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신회 지음 / 놀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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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인가?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작가가 살아온 세월과 생각들이다. 하지만 마치 나의 비밀 일기장을 보듯 그녀의 이야기는 나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저자는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괜찮은 건가? 나는 민망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생각들을 저자는 어쩜 이렇게 쏘-쿨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그래, 그래, 맞아, 맞아'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 읽어 나갔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보노보노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보노보노를 통해서 세상을 다르게 보고 위로받는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보노보노라니. 보노보노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때 뭐 이렇게 단순한 그림으로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말하는 건지, 진짜 애들이 보는 만화가 맞는 건지 싶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하게 그려진 보노보노는 내게 굉장한 힐링을 주는 만화였다. 아마 그녀에게도 보노보노가 그런 존재였을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보노보노의 그림과 만화, 대사와 함께 저자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역시나 굉장히 단순한 보노보노의 그림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다. 나는 만화책으로 보노보노를 본 적이 없어서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 등장하는 컷툰을 보며 이 책을 읽은 후에 보노보노 만화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은 편안하다. 처음에 말했던 것처럼 그녀의 이야기는 나와 무척 비슷한 구석이 많아서 나는 왠지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위로받았다. 보듬어 주는 위로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이 또 있구나,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게 나만이 아니구나라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동질감이랄까.

스무 살 때는 알록달록한 머리가 유행이었다. 애들은 마치 그게 성인이 된 증명인 양 죄다 머리를 물들였다. 하지만 빨간 머리, 노란 머리는 너무 흔한 것 같아 초록 머리를 하기로 했다. 집에서 염색약을 바르고 권장 시간을 훨씬 넘길 때까지 내버려 두었다. 그래야 더 진한 초록이 나올 것 같아서였다.~주변 사람들은 내 머리를 보고 나무 같다고, 상추 같다고 했지만 만족했다. '똑같은 머리를 한 사람은 하나도 없음'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은발을 하고 싶었다. 수능시험을 치고 대학 발표가 난 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머리에 맥주와 과산화수소를 들이부은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처음으로 한 셀프 염색은 성공적으로 나를 금발의 신입생으로 만들어주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나의 염색 도전은 끝이 없었다. 남들과 다른 더 독특한 색깔을 갈구하다가 은발에 도전을 했다. 하지만 끝없는 염색으로 머리는 이미 상할 대로 상했고 내 머리는 총천연색의 알록달록 함 만이 남았다. 저자는 나무나 상추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닭 볏 같다고 했다. 물론 초록색도 있고 금발도 있었다. 은발에 도전했는데 왜 머리 색깔이 그렇게 나왔는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스무 살의 셀프 염색에 뭘 기대하겠는가. 그런 머리를 한채 학교를 다니고 밥을 먹고 술을 먹었는데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느니 잠시 잊고 있었던 내 청춘의 무모함이 떠올라 픽~웃음이 터졌다.


어른들의 이야기, 사람들과의 관계, 나이 듦에 대한 단상 등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때로는 추억의 한 페이지처럼, 때로는 인생에 대한 조언처럼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곳곳에 줄을 치고 포스트잇을 붙여놓았다. 감성을 톡 건드리면서도 무척 시니컬한 저자의 글은 마치 굴곡이 심하지 않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위로를 해준다. 곳곳에 등장하는 보노보노 만화 덕분에 내용은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에 보노보노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찔끔 흘린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가 미쳤구나, 애들 만화를 보며 눈물을 흘리다니' 그런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제 눈물을 흘려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내 SNS를 본 사람들에게는 늘 즐기고 사는 사람 같다는 말도 듣지만, 그건 딱 그렇게 보일 때만 사진을 찍어서 올리기 때문이다.

