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 개정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8
김주희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에 지칠 때 먹는 나만의 특효약은 여행 가이드북이다. 당장 떠나지 못하더라도 가고 싶은 나라의 가이드북을 읽으면서 여행코스를 짜고 어디를 가서 뭘 먹을지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 즐거움이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된다.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라는 희망은 매일 똑같은 하루를 살고 있는 직장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묘약이 된다. 가끔 가이드북을 읽고 있는 나를 보며 갈 것도 아니면서 가이드북을 왜 읽느냐고 묻는다. 물론, 그렇지. 세상에는 참 많은 책이 있고 여행에 관한 멋진 책들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 다녀온 후기가 가득한 여행책이 필요할 때가 있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고 신나게 걸어 다니는 상상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한껏 웅크려 지낸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 지금 내게 필요한 책은 바로 <말레이시아 셀프트레블>처럼 가보고, 먹고 싶고, 보고 싶은 것이 가득한 가이드북이다.

 

 모든 나라를 가보고 싶지만 주기적으로 꽂히는 나라가 있다. 한때 정말 미치게 말레이시아가 가고 싶었다. TV프로그램에서 말레이시아의 말라카에 대해 소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반해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코타키나발루 같은 휴양지로 말레이시아를 떠올리는데 휴양지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 말레이시아는 말라카가 있는 나라였다. 말레이시아만 가볼까? 이왕 가는 김에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를 함께 다녀올까? 수만 가지의 여행 계획을 짜고 항공권을 검색하고 숙소를 찾아봤다. 물론 아직 실행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말레이시아는 내 여행 계획의 TOP 3 안에 드는 나라이다. <말레이시아 셀프트레블>을 통해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말레이시아를 다시 만났다. 그것도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이라는 굉장한 타이틀이 붙은 책으로.

 

 

어느 나라를 가든 문화유산 위주로 다니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세계유산과 함께 하는 도시여행' 뿐만 아니라 직장인을 위한 5박 6일, 허니문을 위한 로맨틱 일정 등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여행 타입에 따라 일정을 손쉽게 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왕 비싼 비행기 타고 가는 김에 모든 지역을 다 둘러보면 좋겠지만 자신에게 맞는 도시를 콕콕 집어 알려주는 일정이 있어서 여행 계획을 짤 때부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

 

 

가이드북을 읽으면 말레이시아의 종교와 문화, 꼭 가봐야 할 명소, 꼭 먹어봐야 할 음식 등 한 나라의 A to Z를 빠르고 알차게 배울 수 있다. 말레이시아를 간다면 꼭 가야 할 도시인  '쿠알라룸푸르'부터 자세하게 소개한다. 한 페이지에 깔끔하게 정리된 버스와 지하철 노선도는 여행할 때 특히 더 유용하다.  

 

 

내가 말라카에 가고 싶어서 말레이시아를 꿈꾼다면 엄마는 TV를 통해서 본 바투동굴 때문에 말레이시아를 가고 싶어 하신다. 엄청난 크기의 무루간상이 있는 힌두교 최대 성지인 바투동굴은 아름다운 천연 석회동굴로 어른들과 함께 말레이시아를 간다면 꼭 가봐야 할 명소라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를 가고 싶은 첫 번째 이유인 박물관 도시, 말라카는 다시 봐도 두근두근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인기가 높아져 옛 말라카의 모습이 자꾸 사라진다고 한다. 더 많이 변하기 전에 꼭 가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카사 델 리오에서 하룻밤 묵어보고 노을 지는 말라카 강변의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 한잔하고 싶다. 언젠가 올 그날을 위해 더 꼼꼼히 여행 계획을 짜 놔야겠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선셋을 매일 선물해주는 말레이시아의 수많은 휴양지는 일 년 내내 말레이시아를 꿈꾸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이다.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화려한 곳도 있지만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소박하고 꾸밈없는 곳도 많으니 자신의 여행 취향에 맞춤 해변을 찾아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셀프트레블>의 제일 뒷장에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또는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쿠폰을 선물로 준다. 뿐만 아니라 가벼운 여행을 위해 얇지만 관광지와 거리가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는 맵북도 첨부되어 있어 현지에 가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엔 가이드북이 아니라도 다양한 어플과 여행 후기글을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자유여행을 준비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단편적인 여행 팁만으로는 그 나라를 제대로 여행할 수 없다. 한국과는 다른 관습, 현지인들에 대한 예절 등 알고 가야 할 것들이 많다. 이슬람 문화인 말레이시아는 많은 부분이 무척 낯선 곳이다. 짧게 다녀온 여행객의 재미있었어요, 맛있었어요라는 글보다 전문가의 소개와 유용한 조언이 가득한 가이드북 <말레이시아 셀프트레블>을 먼저 읽어보길 추천한다.

