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책
김희선 지음 / 현대문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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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책을 읽은 후 며칠이 지난 후에 리뷰를 쓴다.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일하는 중간중간에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기억에 남는 구절을 되새겨본다. 며칠 동안 어떻게, 무엇을 써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편인데 <무한의 책>은 책을 덮은 후에 당장 써야 할 것만 같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책을 읽었을 때의 그 짜릿한 느낌과 곳곳에서 '대박~'이라고 나지막이 외쳤던 감정들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점심 식사 후 30분을 산책 대신 <무한의 책>의 마지막 장을 읽었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과 읽는 도중의 느낌,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낀 감정들이 모두 판이하게 달랐다. 어떻게 써야 할지, 모니터와 책을 번갈아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지금도 무척 혼란스럽다. 이토록 엄청난 스토리를 가진 책을 몇 줄의 줄거리로 설명할 수 있을까?

타임워프가 등장하니 SF 과학 소설이라고 할까, 너무나도 생소한 신이 등장하니까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멸망 위기의 지구를 구하는 내용이니 어드벤처 소설이라고 불러야 할까. <무한의 책>은 '무한'이라는 제목처럼 어느 하나에 특정할 수 없는 소설이었다. 이 책에 담긴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들을 이제부터 어떻게 적어야 할까.


<무한의 책>에는 수많은 현실과 공상의 세계가 등장한다. 책을 읽을수록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꿈인지 알 수 없는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느 한 지점으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수백 가지의 이야기로 퍼져만 가는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나오고, 그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처럼 끝없이 포개지기만 하는 수십 개의 이야기들이 가득한 <무한의 책>은 일단 파악하려 하지 말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 읽어야 한다.

한국계 미국인인 스티브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로버트 와인버그 로부터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듣는다. T 신부에게서 듣게 된 인류 멸망과 신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멸망을 막을 구원자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엔 믿기 힘든 황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신이 지구에 강림하고 스티브는 신으로부터 자신이 지구를 멸망에서 구할 구원자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갑자기 지구에 내려온 신은 수많은 회화에 등장하는 금발머리의 아름다운 신이 아니라 새인 것 같기도 하고, 티라노사우루스처럼 보이기도 하는 공룡의 후예였다. 신 또는 신들은 스티브에게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고 스티브는 오랜 고민 끝에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한 후 1958년의 용인이라는 시공간으로 들어간다.  


<무한의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상상력에 놀란 적이 많았는데 첫 번째는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표현이었다. T 신부의 미발표 원고에 등장하는 신의 형상은 우리에게 익숙한 신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늘을 날기 위해서는 절대 인간과 같은 모습으로는 날 수 없다. 날기 위해서는 새처럼 비정상적으로 가슴근육이 발달해야 하고 다른 부분은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마치 새와 같았고 <무한의 책>에 등장하는 신 역시 새 또는 공룡의 모습을 하고 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설명은 무천 신선했고 특히 지구에 멸망이 닥친다는 날짜를 설명하는 부분 역시 독창적이었다. 마야인들이 새긴 달력의 마지막은 2012년 12월 21일에 끝난다. 그래서 우리는 그날이 지구 멸망의 날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 달력이 잘못되었다면? 달력 석판을 새기던 마야인이 갑자기 죽어버리고 미완성으로 남겨진 달력을 침략자인 스페인 사람들이 가져갔고 그것이 진짜 달력이라고 믿은 것이다. 왜 사람들은 그 달력이 만들다 만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았을까라는 구절은 허탈하면서도 무척 재미있었다.

책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무척 복잡하게 들어왔다가 나간다.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하고 중심되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무한의 책>은 사람들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꽤 멋진 과학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뜬끔없는 망상에 불과한 이야기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어떤 결말에 도달하든 우리는 촘촘하게 짜여진 <무한의 책>이라는 상자 안에 갇혀 저자가 흔드는 대로 흔들릴 뿐이다.


요즘 타임워프에 관한 책이나 드라마, 영화가 많이 나온다. 비슷한 듯 다른, 시간이동 이야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나는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다른 세계의 오랜 시간이 이쪽에서는 단 몇 초일뿐이라는 것과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또 다른 현실세계가 존재하며 그 속에서는 그쪽의 시간이 흘러간다는 개념을 좋아하는데 <무한의 책>에 등장하는 시간의 개념이 바로 내가 좋아하고 믿는, 그것이었다.