이 글귀를 꼭 적어 두고 싶었다. SNS를 할수록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데 이제는 일일이 댓글 달기도 귀찮아졌다. 요즘 나는 꽤 힘든데, 힘든 상황에 대해 제대로 올리면 그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할까? 가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글을 한번 올려볼까 썼다가 금방 지워버렸다. 이럴 때 딱 그녀의 글이 들어왔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읽고 케이블 TV로 애니메이션을 다시 볼까, 책에 나온 만화책을 읽어볼까 고민하다가 책으로 보노보노를 다시 만나보기로 했다. 책에서 느꼈던 위로를 잊기 전에 다시 책을 통해 위로받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과연 보노보노에 등장하는 동물들 중에 어떤 동물과 가장 비슷할까 생각해 봤다. 혼자서 잘 놀고 소심한 보노보노 같은 면도 있고 고약한 성격의 너부리 같을 때도 있다. 가끔은 행복한 기운을 주는 프레리 독과 비슷할 때도 있겠지. 책의 제일 뒷장에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오늘도 재미있는 일이 시작된다! 분명히 그럴 거야.' 나의 오늘은 재미없었지만 내일은 분명 재미있을 것이다. 보노보노와 함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나는 조금 더 솔직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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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솔지 소설
손솔지 지음 / 새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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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 그래 이 한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손솔지 작가의 <휘>의 마지막 장을 덮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이다. 처음 빠졌을때는 마음만 먹으면 금방 나올 것 같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빠져나오기 힘든, 인식하지 못한채 서서히 잠식해 가는 그런 늪. <휘>라는 한글자의 제목 옆에 적어두고 싶었다. 또 다른 한글자, 늪. 이 책은 늪과 같으니 처음 한두장으로 판단하지 말 것.

 

 

스타카토처럼 <휘>에 들어있는 단편 8편의 제목은 모두 단 한글자이다. 휘. 종. 홈. 개. 못. 톡. 잠. 초. 한글자 한글자를 소리내어 읽어봤다. 제목을 이어 말하면 왠지 또 다른 제목이 튀어 나올것만 같았다. 글자가 가진 힘은 길이에 상관이 없다. 단 하나의 글자가 가진 깊이가 이토록 깊다니. <휘>라는 책을 읽기 전에 8개의 단어가 가진 독특함에 먼저 매료되었다.

손솔지 작가의 <휘>는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 가장 독특하고 재미있고 흡입력이 강했다. 단편이 가지는 매력을 고스란히 드러낸 <휘>의 이야기는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선뜻 이해하기 힘든 것부터 눈물이 핑도는 휴먼 다큐를 보는 것 같은 이야기까지 <휘>에 담긴 8편은 톡톡튀는 제목처럼 서로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었다. 휘. 종. 홈. 개. 못. 톡. 잠. 초. 각 단편들을 읽으면서 입안으로 제목을 되뇌였다. '홈'이라는 단편에서처럼 홈안으로 일호가 빨려 들어가듯, 한글자의 제목 안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완전히 들어갔다.

단편의 매력 중에 하나는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는데 있다. 독특한 이야기를 읽기 전에 예열하듯 무난한 이야기부터 읽고 싶다면 '개'를 권한다. 온몸이 검지만 백구라는 이름을 가진 개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모습은 씁쓸하다. <휘> 안에는 평범하고 무난하다는 원 안에서 몇 발자국 떨어져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개'에 등장하는 백구의 눈을 통해서도 알 수있다. 어쩌다 주인찾아 삼만리를 읽는 것 같은 '개'는 색다른 짧은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았다.