셀프트레블이라는 말처럼 혼자서도 충분히 준비하고 떠날 수 있게 도와주는 <말레이시아 셀프트레블>과 함께 올해는 나 혼자 말레이시아를 한 번 가볼까? 아니다, 바투동굴을 보고 싶어 하시는 엄마랑 함께 떠나야지. 여행은 혼자도 좋지만 둘은 더 행복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김진명 지음, 박상철 그림 / 새움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로 구성된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을 처음 받아들고 쉽게 리뷰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역사라는 흥미로운 주제와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만화의 조합이라니.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이렇게 구성된 책을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내가 이 책을 너무 쉽게 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저자에게 죄송스러웠다. 김진명 작가가 25년 동안 치열하게 취재하고 정리한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 역사책이라고 판단했었다니. 일찌감치 책을 읽었지만 깊이 있는 이 책을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몰라서 한참을 사무실 책상 위에 놓아두었다. 점심시간이나 쉴 때 틈틈이 한 챕터씩 복습하듯이 다시 읽었다. 만약에 이 책이 단순하게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만을 소개하고 있다면 두 번, 세 번 읽을 때마다 이렇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만화로 구성되었지만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에 담긴 가슴 아프고, 때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의 이야기들은 빽빽한 글자가 가득한 몇 권의 책으로 나와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은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김진명 작가가 25년에 걸쳐서 취재하고 정리한 우리나라 역사의 숨겨진 진실들이 들어있다. 대한민국의 '한'이라는 글자의 유래와 한자의 기원을 읽으면서 누구나 쉽게 생각하지 않는 근원적인 진실에 의문을 가지고 파헤쳐 가는 저자가 대단해 보였다. 역사적인 사실을 소재로 쓰는 김진명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탄의 시작은 바로 보여지는 것 뒤에 감춰진 진실을 원하는 저자의 강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의 많은 부분들은 단지 과거 한때에 있었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그 논쟁과 치욕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해결되지 않는 수많은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짜증이 난다고 한다. 그 짜증스러움은 아마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침략과 내란으로 인해 왜곡되고 잊혀버린 우리나라의 역사들. 학창시절부터 끊임없이 외워대던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진실과 명성황후의 최후에 관한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울컥 화가 난다. 특히 명성황후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던 진실보다 더 처참한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고 나는 다시 한번 책을 탁 덮어버리고 말았다. 언제쯤 이런 사실들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될까. 명성황후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썼다는 김진명의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읽어봐야겠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북한의 권력의 숨은 실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방송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던 김정은의 이미지가 사실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북한을 지배하는 진짜 권력에 대해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방송이 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방송에서 흘려주는 이야기에 홀려서 그것이 진실인양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태조 이성계의 죽음과 함흥차사에 대한 이야기도 무척 새로웠다. 그의 말처럼 너무 비약적으로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아닌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왕과 그 다음의 왕, 그리고 인간이라는 것을 두고 본다면 그의 이야기는 과장이 아니라 충분히 일어날법한 이야기이다.