신들은 이야기한다. 네가 시간이동에 성공해 지구 멸망을 막는다면 멸망 직전의 세계가 아니라 그 세계와 99.999퍼센트 똑같은, 재생된 또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다. 일부 예민한 사람들만이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 뿐이지 대부분의 지구인들은 지구가 멸망 직전에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 역시 또 다른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앞선 '신'에 대한 이야기, T 신부를 통해 들려주는 수많은 공상들 그리고 스티브와 주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등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에 감탄했다. 그중에서도 시간과 공간, 현실과 현실 사이의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개념이 인상깊었다.

<무한의 책>과 같은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끝없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에 뜬금없이 툭 튀어나오는 또 다른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무한의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반짝 눈에 띄는 길이 보일 것이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을 덮으며 다시 처음부터 꼼꼼하게 읽고 싶을 만큼 책의 재미를 뒤늦게 발견할 수도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사람들마다 보이는 길은 다르다. 누군가가 이야기한 결말과 내가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무한의 책>은 그런 책이다. 내가 믿는 그것이 정답인 세계. 그것을 믿고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평범하지 않은 <무한의 책>을 읽는다면 우선 명심하길 바란다. <무한의 책>이라는 제목에 현혹되지 마시라. 그래도 혹시 제목에 책에 대한 힌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책'보다는 '무한'에 집중하시길. <무한의 책>은 현실과 현실 사이의 그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당신의 존재가 문득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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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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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샘터 7월호>의 표지가 눈에 띄었다. 지하수를 시원하게 뽑아 올리듯 '삶의 목마름을 풀어주는 한 권의 마중물 샘터'라는 글귀가 차디찬 물처럼 표현된 <샘터 7월호>는 지글거리는 여름에 무척 잘 어울렸다. 며칠 전에 대구에서 바나나가 자랐다는 기사를 봤다. 아직 여름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연일 폭염 경고 문자가 오는 걸 보니 이번 여름은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더위도 언젠가는 지나갈 테니 지글거리는 태양 아래의 7월을 어떻게 시원하게 보낼지 그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피서는 시원한 카페에서 얼음 가득 채운 아메리카노 한 잔과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이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책을 읽느냐이다. 이른 폭염에 다녀온 카페 피서에서는 표지부터 시원한 <샘터 7월호>와 함께 했다.

 

<샘터 7월호>에는 항상 샘터와 함께 하는 여러 가지 코너와 함께 달마다 새롭게 만나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언제나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이해인 수녀님의 흰구름 러브레터부터 동물, 과학, 옛사람, 근대건축에 관한 이야기는 늘 새로운 정보를 알려줘서 더욱 꼼꼼하게 읽는다.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가득한 독자투고란은 나의 현재 상황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고 잠시 잊어버렸던 옛 추억을 떠올리게도 해줘서 특히 더 좋아한다. 7월호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코너는 이메일로 좋은 글을 보내주는 것으로 유명한 고도원과 개그맨 박성광, 특집으로 구성된 독자들의 이야기이다. <샘터 7월호>의 표지의 글귀처럼 삶의 목마름을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샘터가 아닐까 싶다.

 

 

법정 스님의 말씀을 따라 적어보는 샘터의 필사책인 '행복은 간장밥'을 소개하는 페이지 옆에는 필사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있다. 샘터에서 가장 먼저 읽게 되는 글이자, 가장 좋아하는 붉은 벽돌, 담쟁이 덩굴 코너는 이번 7월호에서도 역시 내가 딱 원하는 말을 들려줬다. 꾸준함이 없어서 늘 하다가 말았다가를 반복하지만 제대로 한 권이라도 써보고 싶은 필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을 읽으면서 역시 필사는 그냥 보고 베끼는 작업이 아니라 많은 효용이 있는, 자신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행복은 간장밥' 이후로 또 잠시 느슨해졌던 필사를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접했던 사람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처음에 도서관에서 진행했던 사람책이라는 것이 조금은 낯설었는데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사람책 모임을 보면서 생생한 정보를 얻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아 꽤 유익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책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했지 정확하게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몰랐는데 이번 <샘터 7월호> 공유의 시대에서 들려주는 사람책에 관해 읽어본 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꼭 전문가가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지혜를 나눌 수 있는 사람책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만약에 내가 사람책이 된다면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지혜를 전해 줄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을 놓치지 않는다. <샘터 7월호> 군대가 가르쳐준 것들에서는 세상과 자신을 이어준 100권의 책에 대해 이야기한다. 샘터처럼 얇은 잡지부터 시작해서 단편소설집이나 가벼운 에세이를 읽고 '이 소설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기분이 드는 책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은 어떤 책부터 시작해서 책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책 초보자들에게 따라 하기 쉬운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것 같았다. 뭐든 일단 시작은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샘터처럼 매달 발행되는 책을 보면 늘 존경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다양한 분야,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잔잔한 감동과 함께 전해준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나는 매달 샘터와 함께 조금 더 넓은 시야, 조금 더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덥지만 덥다고 스스로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는 것보다 자신을 더위로부터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내게는 그 방법이 책이고, 매달 새롭게 만나는 샘터이다. 시원한 글줄기를 뽑아내는 <샘터 7월호>와 함께 2017년 여름의 문턱을 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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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의 인생수업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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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에게 <그리스인 조르바>는 숙제다. 꼭 읽어보고 싶지만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책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을라치면 바쁘거나 더 빨리 읽어야 할 책들이 불쑥 생겨버린다. 늘 눈에 잘 띄는 곳에 놔두지만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책인 <그리스인 조르바>를 왜 그렇게 읽어보고 싶어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딱히 명확한 답은 없다. 그냥 읽어보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 인생 최고의 책이라고 꼽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어떤 책인지가 궁금했다.

