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 - 당신이 믿는 역사와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가설들
맹성렬 지음 / 김영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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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것에 개인 취향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 있겠냐만은 책은 그중에서도 특히 더 사람마다 확실하게 구별되는 취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르에 상관없이 많은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로맨스나 추리처럼 지독하게 한 장르만 파고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읽고 싶은 장르가 있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냐고 물어봐도 그런 건 없으니 당신이 읽어보고 재미있었던 책을 소개해 주면 된다고만 한다. 정말이지 가장 난감한 상황이다. 내 경험상 무난하고 읽기 쉬운 책이라고 빌려줘도,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아서 물어봤는데 책 고르는 센스가 없다는 등의 잡설과 함께 돌려준다. 최근에 읽은 것 중에 정말 재미있었다고 생각하는 책을 빌려달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코 '사피엔스'이다. 하지만 이 책을 빌려주면 받기도 전에 두께에서 거부당하고 말 것이다. 옷에도 취향이 있고 영화에도 좋아하는 장르가 있다. 왜 다들 책에도 지독한 개인적 취향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걸까. 그런 지독한 취향을 앞세워 말한다. 이 책,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은 나에게 무척 재미있는 책이었다.

 

 

세상은 무척 길고 굉장히 넓다. 시간의 거리를 느낄 수도 없을 만큼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있었고 역사가 쌓여왔다. 진실과 이설이라는 딱 두 가지를 놓고 선택한다면 나는 이설 쪽을 더 믿는 사람이다. 살아보지 못한 시대, 단지 전해져오는 것만으로 도출해 내는 진실들이 과연 진실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가. 오만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하늘을 날았고 우주를 가고 그 이상으로 과학이 발전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아직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제작된 과정을 추론할 뿐이고 새롭게 발굴되는 유물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수많은 가설만 등장한다. 세상엔 우리가 알고, 또는 우리가 모르는 미스터리가 곳곳에 숨어있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은 제목처럼 나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줬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었다.

 

 

본격적인 미스터리 소개에 앞서 각 장을 대표하는 사진들이 먼저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집트 벽화와 옥수수 부조, 고대 전지, 레이건 대통령의 모습 등 이 책에서 알려줄 미스터리가 어떤 것인지 살짝 맛만 보여주는 사진은 너무 전문적으로 접근해서 처음에 다소 읽기가 어려운 책의 내용을 빨리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에는 총 7가지의 미스터리가 등장한다. 이집트 미라에서 발견된 코카인 미스터리, UFO와 미국 대통령들의 얽힌 사연들부터 생물학으로 보는 생명체 진화의 미스터리, 천재 물리학자가 초능력 이론에 빠져들게 된 이야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미스터리가 담겨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는 바로 경주 첨성대에 관한 것이었는데, 익히 알고 있던 천문대설보다 더욱 믿고 싶은 가설들을 읽으면서 또 다른 지식과 시각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자신이 흥미를 가지는 분야부터 찾아서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나처럼 과학적 지식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은 역사와 관련된 미스터리부터 읽으면 좋을 것이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에 결론은 없다. 지금까지 미스터리였고 앞으로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까지 여전히 수많은 가설들뿐이지만 저자는 과학자답게 왜 미스터리이며, 어떤 가설들이 있고 각각의 가설들은 어떻게 결론에 도출되는지 각종 자료와 함께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1995년 빌 클린턴은 13세 소년이 보낸 편지에 공개 답변을 한 적이 있다. 그 소년은 1947년 로즈웰에 추락한 UFO 잔해와 외계인 시신을 미 공군에서 회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는데, 여기에 대해 빌 클린턴은 모른다고 하며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공군에서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자신도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이 한 이 발언은 1996년에 개봉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SF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적절하게 활용된다.

