 있다. 책의 어디에 영향을 받고 공감하는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렇다, 독서법에 정답은 없다. 독자는 책의 책장을 편 순간, 작가가 쓴 문장에 깃든 신비한 힘을 이해하는 자유를 얻는다. 물론 스스로 책과 마주하는 것이 전제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으로 책의 줄거리와 결말, 골자는 물론 미스터리 소설의 경우 범인까지, 상세히 정리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책을 읽은 기분을 느끼기도, 책을 읽은 척하기도 편한 세상이다. 그렇지만 독서는 글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의 일대일 관계에서 시작된다. 자신이 책을 읽고 무엇을 느꼈고 마음속의 무엇이 움직였는지가 중요하다.

작가의 책을 바라보는 가치관부터 여행지에서 만나는 책, 축구와 책이 만나다, 산다는 것에 대하여 등 일상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담겨져 있는 책을 소개한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 앙드레 케르테츠의 '읽는 것에 대하여' 등 비일본 문학들도 있지만 일본 작가답게 저자가 소개해 주는 책은 우리에게 생소한 일본 책이 대부분이다. 책뿐만 아니라 사진집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일본 애니메이션, 만화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을 소개해 주는 책은 편식이 심하고 책을 선택하는 폭이 좁은 내게 더 넓고 다양한 또 다른 책의 세계로 들어가게 도와주는 안내서와 같다.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에서 작가는 읽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지만 당장이라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은 여러 분야의 책을 알려준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덩어리인 이카리 신지. 그런 그가 아버지가 만든 병기를 타야만 주위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리스 비극의 최고 걸작으로 불리는 희곡 '오이디푸스 왕' 못지않은 비극적인 상황이다. ~ 에반게리온의 세계에서는 이카리 신지의 어머니 이카리 유이의 클론인 아야나미 레이와 신지가 마음을 나누는 장면을 여러 번 볼 수 있다. 마치 사전에 계획된 듯한 두 사람의 접근. 안티고네를 만들고 싶은 누군가의 계락일까? 그리고 영화 종반에 황야를 방랑하는 이카리 신지의 손을 이끄는 여성은 과연 누구였을까를 떠올리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 따위 안 읽어도 큰 문제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책에는 읽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굉장한 매력이 있다. 백명의 사람이 있다면 백가지 책의 매력이 있듯이 내가 느낀 것이 당신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수만권을 읽어도 아무 감흥이 없을 수도 있고, 단 몇 줄을 읽고 인생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쓰면서 늘 생각한다. 나는 왜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는 걸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책을 읽으면 명쾌하게 그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책에 관한 책을 읽을때면 늘 이런 생각이 든다. 아마 나는 그 답을 알고 싶어서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게 아닐까. 책과 책을 이어주는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책과 책에 대한 담백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 따위 안 읽어도 좋지만>을 어떻게 읽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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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ATH 더 패스 : 세상을 바라보는 혁신적 생각 - 하버드의 미래 지성을 사로잡은 동양철학의 위대한 가르침
마이클 푸엣.크리스틴 그로스 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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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많은 고전이 있고 시대에 따라 그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수많은 책이 나온다. 수 세기를 걸쳐 이어져 내려오는 고전은 시대에 상관없이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지만 솔직히 우리가 고전, 꼭 읽어봐야 할 철학이라는 책은 읽기 조차 쉽지 않다. 늘 논어를 비롯한 중국의 고전과 서양철학에 관련된 책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지만 아직 감히 도전하기가 두렵다. 단지 읽는다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마음먹고 한번쯤 읽어볼 수는 있겠지만 그 안에 담긴 지혜의 십분의 일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서 늘 찾는 것이 고전을 현대에 맞게 해석하고 이야기해주는 책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게 되는 고전은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과는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나보다 넓고 깊은 사람이 들려주는 고전의 재해석은 지루하고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신선하며 지금 나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조언해 준다.

<더 패스>는 죽기 전에 꼭 제대로 완독해 보고 싶은 책 top 3 안에 드는 논어를 비롯해 맹자, 장자 등 동양철학을 새롭게 해석해 들려주는 책이다. 중국 철학 강의로 2013년에 하버드대 최고 교수상을 받은 마이클 푸엣의 인기 있는 학부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이 책에서는 서양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우리들은 '이름'만 잘 알고 있는 공자, 맹자, 노자, 장자, 순자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동양철학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으며 그들의 가르침을 우리 삶에 적용해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가?