아직 <그리스인 조르바>는 읽어보지 않았지만 의도치 않게 그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은 몇 권 읽었다. 처음엔 단지 왜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지가 궁금했는데 <그리스인 조르바>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은 후에는 더욱 궁금해졌다. 자유영혼인 조르바에 관해, 그가 생각하는 삶과 찬란한 인생의 명언들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직 나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보지 못했고 그 책을 빠르게 한번 훑어본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을 만났다.

장석주 시인이 읽고 쓴 <조르바의 인생수업>에서 들려주는 조르바에 관한 이야기는 분명 내가 언젠가 읽을 <그리스인 조르바>와는 다를 것이다. 하지만 <조르바의 인생수업>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처럼 <그리스인 조르바>를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스무 번도 더 넘게 읽어 본 <그리스인 조르바>가 저자 인생의 책 중의 한 권이라고 한다. 수없이 읽어 본 그 책의 수많은 문장에 대해 작가가 사유하고, 자신의 인생을 덧붙여 들려준다. 처음엔 저자의 이야기보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멋진 구절들이 눈에 더 들어왔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작가가 덧붙여 쓴 이야기들에 공감을 하고 더 집중하며 읽었다. <조르바의 인생수업>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요점만 뽑아놓은 요약집과 장석주 시인의 서평인 듯 에세이 같은 이야기, 마치 두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았다.

'나는 왜 이 책을 쓰는가'라는 저자의 서문 중에 '무엇을 위해,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도무지 알지 못했다'라는 구절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누구나 이런 시절이 있었고 아직까지 이런 상황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산다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지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저자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통해 깨달았다는 인생을 나도 찾을 수 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의 문장들 아래에 비여있는 여백을 보니 따라 적어 보고 싶어졌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필사해 보고 싶지만 두께 때문에 포기했다면 <조르바의 인생수업>에서 뽑아놓은 문장들을 따라 적어봐도 좋다. 친절하게 페이지까지 적어놓은 문장에 곁들어진 저자의 이야기는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르바를 통해서 저자가 느낀 인생과 자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만 곳곳에 숨겨진 구절들은 따로 적어놓고 싶을 만큼 좋았다.

사유하고 고뇌하는 것, 그게 인간이 제 안의 야만성을 넘어서는 것이다.
고독은 혼자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립에 처했을 때 온다. 고독은 제 영혼을 우주로 삼는 자가 누리는 특권이다.
죽는다는 사실로 인해 삶은 의미로 충만하고, 단 한 번의 삶으로 찬연하게 빛난다.
진탕으로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면서도 한 줌의 흙에 대해 숙고하는 것을 잊지 마라! 이것이 살아있는 자의 숭고한 소명이다.

조르바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 뒤에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인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생애와 문학에 대해 만날 수 있다. 뛰어난 작가인 카잔차키스에 대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전기라기보다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아서 앞선 이야기만큼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조르바의 인생수업>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명문을 따라서 적어보고, 조르바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의 에세이를 읽어보며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변화시킨 최고의 책을 쓴 작가의 인생까지 만날 수 있었다.