휘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 '휘', 아버지의 종이지만 고귀한 종이 되고자 했던 누이의 이야기 '종', 전교 십일등과 십등이 자살을 한 후 어느날 일호는 십일등의 책상에서 홈을 발견한다는 '홈', 중국에 사는 유부남과 한국에 있는 여자의 이야기가 사실인지 소설인지 아직까지 궁금한 '못', 소녀가 바라본 어머니의 비밀 '톡', 꿈인듯 아닌듯 '잠' 그리고 마치 <휘>의 에필로그 같은 느낌의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 '초'까지 8편의 단편은 어느것 하나 비슷하지 않아서 읽는 재미가 톡톡하다. 나는 이 중에서 '종'과 '홈'이 무척 재미있었고 특히 '초'를 읽을때는 예전 세월호를 볼때의 느낌이 되살아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느꼈던 좌절감, 슬픔, 무력함이 떠올랐다. '초'는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에세이같았다. 8편의 단편이 아니라, 7편의 단편이 있고 '초'를 통해 부드럽지만 강하게 마무리하는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작가는 제목을 먼저 정한 후에 글을 썼을까? 퍼즐처럼 한편의 글이 채워진 후 마지막 퍼즐 자리인 빈 귀퉁이에 한글자의 제목을 놓아 한 편의 이야기가 된 것이 아닐까. 한단어지만 긴 제목보다 더욱 강렬하고 이야기의 의미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휘>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때는 독특함에 잠시 주춤했다. 8편의 이야기를 다 읽을 수 있을까. 하지만 한편 한편 읽어나가면서 나는 어느새 휘파람 소리가 난다는 첫 글귀처럼 어디선가 들리는 휘파람 소리와 함께 책안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손솔지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읽었다. 1989년 생이라는 젊은 작가의 이전 책을 읽어보고 싶었고 다음 책이 기다려졌다. 서른이 되지 않은 저자의 글과 세상을 보는 시각이 한없이 부러웠다. 나는 그녀의 나이였을때 어떤 글을 썼고 세상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작가는 책을 들고 있는 내 손을 잡고 그녀의 세계로 잡아 끌었다. 앞으로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 그때까지 나는 이 '늪' 안에서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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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 - 고양이처럼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84가지 방법
미야시타 마코토 지음, 김희은 옮김 / 한빛비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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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는 아주 큰 창이 있다. 햇살 좋은 오후, 거실에 누워 큰 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건너편 담벼락 위에서 한껏 늘어져 졸고 있는 고양이를 볼 때가 많다. 가끔은 창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고양이도 있는데 왠지 창 하나를 두고 나와 대치하는 것 같아 쓸데없는 경쟁심이 들어 한동안 쳐다 볼때도 있다. 문득 밖에서 보면 창 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럼 저 고양이는 도대체 뭘 쳐다보고 있는 걸까? 정말 내가 보이는 게 아닐까, 아니면 동물적인 감각으로 저 안에서 누군가 자기를 쳐다본다는 걸 느끼는 걸까.

고양이는 참 묘한 동물이다. 가만히 쳐다보는 눈빛을 보고 있으면 가끔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아마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의 저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주인 곁에서 법구경을 읽고 고양이 부처가 된 고양이가 인간들에게 들려주는 부처의 가르침은 그 발상부터 무척 놀라웠지만 책을 읽으면서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흐음...' 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힘들다, 고되다, 쉬고 싶다는 말이 끊이질 않는 요즘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표를 쓰고 싶고 현재의 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열심히 생각해 보지만 결국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최선의 장소라는 결론이 내려지면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어떻게 살면 될까, 지금 이 마음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는 내게 뜻밖에 인간보다 더 인간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고양이 부처가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84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어느 날 주인의 책상에서 발견한 '법구경'을 읽고 깨달음을 얻은 고양이 부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 쉽다. 최초로 '법구경'을 완독한 고양이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들의 행동에 대해 한마디씩 거든다. 인간이 치열하고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이 고양이 눈에도 보였나 보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삶을 편하게 살았으면 한다는 고양이가 들려주는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으로 삶에 지친 내 마음을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법구경'은 2,500년 전에 인도 북부에서 태어난 부처, 석가모니가 사람들 앞에서 했던 말들의 모음집이다. 이 책을 읽는 고양이가 스스로를 고양이 부처라고 칭하며 자신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우리들에게 이야기한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에는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84가지 방법과 부처에 대해 설명하는 붓다 칼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부터 번뇌를 없애는 방법, 행복이 무엇일까, 무관심할 수 있는 비책, 안락하게 살아가는 방법까지 각 주제에 맞는 다양한 글이 들어있다.

