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 - 흔들릴 수는 있어도 쓰러지지 않는 인생을 위해
유선경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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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책을 읽는 계기가 있다. 미혼일 때는 소설책 한 권 읽지 않았는데 육아를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고 우연히 읽게 된 책 한 권에 흥미를 느껴 다독가가 되는 사람도 있다. 리뷰를 쓸 때 가끔 말한 적이 있는데 나는 책을 통해 위로를 받은 후부터 더 열심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래 책을 읽고 모으는 게 취미이긴 했지만 책이 주는 토닥임을 느낀 후부터는 더 지독하게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기쁠 때는 기쁨이 배가 되고 힘들 때는 책이 나의 힘듦을 거둬갔다. 잘난 척 거들먹거리며 어쭙잖은 조언 따위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는 책은 어떤 누구보다 멋진 친구였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결코 느껴보지 못할 이 포만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이런 글을 적을 때면 항상 고민된다. 누구에게도 위로받을 필요 없이 사는 게 가장 행복하겠지만 생을 살면서 힘든 적 한번 없다면 그것 또한 제대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많은 책이 있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조목 조목 알려주기도 하고 네가 힘든 건 당연한 것이라며 무한의 응원을 보내는 책도 있다.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는 수많은 책에서 들을 수 있는 위로의 말을 들려주는 책이다. KBS 클래식 FM <출발 FM과 함께>에서 소개된 책들 중에서 상실과 불안, 고독, 자유라는 4가지의 주제에 맞는. 지금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는 위로를 해주는 책들을 소개해 준다.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에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부터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까지 총 40권의 책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있는 것들도 있었다.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책 역시도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껴보지 못 했던 또 다른 위로를 받음과 동시에 무척 부러웠다. 나도 이런 리뷰를 적어보고 싶었다.

한 번도 이상이나 꿈같은 거 털어놓은 적이 없다. 무엇이 될지, 될 수나 있을지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 받은 아버지의 질문은 참으로 자극적이었다. 세상은 마흔 넘은 사람한테서 더 이상 가능성을 찾지 않는다. 현재의 상태를 지금까지의 결과물로 본다. 지금 이 상태에서 그대로 늙을 일만 남은 존재로 바라본다. ~ 그런데 아버지는 나를 아직도 무엇인가가 돼가고 있는 진행형으로 보아주셨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을, 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나로 결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결정할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나를 결정할까.

책을 읽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작가의 말처럼 그것은 읽는 사람의 이해와 도량, 선택과 결정에 달린 일이다. 하지만 지금 삶의 막막함을 안고 힘들거나 외롭다면 아주 오래된 말들이 들려주는 위로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를 통해서 새로운 책을 알게 되었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리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살면서 항상 마주하게 되는 상실과 불안, 고독, 자유에 관해 오래된 책들이 들려주는 위로와 조언을 들어보고 싶다면, 미쳐 알지 못했던 책의 맛을 알고 싶다면 <아주 오래된 말들의 위로>가 제대로 된 맛을 보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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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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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때인 만큼 무슨 말을 하든 '새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가 없다. 특히 2017년 1월의 잡지인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이름마저 새해스러운 해오름 달인 1월의 샘터는 2017년이 새롭게 시작되었다고 유별나게 새해입니다~라고 떠들지 않아서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 새해가 썩 반갑지 않은 것은 비단 나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 지난 시간들이 쌓여만 간다는 것, 앞만 보며 새로운 계획을 다이어리 가득 써대던 청춘이 꽤 오래전 일인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해오름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1월은 즐거움과 동시에 부담이며 불안이 되었다. 그래서 한결같은 샘터가 좋다. 떠오르는 해가 가득한 동해바다 사진을 표지로 사용하지 않아서 좋다.

2017년 1월의 샘터의 특집은 '내 인생의 내비게이션'이다. 힘들어 지쳐 쓰러질 때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엄청난 행운일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나에게도 내비게이션과 같은 사람이 있었는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봤다.

특히 이번 호에서 흥미롭게 읽은 코너는 '하나의 공간, 일곱 개의 기회'라는 글이다. 작은 가게 하나에 일곱 개의 가게가 운영 중인 곳을 소개하는데 책을 읽고 맥주는 마시는 작은 카페를 꿈꾸는 내게 무척 매력적인 글이었다. 같이 가계를 운영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지만 낮과 밤으로 고작 2개의 공동 운영 가게를 계획했었는데 이곳은 무려 일곱 개의 가게가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것도 프랑스가정식, 심야식당, 브런치, 술집 등 그 종류도 엄청나다. 공유하는 가게라니. 역시 세상은 넓고 획기적은 생각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그곳에 가고 싶다' 에서는 전남 구례 운조루를 소개한다. 예전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곳이라 글을 읽고 사진을 보는 기분이 색달랐다.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간 곳이라 큰 한옥이라는 느낌만 받았었는데 샘터에서 소개하는 글을 읽고 보니 다시 한 번 더 방문해서 묵어보고 싶었다.