<조르바의 인생수업>을 읽고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봤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보다 그 책을 읽은 작가가 생각하는 조르바의 삶과 자유로운 인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좋았다. 만약에 <그리스인 조르바>에 대해 분석하고 판단을 내렸다면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을 것이다. 나도 빨리 만나보고 싶다. 그가 느낀 조르바의 자유, 삶에 대한 진지함을 나도 찾는다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내 삶에도 변화할 수 있을까. 자유가 있지만 자유에 얽매인 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그리스인 조르바>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조르바의 인생수업>을 덮고 이제 <그리스인 조르바>를 펼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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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 - 관계에 서툴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
다장쥔궈 지음, 오수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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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전부인 책이 있고 제목보다 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 있다.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라는 제목을 보고 부제처럼 관계에 서툴고 쉽게 상처받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 그들을 위로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 안에는 제목 이상의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많은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분명 남들보다 더 쉽게 상처받는 사람도 있고,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을 단 하나로 특정지울 수 없는 것처럼 각자가 가진 아픔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는 작은 일 이상의 여러 가지 상처를 가진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와 어떻게 그런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중국에서 10여 년간 전문 심리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상처받지 않고 성장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 누구나 상처는 수없이 받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된다. 나의 상처에 휘둘리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나'를 똑바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간과한 채 살아가고 있다. 결국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에서 왜 상처를 받는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 나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위로와 조언을 준다는 심리학 장르의 책이지만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는 두루뭉술하고 어설픈 위로 따위는 하지 않는다. 저자는 직설적으로 아픔을 드러내지도 않고, 그렇다고 어설픈 토닥임도 하지 않는다. 지금의 불행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피해자로 남으려는 사람들을 피해자 증후군이라고 일컫는데,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첫째, 둘째 등으로 분류해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알려준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다들 그렇다는 식의 위로와 읽은 후에 '그래서 어떻게 하란 말인가?'라는 의문이 드는 책이 아니라서 좋았다. 심리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심리학 책과 처방전이 적절하게 잘 어우러진 책이었다.

 

 

환심증, 거절 공포증,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사회공포증 등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법한 상처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연애에 대한 조언,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까지 누구나 읽어도 현재 자신의 아픔을 찾을 수 있고 그 상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 수 있다.

왜 나는 늘 연애에 실패하는지, 나쁜 남자만 만나는지, 나에게는 어떤 짝이 잘 어울리는지 등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는 최근에 읽은 어떤 책보다 무척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원인과 해결에 대해 조언한다. 그리고 특히 공감하면서 읽었던 부분은 바로 '내성적'이라는 성격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판단하는 부분이었다. 인간의 성격을 내성적, 외향적 등의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없다. 그리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 뒤처진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에서는 내성적인 사람에 대해 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외향적이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 내면의 세계에 집중하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즐거움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자리가 불편하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관계를 싫어한다. 그럼에도 나는 누구보다 많은 경험과 도전을 했고 자극을 즐긴다. 절대적인 성격이란 없다. 그동안 자신을 단 하나의 성격에 가둬서 판단했다면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를 통해 조금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길 바란다.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살아간다는 건, 살아낸다는 것과 같다.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삶이기 때문에 늘 불안함과 걱정을 바닥에 깔아둔 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걱정 위에 또 다른 두려움이 쌓이고 상처가 나고, 아픔을 더하게 된다. 누구나 그렇다. 오직 이 세상에 나만이 가진 상처는 없다. 다른 사람도 겪는 아픔이 왜 유독 나에게만 이렇게 큰 고통을 주는 건지는 생채기를 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를 제대로 바라봐야만 그 원인을 알 수 있다.