글은 길지 않아 읽기 편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의미는 깊고 따뜻하다. 법구경의 한 구절을 먼저 들려주고 그 구절에 대한 고양이 부처의 생각이 덧붙여지는 구성이다. 마치 삶에 지쳐 힘겨워 하는 주인 옆에서 한껏 늘어져 있던 고양이가 스르르 눈을 떠 무심하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의 글들은 빡빡하지 않아서 좋고 힘내라고 등 떠밀지 않아서 좋다. 특히, 각 장마다 그려진 고양이 부처의 캐릭터는 가끔 픽~웃음이 나올 만큼 재치가 넘친다.

적어두고 늘 읽고 싶은 글귀가 많은 책이 있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책답게 어느 책보다 특히 더 많은 메모를 하게 만들었다. 나는 주로 일찍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책을 읽는 편인데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을 읽으면서 이전보다 더 많이 옮겨 적었고 일과를 더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바로 나의 주인이고 내가 기댈 곳이다.
그러니 나를 잘 다스려라.
부처가 이렇게 말한 것도
고뇌에서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밖에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에는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글뿐만 아니라 제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꾸짖거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용기를 주는 이야기도 있다. 나는 많은 조언과 꾸짖음 중에서도 '한 시간이라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라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깊었다. 일본의 배우 다케이 소가 2015년 8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육상경기에서 우승했는데 배우를 하면서 어떻게 훈련할 시간을 만들었지에 대한 인터뷰 내용이 들어있다.

 "최근 2년간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매일 1시간씩 700일 넘게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결과를 이번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었다. 매일매일 따분해하며 꿈이 없다는 내 또래 사람들, 젊은 세대에게 하루 한 시간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조금이나마 증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무리 바빠도 일을 마친 뒤 한 시간씩 훈련하기로 '자신과의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한밤중에 거리를 뛰어다닌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법구경'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책이지만 선뜻 잡기는 어렵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을 통해서 나는 위로도 좋았지만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를 불평하기 전에 솔직하게 내가 과연 얼마나 제대로 노력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의 고민이 있다. 비슷해 보이는 고민일지라도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자의 처지에 따라 같은 주제도 전혀 다른 걱정거리가 된다. 그래서 완벽하게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경험이 다르고 가치관이 점점 뚜렷해지면서 상대방의 고민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고 내 걱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경우도 줄어들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현재 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얻는다. <고양이 부처는 고민이 없다냥>을 읽으면서 또 다른, 다양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한숨 쉬며 찬찬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줄 것이다. 고양이처럼 한껏 여유롭고 부드럽게, 그렇게 내 삶을 다시 살펴볼 느긋함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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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 이코노미 - 정규직의 종말, 자기고용의 10가지 원칙
다이앤 멀케이 지음, 이지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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긱(gig). 낯선 단어이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의 재즈공연장 주변에서 필요에 따라 연주자를 섭외해 공연하던 것을 일컫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단기 또는 하룻밤 계약으로 연주한다는 것을 뜻하는데 그때 그때 필요할 때마다 단기 계약직, 임시직, 프리랜서 등을 섭외해 일을 맡기는 경제 형태를 긱 경제, 즉 긱 이코노미라고 부른다. 단어 자체는 생소하지만 긱 이코노미가 의미하는 것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고용형태 중의 하나이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점이라고 가르키는 것이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에서는 긱 경제가 고용시장에서 불안하고 고쳐야할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와 고용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계약직이나 프리랜서라고 하면 불안정한 고용형태라고 판단한다. 그렇다면 정규직은 과연 실업률을 떨어뜨리고 좋은 고용형태라고 할 수 있을까? 시대가 변하고 있다. 더이상 옛날처럼 처음 입사한 직장이 평생의 직장인 시대는 없다. 더이상 회사가 정규직이라는 타이틀 아래에서 한 사람의 평생 일터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앞으로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런 변화에 대비해야 할까.