샘터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는 얇고 가볍고, 다양하지만 길지 않은 글 덕분에 틈틈이 읽기에 무척 좋다는 것이다. 가방 안에 넣어 다니며 출퇴근할 때나 회사에서 점심 먹은 후에 한 코너씩 읽기에 딱 좋은 책인데 이번 호에는 나처럼 만성 어깨 통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5분 스트레칭' 코너에게 알려주는 어깨 스트레칭이 도움이 되었다. 당장 이 페이지를 복사해서 책상 앞에다 붙여놓았다. 늘 어깨를 움직여야지 생각은 하지만 막상 일하다 보면 잊어먹기 일쑨데 이렇게 눈앞에 보이면 하루에 몇 번은 따라 하게 된다.

 샘터는 출판사에서 만들어내는 잡지가 아니라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잡지이다. 나의 이야기를 하고 싶거나 그동안 써 놓은 글이 있는데 어디에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예비 작가님들의 글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이니까 샘터의 게시판을 두드려보길 바란다. 2017년 2월 28일까지 동화, 생활수기, 시조 부문의 샘터상 작품을 공모 중이며 2월호와 3월호의 특집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다.

샘터를 읽으면 늘 마음이 따뜻해진다. 짧은 글에서 끝없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읽는 공감을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의 글에서 나를 보고 내년의 나를 계획한다. 2017년 1월 호인 샘터는 2016년을 마무리하면서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해넘이와 해돋이를 함께 하는 샘터와 함께 바라는 모든 일이 다 이뤄지는 2017년을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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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커플
샤리 라피나 지음, 장선하 옮김 / 비앤엘(BNL)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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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된 아기가 사라졌다. 도대체 누가, 왜, 아기를 데리고 갔을까?

<이웃집 커플>의 시작은 주인공 부부의 아기가 사라진 것으로 시작한다. 이웃집 커플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마르코와 앤은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못 오게된 베이비시터 대신에 베이비모니터를 통해 수시로 아기를 보면서 30분 마다 집으로 가서 아기를 확인했다. 하지만 아기가 사라졌다.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4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책은 말그대로 술술 넘어간다. 아기가 사라졌다는 사건을 시작으로 주인공을 비롯한 인물들이 차례대로 등장하는데 사람들의 캐릭터가 분명해서 이야기를 이해하기가 쉬웠다. 심리 스릴러답게 각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앤, 운영하는 회사의 재정상태 때문에 힘들어하는 마르코부터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는 이들의 이웃집 커플까지,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따라서 의심스러운 사람이 자꾸만 달라졌다.

스릴러 소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페이지 마다 피칠갑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이나 흠짓 흠짓 놀라게 만드는 이야기는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하지만 심리 스릴러인 <이웃집 커플>은 반대로 사람을 차분하고 책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 대사 하나, 설명 하나에 힌트가 있을까 더욱 꼼꼼하게 읽으면서 누가 범인일지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스릴러를 읽는 지적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책이다.