 

 

처음 <더 패스>를 읽기 시작하면 금방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나는 동양철학은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무게만큼 처음부터 책을 즐기지 못 했다. 공자와 맹자의 이야기는 나와 다른 세계, 개인이 아닌 세상을 움직이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마이클 푸엣교수의 강의를 들으면서 옛 스승들의 이야기는 바로 나부터, 일상의 순간을 통해서 변화해야지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복되는 사소한 순간,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공자, 일상 속에서도 도에 이를 수 있다는 노자, 저절로 일어나는 변화의 즉흥성을 말하는 장자와 자연스러움과 작위에 대해 알려주는 순자의 이야기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그중에서 나는 맹자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고 몇 번을 다시 읽어봤다. 직장생활을 비롯한 다양한 관계 속에서 힘든 상황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마다 화를 내거나 당시만 모면하는 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맹자는 그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부터' 바뀌면 시간이 흐른 뒤에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비관적인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나를 비관적인 사람으로 만들 수 있듯 앞으로 보일 내 모습과 관련한 결정을 내릴 때 단지 그것이 나답다는 고정관념에 이끌려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자신을 틀에 가두는 셈이다.

삶이 어떻게 전개될지 계획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운명 속에서 어떻게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맹자의 이야기는 현재 나에게 꼭 필요한 조언들이었다. 삶의 방향을 결정하도록 도와주는 많은 책이 있다. 당장의 닥친 상황부터 해결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책도 있지만 <더 패스>는 조금 더 깊이 있게 나를 생각하고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더 나은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숙제를 던져주는 책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볍게 읽고 덮어버리는 책이 아니다. 처음은 가벼운 마음으로 끝까지 읽고 두 번째는 저자가 알려주는 책 안의  스승 중에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가 있는 부분을 골라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더 패스>는 쉽게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절대 어려운 책은 아니다. 옛 중국의 스승들의 다양한 의견이 들어 있는 이 책의 중심은 하나다. 성장하는 나와 조금 더 발전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일상을 살면서 항상 겪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실천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지 않고 현재가 현재만으로 이뤄지는 세상이 아니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어 가고 셀 수도 없는 역사의 시간 속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옛 사상가들의 이야기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옛이야기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여전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켜켜이 쌓인 세월의 지혜가 가득한 고전 안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답을 찾아주는 <더 패스>를 통해서 지적인 삶의 고민을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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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세계의 전쟁이 만들어낸 소울푸드와 정크푸드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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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인류학'을 주제로 리포트를 쓴 적이 있다. 전쟁은 참고할 자료가 많아서 쉬울 것 같아 선택했는데 리포트를 쓰면 쓸수록 점점 좌절했다. 전쟁이 많이 일어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세계 곳곳에 그렇게도 많은 전쟁이 일어났다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전쟁을 기점으로 세계는 변화하고 발전했다. 음식 역시 그러하다. 우리의 삶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음식 역시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변화를 겪었다.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에 나오는 음식들 중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유래를 가진 음식들도 등장한다. 이 책은 전쟁 속에서 생겨난 음식이라고 범위를 정하지만 현재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음식들의 역사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음식을 좋아하고 역사를 사랑하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는 책이었다. 431페이지의 얇지 않은 두께지만 앉은 자리에서 한숨에 읽어버렸다. 음식에 관련된 서프라이즈를 보는 것 같았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전쟁 속에서 생겨난 음식들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군대에 관련된 음식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건빵이 생겨난 이유, 그리고 그 건빵 속에 함께 들어있던 별사탕이 생긴 이유를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건빵 보다 별사탕을 더 좋아했지만 왜 별사탕이 건빵 봉지 속에 들어있는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건빵 봉지에 별사탕을 처음 넣은 것은 일본 군대이며 별사탕에 다섯 가지 색상을 입힌 이유가 전쟁터의 긴장감을 해소시키는 효과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모짜렐라와 체다 슬라이스가 짝퉁 치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매일 아침 달콤한 행복을 주는 커피믹스가 전쟁 속에서 태어났다는 걸 알고 있는가? 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랑하는 많은 음식들의 시작이 전쟁 때문이라는 사실은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을 읽는 내내 나를 너무 즐겁게 만들어 줬다. 멀지 않은 과거의 전쟁 속에서 생겨난 음식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항우, 임진왜란, 남북전쟁 등에서 유래된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케이준 치킨, 케이준 샐러드, 케이준 소스 등, 패스트푸드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메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어다. 이 케이준은 대체 무엇일까? ~ 이렇듯 케이준 스타일을 간단히 말하면 '북미에서 추방당한 프랑스 난민의 음식' 이다. 그러나 문화적으로는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 ~ 케이준 스타일 하면 고급스럽고 세련되며 멋진 느낌이 들고, 지금은 한국에서도 매콤하고 자극적인 맛으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그 근본은 200년 전 고향을 잃고 쫓겨난 프랑스계 난민들의 눈물이 깃든 음식이었다. 전쟁에서 패하면 가족과 국민이 비참해진다는 사실을 케이준 스타일은 역사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고통스러운 식량난을 겪으며 생겨난 수많은 음식들은 비참한 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처절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생존을 위해, 전쟁을 극복하기 위해 생겨난 음식들은 단지 음식이라고 부르기엔 그 안에 너무 많은 의미와 역사가 담겨있다. 인류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이 만들어낸 별미들의 맛이 궁금하다면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 미처 알지 못 했던 다양한 맛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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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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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해 보이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한 발짝 물러서서 보면 힘든 일 없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사람도 막상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보다 더 힘든 상황을 견뎌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무작정 편하기만 한 삶은 없다. 누구든 평온한 때도 있고 견디기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한다. 내 손톱 사이의 가시가 제일 아픈 법이다. 살면서 겪게 되는 힘든 시기에 나를 지탱해 주고 더 이상 비참해 지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런 시기를 지나면서 우리는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존재가 가족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취미나 열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표지부터 따뜻해 보이는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에게 입양된 영국에 살고 있는 스페인 여자가 주인공이다. 힘든 회사 생활 때문에 우울증이 왔고 설상가상으로 평생을 함께 보낼 거라 믿었던 남자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다. 인생 최악의 시기라고 생각되는 그때, 고양이 시빌이 그녀에게 찾아왔다. 그녀의 인생에서 더 이상 비참해질 수 없을것 같은 상황에서 고양이 시빌은 그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사라, 먹을 땐 먹는 데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거. ~ 그러지 않으면 너희는 그 끝도 없는 생각에 또 빠져들게 되고, 그럼 인생이 자기도 모르는 새 다 지나가버리게 될걸. 더 심하게는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실은 자기 것이 아니게 될 거라고.