 

 

 

첨성대의 천문대설에 대한 논쟁과 수많은 이설들을 알게 되었다. 첨성대 천문대설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첨성대의 구조가 별을 관측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별이 아닌 태양을 관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부터 극락세계 수미산을 표현한 것이라는 가설, 불교적 상징물설 뿐만 아니라 첨성대 양식이 로마에서 왔을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사 시간에 무장적 외워댔던 첨성대의 수많은 가설을 듣고 보니 옛건축물 중의 하나라고만 생각했던 첨성대가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미스터리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존재, 결론짓지 못하는 사실들에 흥미를 가진다.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에도 새로운 역사와 과학의 미스터리들이 등장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과 이미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사실들을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저자의 시도를 읽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들과 과학들이 과연 진실일까? 한 번이라도 그런 의심을 했다면 아마 이 책은 충분히 당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 역시 결론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것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또 하나의 합리적인 가설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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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4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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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달이라는 이름처럼 4월에는 온 세상이 푸른 잎들로 가득하다. 샘터를 읽으면서 얻는 것이 참 많지만 그중의 하나는 바로 잎새달처럼 각 달의 우리말 표현을 알게 되는 것이다. '물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우는 달'이라는 뜻은 4월을 너무나도 잘 나타내어 주는 표현이다. 특히 2017년 4월호는 샘터의 창간 47주년 기념호이다. 기념호답게 이번 4월에도 알차고 가슴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함께 한다. 47년 기념호답게 샘터 4월호의 표지는 앤티크 한 시계로 47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잘 나타내 주는 것 같다.

 

샘터 독자들의 이야기와 다양한 정보에 앞서 샘터와 함께 해온 사람들의 '창간 47주년 축하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독자와 샘터가 서로에게 보내는 축하 메시지는 길지 않지만 그 안에는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한 명 한 명의 메세지가 가슴에 와 닿았다. 독자들의 젊은 시절 흑백사진도 함께 하고 있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 같았다. 나도 먼 훗날 샘터의 또 다른 기념호에 작은 메시지라도 남길 수 있을까.

이번 호에서도 많은 삶의 이야기와 유익한 정보를 읽을 수 있다. 포켓몬고과 우리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샘터 에세이와 사랑을 노래하는 가수 배다해 씨의 이야기가 먼저 우리를 맞아준다. 동물,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들려주는 이야기는 언제나 재미있고 상식을 하나씩 더할 수 있어서 꼭 챙겨보는 코너이다. 이번 호에서는 코너 전체보다 한 구절에 꽂혀서 따로 메모를 해 놓았는데 첫 번째는 이달에 만난 사람 코너의 배우 이문식 씨에 대한 이야기다.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섭생 외에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하루 두 끼만 먹는 생활습관을 지켜오고 있다거나 ~
"자기 몸을 표현의 도구로 쓰는 배우들은 몸 관리가 중요한데 언제 어느 때 어떤 역할로 캐스팅 제안이 올지 모르니 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배우가 해야 할 일이죠."

철저하게 지켜오는 하루 두 끼 생활습관에 대해 읽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결국 두각을 나타내고 롱런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역시 최선을 다하는 자기관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늘 계획을 세우지만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이해인 수녀님의 흰구름 러브레터의 한 구절이다. "우리더러 자꾸만 무엇이 되려고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고 강조한다."

 

 

4월호 특집 주제는 '혼자라서 좋은 날'이다.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딱 맞춤형 특집이라 다른 호보다 더 꼼꼼하게 사람들의 글을 읽어봤다. 세상에는 참 많은 의미의 '혼자'가 있더라. 혼자라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는 특집의 소개 말처럼 내가 혼자라서 더 좋은 날, 내가 생각하고 있는 혼자의 의미에 대해 짧은 글을 적어봐야겠다.

항상 재미있게 읽는 코너 중의 하나인 '옛사람의 마음'에서 망연자실에 대해 알려주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고 있던 망연자실과 전혀 다른 의미라서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망연자실은 황당한 일을 당하거나 어찌할 줄을 몰라 정신이 나간 듯이 멍함이란 뜻이지만 항해 홍길주는 상대방의 실력에 기죽지 않고 분발하여 따라가려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일지라도 '저 사람과 나는 나이 차도 별로 나지 않고 재주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저 사람이 배운 것과 하는 것은 내가 다 아는 것이다. 어찌 저 사람만 신기한 재능을 갖고 있어야 하겠느냐?라고 생각하며 그 사람을 따라잡으려고 애쓸 때 배움의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박지성에 대한 이야기, 봄이 오면 가고 싶은 거제 지심도 등 샘터 4월호는 따뜻한 봄 햇살과 점점 푸르러지는 녹음처럼 상쾌하고 편안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독자들과 함께 하는 샘터답게 다양한 독자투고 코너가 있으니 나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주저 말고 샘터의 문을 두드려 보길 바란다. 샘터 5월호에는 당신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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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도 상처가 있더라
박재훈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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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되어서, 특별한 일이 없어서 무료하다고들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게 별다를게 있겠냐만은 우리는 항상 특별한 무언가, 가슴 두근거리는 뭔가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게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일이 아닐까?