 

 

만화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래서 더 글에 집중할 수 있고 강렬한 한 컷, 한 컷이 인상 깊게 남았다. 긴 세월과 수많은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했던 우리나라 역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이 답을 알려줄 것이다.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고 싶은데 책 읽기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만화로 그려진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이 역사와 책 읽기를 보다 쉽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책을 읽는 도중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제 진실은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한다. 치욕스럽고 화가 난다고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된다. 그때의 역사는 이미 반복되고 있는 중이다. 잘 모르겠다면 과거를 제대로 알고 현실을 살펴보길 바란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다. 그리고 이제 그 사실을 당신도 알아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7.3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대학교 근처에 있는 회사로 옮기면서 시간이 흐르는 걸 누구보다 빠르게 알게 되는 것 같다. 거리에 학생들이 줄어드는 걸 보면 방학이 오는구나 싶고 졸업식 날짜가 걸려있는 걸 보면서 곧 입학식이 올 거라는 걸 안다. 며칠 전 출근길에 2월 28일에 입학식을 한다는 현수막을 봤다. 벌써 3월이구나. 나에게 3월은 대학교 입학했다고 엄마가 선물로 사준 얇은 코트를 입고 허허벌판인 학교에 갔다가 벌벌 떨면서 다닌 기억으로 남아있다. 매년 3월이 되면 그 기억 덕분에 겨울옷을 미리 정리하지 않는다. 아마 많은 대학교 1학년들이 예전의 나처럼 살랑살랑 봄옷을 입고 꽃샘추위에 떨며 선배들 뒤꽁무니를 쫓아다니겠지~^^ 누군가의 3월은 또 그렇게 기억된다.

3월의 샘터에는 겨우내 꽁꽁 언 땅에서 새싹을 볼록 피우는 봄답게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희망을 잃지 않은 소시민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특집 '그래도 봄은 온다'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번 호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기사는 샘터 에세이 손미나 작가의 글이었다. 배냇저고리를 대학입시를 위해 간직해왔다는 작가 어머니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엄마가 생각났다. 수도 없이 이사를 다니면서 우리 엄마 역시 나의 배냇저고리를 잘 간직해 왔다. 수능시험을 치러 가기 전에 코트 안쪽을 튿어 그 안에 배냇저고리를 넣어 잘 꿰매주셨다. 그런 걸 왜 하냐며 툴툴댔지만 가슴 한켠에 넣어둔 배냇저고리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든든함이었다. 엄마의 깊은 사랑과 왠지 막 찍어도 답이 척척 맞을 것만 같은 좋은 운을 가득 안고 즐겁게 수능을 치러 갔던 기억이 있다. 잠시 잊고 있었던 그때의 마음이 손미나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떠올라 울컥 눈물이 났다.

 공유냉장고 등 다양한 공유 시스템을 소개해 주고 있는데 이번 <샘터 3월호>에서는 공유 옷장을 소개하고 있다. 내게 필요 없는 정장이 누군가의 첫 면접에 큰 도움이 된다면  어떨까? 옷장을 함께 나누며 누구나 필요한 장소에 필요한 옷을 입고 자신감 넘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유 옷장 역시 다른 공유 시스템과 함께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평생직장을 고집하는 게 옳을까?'라는 글과 끊임없이 도전하며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의 최지욱씨의 이야기는 직장을 다니고는 있지만 늘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지 즐겁게 일하면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주제를 던져주는 것 같았다.

특히 이번호에는 눈에 익은 이름이 등장하는데 바로 '대구의 화가들과 진골목'에 대한 이야기였다. 요즘 대구는 근대문화체험골목등 많은 관광지가 활성화되고 있다. 따로 떨어진 곳이 아니라 현재 대구를 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근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옛 추억들이 가득한 골목과 건물들에서 화려하지 않지만 지나온 세월만큼의 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샘터 3월호>를 읽고 지난 주말 대구 진골목을 다시 거닐어 봤다. 뭔가 강렬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보기엔 초라한 골목길이겠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고 본다면 어떤 화려하게 꾸며진 도시보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직 바람은 차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에는 벌써 봄이 왔다. 추위에 잔뜩 웅크린 몸을 펴보니 감춰진 살들에 놀란 일년내내 다이어터인 나는 이제 운동하기 좋은 3월이 시작되었으니 본격적으로 운동을 다시 시작해 볼까 한다. 운동만 하면 금방 살이 빠질 거라는 헛된 희망과 함께 3월을 퐈이팅 넘치게 시작해 보기로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진진한 드라마 한편을 본 것만 같았다. <악녀에 대하여>를 읽는 내내 소설보다 TV에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일본 소설이라는 정보 외에 아무런 지식 없이 읽기 시작한 <악녀에 대하여>가 마치 고전 드라마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1978년에 '주간 아사히'에 연재된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을 그냥 책으로만 묵혀 두지 않을 것 같아서 책을 읽은 후 검색을 해보니 2012년에 사와지리 에리카 주연의 드라마스페셜로 제작되었었다. 역시 이런 흡입력 강한 이야기를 내버려 둘리가 없지.