<나는 왜 작은 일에도 상처받을까>를 통해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의 각본이 나에게도 잘 맞을 거라는 착각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거의 내 상처를 제대로 마주하고 극복했는지 등 책 속의 수많은 문장들이 끊임없이 질문으로 다가왔다. 이제 책이 하는 질문들을 적어보면서 나만의 답을 적어볼까 한다. 저자가 알려주는 조언과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해 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모든 문제의 결론은 '나'이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답을 찾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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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창업을 응원해 - #언니들의 #스타트업 #분투기
정민정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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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식당을 하셨다. 자연스레 식당에서 일을 도와드렸고 자영업의 힘듦을 일찌감치 알게 되었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쉴 수 있는 직장이 좋았다.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말 그대로 출근하고 8시간만 참으면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쟁이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장사를 해야 돈을 번다고 한다. 물론 그렇지만 내가 생각하는 자영업은 모 아니면 도다. 월급쟁이를 할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시간에 큰 돈을 벌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한순간에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다. 장사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자영업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여유롭게 일하기 위해서 나만의 장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일단 창업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의 수입을 얻을 때까지는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래도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부모님이 가게에 매여있는 것을 보고 나는 절대 장사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지만 몇 년 전에 동생을 도와 작은 사업을 시작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말그대로 쫄딱 망했다. 실패하고 돌아보니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은 채 시작했고,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부모님을 보며 장사는 절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사업을 했고, 망한 덕분에 아직까지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여전히 나는 어떤 일을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직장인데도 자꾸만 밖으로 눈을 돌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년까지 할 수 없거나, 너무 오래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 등 직장인들만의 뫼비우스 띠는 매일 끝없이 돌아가고 있다. 나를 비롯해 주변의 수많은 직장인들이 왜 자꾸 다른 무언가를 갈구하는가 곰곰이 생각해 봤다. 회사의 일이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열정을 불태우고 미친 듯이 일을 해내지만 결국 그것은 회사의 일원으로, 월급을 받는 대가로 하는 일일 뿐이지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꾸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여러 가지 이유로 창업을 꿈꾸는 사람이 비단 남자뿐이겠나. 특히 여자들은 취업과 직장생활에서 남자들에 비해 기회가 적고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이라는 어마어마한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창업은 여자들에게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따고 열심히 공부한다. 이미 완성된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치열하게 준비를 하는데 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는 그만큼의 준비를 하지 않을까? 창업은 오늘부터 시작이라고 해서 시작되는 게 절대 아니다. 오랜 시간을 걸쳐 준비하고 배우고 실패를 통해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기도 하는, 취업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그녀의 창업을 응원해>에서 먼저 창업을 통해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길 바란다. 그녀들의 분투기를 통해 어떻게 창업을 준비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의 창업준비에 또 하나의 단단한 벽돌을 쌓은 것이다.

<그녀의 창업을 응원해>는 대한민국 대표 스타트업 여성 CEO 20인의 창업 이야기를 담았다. 전혀 다른 분야의 창업이지만 그녀들의 이야기는 무척 닮았다. 20가지의 창업 분투기 속에서 공통된 것을 찾는다면 <그녀의 창업을 응원해>를 제대로 읽은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창업에 임하는 자세와 역경을 이겨내는 그녀들의 열정과 치열함은 20명 모두가 같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홀푸드를 꿈꾼다는 더파머스의 김슬아 대표를 시작으로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앤스페이스 정수현 대표, 월급 70만 원 디자이너의 리빙 산업 정복기를 보여준 데코뷰 정미현 대표, 발상의 전환인 역직구 쇼핑몰을 운영하는 김보용 재이 대표까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20명의 여성 대표들의 창업기에는 다양한 분야만큼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직장에서 먼저 사업을 위한 워밍업을 하고 창업시장으로 뛰어든 사람부터 힘든 집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시장 밑바닥부터 시작해 그 분야의 최고가 된 대표까지 그녀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는 모두 한 편의 성공 드라마였다. <그녀의 창업을 응원해>를 읽으면서 왜 내가 사업에 실패했는지를 찬찬히 되짚어 보게 되었다. 당시에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는데 고군분투하는 그녀들의 창업기를 읽으면서 내가 과연 정말로 열정적으로 일을 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사회적인 상황과 변화에 빠르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그녀들의 창업을 부탁해>는 그녀들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창업을 하게 된 계기와 과정, 현재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최대한 꼼꼼하게 그녀들의 창업기를 소개하고 있지만 20명이나 되는 대표들의 스펙터클한 스토리가 담겨있어서 그런지, 창업을 하면서 겪었던 힘든 상황보다는 전반적인 창업의 흐름을 보여준다. 문득 그렇게 느낄 수 있다. 힘들었다고 하지만 이 사람들 모두 수월하게 창업하고 성공한 거 아냐? 하지만 각 장의 마지막에서 들려주는 그녀들의 스타트 업을 읽으면 절대 그녀들이 쉽게 창업에 성공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확신이 있을 때 창업하라, 확신과 준비 없이 절대 창업하지 마라, 빛과 그늘은 늘 함께 있다, 내 힘으로 변화를 일구고 싶을 때 창업하라 등 20명의 대표들이 들려주는 20가지의 스타트 업은 창업에 관한 긴 이야기보다 더 많은 깨달음을 주는 창업에 관한 생생한 팁이었다.

창업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의 직장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쉬었다가 다시 직장을 다니고 싶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그리고 더 이상 지금 하는 일이 즐겁지 않을 때 등 창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그 이유도 다양하다. 어떤 이유로 시작을 했든, 일단 창업이라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들어왔으니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그녀들의 창업을 부탁해>는 창업을 시작했거나 시작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조언을 해 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들의 사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배웠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었지를 보았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언젠가 나만의 창업을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을 때 다시 <그녀들의 창업을 부탁해>를 읽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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