봄이 왔다. 한겨울 바람이 불때는 봄이 올까 싶었는데 공원에 개나리가 피고 벚꽃의 꽃망울이 볼록볼록 맺히는 봄이 드디어 왔다. 이것 또한 소중한 한순간일 것이다. 일상이 마냥 무료하다고 생각한다는 건 주변의 수많은 변화들에 너무 익숙해져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의 순간순간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매일 아침이 또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길에도 상처가 있더라>의 저자는 그런 소소한 일상들의 순간을 스마트폰에 담고 그 사진에 글로 옷을 입혔다. 걷는 걸 좋아해서 걸으면서 만나는 풍경들을 담아낸 사진과 글은 내가 매일 아침 혹은 주말 운동 길에 만나는 그런 익숙한 길이었다. 늘 그곳에 있어서 원래 있던 것처럼 아무런 감동 없이 지나쳐왔던 길과 그 주변의 모습들을 저자는 따뜻한 시선으로 소중하게 바라봐 주었다.

상처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저자의 말처럼 <길에도 상처가 있더라>는 함께 조용한 산책로를 걸으며 들려주는 위로와도 같았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그의 사진은 화려하지 않고 짧게 쓰인 글들은 강하지 않아서 부담 없이 읽기에 좋다. 책은 내가 매일 보는 그 길과 골목, 조용한 강가의 산책길처럼 고요하고 차분하다.

 

 

집을 나서고 길을 걷고, 길에서 사람과 사랑을 만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으로 쓰인 <길에도 상처가 있더라>는 164 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은 에세이집이다. 누구나 매일 접하게 되는 장소와 시간에서 이런 의미를 찾아내는 저자의 삶을 마주하는 자세가 존경스러웠다.

깊게 패어 울퉁불퉁 해진 길에 비가 내리면 걸어 다니기가 힘들어진다. 투덜거리며 물웅덩이를 피해 가는 나와 달리 저자는 맑은 날에는 알지 못한 길 위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길의 상처도 햇살 한 번 비취면 원래 길의 모습으로 회복된다는 말입니다. 비는 매일 오지 않습니다. 비가 오는 날보다는 햇살 비추는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상처를 보는 날보다는 본래의 내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삶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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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 - 미드, 영화를 번역하는 먹고살기 시리즈
최시영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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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뭘로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할 것이다. 좋아하는 것과 돈을 벌어야 하는 일과의 접점을 찾지 못한 평범한 직장인에게 가장 큰 고민은 '나는 뭘 하면서 먹고 살아야 할까?' 이다. 물론 일을 하면 먹고는 살 수 있다. 문제는 그 일이라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이라는 것이,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이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인생일 것이다. 누구나 부러워 하는 직장에 다녀도 매일 출근길이 지옥같은 사람이 있고 그 나이에 돈을 그것밖에 벌지 못하느냐는 잔소리를 듣는 불안정한 회사원이라도 일을 하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면 과연 누가 제대로 먹고 살고 있는 사람일까? 

 