 

회사를 다니고 있어도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언제까지 이 회사가 나를 고용해 줄지 늘 걱정이 함께 한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직업이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볼 수 있는 시각의 한계 때문에 언제나 비슷한 자리만 뱅뱅 돌고 있을 뿐이다. 실업률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많은 청춘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중년들까지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자신의 특성과 열정은 누른 채 학원과 고시원으로 향하고 있다. 슬프고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이것 아니면 어떻게 해결할 방법이 있나요?


요즘에 많이 접하게 되는 책 중의 하나는 변화하는 직업에 대한 것들이다. 자신을 브랜드화 한다거나 1인 기업으로 시작하는 것, 디지털 노마드족으로 살아가는 방법등 지금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변화하는 세계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고 따라해 보고 싶을만큼 매력적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일에 대한 가치관도 함께 바뀌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나도 변화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다면 <긱 이코노미>가 알려주는 일을 바꾸고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따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긱 경제에서 성공하려면 새로운 마음가짐과 기술, 수단이 필요한데 저자는 1~3부에 걸쳐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야별로 자세하게 방법들을 설명한다. <긱 이코노미>는 긱 경제로 뛰어들고 싶은 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미 긱 경제 속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계약직과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상황을 똑바로 이해하고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조언도 해준다.

단순하게 정규직은 이제 끝났다, 자신만의 특별한 일을 하면서 프리랜서의 삶을 살아라 라는 등 무작정 지금 당신의 상황이 잘못 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분명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적인 직장, 회사가 주는 풍요로움을 최대한 누리고 싶어한다. <긱 이코노미>는 현재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빠르게 다가올 변화에 대해 알려주고 미리 미리 대비하라고 조언하는 책이다.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당신의 현재 상황과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회사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늘 더욱 잘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찾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더이상 생각만 하지 말고 시도해 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을 정의하려면 먼저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생각해 왔고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긱 이코노미>에는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과 이 방법으로 자신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 사람들의 사례도 들려준다.


다양한 연습과제를 통해서 자신을 정확하게 바라보고 어떻게 삶을 변화할 수 있는지를 알수 있다. 각각의 연습과제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연습과제 중에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어하는 10가지 잠재적인 긱을 적어보라는 것이 있다. 최소한 10개를 적어보는 이유는 대부분 세 개나 다섯 개 정도는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진정한 창의력은 그 이후에 발견되고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일을 그만두기 위한 출구전략'이라는 주제도 있는데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주고 있어서 기분에 휩쓸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질때 작성해 보면 좋을 것 같았다.

 

 

 

평범함은 출근할 때 입기 위해 사는 옷, 할부로 갚고 있는 차에 있다. 우리는 이 옷과 차, 그리고 하루 종일 비워두는 집값을 갚기 위해 회사로 향한다. -엘렌 굿맨

꽤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라 사진을 찍어 친구들에게 보여줬다. 하루종일 일과 이직,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예전 TV에서 어떤 연예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느 우물에서 물이 나올지 모르니까 많은 우물을 파야한다.' 어느 직장을 들어가야 조금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오래 일할 수 있을까를 찾고 있던 당시의 나에게 이 말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일을 할 수도 있구나, 하나의 일만 하며 사는게 아니었구나.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였는데 그것이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누군가가 파놓은 우물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나의 우물을 선택하고, 더 많은 물이 나올것 같은 또 다른 우물도 함께 파야 할 때가 왔다. 좋은 직장 대신에 좋은 일을 찾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물론 불안할 것이다. 제대로된 준비를 통해서 불안을 줄일 수 있는데 그 방법을 <긱 이코노미>에서 알려주고 있다. 내가 나를 고용하는 시대가 온다. 앞만 바라보고 왔다면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시야를 넓혀보길 바란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하는 그 곳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변화에 맞서고 변화를 앞서는 사람만이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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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살아보기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조선생활사
반주원 지음 / 제3의공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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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살았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들의 이야기와 흔적들은 역사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드라마나 책을 통해서 이미 많은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이 시대의 상황과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완벽하게 알지 못하는데, 과연 남아있는 기록물을 통해서 말하는 역사의 모든 것이 완벽한 정설이며 한국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역사는 알면 알수록 점점 더 어려운 것이다. 긴 시간만큼이나 그 안에서 살았던 수많은 옛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과연 내가 역사의 한 부분이나 제대로 알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역사는 더욱 궁금하고 알고 싶고 흥미진진하다. 드라마에서 우연히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의 그 때로 들어가듯 <조선시대 살아보기>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역시, 아직 내가 모르는 역사는 무척 많았다.