글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해 숨을 제대로 쉬지 않아 얼굴이 새파래질 정도로 글 쓰는데 몰두한다는 저자 아리요시 사와코처럼 책을 읽은 내내 몰입과 긴장을 반복했다. <악녀에 대하여>의 기본 스토리는 간단하다. 미모의 여성사업가가 어느 날 자신의 빌딩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 하지만 자살인지, 타살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죽음이었다. 그녀에 대한 가십 기사가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작가는 그녀 주변의 사람들을 차례차례 인터뷰하면서 그녀의 삶과 죽음의 진실을 찾아 나선다. <악녀에 대하여>는 작가가 만나는 그녀 주변의 인물 27명과의 인터뷰한 내용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27명의 사람들은 인터뷰에서 모두 1인칭 시점으로, 각 장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더 몰입도가 높았다.

 

 

27명의 기억 속에 있는 기미코는 같은 사람이 아니었고 책을 읽을수록 점점 그녀의 정체가 혼란스러웠다. 마치 28개의 조각으로 나눠진 퍼즐 판 같았다. 마지막 한 조각은 바로 그녀의 이야기이지만 끝까지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악녀를 대하여>를 읽으면서 내심 마지막에는 이미 죽었지만 과거 한때의 그녀가 등장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말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만약에 그녀가 28번째의 인터뷰이가 되었다면 이 책은 내가 느낀 만큼 매력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하면 독자를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일본이 전쟁이 패한 후를 배경으로 하는 40여 년 전의 소설이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작가의 재능과 인간의 본성은 과거나 현재나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악녀'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가장 먼저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를 떠올린다. 여러 유형의 악녀가 있겠지만 <악녀에 대하여>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한국의 악녀와 1978년도에 아리요시 사와코가 탄생시킨 그 시대, 일본의 악녀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책을 읽을수록 내가 생각한 패악질도 서슴치 않는 -많은 아침드라마에 등장하는- 악녀와 기미코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녀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를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읽고 있으면 정말 그녀를 악녀라고 할 수 있을까? 혼란스러웠다.

많은 여자들이 악녀가 되는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속이고 남자를 이용하고 끊임없이 거짓말을 한다. <악녀에 대하여>의 기미코 역시 평범함 채소가게의 딸로 태어난 자신을 부정하고 주변 사람들을 속이고 이용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 원하는 삶을 향해 치열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역시 일본이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악녀에 대하여>라는 제목과 달리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최선을 다하며 미소를 잃지 않는다. 그래서 속았던 사람도 그녀가 죽은 후에 기사를 보고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끝까지 자신이 겪은 기미코가 진실이라고 믿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은 모두 주관적이다.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다. <악녀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기미코의 주변 인물 27명도 모두 자신이 보고 느낀 데로 그녀를 평가하고 있다. 결국 진실이라는 게 있는 것일까? 수십 년이 지난 후 제삼자의 독자 입장에서 책을 읽는 나도 인터뷰 내용을 듣고 주관적으로 그녀를 평가하고 있었다. 결국 나 역시도 기미코가 정말 악녀인지, 진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책을 덮고야 말았다. <악녀에 대하여>에는 그녀를 악녀라고 생각하는 날실과 둘도 없는 천사라고 생각하는 씨실이 촘촘하게 얽어있다. 그 사이사이의 빈 곳을 어떤 방향의 실로 메꿀지는 각자의 몫이다. 진실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더 매혹적이고 치명적이며 달콤한 것이다. 나는 아직 진실을 찾지 못했지만 <악녀를 대하여>를 읽는 당신은 부디 결론에 이르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부터 글쓰기가 좋았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작문 시간에 짧은 글을 발표한 후 선생님께 칭찬받는 게 좋았고 반일기를 쓸 때 가끔 조금 더 슬프게, 조금의 픽션을 더해서 적은 일기에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들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었다.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글쓰기 연습을 하지도 않았지만 글쓰기는 나의 그림자 끝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미련으로 내 인생에 질질 끌려오고 있다. 글쓰기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잘 할 수 있을까? 내게 재능이 있을까?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등등 수만 가지 두려움에 발목 잡혀서 그 핑계로 아직까지 노트 앞장만 끊임없이 쓰고 버리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원하는 답을 주는 책이 있을까 하는 희망에 글쓰기 관련 책을 계속 찾아서 읽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원하는 책을 발견했다. 읽고 또 읽고 가까이에 두고 계속 읽고 싶은 책을 찾았다.