왓북의 먹고살기 시리즈에서 새로운 분야의 먹고사는 법에 대한 책이 나왔다. 영상시대에 없어서는 안될 영상번역가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가 그것이다. 왓북의 먹고살기 시리즈는 내가 진짜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한때 영어가 너무 재미있어서 영어 출판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번역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을때 왓북의 '출판번역가로 먹고살기'를 통해 번역가의 세계를 알 수 있었다. 구름을 걷는듯한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는 번역가에 대한 A to Z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출판번역가로 먹고살기'를 시작으로 왓북의 '여행작가로 먹고살기', '칼럼니스트로 먹고살기'등이 차례대로 내 서재로 들어왔다.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 역시 먹고살기 시리즈의 장점이 가득한 책이었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 보는 것을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외국어를 좋아한다면 학력이나 스펙에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자신의 열정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영상번역가의 세계는 도전해 볼만한 멋진 직업이었다.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의 저자는 현재 영상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뿐만 아니라 책에 등장해 알토란 같은 조언을 해주는 다른 영상번역가들 역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영상번역가를 꿈꾸는 예비번역가와 영상번역이 어떤 일인지 궁금한 일반 사람들에게 제대로 현실적인 조언을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영상번역가들의 '관념적인 삶'이 아니라, '현실의 생활'을 말하고 싶었다. 그의 말처럼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는 시간이 자유로운 번역가들의 소소한 일상부터 어떻게 영상번역가로 준비하고 데뷔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특히 먹고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돈'에 대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조언해 준다. 영상번역가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예비 번역가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책에는 많은 정보가 들어있고 힘내라는 조언도 함께한다. 영상번역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광고만 넘쳐나는 인터넷 검색은 그만두고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를 읽으면서 영상번역가의 일과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직장인에게 아침이 여유로운 영상번역가의 일상은 너무나도 부러웠다. 물론 자신의 일정과 체력뿐만 아니라 일감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책임감이 따르지만 분명 그들의 자유로운 일과는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한국어 실력이 도지히 안 늘어서 번역을 관두는 경우는 종종 보이지만 외국어 실력이 늘지 않아서 관두는 경우는 의외로 보기 힘들다. 아무래도 일정 수준 이상의 외국어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이 도전해서일 거라고 추론은 해 보지만,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외국어 실력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는 많지만 업을 관둘 정도로 곤란을 겪는 경우는 드물다는 말이다.

번역가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외국어 실력일 것이다. 물론 번역으로 먹고 살려면 외국어 실력이 중요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번역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라고 말한다.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는 민감한 돈 얘기부터 일감을 따는 노하우, 장르별 번역시 유의할 점까지 중요한 여러가지 팁도 알려준다. 각 언어별 현직 영상번역가들의 조언은 마치 선배들에게 일대일로 상담받는 것처럼 궁금했던 점을 콕콕 집어 이야기 해준다. 그리고 일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영상번역가 동료들과의 관계와 공동번역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인공지능이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면서 통역과 번역도 곧 인공지능이 하게 될거라는 말을 한다.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에서도 기계번역이 어디까지 발전되었는지 그리고 번역가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다루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척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그 일이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돈을 버는 거라면 매일이 반짝 반짝 빛날 것만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내가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직업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는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며 카페에서 영화를 보며 노트북으로 유유자적하게 작업할 것만 같은 영상번역가에 대한 환상 속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준다. 어떤 일로 먹고 살고 싶다면 그것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먹고 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등 밑바닥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실력만으로 자신을 판단하는 곳, 일에 대한 열정이 절대적인 영상번역가의 세계는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곳이다. 그리고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많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영상번역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거나, 지금 시작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었다면 먼저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보길 바란다. <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의 문을 먼저 열어보면 내가 진짜 그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 보자. 나는 이 일로 즐겁게 먹고 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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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 한국화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
전수민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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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행 사진 폴더를 열었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 이후에 늘 정리해야지 생각만 했었지 제대로 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카메라 메모리에 넘치도록 담긴 이탈리아의 순간들은 그대로 컴퓨터 안에 갇혀 버렸다.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을 읽는 도중에 책을 덮고 컴퓨터를 켰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담아놓은 사진을 이제야 제대로 봤다.

 

 

그녀의 베니스를 따라가다 보니 문득 작년의 나의 베니스가 어땠는지 궁금했다. 그녀가 조금 더 베니스에 머물렀다면, 혹은 내가 조금 더 빨리 여행을 떠났다면 아마 그녀와 나는 베니스 어느 골목길에서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비슷한 시간에 같은 공간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내게 여행의 한 귀퉁이를 함께 공유하는 소중한 책이 되었다.