 

<조선시대 살아보기>는 쉽고 흥미롭게 역사를 이야기하는 반주원 선생님의 신작이다. <유물, 유적 한국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 책 역시 꽤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 <조선시대 살아보기>는 완벽하게 나의 취향인 책이었다.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조선생활사에 대해 폭넓게 들려준다. 평소에 관심 있던 분야뿐만 아니라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도 있어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제목에 쓴 것처럼 첫 장부터 마지막 주제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간 책이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조선생활사'라는 부제처럼 책 안에는 21가지의 다양한 주제가 들어있다.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없다. 관심 있는 주제부터 읽어도 좋다. <조선시대 살아보기> 속의 21가지 이야기는 현재 우리 생활 속에서 경험하고 만나고 있는 주제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다만 그 시대가 조선시대라는 것만 다를 뿐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부터 절대 이혼은 없을 것만 같았던 조선시대의 이혼과 재혼에 관한 이야기, 사랑의 징표로 문신을 새겼다는 사실들을 조금만 현대적으로 표현하면 지금을 설명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는 것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편안하고 쉬운 글 덕분에 간혹 전문적으로 역사사실을 들려주는 부분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사진과 옛 그림들도 함께 한다. 미용, 옷, 술, 노인, 형벌 등 수많은 조선시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중에서 흥미롭게 읽었던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이혼 방법, 지명에 대한 유래, 탐관오리를 벌하는 팽형 그리고 당시에도 있었던 비선실세에 대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절대적으로 힘들거나 없었을 것만 같은 이혼이 양반에게는 어렵지만 의외로 평민의 경우 비교적 자유로운 개인 선택의 문제였다고 한다. 부부가 마주 앉아 같이 살 수 없는 이유를 말하고 쿨하게 결별하는 '사정파의'와 저고리 앞섶을 베어 조각을 상대에게 주고 그것을 받으면 이혼이 성립된다는 '할급휴서'는 놀라운 사실들이었다.

무학대사가 경복궁을 그 장소에 세운 유래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의 지명에 대한 유래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양녕대군, 효령대군, 충녕대군에 대한 이야기에서 유래된 방배동과 압구정, 이태원의 유래까지 서울 곳곳에 위치한 지명의 유래를 하나가 아닌 여러 가지 버전으로 알려준다. 모든 이야기가 마치 정설인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흥미로운 지명 유래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요즘과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지는 비선실세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문정왕후를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른 윤원형과 정난정의 이야기, 광해군과 김개시뿐만 아니라 광해군의 또 다른 비선인 이이첨과 무속인, 명성왕후의 비선실세인 무당 신령군의 이야기까지 모든 사실들은 마치 복사 후 붙여넣기를 한 것처럼 똑같다. 아마 언젠가는 현재의 이야기가 이 페이지의 뒷장에 쓰이겠지. 그때 그 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는, 미래 어느 시간의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할까? 현재의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전해질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주 잠시 동안 조선을 다녀왔다. 우리가 아직 모르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겠지만 <조선시대 살아보기>를 통한 잠시 동안의 여행만으로도 나는 내가 몰랐던 역사의 작은 한 부분을 알게 되어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조선시대 살아보기>는 역사가 지루하다는 편견을 가졌거나 한국사를 조금 알아볼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현재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도 이 책을 읽으면 아마 역사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곧 역사가 된다.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고 남겨진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살던 현재의 생활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역사는 계속 이어져 흘러간다. <조선시대 살아보기>를 통해 멈춤 없이 흘러가는 역사의 한 부분을 떼어서 잠시 살펴봤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그 상태로 멈춰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선시대를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는 현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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