 

 

나는 이 책이 참 좋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좋다'라는 단어 외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답과 희망과 응원이 가득한 책이었다. 나는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읽으며 슬펐고 위로받았으며 용기를 얻었다. 한 글자, 한 문장이 마치 친구처럼, 때로는 선배처럼 따뜻한 조언과 호된 질책 같았다.

김애리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되었고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우연히 읽어 본 그녀의 글은 차분하고 담백해서 마음에 들었다. 글쓰기에 대한 인문도서인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역시 그녀의 자분자분한 문장이 가득한 책이었다. '글쓰기 테라피'라는 말 그대로 이 책은 글을 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쓰기가 가진 가장 강력한 기능인 치유와 성장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글을 쓰면서 힐링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성장, 치유, 실천의 글쓰기에 대한 설명과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글쓰기를 통해서 발전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들을 들려준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어떤 방법으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손으로 하는 명상인 필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글을 써보고 싶지만 아직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습관을 가지고 싶을 때 좋은 필사는 해본 사람만이 그 매력을 안다. 어떤 책부터 필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녀가 직접 써본 책 중 필사하기 좋은 책 서른 권을 추천하고 있으니 그중에서 한 권을 골라 필사를 시작해 봐도 좋을 것이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의 모든 부분이 좋았지만 특히 글쓰기 프로그램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부분이 인상깊었다. 글쓰기 요령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글쓰기 플랜을 알려준다. 자아탐색, 행복설계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4주간의 쓰기 프로그램, 어디까지 해봤어?라는 질문 목록 등 나처럼 첫 글자를 적기 힘들어 방황하고 있는 글쓰기 초보들에게 저자는 숙제 아닌 숙제를 던져준다. 노트만 사놓고 혹은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저자가 친절하게 짜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이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SNS 사용방법과 글쓰기에 힘을 주는 책 추천 등 저자는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함께 끊임없이 유용한 팁을 제공한다.

오롯이 나와 내 인생만 들여다보기. 이것이 낮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나의 첫 번째 솔루션이었다. 이를 위해 나는 나의 가치와 잠재력에만 집중해보기로 했다. 학력, 능력, 인맥, 연봉 다 집어치우고 그냥 나라는 사람 알맹이만 분석해보기로 한 것이다. 나의 정체성을 다시 바로잡고, 삶의 방향키를 내 손에 쥐여 줄 필요가 있었다. 쇼펜아우어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다른 사람처럼 되고자 하기 때문에 잠재력의 4분의 3을 상실한다고. 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숱한 날들을 '저기 저 사람'같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저기 저 사람'이 가진 것을 나도 가져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

모든 글쓰기 책의 결론은 '지금 당장 쓰라'는 것이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역시 일단 쓰라고 말한다. 그게 바로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왜 평범한 우리들이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수없이 많은 이유를 알려준다.

나는 버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음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책을 읽고 씀으로써 더 많은 힘을 얻고 있다.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만 그들은 책을 통한 치유를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말을 책 많이 읽는다고 자랑하는 잘난척쟁이의 으시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글쓰기가 주는 치유와 성장의 힘을 믿는다. 책에 나오는 글쓰기 주제에 제대로 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나를 제대로 진지하게 살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글쓰기가 그렇게 어렵고 무서웠나보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다시 한번 더 읽어볼 것이다. 외면하기만 했던 글쓰기에 대한 나의 욕망을 제대로 마주해 볼 것이다. 이제 글쓰기가 주는 강력한 치유의 힘을 경험해 볼 차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