하지만 나의 베니스와 그녀의 베니스는 분명 다르다. 짧은 휴가 기간 동안 더 많은 곳을 보기 위해 내가 베니스에 머문 시간은 고작 1박 2일이었다. 이런 나와 달리 그녀는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오직 그곳에만 머물렀다. 그래서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내게 알려준다. 내가 들어가 보지 못했던 골목들, 내가 미쳐 느껴보지 못한 베니스의 사람들과 여행객들. 이 책은 베니스에서 머문 시간을 들려주는 그녀의 에세이지만 나에게는 여행의 여운을 마음껏 느끼게 해준 여행 노트와도 같았다.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전통 한지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 전수민 작가가 베니스의 스튜디오에 한 달 간 머물면서 느꼈던 감정들, 일상적인 순간들을 일기처럼 조곤조곤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한 도시에서 한 달간 머문다는 것은 여행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익숙하고 현지인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낯선 상태이다. 매일이 여행인 듯 약간은 들떠있고, 점점 익숙해지는 공간에 조금씩 스며들어 편안한 마음이 들 때쯤이라고 해도 좋을까?

차분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작가의 그림처럼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 속의 그녀의 글도 사람의 마음을 바람결에 흔들리는 스카프처럼 하늘하늘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녀는 힘들게 살아왔고 뒤늦게 미술 공부를 했다. 그리고 죽음을 늘 떠올리며 일 년에 한 번씩 유서를 작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수민 작가의 글은 마치 흔들리는 해먹 위에 누워있는 것처럼 무척 유유자적하다. 나도 왠지 그녀처럼 몰랑몰랑한 '~했어요'라는 말투로 적어야 될 것만 같았다.

 

 

'한국화를 그리는 전수민의 베니스 일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작가가 베니스에 머물기 시작하면서 돌아올 때까지의 일상을 사진, 그녀의 그림과 함께 이야기한다. 베니스에서 여유롭게 길을 잃은 일, 골목골목의 순간의 기억들.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지낸 다른 예술가들과의 일상과 근교로의 짧은 여행, 오픈 스튜디오와 돌아오는 비행까지 베니스에서 함께 한 그녀의 모든 순간의 삶이 가득하다. 그곳에서 일상을 보낸 그녀가 담은 베니스의 사진들은 여행자의 눈으로 만났던 그곳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을 통해서 전수민 화가를 알게 되었다. 책에 나오는 그녀의 그림에 반해 버렸다. 여러 번의 붓질을 통해서 드러나는 은은한 색의 아름다움, 꽉 차게 그리지 않았지만 물이 흘러넘치듯이 그림 한가득 풍성함이 느껴지는 그녀의 그림들을 찾아봤다. 그림들은 한참을 들여다봐도 자극적이지 않았고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면서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나는 평생 꼭 예술가로 살아가고 싶어요. 언젠가 엄마에게 힘들다고 했더니, "그럼 너무 애쓰지 말고 형편이 나아지면 그림을 그리는 게 어때.' 말씀하셔서 겁에 질리고 말았어요. 나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에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지금 여기를 살고 싶습니다. 바로 지금, 이곳에서, 물러나지 않고, 나 자신이 주인이 되어 완전히 연소하면서.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그녀가 들려주는 베니스에서의 일상과 베니스의 그림 같은 풍경이 담긴 사진들, 그리고 베니스에서 그린 한국화가 담겨 있는 독특한 에세이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베니스의 생활은 분명 짧은 시간 동안 머물다가 가는 여행자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풍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들 한 번씩 길을 잃는다는 베니스에서 골목을 헤매봤다면 아마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어딘지 몰라 두려웠지만 곧 좁고 낯선 골목을 헤매는 재미에 빠졌었다. 그곳에서 베니스 사람들의 일상을 잠시나마 느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스쳐갔다. '아, 이곳에서 며칠만 더 머물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순간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관광명소가 아니라 허름하고 장미 넝쿨이 늘어져 있던 골목에서였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으로 피곤과 잠에 취해 돌아다닌 베니스에서의 첫날밤,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만약에 내가 이곳에 산다면 그림을 배워 수많은 베니스의 골목을 그려보고 싶다. 골목마다 묘하게 다른 느낌들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 보고 싶다. 바다 위에 도시. 이토록 굉장한 베니스에서 조금만 더 머물다 가고 싶다."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그림 같은 베니스를 그린 한국 화가 전수민의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을 통해 다시 베니스의 빛나는 물빛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베니스를 알던, 모르던 상관없이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은 그곳을 그립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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