<이웃집 커플>은 스릴러 소설을 처음 읽는 사람이나 소설책을 쉽게 읽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스릴러나 추리 소설을 읽어 본 사람에게는 다소 쉬울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모든 스토리텔링은 알고 보면 재미가 그만큼 반감된다. 작가가 꽁꽁 숨겨놓은 범인을 찾아내는 과정을 즐겨야 하는 스릴러 소설은 특히 더 그렇다. '아기가 사라졌다.' 그것만 알고 책을 읽어보면 <이웃집 커플>의 재미를 톡톡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잠이 오지 않는 한 겨울밤, 이불 속에서 읽기에 딱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속지 말고, 믿지 마시라. 결국엔 작가의 손바닥 위에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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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 환경과 생태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상상력 아우름 16
최원형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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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수,금은 우리 동네 쓰레기 수거날이다. 전날 저녁에는 모아놓은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고 재활용은 나누고 정리한다. 이틀에 한번 꼴로 종량제 봉투 하나를 내어 놓는 셈이다. 물론 우리 집뿐만 아니라 각 집마다 크거나 작은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등이 쉬지 않고 나온다.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한 집에 봉투 하나씩 내놔도 양이 엄청날 텐데 우리 동네, 우리나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쏟아내는 그 많은 쓰레기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거지?' 비단 쓰레기뿐만이 아니다. 경쟁하듯 써대는 전기, 끊임없이 샘솟을 것처럼 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겁이 난다. 지금 당장, 우리만 쓰고 말 것들인가?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환경과 생태에 관해서 조목 조목 자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연에 관심이 없는 사람부터 나처럼 환경에 관심은 있지만 딱 그것까지만인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현재 일어나고 있으며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에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은 사람뿐이라고 한다. 넘쳐나는 쓰레기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리고 한 곳에 모인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작가는 이야기한다. 물건을 소비하는 이라면 적어도 쓰고 난 '다음'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현재 조류독감이 큰 문제다. 작년보다 더 심하다고 한다. 살처분 되는 오리와 닭들을 보면서, 예전에 구제역이 돌았을 때 구덩이에 산 채로 묻히는 돼지들을 보면서 과연 매년 이런 '학살'이 반복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땅속에 묻어서 해결될 일인가? 그다음은? 땅속에서 썩은 가축들은 땅과 지하수를 오염시킨다. 그런 땅에서 나는 음식을 먹고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뿐만이 아니라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에서는 화장품 실험을 위해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토끼와 겨울 한철을 나기 위한 따뜻한 외투에 털을 제공하기 위해 산 채로 털이 뽑히는 오리와 거위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학창시절에 선생님께서 앞으로는 물을 돈 주고 사서 마셔야 하고 맑은 공기도 사야 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하셨다. 그때는 단지 우스개 소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것들이 대부분이 현실로 나타났다. 봄이면 꽃놀이를 생각하기 전에 미세먼지와 황사를 걱정하게 되었다. 마치 안개가 잔뜩 낀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중국 도시 사진의 진실은 바로 스모그다. 이런 현상들이 생긴 원인 역시 인간의 탐욕이 부른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일들 때문이다. 환경에 관한 모든 문제들을 들려주지만 흥분하거나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등의 부르짖음은 없다. 각각의 문제들이 왜 일어났으며 우리가 어떻게 해야지 조금이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서 나오는 바람이 한 쪽에서 폭풍우를 유발한다는 것을 '나비효과'라고 한다. 지금 우리가 매일 하는 작은 행동들이 모여서 다른 장소, 또는 다른 시간에 가서는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환경을 위해서 큰 변화와 혁신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의 작은 실천만으로도 현재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지금이 완벽한 세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를 읽어보길 바란다. 당신 눈에만 보이지 않았던 수많은 끈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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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 춘추전국, 인간의 도리와 세상의 의리를 찾아서 아우름 15
공원국 지음 / 샘터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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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만화책이 있다. 몇 번을 읽어도 폭풍감동과 눈물을 흘리는 만화책인데 여러 나라들이 싸우고 없어지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수많은 숨은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의 앞에서서 이끄는 사람 뒤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조력자들이 있다. 폭군에 맞서서 투쟁하는 사람들 중에 요즘으로 치면 기자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부와 명예를 버리고 숨어서 싸우는 그는 눈을 감지 못하고, 아니 죽어서도 세상이 변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눈을 감지 않고 죽는다. 출간된 지 꽤 오래된 만화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이것이 현실이구나라는 씁쓸함이 들었다면 요즘에는 그가 죽어서라도 보고 싶어 했던 변화된 세상을 비록 그는 보지 못하지만 그의 자녀들이 볼 수 있으니 좋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를 읽으면서 떠오른 것이 바로 만화의 그 장면이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일본 작가가 그려놓은 혼돈의 시대, 그리고 지금의 한국이 오버랩되었다. 시대는 변한다고 하지만 결국 모든 시대는 똑같다. 저자가 들려주는 춘추전국시대 혼돈의 세상과 사람들의 관계들 속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주변의 사람들을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샘터의 인문교양 시리즈인 아우름의 15번째인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는 춘추전국시대의 도리와 의리에 대해서 들려주는 책이다. 수백 개 나라들이 패권을 다투는 춘추전국시대는 많은 이야기와 영웅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시대인 만큼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넘쳐난다. 더불어 학창시절 음과 뜻만 열심히 외워댔던 사자성어의 유래들도 함께 알 수 있었다. 아우름의 장점 중의 하나는 바로 이야기가 쉽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역시 고전, 인문, 사자성어라는 지루하다고 생각되는 분야에 관한 책이지만 각각의 길지 않은 이야기는 지루할 틈 없이 무척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관포지교나 결초보은과 같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경국지색이라는 말을 탄생시킨 중국의 미녀들, 초선부터 서시 등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책을 요즘에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상황과 인물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전이라고 하지만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를 읽는 내내 계속 들었던 생각은 '옛날도 지금이랑 별반 차이가 없구나'라는 것이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이야기 중에 중국 최초 평민 출신인 황제인 유방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를 던져준다.

스스로에게 관대하고 남에게 혹독한 사람이 남의 위에 오르면 흔히 압제자가 되고 남의 아래에 있으면 광폭한 사람이 된다. 반면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한 사람이 되기는 극히 어렵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자신과 남에게 똑같이 엄격한 사람들을 역할 모델로 삼는다. 그러나 진정한 위인은 자신의 결점을 알기에 남에게 관대한 사람, 바로 보통 사람들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뿐만 아니라 처절한 복수를 노리는 사람들의 고행을 뜻하는 와신상담 뒤에 숨은 이야기를 통해서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현재 한국의 복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옛 거울을 비추다>안에는 23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우리가 고전이라고 부르는 이 옛이야기들은 단지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배우고 따라야 할 많은 지혜가 담겨있다. 역사와 사람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시대, 하나의 나라에 있던 사상과 사람들이 어떤 날은 기점으로 완벽하게 사라지고 전혀 다른 시대와 나라가 시작되지 않는다. 옛날 옛날 먼 옛날이라는 춘추전국시대의 이야기에서 현실을 보는 것이 바로 반복되는 역사와 함께 사람들의 이야기도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전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 이 책을 읽음으로써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재의 대한민국을 춘추전국시대의 고전을 통해서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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