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사실 네 머릿속에서 날뛰고 있는 생각들과는 상관없다고 해야 할까.

또렷한 감각으로 네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해봐.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살도록 해. 네가 사는 매 순간이 바로 너의 순간, 너의 시간, 너의 인생이니까. 네 인생은 회사의 것이 아니야. 네 인생은 네 거라고. 다른 사람한테 네 인생을 뺏기지 마.

울고 울고 또 울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녀에게 고양이 시빌은 다시 힘낼수 있도록 귀찮게도 하고 조언도 해주며 토닥여준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새 자신을 입양한 시빌의 뜻대로 현재의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는 곧 마흔이 되는,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는 인생의 최악을 맞이한 여자의 성장소설이다. 그리고 그 성장에는 그녀에게 큰 힘이 되어주는 고양이 시빌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고양이가 있다. 하지만 누구나 그 고양이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힘들다는 자신의 감정에 취해서 눈과 귀를 막아버린다면 아무리 고양이가 창문 밖에서 당신을 입양하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고 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모든 행복이 끝까지 계속되지 않고 모든 힘듦이 평생 가지 않는다. 만약 지금 죽을 만큼 힘들다면 당신을 그 비참함과 눈물바다에서 끌어올려 줄 고양이 시빌과 같은 존재를 만나길 바란다. 나에게 고양이 시빌은 책이었다. 시작은 힘든 상황을 외면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더 많이 울었고 위로받았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스펙터클한 결과는 생기지 않았지만 그녀에게 시빌이 와 줬듯이 나에게는 책이 왔다. 힘들다고 주저앉아 있는 당신 곁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다. 앉아만 있어서는 고양이가 들어올 창문을 열어주지 못한다. 사라가 창문을 열고 고양이 시빌을 만났듯이 당신도 당신만의 고양이에게 입양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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